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집에 남은 술이 있으면 액운이 낀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연말이면 파티를 열죠. 집에 남은 술을 먹어 없애기 위해. 스페인은 새해를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청포도 12알을 먹는다고 합니다. 예전 포도가 풍년을 맞아 모두가 배불리 나눠 먹은 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그리스는 바실로피타란 케이크를 구워 먹으며, 자신의 케이크 조각에서 숨겨진 동전이 나오면 한 해 동안 행운이 따른다고 믿었습니다. 일본은 소바를 먹습니다. 쉽게 잘라지는 소바를 먹으며 일 년의 액을 끊어냅니다. 우리는 떡국을 먹습니다. 오래 건강하기를 기원하는 무병장수의 의미가 담겼습니다. 이렇듯 수많은 나라들이 지난해의 묵은 액운을 떨쳐내고 돌아오는 새해의 복을 기원합니다.
끝이 있고 시작이 있다는 것만큼 희망을 주는 것은 없습니다. 끝이 있기에 소중하고, 새로운 시작이 있기에 견딜 수 있습니다. ‘새해’는 소중한 끝이 되고 희망의 시작이 됩니다.
“우리 인생의 첫 40년은 본문을 제공하고, 그다음 30년은 그것에 대한 주석의 성격을 지닌다.”
쇼펜하우어는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40년은 자유롭게 살아보고 경험하고, 그다음은 살아본 인생을 해석하고 이해하고 의미를 찾게 된다는 뜻일 겁니다. 사람의 인생이 여러 해의 일 년으로 이루어진 건, 수많은 끝맺음과 시작을 할 수 있다는 축복이기도 합니다. 반복되는 일 년으로 누군가는 철학자가 되고 누군가는 시인이 되고 누군가는 예술가가 되며, 진정한 삶을 찾아갑니다.
구글의 25년
구글은 연말이 되면 ‘Year in Search'라는 영상을 선보입니다. 지난 한 해 어떤 이슈가 있었고, 어떤 검색어가 가장 핫했으며, 어떤 관심사를 공유했는지 일 년을 훑습니다. 23년 9월, 구글은 창립 25주년을 맞았습니다. 그래서 특별히 올 연말엔 ‘25 Yeasrs in Search'를 선보였습니다. ‘The Most Searched'라는 주제 아래, 가장 많이 검색된 보이밴드도 나오고, 가장 많이 검색된 퍼포먼스, 스포츠선수, 캐스팅 물망에 오른 배우, 캐릭터, 가수, 과학자 등... 수많은 관심사들이 주마등같이 지나갑니다.
그중에는 생각하게 하는 검색어도 있고, 시대의 사랑을 받았던 인기 스타도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역사적인 순간도 있습니다. 저작권은 어떻게 해결했나 싶게 수많은 셀러브리티와 유명 애니메이션, 장난감, 이모지 등을 맛깔스럽게 편집했습니다. 지구상의 25년간의 이슈가, 4분이 좀 안 되는 길이의 영상에 꽉 들어찼습니다. 수많은 이가 논쟁했던 주제, 호기심을 가졌던 대상, 문제시됐던 일상들이 즐비합니다.
구글은 게임도 만들었습니다. ‘the most searched PLAGROUND'입니다. https://searchplayground.google/에 접속하면, 가장 많이 검색된 25개 검색어가 주어지며, 복잡한 그림 속에서 해당 그림을 찾는 겁니다. 일러스트로 그려졌고 수많은 사람들 속에 셀레브리티가 숨어 있는 구조는 ‘윌리를 찾아라’ 게임을 닮았습니다. 왼쪽의 다섯 분야별 주제를 클릭하면 힌트가 주어지고, 그림 속에서 찾아내면 체크가 됩니다. 게임하면서 가장 많이 검색된 검색어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trends.google.com/trends/yis/2023/GLOBAL/에 접속하면 2023년의 인기 검색어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뉴스, 사람, 게임, 레시피, 노래 등 다양한 주제 아래 가장 핫했던 다섯 개의 검색어를 확인할 수 있죠.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모든 것을 구글로 해결합니다. AI 신봉자들은 이제 구글 검색의 시대는 가고, AI 시대가 왔다고 평합니다. 하지만, 구글의 25년은 풍부하고 호소력이 짙습니다. 앞으로 인류가 어떻게 호기심을 해결하고, 궁금증을 해소할지 두고 볼 일이지만 구글 없이 지난 25년을 논할 수 없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Etsy의 연말
온라인 쇼핑몰은 누구보다 한 해가 지고 한 해가 시작되는 것에 민감합니다. 연말 선물 시즌은 쇼핑몰의 대목이니까요. 하지만 매년 돌아오는 ‘선물 쇼핑’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가지고 있는 예산에도 맞춰야 하고 받을 사람의 취향도 반영해야 하고,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 만족할 수 있어야 합니다. 미국의 온라인 맞춤 쇼핑몰 Etsy는 이 ‘어려운 과제’에 'Mission Impossible'이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미션 임파서블 영화에 쓰였던 ost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겁니다. 사람들은 그 멜로디에 맞춰 가사를 친근하게 바꿔 부르며 선물을 고민합니다. 가사가 너무 찰떡 같이 잘 맞아 콘텐츠의 재미를 배가시킵니다.
