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은 오프라인 대신이었습니다. 대체재로서의 온라인은 오프라인의 감동과 생생함을 따라가지 못했죠. 하지만 이제 온라인은 그 자체로 새로운 세계가 되어갑니다. 오프라인을 대신해 온라인으로 모여들던 사람들이 온라인을 온전히 즐길 수 있게, 새롭게 개척하기 시작했습니다.
오직 초대된 사람만의 특권이었던 패션쇼는 누구나 접속해 볼 수 있는 비대면 쇼가 되었고, 유명 공연은 안방에서 적은 티켓 값을 치르고 실시간 라이브로 감상합니다. 오히려 온라인에서 더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게 화질과 사운드를 고려합니다. 오리지널 작품에서만 느낄 수 있는, 발터 벤야민의 ‘아우라’는 온라인으로 온전히 전해지지는 않지만 더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다는 긍정적인 변화를 얻었습니다. 오프라인은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제한적이지만 온라인은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가 갑니다.
기술복제가 가져왔다고 하는 ‘예술의 대중화’에서 비대면이 가지고 온 ‘경험의 대중화’.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에, 우리는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라이브 공연
아일랜드의 인디 록 밴드, the Academic. 이들 또한 다른 밴드와 같이 2021년 유럽 전역을 도는 앨범 홍보 투어를 취소해야만 했습니다. 팬데믹으로 중단된 공연. 그런 그들에게 BBDO 뉴욕과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Open the Portal은 새로운 라이브 공연을 제안했습니다. ‘구글 슬라이드를 사용한 라이브’.
말 그대로 구글 슬라이드를 사용해 스톱모션 기법의 애니메이션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며 공연을 하는 겁니다. 물론 애니메이션은 노래 가사에 맞춰 움직이고 메시지가 뜨고 사라집니다. 팬데믹 시대의 고립감과 분노, 좌절감을 담은 애니메이션은 가장 어울리는 노래로 선정된 ‘Not my summer'에 맞춰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구글 슬라이드 편집 기술로 gif 파일이 나타나 움직이고, 페이지가 바뀝니다. BBDO 크리에이터가 매일 구글 슬라이드로 작업하다 생각해냈다는 이 방식은, 올드 스쿨 감성의 플립북 스타일로 새로 태어났습니다. 지난 7월 15일 라이브로 팬들을 만났죠. 쇼가 시작되기 전 15분간 밴드 멤버들은 팬들과 짧은 소개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비로소 수많은 리허설을 거친 쇼가 시작됐죠. 라이브는 3회에 걸쳐 팬을 만났고, 이 라이브 공연을 위해 20여 명의 크리에이터들이 함께 움직였습니다. 라이브 공연은 4분 남짓 길이로 짧게 편집돼 뮤직비디오로 다시 업로드됐습니다. 그들은 이 뮤직비디오를 ‘구글 슬라이드 경험 버전’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밴드는 2017년에도 재미있는 라이브 쇼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BBDO와 함께했습니다. 페이스북 라이브의 딜레이되는 시간을 활용한 ‘라이브 루퍼.’ 마치 루프 스테이션을 사용하듯 페이스북 라이브의 연주가 딜레이되면서 반복되게 만들어 원테이크로 촬영한 쇼입니다. Bear Claw라는 곡이 이 버전을 통해 대중들에게 처음 선보였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시도하는 밴드를 보고 BBDO가 이번에도 구글 슬라이드를 새롭게 제안한 겁니다.
지금 할 수 없는 것을 한탄하는 대신 ‘지금 할 수 있는’ 재미있는 것을 찾아낸 밴드와 대행사. 이 아이디어가 밴드의 음악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좋은 효과로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두 가지 즐거움을 경험하는 법
DirecTV는 AT&T TV를 인수한 후, 스트리밍 서비스를 광고하는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테니스 스타 세레나 윌리엄스를 등장시켰죠. 영상은 남편과 아내의 대화로 시작됩니다. 남편은 아내에게 라이브 방송과 VOD를 모두 즐길 수 있다고 알려주기 위해 리모컨으로 라이브를 틀었다 VOD를 틀었다, 왔다 갔다 채널을 계속 바꿉니다. 그러다 라이브 방송에서 경기 중인 세레나 윌리엄스가 원더우먼이 방영되던 VOD와 합쳐져 테니스 라켓을 든 원더우먼이 돼 버리죠. 세레나 윌리엄스는 테니스 공을 공격적으로 발사하는 로봇에 대항해 쇼핑몰에 있는 사람들을 구합니다. DirecTV는 “당신의 TV를 합치세요”라는 메시지를 남기죠.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와 VOD 서비스가 합쳐진 걸 알리기 위해 두 콘텐츠를 섞어버린 아이디어. 단순해 보이지만 유머가 돋보이는 효과적인 아이디어입니다.
영국의 라이브 라디오 방송 팟캐스트, BBC 사운드는 ‘댄스’와 ‘릴렉스’ 두 개 채널의 새로운 스트리밍을 알리기 위해 재미있는 방법을 썼습니다. 이른바, ‘분위기를 돌리세요(Flip Your Vibe)'.
