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나는 오래된 집에 살았다. 그런데 그 집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이야기가 옛날부터 떠돌았다. 물론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쩌면 보물을 찾으려고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보물 이야기 때문에 우리 집은 아름답게 느껴졌다. 우리집은 깊숙한 곳에 보물이라는 비밀을 감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 왕자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그저 낡고 오래되기만 한 집으로 보면 평범했겠지만,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마음으로 바라봤기에 집은 달라졌습니다. 마음은 그렇게 힘이 셉니다. 마음이 달라지면 달리진 게 아무것도 없는 것도 달라집니다. 눈에 당장 보이진 않지만 숨겨져 있는 보물을 믿는 마음. 집을 특별하게 만들고 삶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응원도 그렇습니다. 지금은 가진 게 없어 보여도, 그 안에 숨겨진 열정과 희망을 보고 힘을 보태는 응원. 숨겨진 보석을 볼 줄 아는 힘입니다. 평범한 것을 보석으로 만드는 힘입니다.
지도에 없는 맛집을 응원합니다
이제는 세계 어디를 가도 구글맵을 열면 맛집을 찾을 수도, 관광지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내가 있는 위치와 목적지까지의 거리를 분석해 대중교통 추천부터 걸어갈 수 있는 경로까지 다양한 루트를 제공하죠. 하지만 구글마저도 모르는 맛집이 있습니다. 입소문을 타며 현지인들은 많이 찾지만, 지도에선 찾을 수 없는 집. 푸드 트럭입니다. 하인즈의 멕시칸 음식 브랜드 Delimex는 이 점에 착안, 'Street View Store'를 개발했습니다.
입소문으로 유명해진 LA의 멕시칸 푸드 트럭 7군데. Delimex는 지도에 이 푸드트럭을 찾을 수 있게 추가했습니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한 달간 메뉴에 Delimex Taquitto를 이용한 메뉴를 추가하는 거죠. 숨겨진 맛집을 찾아내 새로운 고객과 이어주고, Delimex도 새로운 소비자를 얻는 겁니다. 이 캠페인은 LA의 진짜 맛있는 맛집은 대부분 작고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는 데서 출발했습니다. 실제로 그들이 얼마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는지는 모르나, 멕시칸 푸드 브랜드가 숨겨진 멕시칸 푸드 트럭을 파트너로 함께한 것은 의미가 커 보입니다. 작은 상권을 응원하고 자신들도 힘을 얻는 윈윈 프로젝트죠.
유급 인턴십을 응원합니다
9월에 등장한 여섯 개의 영상. 인턴십을 하고 있는 젊은 여성이 등장합니다.
그녀는 인턴십으로 번 것으로 집을 구하려고 합니다. 집을 구경한 그녀는 혹시 회사 기념 머그컵으로 집세를 대신할 수 있는지 묻습니다. 중개인이 당황하자 자신이 회사에서 받은 것처럼 ‘하이파이브’도 해주겠다고 하죠.
슈퍼마켓에서는 ‘감사 카드’로 음식값을 대신하려고 합니다. 인턴으로서 팀에 큰 힘이 됐다고 적은 카드입니다.
택시에선 먹다 남은 베이글과 기사의 팔로워가 되는 걸로 택시비를 대신할 수 있는지 묻습니다.
옷가게에선 취업 추천서로 자켓을 구입할 수 있는지 묻고,
자동차 대리점에선 기념 티셔츠로 차를 살 수 있는지,
카페에선 버스 카드로 커피와 머핀을 살 수 있는지 묻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 곳도 그녀의 물건을 받아주는 곳은 없습니다. 그녀가 3개월 동안 열심히 인턴으로 일한 대가로 받은 것이지만 어느 곳에서도 돈의 가치를 대신하지 못합니다. 그녀는 무급으로 일했기에 돈으로 지불할 능력이 없었던 거죠.
미국의 비영리 단체인 National Association of Colleges and Employers(전국 대학 및 고용주 협회)는 고용주와 학생들에게 유급 인턴십의 필요성을 환기시키고자 합니다. 무급 인턴십으로는 고용하지도 일하지도 말라고 하죠. 이 단체와 함께한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Zulu alpha kilo는 그들의 유급 인턴들에게 이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해 줬고, 인턴들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왔습니다. 그중 채택된 아이디어입니다.
코로나 이전에 시작된 프로젝트는 2023년인 4년 후에나 영상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죠. 그때 참가한 인턴 중 한 명은 정식 카피라이터로서 이 작업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실제 인턴들이 낸 아이디어라서 그런지, 에피소드는 유머러스하면서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3개월 동안 팀의 훌륭한 일원이었고 좋은 경험이 됐을 거라고 말하지만 다수의 기업들이 인턴들에게 정작 돈은 지불하지 않았던 거죠. 그녀를 만난 어른들은 하나같이 고용주에게 가서 받지 못한 돈을 요구하라고 권합니다.
