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sky in Media –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무라카미 하루키 여행기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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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영화가 아닌 책에서 위스키를 만나 보도록 하겠습니다.

“상실의 시대(원제-Norwegian Woods)”로 많이 알려진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모르는 사람이 없겠죠? 무라카미 하루키는 일본에서 보낸 시간보다 해외에서 보낸 시간이 많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지역에 대한 여행기도 많이 쓰고 심지어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라는 책까지 냈더군요.

여행을 즐기면서 책을 쓰는 거야말로 1석2조, 꿩 먹고 알 먹고…가 아닌가 싶네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다양한 여행기

무라카미 하루키가 다닌 곳 중에 유럽지역에서만 약 3년을 지냈다고 합니다. 이중 스코틀랜드 및 아일랜드도 다녀와 쓴 수필이 있어 이번에는 아이리시 위스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 책은 정말 짧은 여행기로 30분이면 다 읽을 수 있는데요. 그 짧은 시간이나마 스코틀랜드 아일라(Islay) 지역과 아일랜드로 순간이동을 한 기분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앞서 첫 번째 글에서는 스코틀랜드 위스키를, 그리고 두 번째 글에서는 아메리칸 위스키에 대해 소개했는데요. 다시 유럽으로 넘어와 아이리시 위스키를 소개하는 이유는 스카치 위스키, 그리고 아메리칸 위스키 다음으로 세계에서 많이 판매되는 위스키가 바로 아이리시 위스키이기 때문입니다.

네 맞습니다. 저는 지금 글로벌 시장 내 위스키 생산 국가/지역 순위대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1위 스코틀랜드, 2위 USA, 3위 아일랜드입니다. 그럼 4위는 어느 나라이고 5위는 어느 나라일까요? 4위는 일본, 5위는 캐나다입니다. 5위까지는 충분히 쉽게 예상 가능합니다. 그러나 6위와 7위는 정말 의외의 국가입니다. 최소한 7편까지는 글을 써야 궁금증을 풀어드릴 수 있겠네요.


위스키의 원조, 아일랜드

아이리시 위스키 하면 우선 위스키의 원조냐 아니냐…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이 아이리시 위스키가 위스키의 원조라고 추정합니다.

11세기에 아일랜드의 한 수도사가 지중해 지역 여행을 하는 동안 향수를 증류하는 기술을 가져와 위스키까지 만들게 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때 잉글랜드 왕 헨리 2세가 아일랜드를 침략했을 때 이미 증류된 술 종류가 존재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리고 1806년 세계 최초로 허가(License)를 받은 위스키 증류소가 아일랜드에 세워집니다. 그 증류소 이름이 바로 Bushmills 증류소입니다.


▲Bushmills Distillery & Whiskey (이미지 출처: Bushmills 홈페이지)

근데 왜 추정이고 논란이냐고요?

대부분이 문서화된 기록 증거가 없이 구전으로 전해오는 내용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1806년 세계 최초 양조 허가를 받은 증류소라는 것도 허가를 받은 것이 세계 최초라는 의미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즉, 반대로 생각하면 허가를 받지 않은 많은 증류소가 위스키를 이미 많이 제조해 오고 있었다는 말이죠.

그리고 이러한 아일랜드의 위스키 제조법이 스코틀랜드, 특히 이곳과 가까운 아일라(Islay)섬을 통해 스코틀랜드로 전파되어 현재는 스코틀랜드가 위스키 최강국이 되죠.

마치 우리의 백제, 신라의 문화가 일본으로 넘어가 그들에게 새로운 문화에 눈을 뜨게 했으나 우리보다 서양문화에 문호개방을 먼저 한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경제 규모나 산업에서 앞서게 된 것과 유사한 생각을 들게 합니다.

한 때 아이리시 위스키는 그들이 전수해준 위스키 기술로 발전된 스카치 위스키에 밀려 거의 멸종 위기까지 갔습니다. 운영되는 증류소가 불가 2~3개만 남을 때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에 지역별 개별 증류소 운영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방의 증류소들을 통합한 증류소(Irish Distillers Group)를 운영을 한 결과(*중간에 프랑스 주류회사인 페르노리카에 인수된 이후 급성장함) 아이리시 위스키가 부활하였다고 하며, 현재는 몇 개의 증류소가 각자의 브랜드를 유지하며 운영되어 세계 3위의 위상까지 올라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위스키 대량생산의 주역, 아일랜드인 Coffey

예전 위스키 제조의 전통방식은 Malt(발아된 보리, 맥아)를 사용했으며, 증류 방식도 단식 증류기(Pot Still)를 사용하여 생산량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생산된 위스키가 요즘 말하는 Single Malt Whisky입니다. 

1800년대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잉글랜드 지역에서 위스키 수요도 증가하여 위스키 제조업자들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던 중, 아일랜드 출신 이민자인 Aeneas Coffey가 1831년에 기존 증류기(단식 증류기)와 다른 연속 증류기를 발명하게 됩니다. 이는 맥아를 100% 사용한 Single Malt Whisky와 달리 약간의 맥아를 사용하여 여기에 옥수수, 밀, 보리, 수수 등 다른 곡물들을 함께 위스키를 생산할 수 있게 합니다. 이렇게 생산된 위스키가 요즘 말하는 Grain Whisky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Single Malt Whisky와 Grain Whisky를 적절한 비율로 섞어 만든 것이 Blended Whisky이고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Ballantine’s, Royal Salute, Johnnie Walker 등이 이러한 Blended Whisky입니다. (*블렌디드 위스키 대표 3총사, “발로죠”라 흔히들 부릅니다) 

   

▲Coffey Still, 다른 말로 Column Still, 연속증류기라 한다. 우측은 전통 방식인 Pot Still, 단식증류기들 (이미지 출처: thewhiskeywash.com)

아일랜드는 최초의 위스키 생산국이면서도 위스키 대량화에 기여한 인물을 배출한 국가로 위스키에 있어서는 자부심을 가지는 나라임은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Scotch Whisky와 달리 “e”를 넣은 Whiskey를 고집하는 이유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아일랜드는 그래도 사람들의 마음속에 위스키의 원조 국가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단, 그들이 영향을 미친 스카치 위스키 만큼의 대중적 명성을 받지 못할 뿐이지요.


▲대표 Irish Whiskey들 (이미지 출처: MSN lifestyle)

책 제목인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위스키 한잔을 건네고 받는 그 자체로 서로가 통할 것이다.

다른 사족이 필요 없이…

비록 한잔의 위스키이지만 그 위스키가 가진 여러 가지 역사적, 사회적 의미와 상징을 서로 이해할 수 있다면, 아마도 그 작은 한잔의 위스키로도 서로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겠죠? 생각해 보니 저는 개인적으로 몇몇 친구들, 지인들과는 위스키를 포함한 술을 언어 삼아 대화하기도 하는 것 같네요.

‘우리 광고인들의 언어는 무엇일까?’

‘만약 우리의 언어가 무엇이라면…’ 

소비자들과 소통을 잘 할 수 있을까, 클라이언트와 잘 소통할 수 있을까… 몇 가지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신만의 언어는 무엇인가요?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