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는 아쉬움으로 남고...
패션계의 천재로 평가받았던 크리스찬 디올(Christian Dior, 1905~1957)은 1905년 프랑스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당시 부유한 집안의 자제들의 특권처럼 여겨졌던 예술 분야에 저항감 없이 적응했다. 아니, 그는 오히려 또래의 아이들보다 훨씬 뛰어난 드로잉 실력으로 주변을 압도했고, 그의 이런 소양은 부모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점점 성장해가면서 그의 창조적인 예술성에 대한 소문은 삽시간에 파리에 퍼졌고, 마침내 패션계에 일러스트레이터로 데뷔하게 되었다. 2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세상이 온통 황폐해진 시대 상황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당대의 여성복에 대해서 대단히 큰 불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곧 그가 세계의 패션사를 다시 쓰게 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당시 전쟁의 영향으로 마치 군복 같은 여성복을 입던 프랑스 여성들에게 새로운 스타일의 옷을 입히고자 꿈꾸던 그는 드디어 1947년, 기존 경쟁 브랜드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여성스러운 세련미와 우아함으로 전세계 여성들이 환호성을 올리게 한 새로운 스타일, ‘뉴룩(New Look)’을 창시하기에 이른다. 뉴룩은 가냘픈 허리라인, 둥근 어깨선, 아래로 내려갈수록 넓게 퍼지는 A라인 스타일로 파리는 물론 미국 등 전세계 여성들에게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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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영국 출신의 명망 있는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를 영입하여 젊은층들이 선호하는 고급스러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대중적인 브랜드 이미지 만들기에 힘을 쏟은 것이다. 특히 갈리아노가 수석 디자이너에 오르면서 디올은 더욱 과감하고 실험적이며 위트 넘치는 디자인으로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갈리아노는 여성스러운 디올의 패션 코드에 반기를 들고 좀더 현대적이며 파워플한 여성상을 창조하는 방향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바꿔 나갔는데, 그의 이런 노력과 과감한 시도는 현대 여성들의 코드에 딱 들어맞아 ‘섹시하고 위트 있고 파워플한 크리스찬 디올’이라는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디올은 현재 의류를 비롯해 가방·신발·지갑·액세서리·화장품·향수 등 패션 토털 브랜드로서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데, 무엇보다 감각적이고 실용적이면서도 명품이 지향하기 어려운 파격미(破格美)로 늘 패션 리더들을 흥분시켜 왔다.
또한 여성만이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움을 섹시하고 다이내믹하게, 그러나 결코 사랑스러움을 잃지 않게 표현하는 디올의 패션 철학에 경쟁사들은 그저 감탄하는 데 만족할 뿐이다. 더욱이 그동안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시즌마다 늘 새로운 감각을 앞세워 타깃의 라이프스타일을 리드하는 패션 컨셉트를 선보여, 급기야 디올을 ‘아름다움의 진보주의’라고 극찬하는 매니아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실제로 최근 디올의 컨셉트를 보면 분명하게 그 컬러가 드러난다.
2000년 컬렉션에서는 ‘sexy·dynamic, young’이라는 주제로 좀더 파격적이고 섹시한 여성미를 자극했으며, 2001년에는 게이즘(gaysm)을 드러내놓고 연출해 전세계 젊은이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 디올의 소비자들이 물론 게이나 레즈비언이 아니지만, 문화적인 코드로 소비 욕구를 자극시키는 계기를 만든 것이다. 특히 그런 이미지에 걸맞은 모델들을 적절히 기용, 타깃들로부터 동일시하고 싶은 욕구를 한층 고조시키기도 하였다.
