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9-10 : M세대 리포트 - 신제품 매니아, 얼리 어답터族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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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문화수색대인가, 물질주의의 노예인가
 
 
 신제품 매니아, 얼리 어답터族
 
정 의 석 | 기획12팀
esjung@lgad.lg.co.kr
 
‘신제품이 나오면 가장 먼저 사야 한다’, ‘마음에 드는 성능과 디자인을 가진 제품이 나오면 먼저
사서 써봐야만 직성이 풀린다’, ‘자신만의 관점을 갖고 자신의 논리로 제품을 분석하는 것이야말로 신세대 얼리 어답터의 특징’… 최근 부쩍 회자되고 있는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에 대한 설명들이다. 그리고 어느 틈엔가 얼리 어답터는 단순히 언론에 의해서 차용된 단어의 수준에서 벗어나, 나름의 철학을 지닌 대규모 소비집단을 지칭하는 유의미한 용어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www.earlyadopter.co.kr
첨단 디지털 미디어관련 제품은 물론 디지털 토이, 컨셉트 제품, 매니아 제품등의 전문 가이드 사이트.
메이커와 소비자 사이에서 정확한 제품 정보와 구매 가이드 역할을 담당
   
www.itrendy.co.kr
첨단 해외상품 구매대행 사이트. 노트북, 디지털카메라, 캠코더 등 첨단 전자 제품은 물론 방송장비,
음향기기 등 원하는 제품을 구매
 

몇십만 원이 넘는 휴대전화도 불과 6개월을 교체주기로 삼을 정도로 새로운 기능과 디자인에 대한 목마름을 지닌 사람들, 밥도 주지 않는데 10년 이상 살아간다는 작은 새우 3마리가 든 밀봉 어항을 사고 기뻐하는 사람들, SF영화에나 나올 듯한 헬멧을 연상시키는 개인 휴대용 냉방장치를 앞다투어 구매하는 사람들, 말하는 전자앨범, 딱정벌레 자동차 모양의 비틀 PC를 가장 먼저 구입하기
위해 나서는 사람들… 하지만 얼리 어답터를 이러한 구매 행태로만 규정짓는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얼리 어답터는 경제적으로는 부자일 수도 있지만 헐벗고 굶주리지 않는 정도일 수도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젊고 의욕적이며, 원하는 물건을 사기 위해 다른 것들을 희생해가며 저축할 정도로
구매욕이 강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첨단 디지털 제품과 유니크한 컨셉트의 제품은 가격대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부유층보다는
제품 자체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더 많이 소비된다. 그러나 얼리 어답터가 최근 들어 각광 받는 중요한 이유는 이러한 구매성향 때문이 아니다. 그들의 제품 활용 능력은 제품 리뷰와
선호도를 통해 소비자와 메이커, 양쪽 모두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들 얼리 어답터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벤치마킹이나 혹은 사용해본 소감을 단순히 설명하는 베타테스터와는 달리, 객관적인 분석은 물론 주관적이고 감성적인 영역까지 포괄해서 결론을 내리곤 한다. 단지 ‘잘 만들었다’라는 식의 평가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예술이다’라는 영역으로까지 들어가는 것이다. 한마디로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감성이 함께 깃든 리뷰’를 하는 셈이니, 이들의 주장에 흔들리지 않을 소비자가 어디 있을까. 더구나 이들의 리뷰는 대가 없이(대가가 있다면 그는 비난 받아 마땅한 사람이다) 그저 제품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 데서 비롯되니, 매우 주관적인 듯 하면서도 더없이 객관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컴퓨터 사업에서만큼은 실패를 거듭한 소니였지만 ‘들고 다니기에 자랑스러운’이라는 컨셉으로
만들어진 바이오노트북은 그 화사한 색감과 깔끔한 외관 때문에 대중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제품이 되었다. 그런데 이 제품이 전세계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게 된 것도 사실은 대중이 아닌 얼리 어답터를 대상으로 제품을 개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얼리 어답터들의 분석이다. 인터넷에서 ‘바이오노트북’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했을 때 나타나는 수많은 바이오노트북 유저 모임만 봐도 그들의
말이 전혀 근거 없지는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쯤 되면 아마도 ‘죽이지’, ‘환상이야’등의
말로 제품을 설명하는 얼리 어답터들의 그 빛나는 눈동자를 감히 거부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마치 영화를 선택할 때 영화평론가들보다는 주변의 영화광이나 네티즌의 영향이 더 큰 것처럼,
공인된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제 얼리 어답터는 전문가들보다 일반 소비자의 신제품 구매결정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세력이 된 것이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