협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무급 인턴보다 유급 인턴이 직업을 구할 확률이 높으며, 초봉도 더 높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재도 41%의 학생들이 무급인턴을 하고 있다고 하죠. 우리에게도 ‘열정 페이’란 말이 있습니다. ‘좋은 경험을 얻는 대가’로 무급으로 노동을 착취하는 걸 그럴 듯하게 부르는 말이죠. 하지만 영상에서 풍자했듯, 좋은 경험은 바로 돈이 되지 못하고, 좋은 추천서로는 빵 하나 살 수도 없습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모든 노동은 돈으로 대가를 받을 가치가 있다고. 그들의 캐치프레이즈는 견고합니다.
“Unpaid is unfair."
두 번째 삶을 응원합니다
회색빛으로 가득한 침대에 앉아있는 여성. 오레곤 주 교도소에서 3년 복역이라고 흐르는 자막. 무표정한 얼굴. 여전히 복역 중인 듯한 분위기. 카메라가 줌아웃되자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는 행복한 순간으로 이어집니다.
두 번째는 교도소 공용 식당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듯한 사람이 보입니다. 오레곤 감옥에서 5년 복역이라는 자막이 뜨죠. 역시 감옥 안의 모습인 듯 건조해 보입니다. 하지만 화면이 빠지면 가족과 요리를 하고 있는 행복한 순간입니다.
세 번째는 감옥 안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듯, 건장한 체격의 남자입니다. 아리조나 교정소에서 7년 복역이라는 자막과 함께 화려한 타투가 눈길을 끕니다.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있는 남자의 무표정에서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하죠. 알고 보면 아이와 함께 미소 지으며 운동하고 있는 행복한 가족입니다. 이들은 실제 감옥에서 복역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Dave's Killer Bread의 파트너들입니다. 그들은 직원이라는 표현 대신 파트너라는 표현을 씁니다.
Dave's Killer Bread는 창업주 또한 15년 넘게 복역한 경험이 있는 기업입니다. 그들에 따르면 미국인 4명 중 1명이 감옥에 간 경험이 있다고 하죠. 복역한 기록이 있으면 직업을 구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이 기업은 과거가 아닌 미래를 바라본다고 합니다. 누구든 과거보다는 일하는 능력으로 고용돼야 한다고 말하죠. 단순히 생계를 이어가게 해 줄 뿐 아니라 좋은 삶을 영위하기 이해 '두 번째 기회'를 줘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2005년 설립된 이 유기농 통곡물 제빵 기업은 지금까지 꾸준하게 그들의 신념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2015년엔 Dave's Killer Bread Foundation을 설립하여 철학을 공유하고 취업의 기회를 넓히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응원이 방향이 됩니다
인종차별을 없애기 위한 재단인 Courageous Conversation Global Foundation은 특별한 콘셉트카를 출시했습니다. 일단 문쪽은 투명해서 안이 다 들여다 보입니다. 운전자의 손의 위치도 명확하게 보이죠. 뭘 숨겼는지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글로브 박스도 없애고 트렁크도 없앴습니다. 터치 한번으로 생체측정이 돼 운전자의 신원이 자동으로 뜨며, 속도를 넘지 않기 위해 공기가 없는 타이어를 장착했습니다. 게다가 위험을 감수하지 않기 위해 엔진을 아예 없애버렸습니다. 뭔가 근사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달릴 수 없는 차’입니다.
이 차는 첫 번째 DWB 컨셉카라고 소개합니다. DWB는 Driving while black의 줄임말로 운전 중 만난 경찰에 의해 부당한 대우를 받는 흑인들을 의미합니다. 그들은 백인에 비해 경찰에 의해 순찰을 받는 경우가 20% 더 많고, 죽임을 당하는 경우는 세 배나 더 높다고 합니다. 디지털 프로토콜로 만들어진 이 콘셉트카는 운전하면서도 인종차별을 당하고 있는 흑인들을 환기시킵니다. 차별이 계속된다면 흑인들은 달릴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죠.
재단은 태생부터 누군가를 응원하기 위해 만들어지지만, 기업에게도 이처럼 응원하는 대상이 있어야 합니다. 지구 위 누구 하나 소중하지 않은 존재는 없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히 후원하고 관심을 쏟는 곳이 있어야 합니다. 환경이 될 수도 있고, 신념이 될 수도 있습니다.
Dove가 평범한 아름다운을 지닌 여성들을 응원하고 Patagonia가 지구를 응원하고, Nike Woman이 스포츠에서의 평등을 응원하듯, 기업의 응원은 소비자와 소통하는 철학이 되고 이미지가 되고, 세상과 나누는 대화가 됩니다. 크리에이터들은 그 응원을 더 가깝고 드라마틱하게 만들고 있죠.
누구를 응원하는지는 기업의 나아가는 방향이 됩니다.
신숙자 CD의 해외 크리에이티브 20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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