이러한 디올을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영국의 다이애나비(Spencer Diana)와 영화배우 기네스 팰트로(Gwyneth Paltrow)다. 다이애나가 공식적인 자리에 ‘레이디 디올(Lady Dior)’을 자주 들고 나오자 할리우드 배우들과 패션 리더들이 하나 둘씩 그녀를 모방하기 시작하면서 마침내 1996년에는 판매 1위에 오르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는데, 특히 디올의 영원한 스테디셀러인 레이디 디올은 다이애나가 애용하면서 ‘레이디 디’ 혹은 ‘레이디 다이’ 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디올 핸드백이 세인들의 관심을 또 한번 모으는 데에는 기네스 팰트로가 한몫했다. 원래 디올 백 매니아였던 그녀는 ‘뻬를르 시티(Perle City)’가 출시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들고 다녔고, 마침내 모델로 캐스팅되는 행운을 안기까지 했다. 이 백은 직장·쇼핑·파티 등 어느 장소, 어느 의상에나 잘 어울리는 묘한 멋으로 매니아들로부터 가장 모던하고 엘리트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렇듯 제품의 홍보에서부터 성공을 거두고 있는 디올은 광고에서도 상당히 혁신적인 방법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2000년 S/S에는 지젤과 레아가 너무나 섹시한 포즈로 등장해 보는 사람의 가슴을 쿵쾅거리게 했고, F/W에는 브라질 태생의 떠오르는 스타 라이카를 기용해 톡톡히 재미를 보았다. 또한 2001년에는 안젤라 린드발과 에이미 웨슨의 데카당스한 분위기로 압도했고, 카렌 엘슨을 등장시켜서는 한층 펑키하고 도시적인 이미지로 어필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다시 지젤을 모델로 캐스팅하여 사랑스러운 여성미를 자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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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tention, Please!
인천공항에 5분만 앉아 있어도 ‘Attention, Please!’라는 안내 방송을 많이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는 방송이다. 아직 탑승을 하지 못한 승객에게 탑승을 독촉하거나 도착할 비행기의 연착, 크고 작은 공항 사건·사고 등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방송이다. 그런데 도대체 얼마나 다급하고 꼭 들어야만 하는 내용이었으면 ‘주목하세요!’라는 단서를 붙이고 방송할까?
아마도 우리가 매일 만드는 광고 역시 기본적으로 ‘Attention, Please!’에 목을 매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으면 단지 휴지조각이요, 돈 낭비일 테니까.
그러나 무려 85%의 광고가 아무에게도 눈에 띄지 않은 상태에서 없어진다고 하는 조사결과는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광고가 사랑 받고, 소비자가 광고를 기억해서 제품 구매 시점에서 ‘아, 그 광고! 그 브랜드 사야겠다!’는 생각을 갖도록 하지는 못하더라도, 아니 오히려 ‘미움’조차도 받지 못한다면 그 광고도 광고라고 할 수 있을까? 광고는 소비자를 향해서 어떻게든 나름의 메시지를 던져야 하고, 그 메시지는 소비자로 하여금 기억의 꿀단지에 자리잡고 있어야만 한다. 소비자가 광고를 마치 소 닭 보듯 한다면 광고주에게 얼마나 큰 죄를 짓고 있는 것인가?
많은 크리에이터들은 아마도 이런 강박관념에서 광고에 섹스 코드를 이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섹스어필 광고는 최소한 소비자들의 무관심한 눈길이라도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소비자가 봐주어야 하며, 설득은 그 다음 과제다. 그러니 수많은 광고 중에서 눈에 띈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어려운 과제 중에 하나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광고와 에로티시즘
우리는 인간을 동물과 우월적 지위에서 구별하여 여러 가지로 규정했다.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사유의 인간)’·‘호모 로쿠엔스(Homo Loquens, 언어의 인간)’·‘호모 루덴스(Homo Ludens, 유희의 인간)’ 등 동물과는 다르다는 규정을 내려온 것이다.
그런데 20세기에 들어서는 ‘호모 에로스(Homo Eros, 성애의 인간)’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높아지고 있다.
