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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인 사소함


프로복서가 헌책방에서 발견한 책을 그냥 지나쳤다면? 금광을 캐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청년이 광부들의 쉽게 헤진 바지를 그냥 지나쳤다면? 멘델스존이 고기를 포장했던 종이를 그냥 무시했다면? 아마 우리는 지금쯤 조금은 다른 세상을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은 사소해 보일 수 있는 그 순간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복서로 생활하던 안도 다다오는 중고 서점에 들릅니다. 그 곳에서 세계적 거장인 르 꼬르뷔지에의 작품집을 만나게 되죠. 그는 우연히 펼쳐본 그 책에서 예기치 않은 감동을 발견합니다. 그때부터 닥치는 대로 르 꼬르뷔지에의 책을 읽고 설계도면을 필사하면서 건축가의 길에 들어서게 됩니다. 헌책방에서의 사소한 만남이 또 다른 거장을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됩니다. 금을 찾아 금광으로 온 청년은 천막용 캔버스 천이 팔리지 않자 고심합니다. 그 때 거친 노동으로 광부들의 바지가 쉽게 헤지는 걸 발견하죠. 이 사소한 순간을 청년은 새로운 발명으로 연결시킵니다. 빠른 속도로 팔려나가는 일반 바지 대신 천막용 천으로 만든 질긴 바지를 팔기 시작합니다. 리바이스 청바지의 시작입니다. 푸줏간에서 고기를 포장했던 종이는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멘델스존은 이 사소한 종이가 바흐의 사라진 [마태수난곡] 악보임을 알아챕니다. 그가 오랜 시간 찾아 헤매던 것으로, 위대한 작품이 100년 만에 빛을 본 결정적 순간이 됩니다.  

굳이 유명한 에피소드를 찾지 않더라도 우리에겐 수많은 사소함들이 찾아옵니다. 그 사소함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사소함의 운명’이 결정되죠. 끝까지 사소할 것인지, 아니면 의미 있는 시작으로 이어질 것인지. 


사소한 일상을 다루는 라코스테의 방법 

 “Life is a beautiful sport”

라코스테의 카피입니다. 라코스테는 여느 경쟁 브랜드처럼 스포츠에서 스포츠를 찾지 않습니다. 삶이 곧 아름다운 스포츠라는 철학으로, 삶 속의 순간을 스포츠로 표현합니다. 2019년 새로 선보인 그들의 ‘아름다운 스포츠’는 끊임없이 싸우는 커플의 일상입니다.


▲Lacoste - Crocodile Inside, The Film(출처: 라코스테 공식 유튜브)

영상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커플의 싸움을 담고 있습니다. 싸울수록 언쟁은 점점 더 심해지고 감정은 극으로 치닫죠. 울려 퍼지는 에디트 피아프의 ‘Non, Je ne regrette rien(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은 그들의 감정을 극대화시킵니다. 순간 점점 커지는 언쟁에 반응하듯 천장이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곳곳에서 먼지가 떨어지고, 건물은 반으로 갈라지죠.  그들의 거리는 벌어지는 건물의 사이만큼 점점 더 멀어집니다. 바닥이 꺼지고 계단은 사라지고 벽은 옆으로 기울며 쓰러져가기 시작하죠. 이렇게 커플이 영영 이별하는 듯 보이는 순간, 여자는 남자가 있는 쪽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립니다. 쓰러지는 건물 더미에서 서로를 의지하고 잡아주죠. 그들의 사랑은 극한 상황에서 다시 시작됩니다. 

사소한 커플의 일상에서 잡아낸 스포츠적인 라이프. 영상의 완성도는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도록 몰입도를 높입니다. 동시에 강한 임팩트를 남깁니다. 끊임없이 싸우는 커플은 ‘사소한 발견’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작은 부분까지 디테일을 신경 써 완성도를 높였고,  ‘사소한 것을 사소하지 않은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라코스테의 생각은 스포츠에서 머물지 않습니다. 라코스테 브랜드 로고는 악어입니다. 하지만 5월 22일 단 하루, 10개의 플래그쉽 스토어에서 이 악어가 사라집니다. 꾸준히 이어오는 “Save Our Species(https://youtu.be/fYPZIfOVDvA)”캠페인. 5월 22일은 세계 생물종 다양성의 날입니다. 세계엔 멸종 위기에 처한 수많은 동물들이 있죠. 라코스테는 이 날만이라도 악어 대신 그들을 기념하기로 했습니다. 


