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 앤더슨은 이제 하나의 장르가 되었습니다.
영화의 색채만 봐도, 화면 구성만 봐도 그의 작품임을 쉽게 알 수 있죠. 9월 말, 월말 OTT에 공개된 그의 작품은 또 다른 ‘새로운 세계’를 보여줍니다. 우리에겐 ‘찰리와 초콜릿 공장,’ ‘마틸다’ 등으로 친숙한 영국의 아동 문학 작가, ‘로알드 달’의 단편 4편을 영상으로 만든 작품. 영화인 듯하지만 연극 같기도 한 무대 연출, 줄곧 빠른 속도로 내레이션 하는 배우들. 여전히 선명하고 화려만 파스텔톤의 색감. 그는 영화에 연극적인 요소를 더한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줬습니다.
웨스 앤더슨은 그 이름만으로도 기대감을 줍니다. 작품에 대한 설명을 보지 않아도, 많은 팬들이 그가 보여줄 새로운 세상을 기대하죠. 그가 보여주는 건 모두,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기 때문이죠.
안경이 보여주는 그들 각자의 시각
안경이 말할 수 있는 요소들은 많습니다. 편한 착용감, 소재, 가벼움, 디자인... 독일 안경 브랜드 Fielmann은 그런 장점들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안경보다 안경 뒤 사람의 시선에 초점을 맞췄죠.
자신이 키우는 근사한 말을 바라보는 남자, 놀라운 작품을 만나 압도된 채 빠져드는 미술관 직원, 기숙사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농구 경기를 즐기는 여학생, 클럽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이들, 싸움과 화해를 반복하는 커플, 어둠이 내린 밤 버스를 운전하는 드라이버, 거대한 자연으로 들어간 사람들... 모두 각자의 시선으로 각자의 세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드라미탁한 음악까지 더해져, 각자의 세상은 더 멋지게 보이죠.
그리고 자막이 뜹니다.
“모두 다른 렌즈를 통해 삶을 바라봅니다.. 우리는 그런 당신의 시선을 만듭니다.”
안경에 대해 어느 것도 설명하지 않았지만, 영상은 그 어떤 제품보다 많은 것을 전하고 있습니다. 안경을 넘어서 안경을 끼고 수많은 세상을 마주하는 다양한 이의 아름다움을 담습니다.
아디다스가 보여주는 세 가지 이야기
세계적인 스포츠웨어 브랜드, 아디다스.
하지만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아디다스를 착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일상을 즐기고 순간을 함께하는 브랜드가 됐죠. 이제 문화의 아이콘이 된 아디다스는 로고를 수정하면서, 1970년 이후 열정적인 문화의 상징이 된 그들의 시간을 영상으로 만들었습니다.
프로덕션 ‘Love Song’의 세 명의 감독이 각자 만든 세 개의 영상.
첫 번째는 아디다스의 대표 제품인 '슈퍼스타'입니다. 농구장에서 시작되는 영상은, 슈퍼스타를 처음 만났던 순간을 회상하는 내레이션으로 시작됩니다. ‘전엔 본 적 없는 것이었으며, 마치 미래를 만난 듯했다’고 얘기합니다. 그렇게 농구를 위해 만들어진 슈퍼스타는 농구장을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태권도장으로 향하는 남자의 발에도, 힙합을 즐기는 젊은이들의 움직임에도,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순간에도, 수많은 순간 슈퍼스타는 함께합니다. 아디다스는 얘기합니다.
“우리는 세상에 오리지널을 주었고, 그들은 우리에게 수많은 순간들로 돌려주었다.”
두 번째 영상은 '가젤'입니다. 가젤은 육상 경기장에서 시작된 운동화입니다. 그 점을 상기하듯 카메라는 도시 곳곳을 빠르게 달리는 여성을 따라갑니다.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듯 여성이 착용하고 있는 아다디스는 점점 현대적인 느낌으로 바뀌죠. 음악 또한 여성의 움직임에 맞춰 빠른 비트로 흐릅니다. 동시에 가젤과 함께한 ‘문화’가 자연스럽게 흘러가죠. 마치 빠르게 달려야 하는 육상처럼, 시대를 거쳐 빠르게 흐르는 일상의 속도를 함께합니다.
