2000/11-12 : Special edition - 해외 스포츠 마케팅 - 열광과 환호, 그보다 더 뜨거운 비즈니스 현장
2010. 8. 4.특히 2000년은 IMF 위기로 위축됐던 경제가 조금씩 되살아나고, 한국인 스타 플레이어들이 해외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면서 일반 대중들도 스포츠 마케팅의 가치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 된 시점. 물론, ‘스포츠와 스포츠 선수들이 돈이 된다’는 것을 깨달은 기업들은 시드니 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스포츠 마케팅의 기회를 본격적으로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그러면 이제 올해 진행된 스포츠 마케팅 사업 가운데 해외스포츠 마케팅 캠페인을 중심으로 그 전개 과정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전략적 접근방법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해외 스포츠 마케팅의 기본 구조와 전략
먼저 해외 스포츠 마케팅의 기본 구조를 간략히 짚고 넘어 가자.
스포츠 마케팅에는 여러 분야가 있지만, 주된 영역으로는 대회 조직(organizing), 스폰서십(sponsorship), 라이센싱(licensing) 사업, 선수 매니지먼트 등을 들 수 있다. 이 가운데 대회 조직 분야는 참가팀 섭외, 대회 및 부대행사 진행을 직접 맡아 실제 대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올해의 ‘이란 LG컵 축구대회’ 행사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스폰서십 분야는 후원을 통해 경기장의 보드, 선수 복장의 기업 로고 부착권, 티켓 확보, 대회나 단체의 로고나 휘장을 사용한 광고·판촉권 등을 독점적으로 획득하는 것으로, 올림픽의 TOP(The Olympic Partner) 프로그램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스포츠는 대중의 관심 증대, 미디어 기술의 발달, 기존 광고매체의 한계 등으로 인해 본격적인 광고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떠오르고 있으며, 그 사업영역도 기존의 A-Board나 광고 판매를 넘어 점차 복잡해지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분야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고, 정보력과 인적 네트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효과 측정의 난이성으로 인해 진입이 쉽지 않은 분야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해외 스포츠 마케팅의 목표는 그 기업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나아가 현지에서의 브랜드 신뢰도를 제고하여 궁극적으로는 제품 구매의사로 연결시키는 것을 목표로한다.
앰부시(ambush) 마케팅 - 호주, 프랑스 축구국가대표팀 후원
LG가 본격적으로 해외 스포츠 스폰서십에 눈을 돌린 것은 아무래도 경쟁사의 행보에 영향 받은 바가 크다.
삼성은 이미 97년부터 4천만달러(공개된 금액으로만!)라는 막대한 후원금을 통해 동계·하계올림픽의 무선전화부문 공식파트너로 선정되어 과감한 현지 프로모션과 광고를 펼치고 있었다.
그 이전에도 LG는 지역별로 소규모의 스포츠 이벤트를 후원해 왔지만, 본격적으로는 98년부터 올림픽, 월드컵과 관련된 스포츠 마케팅 채널을 검토해 왔다. 이에 광고주와의 수많은 미팅을 거쳐 도출해낸 개념은 바로 앰부시(ambush; 매복) 마케팅. 이는 대회의 공식적인 후원권을 갖지 않은 기업들이 선수단 지원, 경기장 주변 전시장 설치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공식 후원업체에 버금가는 효과를 누리는 것을 말한다. 이에 LG가 99년 초부터 호주지역에서의 몇 가지 스포츠 마케팅 채널을 검토한 결과 이뤄낸 첫 번째 성과가 바로 호주 축구국가대표팀 후원. 사실상 호주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크리켓이었지만, 축구는 젊은층을 대상으로 최근 인기가 급신장하는 스포츠 아이템으로 LG의 이미지와 부합되는 면이 많았기 때문이다.
수 차례에 걸친 협상 끝에 LG전자는 호주 축구국가대표팀의 공식 후원업체로 선정되어 유니폼 및 경기장과 관련된 기본적인 권리를 획득함은 물론, 팀의 이름까지도 ‘LG Socceroos(soccer + kangaroo의 조어)’로 명명할 수 있었다.