▲Lacoste Save Our Species(출처: 라코스테 공식 유튜브)

파리의 플래그쉽 스토어엔 악어가 지워지고 이베리안 스라소니가 등장했습니다. 남아 있는 589마리를 반영해, 589개의 셔츠가 준비됐습니다. 런던은 예맨생쥐꼬리 박쥐입니다. 역시 남은 개체수를 반영해 150개의 셔츠를 준비했습니다. LA는 흑점 구디드 물고기, 뉴욕은 북대서양 참고래, 도쿄는 북쪽털코 웜뱃, 마이애미는 마운틴치킨 개구리, 상해는 세부 실잠자리, 베를린은 나사뿔영양, 서울은 모헬리 소쩍새입니다. 남은 개체수를 반영해 멸종 동물이 로고로 새겨진 총 3,520개의 폴로 셔츠가 판매됐으며, 간판과 윈도우 로고 또한 해당 동물로 모두 교체됐습니다. 이 날의 수익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을 후원하며,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데 쓰입니다. 

작은 제품 로고에서 응용해 동물 사랑으로 확대한 캠페인. 자신의 로고 또한 지구를 구성하는 하나의 동물임을 잊지 않았기에 가능한 캠페인입니다. 

라코스테가 보여주는 브랜딩은 그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스포츠’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콜라보레이션 제품의 인기를 다루는 이케아의 방법


이케아는 매년 유명 아티스트와 ‘아트 컬렉션’을 진행합니다. 올해로 5년째입니다. 2019년에도 어김없이 콜라보레이션 제품이 출시됐습니다. 루이비통 아트 디렉터이자 핫한 브랜드인 오프화이트의 설립자 버질 아블로, 일본의 현대 미술가 미사키 카와이, 영국 패션 디자이너 크레이그 그린, 뉴욕의 디자이너 노아 라이언과 차오자, 파리에서 활동하는 한국 텍스타일 디자이너 이슬기, 꼼데가르송의 하트 로고를 만든 필립 파고스크, 프랑스의 멀티 아티스트 슈파키치. 내로라하는 8인의 핫한 디자이너들이 이케아 러그를 디자인했습니다. 물론 리미티드 제품입니다. 각각의 러그는 디자이너의 개성을 담아 다양한 아름다움과 위트를 드러냅니다. 10만원대 후반부터 30만원대 후반까지 가격대도 이케아답게 가성비를 뽐냅니다.

하지만 기성 브랜드가 진행하는 콜라보 제품은 실제로 구매하는 데 어려움이 따릅니다. 전날부터 밤새 줄을 서기 일쑤고, 부지런한(?) 일부 사람들에게만 구매 기회가 돌아가죠. 며칠 후면 어김없이 이베이와 같은 경매 사이트에 판매가보다 훨씬 높은 금액으로 올라오기도 하고요. 이케아는 이 사소한 포인트에 집중했습니다. 그저 수익을 위해 러그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실제로 예술을 사랑하고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러그가 돌아가기를 바란 거죠. 


▲Ikea (He)Art Scanner(출처: 바이럴 정크 유튜브)

그들의 해결책은 ‘(HE)ART Scanner’입니다. 예술을 사랑하는 소비자들의 마음 척도를 스캔하는 겁니다. 일정 정도 수준에 올라야 그들은 러그를 구매할 자격이 생깁니다. 이 스캐너는 소비자가 러그를 보는 순간의 뇌파와 심장 박동수를 감지합니다. 러그를 만난 순간의 감정의 동요를 읽어내고 얼마나 그 제품을 사랑하는지도 읽어낸다고 합니다. 만일 기준에 도달하지 않으면 다른 아티스트의 작품에 시도할 수 있습니다. 벨기에의 안데를레히트의 샵에서는 하트스캐너를 이용해 일주일간 러그가 판매됐습니다. 그들은 이 이벤트를 통해, 적어도 벨기에에서만은 경매 사이트에 예술가의 러그가 올라오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나름의 공정한 방법을 통해 진정으로 러그를 원하고 사랑하는 사람만 살 수 있게 만든 시스템. 처음으로 브랜드가 모두에게 판매되기를 거부한 제품이기도 합니다.  

