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경제, 귀차니즘 이코노미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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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 이상은 들어봤을 단어 귀차니스트! 아무것도 하기 싫은 순간, 나도 귀차니스트가 아닐까 고민한 적 있는 당신에게 눈이 번쩍 뜨일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최근에는 세계 경제가 이들을 주목하며 새로운 경제 트렌드까지 만들어 낼 정도인데요. 이른바 ‘귀차니즘 이코노미’라 불리는 새로운 경제 트렌드를 HS애드 블로그에서 소개합니다.

  

귀차니즘, 귀차니스트, 이따가 이따가 병

▲ 생활을 소재로 다룬 웹툰, 일명 생활툰의 시초이자 귀차니즘이란 단어를 만들고 유행시킨 스노우캣 (출처: 스노우캣 다이어리)

많이들 말하는 귀차니즘, 이 단어는 2000년대 초반 ‘스노우캣’이라는 웹툰으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만사가 귀찮다는 ‘귀찮_’이라는 단어에 행위나 상태, 특징을 나타내는 ‘~주의’라는 뜻의 ‘-ism’이 붙어 탄생하게 된 단어죠. 귀차니즘을 자주 겪는 사람을 귀차니스트라 부르는 것은 물론, 이타이이타이병에서 착안한 ‘이따가 이따가 병’ 역시 귀찮음을 겪는 사람을 형용하는 단어입니다. 

전문가들은 귀차니즘을 심리적 무력감으로 이해하기도 합니다. 2009년에 발간된 ‘대중문화사전’에 따르면, 30대는 시간이 부족하고 바쁜 일상 속에서 사소한 일들을 열외로 하는 귀차니즘을 겪습니다. 취업과 실업의 공포를 겪으며 대학 생활을 하고 사회생활 초년기를 보내는 20대도, 방과 후 학원 일정에 맞춰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10대 또한 귀차니즘을 겪는다는 주장입니다.


귀차니즘이 고쳐야 할 습관?

우리는 어릴 때부터 게으름은 고쳐야 할 습관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귀차니즘이 번거로운 과정과 불편함을 줄이는 기술의 개발로 이어진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 TV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된 TV 리모컨. 직접 이동해 채널을 돌려야 했던 귀차니스트들에게 호응을 얻으며 대성공을 거둔 유진 폴리는 1997년 미국 텔레비전 예술과학 아카데미가 주는 에미상을 수상했으며, 게으름뱅이들의 아버지라 불립니다 (출처: 샌디애고 유니온 트리뷰트)

귀차니즘으로 탄생한 세 가지 발명품으로는 TV 리모컨과 샌드위치, 페니실린이 유명합니다. 미국 TV 제조사의 기술자였던 유진 폴리는 채널 돌리기가 귀찮은 사람들을 위해 리모컨을 발명했고, 18세기 영국의 샌드위치 백작이 밥 먹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샌드위치를 만들게 됐죠.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한 페니실린 역시 플레밍 박사의 귀차니즘으로 우연히 발견된 푸른곰팡이에서 유래했습니다. 

최근에는 귀찮음을 유지하고 싶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도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음식 배달을 시작으로 필요한 물건을 사다 주거나 내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해주는 심부름 앱,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관리사 등 다양한 서비스가 귀차니스트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세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성장 중인 귀차니즘 이코노미의 국가별 특징을 알아볼까요?


게으른 경제의 원조 미국

▲ 게으른 경제의 발달과 함께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것을 제어하는 일상이 가능해졌습니다

게으른 경제의 선두주자라 불리는 미국은 2014년부터 ‘게으른 경제(Lazy Economy)’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게으름뱅이들을 서포트하고 있는데요. 게으른 사람들을 편리하게 앱으로 연결하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중 우버, 에어비앤비, WEWORK 등이 미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신생 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도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배달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사이렌 오더 등의 전자 주문으로 주문을 간소화한 스타벅스는 미국 내에서 우버 계열사인 우버이츠와 손잡고 배달까지 진행하죠. 집에서 간편히 주문하고 배달로 즐기는 커피 한 잔의 여유인 셈입니다.