인간의 기준으로 보면 모든 동물들은 생식활동으로 종족 보존을 하는 존재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인간은 이것을 개념화시키고 즐기며 생활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또한 “모든 인간 행위의 밑바탕에는 직, 간접적으로 성적인 동기가 있다”는 프로이트(Freud, Sigmund)의 주장처럼 성적 에너지는 인간이 결코 부인할 수 없는 강력한 차별점인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광고 타깃들이 젊어지고, 그들이 마케팅의 강력한 파워 집단으로 성장하면서 광고와 에로티시즘은 불가분의 관계를 맺게 되었다. 이에 1990년대 후반부터 명품 브랜드마저 포르노그래피적인 광고로 소비자들의 눈길과 마음을 사로잡게 되자 다시 한번 이러한 섹스어필 광고에 대한 찬반 양론이 격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부인할 수 없는 것은 섹스어필이 광고뿐만 아니라 영화·미술·연극 등 문화 전반에 걸쳐 강력한 무기로 떠오르고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사회학자들은 경제적인 풍요에서 한 원인을 찾고 있다. 경제가 발전하고 생활이 윤택해지자 사회 전반에 자유의식과 낙천성이 물밀 듯 침투했고, 그로 인해 쾌락과 유희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며 관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예술계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에로티시즘과 포르노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며, 심지어 변태적인 성욕을 대중 앞에 토해내기까지 하고 있다.
광고도 이런 경향에 편승해서 과감한 표현이 줄기차게 시도되고 있는 실정인데, 섹스어필 광고가 단순히 주목도를 높이는 데 이용되는 것을 경계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바로 ‘크리에이티브의 위기’라는 것이 그 지적 중의 하나다. 경쟁 제품과 차별화된 메시지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소비자에게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는 더 이상의 무기를 찾지 못한 데서 섹스어필 광고가 양산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굳이 여권운동가들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여자의 육체를 상품화하려는 광고들이 상존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그런데 광고에 이용되고 있는 섹스어필 이미지에 대해서 문제시하고 있는 사람들의 의견은 ‘제품과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데도 여성의 육체를 무조건적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많아졌고, 거기서 드러나는 여성의 이미지도 지극히 성차별적이고 퇴폐적이며 대단히 부정적’이라는 점에 모아지고 있다. 이에 각국의 여성단체들은 광고에서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며, 여성의 존엄성 무시 및 성차별이 보이는 저질 광고에 대해서 정부가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용적으로 보면 가학적이고 피학적인 섹스 상황을 연상시키는 광고나, 여성을 단순히 섹스의 대상, 즉 동물적인 관점에서 외설스럽게 표현한 광고에 대해서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추세에 따라 실제로 캘빈 클라인(Klein Calvin)·베네통(Benetton)·도나 카렌(Donna Karan)·구찌(GUCCI) 등 많은 광고들이 선정성이라는 잣대에 걸려 게재 거부되거나 방영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렇듯 섹스어필 광고들은 소비자들을 설득하는 강력한 무기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사회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하면서 발전해 오고 있다.
사실 광고 앞에 섹스라는 접두사가 붙으면 많은 사람들은 일단 색안경을 끼고 쳐다보기 일쑤다. 광고 그 자체로 이해하려는 것보다는 숨겨진 의도나 광고 속에 뭔가를 숨은그림 찾기처럼 감춰두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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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 디올이 벗었다.
현재까지의 광고사에서 섹스어필 광고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브랜드는 캘빈 클라인일 것이다.
그 창업자인 캘빈 클라인은 어느 날 <보그>지를 들춰보다가 중대한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패션잡지에 수많은 광고를 집행하지만 과연 그것들이 소비자들에게 먹히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최소한 잠깐이라도 광고를 보아주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생겼던 것이다. “600 페이지가 넘는 보그지를 보면서 소비자들이 우리 광고에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는 건 참을 수 없는 일이다.”
그의 이런 광고관은 드디어 에로티시즘 광고의 극치를 보여주는 데 이르렀고, 최소한 광고에서 가장 성공한 브랜드라는 영광을 안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결과는 매출 곡선을 수직 상승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는데, 이에 명품 브랜드들이 자극 받기 시작했다.