  

어머니의 날에 가장 필요한 걸 아는 Kraft

미국은 5월 두 번째 일요일을 어머니날로 정하고 기념합니다. 많은 브랜드들이 ‘엄마의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고 축하하죠. 하지만 Kraft는 단순히 기념하는 수준을 떠나 엄마의 속마음까지 읽어냅니다. 


▲Kraft Mother’s Day Away(출처: 크래프트 브랜드 유튜브)

엄마는 이 날, 많은 축하를 받고 만찬을 즐깁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게 있습니다. 여전히 아이들을 돌봐야 하고, 매 끼를 챙겨야 하고, 집안을 치워야 하죠. 이 점에 착안한 Kraft는 이 날을 ‘엄마가 엄마가 되지 않는 시간’으로 정했습니다. 아이들의 식사는 간단하게 Kraft로 준비해줍니다. 그리고 집을 나서서 개인 시간을 갖는 겁니다. 물론 집에 아이들끼리 둘 수 없으니 베이비시터를 불러야 합니다. Kraft는 베이비시터 고용 비용을 대주기로 한 겁니다. 5월 12일부터 19일까지 1인당 백불씩, 총 오만불에 해당하는 금액을 500명에게 제공했습니다. 오롯이 엄마에서 나로 돌아가는 시간을 선물한 거죠. 

엄마의 위대함에 경의를 표하고 감사하는 브랜드는 많습니다. 하지만 엄마의 비밀스런 속마음까지 읽지는 않았습니다. Kraft는 사소해 보이는 엄마들의 일상을 공략했습니다. 엄마의 날이 와도 엄마로서 해야 할 일들은 멈춘 적이 없으니까요. 사소한 순간에 대한 관찰이 디테일한 배려가 됐습니다.


사소한 것들은 사소하지 않습니다

Burger King: Mini Flame Grill(출처: Ads of Brands 유튜브)

터키에선 버거킹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버거킹이 없는 도시, 시놉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SNS에 왜 시놉엔 버거킹이 없는지 불만을 터뜨렸죠. 버거킹은 이 사소한 포인트를 눈여겨봤습니다. ‘미니 플레임 킹’이 개발된 이유입니다. miniflameking.com에 들어가 메뉴를 고르고 주문을 하면, 버거킹은 미니 세트를 보내줍니다. 와퍼 패키지와 크기도 생김새도 똑같은 박스에 숯을 깔고 그릴을 얹고 동봉된 소형 집게로 패티를 굽는 겁니다. 버거킹은 이 미니플레임킹이면 차 안에서도 카누에서도 사무실에서도 자유롭게 와퍼를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매장에서 먹는 것과 얼마나 유사한 맛을 낼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재미있는 아이디어입니다. SNS에 올라오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소하게 넘기지 않았죠. 반응은 핫했습니다. 미니플레임킹을 소개하는 영상은 열흘간 2만 뷰를 기록했으며, 5백만 명의 사람들이 이 이벤트를 알게 됐고, 7백만에 이르는 노출 효과를 거뒀다고 합니다. 

사소한 것은 우리가 눈여겨 볼 때 결코 사소한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늘 작은 것들에 감동하고 기억합니다. 누군가의 따뜻한 메시지, 함께 탈 사람을 기다려주는 엘리베이터, 뒤따라 들어오는 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배려... 수많은 사소함은 사람의 마음에 닿습니다. 이 사소한 것들이 쌓이면 믿음은 더욱 굳건해지죠.

브랜드는 그래서 인사이트를 중시합니다. 그 인사이트엔 수많은 사소한 순간이 보내는 신호가 있으니까요. 그 작은 요소들 중에 어떤 것을 눈여겨보고 의미를 부여할지는 우리의 몫입니다. 

사소한 것을 사소한 것으로 끝낼지 의미 있는 시작으로 만들지, 모두 우리의 선택입니다.

Posted by HS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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