광고 영상을 재생한 채 스마트폰을 돌리면 다른 버전의 영상이 플레이되는 겁니다. 세로로 볼 땐 댄스 버전의 영상이, 가로로 돌리면 릴렉스 버전의 영상이 플레이됩니다. 세로로 볼 땐 런던의 거리가 보이고, 가로로 볼 땐 뉴욕의 거리가 보입니다. 그리고 그 거리를 춤추면서 즐기는 여성은 쌍둥이입니다. 한 명은 런던에서 한 명은 뉴욕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춥니다. 가로로 돌렸다 세로로 돌려도 서로 절묘하게 구도가 이어지며 음악이 연결되게 비슷한 구도와 스토리로 촬영했습니다. 제작팀은 이 영상을 만들기 위해 두 도시의 비슷한 거리를 찾았고, 절묘하게 두 영상이 이어지도록 만들었죠. https://flipyourvibe.com/ 에서 QR코드를 찍으면 경험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스트리밍 채널 두 개를 알리는 것이지만, 스마트폰의 방향으로 성격을 정확히 구분할 수 있게 구성해 보는 재미를 높였습니다.
두 개의 즐거움을 표현하기 위해 두 개의 경험을 만들거나 합쳐버린 브랜드. 콘텐츠를 만나는 것부터 새로운 경험이 됩니다.
루이비통이 200주년을 대하는 자세
루이비통은 올해 창립자의 200번째 생일을 맞았습니다.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 루이비통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200개의 모노그램 초를 찾아 떠나며 루이비통의 역사를 마주하는 게임을 선보였으며,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쇼윈도 프로젝트, 초상화, 소설. 다큐멘터리... 다방면에서 루이비통은 그들의 역사와 예술성을 나누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의 프로젝트는 ‘200Visionaries.'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찾은 200명의 영감을 주는 사람을 찾아 그들의 크리에이티브한 세계를 담습니다.
첫 번째는 영국에서 활동하는 나이지리아 출신 드러머 페미 콜레오소(Femi Koleoso)입니다. 영상은 감독인 펜 오밀리(Fenn O'Meally)와 드러머가 순수함, 즐거움, 아이의 마음 같은 직관 그리고 뭔가를 창조해내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경이로운 감정에 대해 나눈 대화에서 착안됐습니다. 감독은 보상을 위해 뭔가를 만들기보다는 아이의 마음을 배우고 아이처럼 호기심에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일, 연주를 하고 싶다는 내적 욕구, 깊이 몰입하는 연주가 어떻게 고결한 창조로 이어지는지 담고 싶었다고 합니다.
페미 콜레오소의 영상은 자신의 마인드에 대해 얘기합니다. 경험과 지식이 쌓이면서 만들어지는 올드 마인드. 그리고 여러 사람과 만나면서 쌓이는 경험들. 현실과 그것을 바라보는 자세가 합쳐져 만들어지는 상상력. 자신의 마인드야말로 힘이며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하죠.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이고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가 연주하는 리듬과 모노톤의 화면, 확신에 찬 목소리톤, 서로 겹쳐지는 이야기들. 이 모든 게 조화롭게 아티스트의 아우라를 담아냅니다. '명품 광고'하면 등장하는 비정상적으로 늘씬한 여성이 아니라 담담하고 리얼하게 얘기하는 아프리카 출신 아티스트. 그들이 늘 담아내던 ‘고급스러움’은 아티스트가 만들어내는 고결한 아우라로 바뀌었습니다.
루이비통은 콜레오소뿐 아니라 캐니다 래퍼인 드레이크, 미국 저널리스트 글로리아 스타이넘, LVMH의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 킴 존스도 담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온라인에 먼저 라이브된 후, 전 세계 매장에서도 상영될 예정입니다. 루이비통이라는 시각 안에서 앞으로 어떤 200명의 영감을 줄 사람들이 자신의 크리에이티브함을 표현할지 기대가 됩니다. 단순히 패션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시대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 더욱 기다려집니다.
새로운 것이 생기는 자리
팬데믹 시대를 맞으며 변화의 요구도 많아지고 속도도 빨라졌습니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유명 패션 브랜드 톰 브라운은 그들의 패션에서 아예 ‘성(性)’을 없앴습니다. 여성 옷도 남성이 입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남성의 옷도 여성이 얼마든지 즐길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대사와 카피는 절제하고 같은 옷을 입은 남성과 여성이 시종일관 등장합니다. ‘기묘한 이야기’, ‘블랙 위도우’등에 출연한 누구보다 ‘남성성’이 강해 보이는 배우 데이비드 하버는 때로는 스커트를 입고 때로는 반바지를 입습니다. 배우이자 비주얼 아티스트인 안 두옹 또한 같은 옷을 입고 ‘여성적인 옷’대한 이미지를 지웁니다. 이렇듯 패션에서도 성이 사라지는 시대입니다.
어떤 것이 사라진 곳은 무엇이든 새로운 것이 자리 잡는 장소가 됩니다. 오프라인이 사라진 곳에 새로운 온라인이 등장한 것처럼, 성이 사라지고 편견이 사라지면 어떤 멋진 모습이 자리 잡을지 기대되는 시대입니다. 그 시대를 목격하기 위해 우리는 낡고 버려지는 것들 대신 어떤 것이 들어서는지 주목해야 합니다.
새로운 시대는 그렇게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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