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예상보다 오래 우리 생활에 머물러 있을 듯합니다. 올해 안에 백신 개발이 어려울 거란 예상이 세계 곳곳에서 나오며, 우리가 바라던 ‘예전 일상’은 더욱 멀어졌고,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일상을 맞아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이른바, ‘New Normal’의 시대.
사실 우리의 ‘normal’은 늘 새로운 normal로 대체돼 온 역사입니다. 계급사회를 통념으로 여기다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났으며, 항일정신으로 이어지다 지금의 평등에 이르렀습니다. 시대에 따라 ‘normal’은 늘 바뀝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코로나19로 심해진 인종 간의 반목을 대처해야 하며, 서로를 위해 마스크를 써야 하며, 개개인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 생활방역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2019년까지의 생활은 이제 우리에게 다시 올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어떤 ‘normal’을 기대하고 있습니까?
환경운동 단체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은 normal에 대해 묻습니다. 과연 코로나19 이전 우리의 사회는 얼마나 ‘normal’했는지, 말하자면 얼마나 정상이었는지. 그들은 절대로 코로나19 이전의 normal로 돌아가면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과도한 이익에 집중해 기업을 운영했고, 정치인들은 거짓을 행했고, 사람들은 넘치는 욕심을 누린 예전의 normal. 전염병으로 인해 환경에 대한 중요성과 환경친화적 기업 운영에 대해 잠시 잊고 있지만 절대로 과거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5월 30일 오후 12시, ‘침묵시위’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합니다. 물론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행군하는 방법으로.
그들의 영상은 호주의 빈 거리를 보여줍니다. 빈 공원과 비어 있는 빌딩, 쇼핑몰, 지하철역,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하지만 사운드는 매우 소란스럽습니다. 듣는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만큼 요란한 소음입니다. 증권거래소의 시끄러운 고함소리, 화재를 보도하는 리포터의 뉴스, 패스트푸드를 주문하는 사람들의 소리, 블랙 프라이데이를 광고하는 쇼핑몰의 방송, 파리기후협정에서의 탈퇴를 선언하는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발표. 사람 하나 없는 공간과 달리 시끄러운 소리들이 중첩됩니다. 마치 과거의 혼동을 얘기하듯.
그들은 환경을 존중하는 ‘new normal’을 주장합니다. 우리가 저항하지 않으면 부당이득을 취하는 기업들이 예전의 정상이 아닌 정상으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 경고합니다. 그들은 #NoGoingBack이라는 푯말과 “Normal was the problem”이라고 쓴 푯말을 들고 지방 의회 앞에 모였습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에게 지구와 세상을 건강하게 만들, 새로운 경제를 재건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고.
사람과 사람 간의 새로운 관계가 필요합니다
미국은 경찰의 부당진압으로 인한 흑인의 사망으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잇달아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에서 시작한 코로나19의 여파로 세계는 아시안들에 대한 차별과 미움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트위터에 올라오는 아시안 혐오 글은 코로나19 이전보다 9배나 많아졌다고 합니다. 5월은 아시아계 미국인과 태평양 제도인들의 문화유산의 달입니다. 5월이면 그들의 문화, 전통 및 역사를 기리고 아시아계 미국인의 미국에서의 기여와 영향력을 기념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개최되지 못했습니다. 반면 그들에 대한 증오는 높아져 아시안들을 거부하는 식당이 생기는가 하면, 아시안 식당에 대한 보이콧까지 생겼습니다. 광고대행사 굿비 실버스타인 앤 파트너스는 새롭게 늘어나고 있는 인종차별에 대처하기 위해 트위터 봇을 개발했습니다. 아시안 비하 발언이나 차별적 발언이 올라오면 자동으로 댓글을 포스팅하는 형식입니다. 그들은 해당 트윗에 영상을 포스팅해, 전염병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아시아계 의료진이나 구급대원을 만나게 합니다. 그리고 ‘Respond2Racism’에 함께하자고 합니다. 미움은 미움으로 이길 수 없기에, 교육과 공감으로 해결하고자 합니다.