▲ 조리의 혁명을 가져온 인스턴트 포트. 하나의 기계로 찜기, 발효, 압력솥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며 조리에 쓰는 시간을 대폭 줄였습니다 (출처: 아마존 인스터트 포트 상세페이지)

요리에서도 귀차니스트들을 위한 혁신적인 조리기구가 개발되었습니다. 조리의 순서를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멀티 포트가 미국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인스턴트 포트(Instant Pot)’라 불리는 이 기기 하나면 찜, 튀김, 수프, 요구르트까지 다양하게 음식을 만들 수 있어 아마존에서도 품절사례를 이어가고 있답니다.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는 중국의 란런 경제

14억 3천만 이상의 인구를 보유한 세계 인구 최다국인 중국은 경제지표를 대변하는 GDP에서 13조 6천억 원 이상으로 세계 2위를 자랑합니다. 규모만큼이나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 성장세를 보이는데, 특히 귀차니스트를 위한 항목에서 놀랄 만큼의 성장세가 눈에 띕니다. 이렇게 발전 중인 경제 트렌드를 중국에서는 게으름뱅이를 뜻하는 란런(懒人)을 위한 서비스, 즉 ‘란런 경제’라 부릅니다. 

대표적인 예로 '란런팅수(懒人听书)'는 '책으로부터 두 눈을 해방해 세상을 듣는다'는 슬로건으로 오디오북을 플랫폼을 운영 중인데요. 시간 부족으로 책을 읽지 못하는 현대인을 위해 직접 책을 읽어주는 오디오북 서비스가 인기입니다. 1만여 개의 오디오북은 3억 2천여 명의 회원들에게 ‘책을 듣는 재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 오디오북으로 귀차니스트들이 책을 듣게 만든 '란런팅수(懒人听书)' 홈페이지 캡처

중국의 귀차니스트를 위한 O2O(Online to Offline) 기업들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서비스를 확장하는 추세입니다. 음식 배달을 시작으로 심부름 서비스는 물론 복잡한 과정을 생략해 주는 생활가전들이 속속 개발되어 많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중국 최대 음식 배달 플랫폼인 ‘메이퇀와이마이(美团外卖)’에 입점한 점포는 200만 개에 달하며 회원은 2억 5천만 명, 하루 주문은 2,500만 건에 이른다고 합니다. 중국은 매월 1억 명 이상이 배달음식을 주문하는데, 2018년 기준 음식 배달시장 규모는 4,415억 위안(약 74조 2천 억 원)으로 2017년에 비해 113% 증가한 수치입니다(통계 출처: 중국 온라인 음식 주문 배달 연도 종합 분석 2019).

이 외에도 신선 식품을 배달해주는 메이르유셴(每日优鲜), 의사의 처방전 없이 구매 가능한 약을 배달하는 딩당콰이야오(叮当快药), 대신 줄을 서 주거나 대신 움직이며 잔심부름을 해주는 UU파오투이(UU跑腿)앱 등이 중국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 2단 도시락의 맨 아랫부분에 발열팩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으면 위 도시락에 준비된 재료가 끓게 되는 간편훠궈. 간편한 조리법으로 란런족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출처: 타오바오 간편훠궈 상세페이지)

서비스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귀차니스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용품도 개발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중국의 대표적인 음식 훠궈를 간편하게 먹기 위한 방법이 탄생했습니다. 불이나 그릇도 필요 없고 자체 용기와 뜨거운 물, 그리고 15분의 기다림이면 맛있는 훠궈 완성! 이와 같은 방식의 자체 발열 식품은 훠궈 이외에도 다양한 면 요리를 조리 과정 없이 즐길 수 있어 빠르게 시장 규모가 성장하는 추세입니다. 


