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핵심 키워드는 단연 안전과 위생, 건강입니다. 코로나19가 일상의 많은 것을 변화시켰는데요.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이 백신이 개발되어도 코로나 이전의 시대로 완벽하게 돌아가긴 힘들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미 바뀌어 버린 세상에서 각자 저마다 생존 전략을 찾아야 하죠. 코로나로 인해 반강제적인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고, 그중 오프라인 베이스의 산업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는 평가입니다. 사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오프라인 공간, 특히 브랜드 판매 매장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었는데요. 프리미엄 소비문화의 확산과 온라인 구매의 증대로 많은 브랜드가 효과적이지 않은 매장들을 정리하고 체질을 개선하여 효율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과 뷰티 업계 위주로 오프라인 공간 개선들이 이루어지고 있었죠. 오늘은 현재 인기 있는 브랜드 공간들을 찾아 앞으로 맞이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오프라인 매장 활용법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더 넓고 크게, 디지털 콘셉트 스토어 #나이키 명동
늘어난 홈트족과 대세 소비족으로 부상한 MZ세대를 위한 나이키의 초대형 콘셉트스토어가 약 340평 규모로 오픈했습니다. 나이키 명동은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퓨처 스포츠 콘셉트의 스토어로 기존 비콘 스토어보다 업그레이드된 최상위 등급의 매장이라고 하는데요. 백화점에서는 이례적으로 넓고 큰 공간을 하나의 브랜드가 사용하면서도, 많은 제품을 보여주기보다는 주력 제품 위주로 쉽게 체험이 가능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체험형 공간이라는 목적에 맞게 방문 이유를 만들어주는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운영합니다. 나이키 바이유(Nike By You) 공간에서는 고객이 선택한 그래픽을 티셔츠에 프린팅하고 신발 액서서리 듀브레 레이저 각인을 해주는 등 나만의 제품을 만드는 경험을 제공하죠. 온라인으로 구매한 상품을 오프라인에서 픽업하거나 온라인 구매 상품을 오프라인에서 반품하는 ‘이지 리턴 서비스’, 사전 신청 시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일대일 우먼스 스타일링 서비스’도 운영합니다.
▲영화관과 백화점을 잇는 명품관 공간에 오픈하여 접근성을 높인 나이키 명동. 대형 LED스크린과 폴리카보네이트 소재, 다양한 색감의 조명으로 실내 디자인에서도 디지털 느낌을 살리고자 했습니다
▲고객 맞춤형 서비스 운영 데스크. 별도의 계산대 없이 매장 내 직원들이 결제를 도와주는 형태로, 자유로운 체험 후 원한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구매까지 연결됩니다
나이키는 대구에도 약 400평 규모로 오픈 예정이라고 합니다. 매장 수를 줄이되 크고 넓은 공간을 활용해 브랜드의 콘셉트와 소비자 체험 요소를 확대하여 집중 운영하려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오프라인 제품 판매가 주요 핵심 기능이 될 수 없으므로, 점포의 수보단 양질의 콘텐츠 제공을 통한 이미지 커뮤니케이션 접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브랜드 이미지 각인을 위한 공간 활용 #아더 스페이스2.0
2014년 런칭과 동시에 성장을 거듭한 ‘아더에러(ADER)’는 미적 표현을 뜻하는 ‘Aesthetic Drawing’에 사람을 뜻하는 ‘er’을 합성한 단어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편집하고 이를 공유하는 사람이 모인 집단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브랜드명처럼 다방면으로 창의적인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아더에러가 올해 6월, 홍대에 이어 2번째로 성수동에 플래그쉽 스토어 아더 스페이스 2.0을 오픈했습니다. 이곳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아이덴티티가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으로 잘 나타나 있는 곳으로, 리테일 매장이라기보다는 콘셉트 전시장 같은 곳입니다. '균열'로 생긴 차원의 붕괴, 새롭게 열리는 차원의 시공간을 표현한 이곳은 브랜드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경험 플랫폼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출입구 역할을 하는 싱크룸(좌), 전시 공간 Z-그래비티룸과 디멘션 크래프트쉽 룸(우)
방문자 확인을 위한 연락처 기재 및 출입 인원을 제한하도록 관리하는 싱크홀 룸을 지나면 균열과 차원, 커뮤니케이션을 아카이브 볼로 표현한 아카이브룸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세 번째 룸은 Z-그래비티룸으로 운석 및 우주인의 도착과 무중력 상태의 공간, 균열로 인한 사고 정지 과정을 표현하였다고 하는데요. 세 번째 공간을 지나 메인 공간 초입에 도달해서 가장 눈에 띄는 ‘디멘션 크래프트쉽 룸’은 사고의 흐름과 생각의 모험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우주선에 탑승한 느낌을 주는 피팅룸과 아더에러의 스타일링을 보여주는 스페이스 그라운드를 통해 앞서 경험한 전시와 브랜드의 직접적 만남을 만들어내고 있는데요. 공간의 콘셉트를 궁금해하는 고객들에게 SNS 채널에서 의도를 확인할 수 있게 하여 자연스럽게 온라인상의 연결점도 형성합니다.