쌍둥이 딸을 둔 아빠는 같지만 다르고, 다른 듯하지만 비슷한 딸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 선물을 고심합니다. 아빠로서의 리얼한 고민이 친근한 멜로디에 더해져 위트를 선사하죠. 결국 아빠는 Etsy에서 각각 취향이 다른 딸의 선물을 성공적으로 구매합니다.
유난히 키가 크고 요리를 좋아하는 남자친구 선물을 고민하는 여성도 등장합니다. 키가 유난히 큰 탓에 후드에 머리를 부딪히기도 하고, 기성 앞치마도 그에겐 짧죠. 하지만 Etsy에서 앞치마를 길게 맞출 수 있습니다.
6살 조카를 둔 삼촌 또한 맞춤 자켓을 성공적으로 구매하고,
선물이 필요 없다고 한사코 거절하는 아빠를 위해선 그런 아빠도 만족시킬 만한 꼭 필요한 물건을 발견합니다.
모두 네 편으로 만들어진 콘텐츠. 익숙한 노래에 공감 가는 가사, 친근한 가창은 콘텐츠의 매력을 높입니다. 절묘하게 들어맞는 일상은 보는 재미를 더해주죠. Etsy는 연말을 기념하는 재미있는 선물 콘텐츠를 중독성 있는 위트로 담았습니다.
AI가 살려낸 연말연시의 추억
미국의 크리에이티브 프로덕션, m ss np p eces는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고안했습니다. AI를 활용해서 연말연시하면 생각나는 추억들을 살려내는 겁니다. 그들은 주변인들과 스태프들에게 그들의 가장 소중한 추억을 말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레퍼런스 사진을 받고 이야기를 들은 그들은 녹음을 하고, 생성형 AI인 Runway를 활용해 11개의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어떤 영상은 예전 느낌 그대로 추억을 되살려주는가 하면, 어떤 영상은 사람의 얼굴이 일그러져 괴기스러운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게임기 Pong에 대한 추억을 얘기하는 영상은 첫 번째 시도에서 이미 완벽하게 70년대 분위기를 만들어냈지만, 랜드로버에 썰매를 매달고 눈길을 달렸던 이야기는 가장 많은 튜닝을 거쳐야 했다고 합니다.
소중한 추억은 모두 달라서, 우연히 크리스마스 즈음 지하실에 갔다가 자신이 산타클로스에게 부탁했던 선물을 발견하고는 산타가 없음에 좌절했던 이야기도 있고, 매년 아버지에게 파자마를 선물 받은 이야기, 북극 산타를 만났던 이야기도 있습니다. https://www.theholid.ai/에 가면 AI와 합작해 만들어진 11개의 에피소드를 모두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나아가 1-855-HOLIDAI라는 번호를 만들어 추억을 남길 수 있게 했습니다.
각 에피소드는 일주일이 안 되는 시간 안에 영상으로 제작이 되며, 각 비디오는 30분이 채 안 되는 시간 안에 생성된다고 합니다. 아직은 완성도가 높다고 볼 수는 없지만, AI는 가장 인간적인 홀리데이 스토리를 되살려내며 생성형 재능을 뽐내고 있습니다.
잘 끝내고 잘 시작하는 일
맥주 브랜드, 기네스는 연말용 겨울 부츠를 선보였습니다. 눈길을 걸으면 잔에 담긴 기네스 모양이 발자국으로 찍히는, 재미있는 방한 부츠입니다. 그들은 COVID19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펍을 돕기 위해, 소비자들이 그 부츠를 신고 펍을 찾기를 기대합니다.
버거킹은 많은 이들이 잦은 연말 파티로 숙취를 겪는 걸 보고, 숙취용 할인 쿠폰을 고안했습니다. 이름하여 ‘행오버 와퍼.’ 방법은 숙취에 빠진 셀피를 업로드하면 앱이 숙취 정도를 감지해 쿠폰을 주는 방식입니다. 숙취의 정도가 심할수록 할인율은 높아집니다.
연말연시엔 그때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고 캠페인이 있습니다. 기네스와 버거킹은 이때를 놓치지 않습니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연말연시를 기념하고 있습니다. 적재적소에 맞는 이야기로 늘 함께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죠.
새해가 되는 날, 전 세계는 폭죽을 터뜨리고 새해 인사를 전하고 축하를 주고받습니다. 단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맞는 새로운 해지만, 축하할 이유는 분명합니다. 모두가 새로운 결심, 새로운 기회, 새로운 희망을 맞이했으니까요.
일 년이 열두 달이고 매번 새로운 해가 온다는 건, 그래서 축복입니다.
신숙자 CD의 해외 크리에이티브 202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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