단지 제품 사진만 폼 나게 연출해서 광고해도 물건이 없어서 못 팔 정도였는데, 이제는 상황이 바뀌어 당황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결국 늘 점잖게 우아만 떨던 명품 브랜드들은 일제히 섹스어필을 무기로 전면전을 펼치기에 이르렀는데, 그 중 특히 크리스찬 디올의 변신은 한동안 광고계의 핫 이슈가 되었다. 한마디로 ‘크리스찬 디올도 별수 없군!’이라는 반응이었지만, 그러나 이런 탄식은 기우에 불과했다. 단순히 벗기고 야한 포즈를 취하는 천편일률적인 모습이 아니라, 크리스찬 디올만의 ‘우아한 섹스’를 창조해냈기 때문이다.
크리스찬 디올은 흔한 섹스어필 광고의 굴레에서 벗어나 그들만의 컨셉트와 포맷을 개발하여 누구나 광고를 보고 나면 브랜드를 연상할 만큼 강력한 흡인력을 지니게 되었다.
멀티 페이지 형식으로 구성된 <광고 1~3>은 가히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레즈비언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는 것이다. 그럼 왜 디올은 레즈비언을 광고에 이용하고 있을까? 당신이 만약에 지금 컴퓨터를 켜고 있다면 검색 사이트에 들어가 ‘이반’을 쳐보라. 다음과 같은 해석이 나타날 것이다. ‘이성 연애자를 일반이라 하는 데에 상대하여 동성연애자를 이르는 말.’
처음 보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이고 문화이며 트렌드이다. 탐구심 혹은 호기심에 좀더 기웃거려 보면 수많은 ‘이반’사이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바야흐로 우리 사회에도 동성연애자들이 많아지고 있으며, 그들 스스로가 커뮤니티를 형성해 활동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이반’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 그리고 그 활동이 10대에서 적극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원래 ‘동성연애자임을 공개한다’는 의미인 ‘커밍아웃’은 ‘벽장으로부터 나오다(Come out of closet)’를 줄여서 표현한 것이다. 꼭꼭 숨겨진 벽장에서 나왔으니 감추어진 이야기와 비밀들이 얼마나 많이 있었을까.
동성연애는 이제 영화에서, 소설에서, 광고에서 일반화되고 있는 소재다. 사실 지금까지 ‘벽장 속에 갇혀 있던’ 동성연애는 부정적인 사회 인식 때문에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되기에는 매우 부적절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지만, 명품들이 과감하게 동성애를 소재로 활용하고 예술적 표현으로 승화시켜 나감에 따라 더 이상 ‘벽장 속의 비밀’만으로 갇혀 있지 않게 된 것이다.
젠더 이론가인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의 “레즈비언은 남녀관계를 초월하기 때문에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성이다”라는 지적이 이제 실감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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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4~5>는 세련되고 젊은 여성상, 우아한 섹시미로 시선을 끌고 있다. 좁은 공간에서 다리를 들춰 올리고 있는 사진을 트리밍해 섹시함을 더욱 강조하고, 바로 뒷 페이지에서도 뇌쇄적인 시선, 그리고 자칫 기형적으로 보일 만큼 긴 다리로 유혹하고 있다.
<광고 6~9>도 같은 비주얼 컨셉트로 제작되었다. 클로즈업된 사진에 긴장감을 주기 위해 트리밍한 솜씨가 저절로 광고를 보게 하는 힘을 느끼게 하는데, 무엇보다도 모든 광고들이 광고하려는 제품을 잊지 않은 레이아웃에서 살아나고 있다. 광고의 형식 때문에 내용을 잊는 경우도 있고, 시리즈의 연결성 때문에 아이디어의 본질을 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디올은 섹스라는 코드를 철저하게 제품 속에 잡아두고 있다. 그래서 허망하지 않으며, ‘야, 그림 좋다!’라는 단순한 느낌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즉 존 갈리아노의 브랜드 철학을 광고에서도 충실히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가 지향하는, 다이내믹하며 젊고 섹시한 여성을 위한 디올의 이미지가 광고를 보는 순간 바로 느껴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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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올式’ 섹스어필 광고
디올은 2001년 캠페인의 테마를 ‘게이즘’으로 정해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이미지와 임팩트를 전달했다.