▲우주선 내부와 같은 피팅룸(좌)과 사고의 균열과 스타일링 편집의 결과들이 표현된 제품 진열 공간 스페이스 그라운드(우)
아더에러는 오프라인에 가고 싶은 즐거운 이유를 만들고, 자연스러운 온라인과의 연결을 통해 브랜드가 지속 성장할 수 있는 발판으로 스토어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브랜드의 오프라인 진출 #무신사테라스
온라인에서 큰 인기를 끌어 성장한 무신사가 지난해 브랜드와 소비자가 직접 만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 무신사테라스를 오픈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하기 힘든 직접적인 소통을 제공하고 제품을 비롯해 다양한 경험이 가능한 곳인데요. 패션뿐 아니라 문화, 음악, 디자인, 전시 등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콘텐츠 및 무신사테라스에서만 만날 수 있는 한정판 제품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무신사는 온라인에서 출발한 브랜드답게, 온라인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오프라인에서도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운영합니다. 대표적으로 ‘체크인서비스’는 무신사테라스에서 스마트폰으로 와이파이를 활용하려 무신사 모바일 앱에 로그인하면 무신사테라스 내 스토어에서 진행 중인 기획전 정보를 확인하고 쓸 수 있는 할인 쿠폰이 발행됩니다. 또한, 기간 내 진행되는 행사 상품을 구매하고 있을 경우, 상품에 있는 QR코드를 통해 모바일상에서 구매가 가능하고 집으로 배송받을 수도 있죠. 현장에서 마음에 들어 구매하고 싶어도 종일 제품을 소지하고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망설였을 고객까지도 만족시키는 서비스입니다.
▲디자인 스튜디오 제로랩의 10주년을 기념해 무신사와 함께 마련한 ‘스툴 365’ 프로젝트. 무신사테라스에서는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 경험과 브랜드 로열티를 높이는 효과를 추구합니다
▲카페 음료 할인권, 제품 할인 쿠폰 등을 받을 수 있는 모바일 체크인 서비스와 QR코드 경험을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체험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소통을 위한 핫플레이스로 포지셔닝 #코오롱 을지다락`
장소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매력을 살리는 공간 콘텐츠로 인스타 감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를 사로잡은 곳이 있습니다. ‘이런 동네에 카페와 매장?’이라는 의문이 들 만한 골목에 위치한 을지다락은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활기가 함께 공존하는 곳입니다. 힙한 을지로, 힙지로 중심에 있는 을지다락은 을지로라는 장소성이 가지는 특징을 살리기 위해 공장지대 속 예전 건물을 그대로 유지하는 재생 건축으로 공간의 매력을 높였습니다. 코오롱FNC에서 만든 브랜드 복합 공간으로 1층에는 올모스트홈 카페 을지다방이, 2층에는 코오롱의 브랜드 5개가 모여 구성된 전시 겸 휴식도 가능한 멀티 플래그쉽 스토어가 있습니다.
▲건물 과거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되 내부 리모델링만 거친 외관(좌)과 1층에 위치한 올모스트홈 카페 을지다방(우)
▲2층 을지다락은 총 3개의 공간으로 구성되며, 방마다 을지로3가, 을지로4가, 을지로5가라는 명칭으로 개별 브랜드의 콘셉트 스토리로 운영되어 작가들과 콜라보레이션한 전시 콘텐츠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오감을 만족시키는 경험과 추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실제적인 체험을 유도하는 공간의 운영은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효과적인 수단이 됩니다. SNS상의 핫플레이스로 등극하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자발적 홍보의 매개체로 활용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죠. 을지다락은 경험을 중요시하는 세대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브랜드 홍보 수단으로 공간을 잘 활용한 예라 생각됩니다.
고객 경험을 강조하는 장소 플랫폼
서서히 일어나고 있던 온라인 전환이 코로나19를 계기로 급격하게 진행되다 보니 여러 시행착오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분명한 건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세상은 체질이 다르고 장단점이 다르기에 코로나 시대에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도 오프라인 공간과 이벤트가 모두 사라질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단지 경쟁력이 없는 곳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소멸하겠죠. 요즘 유행하는 고객을 대신해 제품을 실시간 체험하고 평가하는 라이브 커머스, 스트리밍 서비스 등은 어디까지나 '간접적' 체험이기에, 결국 작지만 알찬 브랜드 공간의 운영은 이미지를 강화하고 온라인의 한계점을 보완하는 상호 연계성을 위해 필수적이라 생각합니다. 패션과 뷰티 브랜드를 중심으로 생겨나는 체험형 공간들은 온라인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직접적 체험이라는 속성에 집중한 결과일 텐데요. 온라인 세상이 커질수록 대면을 통한 제품 판매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입어보고 먹어보고 놀아볼 수 있는 체험형 경험을 제공하는 알찬 브랜드 장소들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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