흑인, 아시안 그리고 세계인. 모두가 똑같이 전염병의 어려움을 겪고 있고 똑같이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서로에게 힘이 돼주고 있습니다. 이 시기가 누군가를 미워하고 배척하는 시작이 된다면 앞으로의 세상은 더 좋아질 순 없겠지요. 환경뿐 아니라 사람 간의 관계도 새롭게 만들어가야 할 시기입니다.
유쾌함은 계속 되어야 합니다
우울한 시기, 많은 브랜드들이 진중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지함만으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없습니다. 유쾌함은 진지함보다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하는 더 큰 힘이 있으니까요.
▲하인즈의 #MakingArtWithHeinz (출처: Africa vimeo)
식품 브랜드들은 좀 더 가볍고 재미있는 방법으로 전염병의 시기를 이겨내자고 합니다. 케첩 브랜드 하인즈 또한 그렇습니다. 하인즈 브라질에선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아이디어로, ‘크레이지 드림 버거’가 등장했습니다. 하인즈는 먼저 버거 그림 템플레이트, 즉 밑그림을 제공했습니다. 소비자들은 그 템플레이트에 자기만의 ‘미친 버거’를 그려내는 거죠.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면 그중 몇 개의 작품을 선정, 셰프에게 의뢰하여 그림 그대로 실제 버거를 만들어 배달하게 됩니다. ‘미친 버거’이기에 사람들이 그린 버거는 매우 다채롭습니다. 실제로 만들기 어려워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인즈는 그 버거를 그대로 재현해냅니다. 하인즈는 즐거움을 전염시키고 싶어 하며 늘 그랬듯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브랜드가 되고자 합니다.
▲ 아이들을 위한 이케아의 플레이 하우스 매뉴얼(출처: dezeen)
이케아는 가구로 아이들을 즐겁게 만드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이케아 러시아에선 집 안에 있는 가구들을 활용해 아이들이 좋아할 인디언 오두막, 동굴, 요새, 텐트, 성, 장난감 집 만드는 매뉴얼을 선보였습니다. 담요와 의자, 책, 옷걸이, 요정 모양 램프 같은 준비물로 만드는 손쉬운 방법입니다. 만든 후엔 ‘나는 이케아 하우스에 있습니다’라는 뜻의 해쉬태그와 함께 업로드하며 즐거움을 나누자고 합니다.
▲버거킹 독일의 자이언트 크라운 캠페인(출처: 버거킹)
버거킹 독일에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기 위한 자이언트 크라운을 선보였습니다. 이 왕관을 쓰면 폭이 넓어 누구도 가까이 다가올 수 없죠. 안심하고 와퍼를 즐길 수 있습니다. SNS에선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선 폭이 다소 좁다는 비판도 있지만, 버거킹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소셜 메시지로 이 자이언트 크라운을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버거킹다운 유쾌함은 늘 여전합니다.
New normal을 위해 필요한 것들
초콜릿 브랜드 캐드버리는 자가격리가 끝나도 우리가 그간 행했던 서로에 대한 친절과 관대함은 끝나지 않아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더 많이 요리하고, 전화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목요일마다 의료진을 비롯해 서로를 위해 박수를 치고. 너무나 익숙했던 일상을 처음으로 고마워했던 순간들을 유지하자고 합니다.
코로나19로 지금 우리에게 사라진 것은 많습니다. 피트니스 센터에서의 운동, 미지의 세상으로의 여행, 마스크를 쓰지 않고 만끽하던 봄바람, 야구장에서의 응원, 학교에서의 지극히 평범한 수업과 친구들과의 점심시간... 대신 새로운 것도 얻었습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더 오랜 시간,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 순간, 안전한 우리나라에 대한 고마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지는 의료시스템의 중요성.
이제는 우리가 얻은 것으로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나가는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normal이란 많은 사람이 받아들이고 실천하고 인정할 때 normal이 됩니다. 세상을 모두 멈추게 했던 전염병은 이제 모두를 다시 시작하게도 합니다. 그러기에 우리 모두, 좋은 방향으로 함께하는 내일을 시작해야 합니다. normal은 모두의 힘이 모였을 때 생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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