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세 할머니가 할 수 있는 가장 강한 행동은 뭘까요?
2020년 인도 뉴델리의 샤힌 바그에는 여성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하는 일은 평화롭게 앉아서 침묵을 지키다 돌아가는 일입니다. 이 침착하고 조용한 일을 그들은 멈추지 않습니다. 태어나 시위에 처음 참여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그들의 의지는 강했습니다. 그 시위 중심에 82세 할머니, 빌키스가 있었습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2020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이 할머니를 명단에 올렸습니다. 할머니의 힘은 쉬워 보이지만 누구나 하기 힘든 데 있었습니다. 꾸준함.
할머니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시위를 어제도 하고 오늘도 하고, 그다음 날도 멈추지 않았겠지요. 무슬림을 소외시키는 새로운 시민법에 반대하는 시위. 비록 코로나19로 중단됐지만 멈추지 않는 꾸준한 힘은 그 어떤 힘보다 강했습니다. 간디의‘비폭력 운동도 꾸준함이 있었기에 힘을 얻었던 것처럼.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칸 광고제. 100% 디지털로 열린 행사에서 28개 부문 수상작이 선정됐습니다. 수상작들은 소외된 곳에 있었고 우리가 놓쳤던 곳을 찾았고,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곳에 눈을 돌린 것이었습니다. 꾸준하게 목소리를 내는 브랜드들. 2021년 칸의 사자는 여전히 세심함을 잃지 않았습니다.
이름이 주는 고통을 찾아낸 스타벅스와 마스터카드
누구나 가지고 있고 자신을 대표하는 것, 이름. 이 이름이 왜 누군가에게 고통이 될까요? 이름은 때론 출신 지역을 드러내고, 인종을 드러내지만 또 하나의 특징은 성별을 드러낸다는 거죠. 그래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트랜스젠더.
언젠가부터 스타벅스는 음료를 줄 때 컵에 이름을 써서 제공합니다. 다행히 자유자재로 이름을 지정할 수 있으니, 실제 이름을 밝혀야 하는 어려움은 없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브라질에선 법적으로 이름을 바꾸려면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하고 비용도 많이 듭니다. 스타벅스에서처럼 자신만의 새로운 이름을 쉽게 가질 수 없는 거죠. 스타벅스 상파울로는 그들을 돕기로 했습니다.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인 3월 31일, 이름을 바꿀 수 있는 공증 사무소가 되기로 한 겁니다. 누구나 여기서 합법적으로, 무료로 이름을 쉽게 바꿀 수 있게 한 거죠. 성별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이름은 새로운 정체성에 맞는 이름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캠페인을 시작으로 상파울로에서 이름을 바꾸는 사람이 7배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스타벅스 상파울로와 대행사 VMLY&R 브라질이 함께 만든 “I Am”캠페인입니다.
칸은 이 캠페인에 글래스 라이언 그랑프리를 안겼습니다. 심사위원은 선정 이유를,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뿐 아니라 한발 더 나아가 삶을 바꾸기 위한 실질적이고 합법적인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마스터카드도 그들의 어려움에 집중했습니다. 맥캔뉴욕과 함께 만든 영상은 트랜스젠더의 어려움을 얘기하죠. 편의점에서 초콜릿 바 하나를 사도 크레딧 카드를 내밀면, 카드 위 이름과 보이는 모습이 일치하지 않아, 괴롭힘과 모욕을 받거나 심지어 공격받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그들에겐 ‘안전한 결제’가 안전하지 않은 겁니다. 마스터카드는 ‘이런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카드 위 이름을 그들이 원하는 이름으로 바꿔주기로 한 거죠. ‘진정한 이름’ 만들기 캠페인입니다. 영상에는 실제 트렌스젠더가 출연해 공감을 높였습니다. 칸은 이 캠페인에 ‘Brand Experience and Activation’ 부문 그랑프리를 안겼습니다.
그들은 ‘성소수자’로 불립니다. 소수이기 때문에 그들이 겪는 어려움은 자주 외면되곤 하죠. 하지만 스타벅스와 마스터카드는 드러나지 않는 혹은 미처 깨닫지 못한 어려움을 공감하고 배려했습니다. 브랜드들의 ‘세상의 소수’에게 보내는 관심.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극 마을이 하계 올림픽 개최에 도전한 이유
북극권을 포함해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은 보통 ‘동계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핀란드에서 가장 춥다는, 북극권 라플란드의 작은 마을, ‘살라(Salla).’ 이상하게 그 추운 마을 사람들은 동계 올림픽엔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반대되는 목표를 세웠죠. 2032년 하계 올림픽을 유치하겠다고 공언한 겁니다. 북극권에 있는 마을이 왜 동계 올림픽이 아닌 하계 올림픽에 열정을 보이고 걸까요? 답은 ‘기후 변화’에 있습니다.