세 번째는 '삼바'입니다. 삼바는 다른 영상보다 좀 더 감성적입니다. 삼바가 시작된 축구장을 보여주지만 마치 춤을 추듯 삼바와 함께한 순간들이 이어집니다. ‘댄스’를 읊조리는 노래와 함께, 모든 순간 춤을 추듯 즐기는 사람들이 이어지죠.
각각의 영상은 세명 감독 각자의 시선과 유니크한 스타일이 반영됐지만, 오랫동안 함께하며 문화의 아이콘이 된 아디다스를 일관된 톤앤매너로 보여줍니다. 2분 길이의 영상은 아디다스의 문화적인 자신감, 역사, 젊음의 시그니처로서의 모습들을 훌륭하게 담아냈습니다.
세계적인 브랜드들은 늘 세계적인 브랜드만이 전할 수 있는 ‘문화’를 보여줍니다.
적십자가 런칭한 OTT 서비스
스트리밍 서비스가 많아진 요즘, 사람들은 어디를 가입해야 할지 고민합니다. OTT와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적십자 또한 새로운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으니까요. 단, 차이가 있습니다. 돈은 매달 지불하되 영상은 보지 않는 서비스입니다.
브라질의 적십자는 젊은 사람들을 타깃으로 한 아이디어가 필요했습니다. 그들이 기꺼이 기부금을 내게 하는 아이디어. 적십자는 젊은이들에게서 한 가지 특징을 발견했습니다. OTT에 가입해 매달 회원비를 지불하긴 하지만, 업로드된 콘텐츠들을 거의 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죠. 이 점을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마치 진짜 OTT 사이트처럼 만들고 수많은 영화 타이틀을 업로드했습니다. 하지만 특징은 클릭해도 영상을 볼 수 없다는 겁니다. 가짜니까요. 이들은 예고편까지 만들었습니다. 처음엔 여느 영화들처럼 콘텐츠 속 한 장면을 보여줍니다. 긴장감 있는 순간, 클라이막스의 순간, 두려움의 순간. 하지만 뒤이어 등장하는 건, 적십자 상파울루가 만든 Help Plus입니다. 회비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될 것이니 매달 후원할 수 있는 멤버십에 가입하라고 하죠.
적십자는 단순히 사람들의 정에 호소하는 것이 아닌, 타깃에 맞게 반전을 더한 아이디어를 선보였습니다. 포스터도 실제 OTT 사이트에 있는 것만큼 완성도가 높습니다. 적십자는 기부금을 모으기 위해, 현대적인 화법을 찾았습니다.
생각지 못한 것을 보여주는 힘
해가 지기 전, 햇빛이 부드러워지고 그래서 세상의 빛도 부드럽게 변하는 시간을 ‘골든 아워’라고 합니다. 지는 햇빛이 빚어내는 옐로우 톤이 모든 걸 부드럽게 만들죠. 그 빛을 닮은 ‘Gold Peak'이라는 티 음료를 만든 코카콜라. 그들은 음료의 빛깔이 연상되게 어떤 순간이든 골든 아워로 만드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습니다. 재미있는 렌즈 필터를 만들었습니다.
뚜껑 모양의 렌즈에 티를 채워서 스마트폰 카메라에 부착하는 거죠. 그러면 스마트폰엔 모든 게 마치 골든 아워처럼 해지기 전의 아련한 순간들로 변합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기록한 듯 골드 아워의 순간들이 사진으로 남죠. 티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듯, 세상의 아름다움과 함께하는 여유를 즐기라는 듯. 코카콜라는 티 음료를 내면서 또 생각지 못한 세상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생각지 못한 것을 마주할 때, 경이로움을 느끼고 압도되고 감동을 받습니다. 드라마에서의 반전, 영화에서의 숨은 결말, 들어보지 못했던 신선한 음악, 낯선 것들이 접목된 새로운 아이디어. 그래서 우리는 이런 놀라움을 보여주는 이들을 좋아합니다. 웨스 앤더슨이 늘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듯, 브랜드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내듯.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 모두의 감동이 됩니다.
신숙자 CD의 해외 크리에이티브 20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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