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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만나기 훨씬 전 그는 가수다. 벌써 ‘산울림’ 혹은 ‘김창완’의 이름으로 음반을 낸 게 모두 13장이다. <아니 벌써>, <창문 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하고 있을 때의 그를 보노라면 TV에서 늘 보던 그 아저씨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는 연기자다. TV에서 그는 항상 어린이의 맑은 마음을 가슴에 안고 사는 어른처럼 보인다. 그러니까 그는 ‘원조 키덜트(kid+adult)’!-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쉰 살인데 표정과 말씨 모두 항상 파릇파릇하다. 조금은 어눌한 말씨, 친근한 옆집 아저씨 같은 미소. TV에서 그를 보면 항상 왠지 모를 편안함이 밀려든다. | ||||||||||
그를 만나기까지 2002년 ‘LG 김치냉장고 1124’광고를 제작하기까지 참 많은 모델 후보와 또 그만큼의 안이 물망에 오르내렸다. 다른 제품이 아닌 김치냉장고군(群)에 있어서는 LG 김치냉장고가 톱 여성모델을 앞세워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는 1위 업체를 바짝 뒤쫓는 입장이기 때문이었다. 계속되는 회의와 아이데이션 끝에 도달한 결론, ‘무엇보다도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즉, 기술력, 제품력보다는 우선 김치냉장고의 기본 속성인 ‘맛’을 이야기하자는 것이었다. 전략도 세워지고 안도 그려지며 다시 또 한번 깊은 고민을 해야 했다. 문제는 바로 모델. ‘김치 맛을 이야기하려면 아무래도 한국의 어머니로 보여지는 모델이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고정관념. 그러나 역발상이 필요했다. 김치냉장고의 전형이 되어버린 ‘여성모델을 화자(話者)로 한, 제품 자랑’에서 벗어나, 남편들이 아내에게 한번쯤은 했음직한 하소연으로 제품을 자연스럽게 부각시켜보는 것으로 결론은 좁혀지고… 그렇다면, 모델은 이 사람 밖에 없지! 바로 김창완! | ||||||||||
드디어 그를 만나다 촬영장으로 들어오는 그는 역시나 편안한 인상의 옆집 아저씨 같다. 그러나 막상 스토리보드에 대한 설명이 시작되자 그의 표정이 진지하게 바뀌기 시작한다. 드디어 촬영이 시작되고… 그의 밉지 않은 애교 어린 투정이 시작된다. 김창완스러운 특유의 정감 있는 목소리와 말투… “아니, 내가 무슨 입이 짧다고 그래? 난 김치 하나만 맛있으면 아무 말 안 합니다 뭐 대단한 것도 아니고 내 입에 딱 맞는 김치 좀 먹고 싶다는데…” 아내가 차린 식탁에 반찬이 많든 적든, 어떤 음식이든 간에 밥 한 그릇 맛있게 뚝딱 해치우는 남편, 그 착한 남편이 오늘 따라 밥상에 불만이다. 왜일까? 그 이유는 바로 ‘김치’. 한여름 더위로 팍 이제 촬영이 끝났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김창완 아저씨가 분주하다. 왜일까? | ||||||||||
드디어 촬영이 끝나다 오늘도 예외없이 촬영장에 자전거를 타고 나타난 아저씨에게 호기심 발동. 궁금함을 못 참고 아저씨한테 다가가 묻는다. “주로 자전거를 타고 다니시나 봐요?” “에너지가 절약되거든요. 스파게티 한 그릇 열량이면 10km를 가거든요”. 그의 푸릇함이 느껴지는 대답. 쉰을 바라보고 있지만 동심이 한껏 묻어난다. 바로 저런 모습이 김창완 아저씨만의 매력이 아닐까? 1차 CM이 TV에 방영되고, 사람들의 반응이 좋다. 솔직히 여성 위주의 제품이고, 여성 모델만이 주로 광고를 해오던 제품이라 불안한 마음도 조금은 있었는데, 역시 ‘역발상이 때로는 필요하구나’라는 작은 깨달음을 ‘새끼 AE’에게 가르쳐준 1차 CM. 지금은 2차 CM을 준비하며 어떤 안으로 그려내야 할지 아이데이션이 한창이다. 1차 CM을 능가할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작업이 아직 진행중에 있지만, 그래도 변함없는 생각 한 가지 - 예의 그 환한 미소로 촬영장에 나타나 열심히 연기해 줄 김창완 아저씨를 어서 만나고 싶다는 것. 김창완 아저씨, 그리고 우리 김치냉장고 11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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