살라 사람들은 2032년이 기후 변화의 전환점이 될 거라고 얘기합니다. 눈은 녹아 모래만 남을 것이고, 얼음도 녹아 호수만 남을 것이며, 겨울은 짧아질 것이고, 산에도 모든 눈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그러니 그때는 하계 올림픽을 열기에 적당한 장소라는 거죠. 그들은 실제로 올림픽 로고를 만들고, 더위에 힘들어하는 순록을 마스코트로 만들었습니다. 아티스트를 섭외해 공식 포스터를 만들고 웹페이지도 개설했습니다. 살라의 시장은 공식 기자 간담회에 나가서 연설까지 했습니다. 이 마을의 올림픽 입찰은 뉴스에서 다뤄지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진짜 희망은 올림픽이 아닙니다. 이 마을에서 하계 올림픽이 일어나는 일만은 생기지 않게 해달라고 호소하죠. 단순히 기후 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주장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행동하고 보여주고 시간을 들이는 사람들. 칸은 시장까지 참여한 ‘Save Salla 캠페인’에 ‘Entertainment Lions for Sport’ 부문 그랑프리로 선정했습니다.
유기농 농장에 투자하는 맥주
2020년, 슈퍼볼 광고로 선보인 미켈럽 울트라 퓨어 골드의 ‘6 for 6-pack' 캠페인. 미켈럽은 엄청난 미래를 약속했습니다.
점점 사라지고 있는 유기농 농장. 미국에서 유기농 농장의 비율은 채 1%도 안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농부들은 ‘순수한 자연’을 키우고 싶어 하죠. 반면 시장은 더 빨리 키우고, 더 싸게 내놓는 농작물을 요구합니다. 게다가 유기농으로 전환하기 위해선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죠. 일반 경작지가 유기농 농장이 되려면 3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농부는 그동안 팔 수 있는 농작물을 얻기 힘들고 따라서 수익도 약속받을 수 없죠. 그렇게 3년 후에 얻은 농작물조차 팔지 못할까 걱정합니다. 공식 유기농 인증을 받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든다고 하고요.
미켈럽의 퓨어 골드 맥주는 유기농 보리로 만든 맥주입니다. 그들은 농장을 유기농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방법은 맥주 6개가 든 패키지 하나를 사면 6평방 피트만큼의 땅을 유기농으로 만드는 데 지원하는 겁니다. 그들은 얘기합니다. 많은 사람이 한 번씩만 6개들이 맥주를 사도 많은 농장이 변할 것이고, 그 변화된 땅이 더 좋은 변화를 만들 거라고. 미켈럽은 단순한 지원으로 끝내지 않았습니다. 3년간 수익을 얻지 못할 농부들을 위해 그동안의 농작물을 모두 사들이기로 약속했습니다. 그것도 25%나 높은 가격으로. 미켈럽은 그 농작물을 일반 맥주 원료로 쓸 거라고 합니다. 농부들은 재정적인 도움뿐 아니라 교육과 트레이닝 도움을 얻기 위해 'Contract for change'에 서명했습니다. 변화를 만드는 약속입니다.
칸은 이 맥주 회사의 스케일 큰 약속에 PR 부문 그랑프리를 안겼습니다. 유기농 농장 전환 캠페인은 많은 언론에 다뤄졌고, 농부들의 신청을 받았습니다. 이 일은 농부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일이기에, 모두가 함께해야 변화할 수 있다고 미켈럽은 얘기합니다. 이제 소비자들의 동참만 남은 셈이죠.
가장 강한 힘은 꾸준함입니다
왜 간디의 비폭력은 강했을까요? 비폭력은 폭력을 어떻게 이길까요? 답은 멈추지 않는 겁니다. 지치지 않고, 잊지 않고, 멈추지 않는 일. 어떤 강한 힘도 멈추지 않는 것을 이길 순 없습니다.
세상은 많은 소외된 곳을 안고 있습니다. 가난한 이들, 난민, 성소수자, 차별받는 사람들... 숨겨진 수많은 곳을 안고 있기에 멈추지 않는 것 외에 방법이 없습니다. 기후 또한 일시적인 힘으로 바뀔 수 없습니다. 모두가 꾸준히 노력해야만 얻을 수 있는 변화가 건강한 자연이니까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칸은 대의적인 캠페인을 다룬 브랜드에 사자를 안기고 있습니다. 물론 마케팅 효과와 수치가 무시될 순 없지만, 단순히 크리에이티브만을 강조하는 브랜드는 많지 않습니다. 사회적 공헌이나 배려를 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마땅히 해야 할 일로 여기고 동참하는 시대.
약한 힘이 가장 강해질 수 있을 때는 멈추지 않을 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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