<광고 1~3>을 보자. 이 광고를 보고 페이지를 그냥 넘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강력한 아이 캐칭(eye catching)이 되고 있다. 땀으로 범벅되고, 방금 욕조에서 나온 듯 촉촉한 머리카락, 그리고 섹스를 연상시키는 격정적인 표정 등 기존 명품 브랜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비주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단순히 눈요깃거리에 그치지 않고, 철저하게 섹스를 이용하되 항상 브랜드를 잊지 않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최고조의 감정으로 몸이 뒤틀려도 여자는 한손에 디올의 상징인 ‘D’마크를 잡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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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10~12>에서는 톤 앤 매너는 바뀌었지만 기존의 스타일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광고 10>은 마치 카섹스를 연상케 하고 있다. 비좁은 곳에서 땀에 흠뻑 젖어 있는 모습과 야릇한 시선, 섹시한 다리 포즈가 범상치 않다. 여기에서도 모델이 입고 있는 것은 모두 디올 제품이지만, 특히 구두에 시선이 가도록 구성되어 있다. 즉 다리 포즈로 섹스어필하는 이유는 바로 이 구두를 팔기 위한 전략에서 온 것이리라.
<광고 11>도 물기에 젖어 있는 가슴을 노출시킨 모습이나, 입을 약간 벌리고 있는 모델의 포즈에서 섹스어필의 의도성을 드러내는데, 이 광고에서도 백과 팔찌 등이 눈에 띄게 레이아웃되어 있다.
<광고 12>도 마치 사랑을 나누고 난 후의 나른함을 연출한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땀에 젖어 있는 모습, 특히 가슴 부위를 묘한 상상력을 자극하도록 밀착시키고 있으며, 제품은 다리에 걸치고 있어 시선의 흐름에 따라 결국 제품에 시선이 멈추도록 유도하고 있다. 섹스 어필은 있지만 제품이나 브랜드가 보이지 않는 여타 광고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광고 13~17>은 2001년에 집행된 시리즈인데, 데카당스하고 펑키한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다. 특히 모델들은 한결같이 원초적인 매력을 자극하기 위해 기름때를 묻혀 차별화시키고 있다.
만약 브랜드 에쿼티가 낮은 브랜드가 이런 캠페인을 전개한다면 단지 더럽고 유치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을 텐데, 이 광고들은 오히려 제품을 돋보이게 하고 묘한 흥분감을 주고 있다. 아마도 디올을 입은 여성들이 전하는 노동의 신선함을 말하기보다는, 마치 리바이스가 ‘전공필수’처럼 사용했던 ‘기름때 묻은 공장의 근육질 남자와 도시 여자의 한순간의 사랑’을 연상하게 하는 광고로 소비자를 자극하겠다는 의도로 제작된 것이라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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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률을 넘어 회상률까지
섹스어필 광고에 대한 연구들을 보면 주목률은 높지만 실제 브랜드에 대한 회상률에 있어서 기대만큼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따라서 섹스어필 광고는 단순 주목도를 높이는 것보다는 제품의 컨셉트와 관련성에 연결시켜 소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패션 광고의 외설화(erotisation) 경향이 어떤 형태로든 늘어나리라 예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따라서 과연 어디까지가 크리에이티브이고 어디까지가 외설이냐의 문제는 늘 논쟁거리로 따라 다닐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계 유수의 크리에이티브 관련 광고제에서 큰 상을 받는 작품들 중 섹스어필 광고가 분명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또한 섹스어필 광고를 보는 소비자에게는 대리만족, 그리고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암시를 줌으로써 판매를 부추길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을 가진 점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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