타입별 귀차니스트 공략, 일본의 맞춤별 서비스 

일본의 경우는 귀차니스트를 세 분류로 나눠, 각각 성향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권유합니다. 이 분야는 일본에서도 성장 가능성 높은 시장으로 점쳐지며 비즈니스 모델을 늘려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합니다. 


▲ 일본에서 분류한 귀차니즘 신소비의 세 유형 (내용 출처: 닛케이 비즈니스)

이중 가장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서비스는 카 셰어링으로 일본 내 회원 수는 2017년 3월 기준 109만 명으로 3년 전보다 2배 이상의 증가치를 보입니다. 셰어러를 위한 서비스는 이전에는 시도되지 않았던 분야인 펫 셰어링까지 등장하는 등 여러 분야로 확장되는 추세입니다.

높은 효율을 최고로 생각하는 러셔를 위해 문화 체육 관련 서비스까지 변화하고 있는데요. 15분 분량의 웹드라마, 1,000자 분량의 인터넷 소설, 20분 동안 근력운동을 끝내 주는 체육관 등이 등장했습니다. 최근에는 장례식에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 시스템을 도입, 자동차에서 내리지 않고 분향과 부조를 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갖춰 러셔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 자동차에서 분향과 부조가 가능한 렉스토아이의 드라이브스루 서비스(출처: 산케이 신문)

코트라 해외시장뉴스에 따르면 솔리스트를 위한 서비스는 또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혼자 온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1인 술자리 전문 술집이나 스포츠센터가 대표적으로, 솔리스트들이 필요한 순간에 함께 즐기는 시스템과 공간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귀차니즘 이코노미, 어디까지 왔나?

귀차니스트를 위한 서비스는 한국에서도 다양하게 진행 중입니다. 손질이 다 되어있는 식재료를 주문해 출근 전에 받을 수도 있고, 칼로 깎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는 과일도 출시되어 있습니다.  

IT업계도 발 빠르게 제품 개발과 출시에 나섰는데요.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을 위한 자율 운행 의자, 손으로 끈을 묶을 필요가 없는 자동 끈 조절 신발, 사람 대신 요리를 해주는 로봇, 인터넷 통신을 활용한 음성비서 서비스까지 개발되어 귀차니스트를 돕고 있습니다. 


▲ AI 기반의 음성인식 서비스는 리모컨 없이도 가전제품을 켜고 끌 수 있는 기능은 물론, 노래 재생이나 간단한 인터넷 검색 정보까지 제공합니다

일생 생활에서의 편의를 돕는 아이디어 제품들도 인기가 높습니다. 화장을 물 없이도 지울 수 있는 클렌징 티슈, 아침에 일어나서 1분만 얼굴에 붙이면 세안과 스킨케어가 동시에 이뤄지는 마스크 팩, 뿌리면 머리 감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는 스프레이 샴푸, 걸레 대용으로 사용 가능한 청소포 등 분야와 종류를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앞다퉈 출시되며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세계가 주목하는 귀차니즘 이코노미

▲ 귀차니즘 이코노미의 대표 서비스인 음식 배달 앱. 전 세계적으로 배달 시장은 성장세를 보입니다

현대인은 직접 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 즉 귀차니즘을 마음껏 즐기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엽니다. 자신의 수요를 바로 해결하고 싶은 소비자는 앱 기반의 서비스를 선호하게 되었고, 이는 IT 기술의 발달과 함께 맞물려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사용자의 시간과 행동을 절약해 주는 서비스는 소비자의 니즈와 맞아떨어져 앞으로 더 전문적인 직종으로까지 발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술과 서비스의 패러다임을 바꾼 귀차니즘 이코노미, 과연 어디까지 발전하게 될까요? 귀차니스트들이 만들어나갈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벌써 궁금해집니다. 여기서 단 하나 분명한 사실은 ‘귀찮아도 괜찮다’는 것! 당신의 귀차니즘이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질지도 모르니까요.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