작년 11월 호주와 브라질의 국가대표팀 친선경기시 선보인 이 이름에 모 일간지에서는 ‘나라의 자존심인 국가대표팀 이름을 외국기업에 준다’는 투정(?)도 있었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LG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또 하나의 큰 성과는 바로 프랑스 축구국가대표팀의 후원 계약 성사. 사실 98년 월드컵 우승팀이자 유로2000의 우승팀으로, 명실공히 세계 최강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 축구국가대표팀의 후원 계약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후원금액과 sponsor benefits, 그리고 자존심과 실리를 둘러싼 지리한 협상 끝에 LG전자가 공식후원기업 계약서를 체결하고, 그들이 LG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찍은 사진을 받아보았을 때의 보람은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스폰서십과 더불어 실제 대회의 조직, 진행을 통한 해외 스포츠 마케팅 사례로는 지난 6월 이란에서 진행된 ‘LG컵 축구대회’와 ‘중국 길거리 농구대회’를 들 수 있다. LG컵 축구대회는 지난 98년에 최초로 개최된 이래 중동 지역과 동구 지역에서 열리고 있으며, 올해는 대회 최초로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이 참가해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더불어 남미 콜롬비아의 프로축구팀 Millonarios의 후원 계약, 동구 루마니아의 클럽팀 Dinamo Bucharest의 후원 계약 등을 성사시키면서 해외 스폰서십 캠페인의 범위도 크게 확대되고 사업의 토대도 갖춰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두 국가는 프로축구가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면서도 마케팅 면에서의 이해도가 그리 높지 않아, LG애드는 현지법인은 물론 구단측에게 스폰서십의 기본과 benefits package 등을 하나하나 가르쳐가면서 일을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외에도 LG애드는 올해 태국에서의 ‘킹스컵 축구대회’, 필리핀에서의 ‘ABC(아시아농구협회) 올스타 경기’ 등에 LG전자가 타이틀 스폰서로 선정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스포츠 마케팅 분야의 입지를 다져나갔다. 태국 킹스컵 축구대회는 우리나라 사람 누구나 알고 있을 정도로 아시아권에서는 유서 깊은 축구대회. 장시간에 걸쳐 예상되는 효과를 제시하며 설득한 결과, 광고주는 예정되어 있던 광고예산을 줄여가면서까지 대회 후원을 결정했다.
특히 올해에는 축구 강국 브라질이 참가해 예상 외의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되었다. 전반적으로는 올해 해외 스포츠 마케팅 분야에서는 루마니아나 콜롬비아의 경우 비보조 총상기도가 각각 전년 대비 24.7%에서 40.1%로, 4.6%에서 8.5%로 두 배 가량 상승하기도 했고, 그 외 태국과 중국, 호주 등의 지역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는 스포츠 마케팅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광고, 판촉 활동의 복합적인 결과이겠지만, 우리 또한 이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고 여겨진다.
해외 스포츠 마케팅의 보완 방향
돌이켜보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속에서도 LG애드는 해외 스포츠 마케팅 분야에 있어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온 것 같다.
특히 해외 스포츠 마케팅에 필수적인 정보력과 네트워크, 협상 능력 면의 성장을 자평하며, 각종 sponsor benefits의 구성과 효과분석 도구 개발 면에서도 독자적인 능력을 갖췄다고 감히 생각해본다.
즉, 전략 지역에 맞는 아이템 설정과 광고주 입맛에 맞는 benefits package 창출을 독자적으로 해낼 수 있으며, 기존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스포츠 이벤트의 창출도 구상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스포츠 마케팅이 전략적인 접근을 필요로 한다는 측면에서 보완되어야 할 면도 적지 않다. 돈이 있어야 하지만 돈만 있다고 아무나 뛰어들 수는 없는 분야, 치밀한 아이템 및 타깃 분석력과 전략적인 고민이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호주 축구국가대표팀의 경우 후원을 결정하기까지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프랑스의 경우도 5개월이 넘는 사전조사와 협상 과정을 거쳐야 했던 것은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매달 파악되는 수십 건의 해외 스포츠 이벤트 및 후원 건 가운데 정작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것은 단 몇 건에 지나지 않으며, 조사와 설득을 통해 광고주에게 채택되는 경우 또한 드물다. 따라서 그만큼 옥석을 가려낼 수 있는 안목과 광고주를 설득할 수 있는 냉철한 전략, 그리고 타이밍에 대한 감각과 인내심은 필수다.
특히 표적시장과 마케팅믹스의 분석, 매체의 관리, 효과 분석과 관리 등 과학적인 자료가 뒷받침되어야 할 부분도 적지 않으며, 이를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R & D 기능의 보완도 필요한 것이다.
스포츠 마케팅 분야는 많은 잠재력을 가진 ‘가능성의 시장’이다.
하지만 그만큼 쉽게 뛰어들기가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어느덧 2000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돌아보니 적지 않은 것을 이뤄냈다는 조심스러운 자부심과 함께 아쉬움도 많이 남는 게 사실. ‘시작’의 의미를 이제는 뒤로 하고, 지금까지 구축해온 저력과 전략을 바탕으로 보다 새로운 차원의 스포츠 마케팅 캠페인을 펼쳐 나갈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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