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플래너로 꽤 긴 시간을 근무해 온 어느 해부터, 연말이 가까워지면 몇 가지 피하고 싶은 질문들을 받게 됩니다. 미디어 전문가의 시각에서 ‘올해 총 광고시장이 어느 정도 성장할 것인지? 내년 광고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는지?’와 같은 광고계 동향에 관한 질문들인데요.
사실 11월쯤이면 각 매체사의 내부 매출 자료나 미디어렙사들의 매체별 동향 보고서를 통해 그 해 방송 광고를 포함한 전체 광고시장을 대략 예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공식적으로 확보한 내부자료이기도 하고, 매체사 입장에서는 매우 민감한 숫자이기 때문에 기고문과 같이 공개적인 지면에서 명기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2018년 총 광고비는 전년 대비 3% 내외로 성장한 11조 5천억 원대 예상
올해 한국 광고시장을 한마디로 요약해보면 이렇습니다.
‘CJ ENM과 종편 중심의 케이블TV가 정체기에 있는 방송 광고 시장을 견인했고, 모바일 광고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광고가 전체 광고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다.’
2018년 방송 광고 시장은 ‘지상파TV와 케이블TV의 양자구도’에서 ‘Big 5 채널 중심의 다자구도’로 확고해졌습니다. CJ ENM과 JTBC는 전년 대비 10~15% 이상 광고매출이 증가하면서 각각 케이블과 종합편성 채널의 성장을 주도했습니다. 그러나 상반기 개최되었던 동계올림픽/월드컵 효과에도 불구하고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지상파TV의 영향으로 전체 방송 광고 시장은 2~3% 정도의 소폭 상승에 머물 것으로 예상됩니다.
디지털 광고는 PC보다는 모바일 광고가, 검색 광고(SA)보다는 디스플레이 광고*(DA)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전년 대비 7%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기존 영 타겟은 물론 45세 이상의 중장년층까지, 전 연령대에서 이용 시간이 증가한 유튜브가 주도한 모바일 광고는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하면서 No.1 미디어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 디스플레이 광고 (Display Ad) : 배너광고와 동영상 광고를 포함한 광고 형태.
전체 광고시장 가운데 이번 기고문의 테마인 지상파TV, 케이블TV, 그리고 디지털 동영상 광고를 중심으로 18년 미디어 이슈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Snapshot 1. 지상파TV의 위기와 새로운 기회
지상파TV는 동계올림픽과 월드컵 시점에 반짝 상승했지만, 그것을 전반적인 상승의 모멘텀으로 전환하지는 못했습니다. 광고 매출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광고 시청률이 전년 대비 평균 9% 이상 하락했기 때문인데요. 그중 광고 시청률 하락 폭이 컸던 KBS와 MBC는 작년 파업의 후유증까지 지속되면서 순수 광고 매출 기준으로 -5% 이상 하락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반면에 SBS는 주중 드라마와 주말 예능 프로그램들이 상대적으로 선전하면서 전년 수준의 광고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P2049, 10월 누적 3사 평균 광고시청률 기준)
최근 지상파TV의 광고매출 감소보다 더 걱정스러운 부분이 바로 ‘콘텐츠 파워의 약화’인 것 같습니다. 올해 들어 지상파 3사 모두 주중 드라마 라인업이 약해졌고, ‘무한도전’과 같은 킬러 콘텐츠가 사라지면서 지상파 TV의 존재감이 예전만 못해졌습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시청자 스스로 쌓아온 지상파 중심의 시청 습관까지 변화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그 무엇보다 지상파TV의 ‘콘텐츠 제작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반면에 지상파TV의 위기가 광고를 구매하는 광고주 입장에서는 반드시 나쁜 뉴스만은 아닙니다. 광고주는 방송국의 광고 시청률만큼이나 퀄리티 있는 보너스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최근의 지상파TV는 광고 시청률이 하락하는 수준 이상의 추가 보너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광고 집행 효율성(CPP)은 하락하지 않은 것입니다.
▲지상파TV 보너스 프로그램 예시 (출처 : 지상파TV 3사(MBC, KBS, SBS) 공식 홈페이지)
또한 아직은 합법화되지 않은 중간광고를 Premium CM*이라는 형태로 시행하면서 지상파TV에서도 중간광고의 시청률과 집중도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Premium CM : 기존 케이블TV의 중간광고와 유사한 형태로 하나의 프로그램을 1, 2부로 나누어 프로그램 중간에 광고를 노출하는 방식.
광고주들은 지상파TV에서 적정한 광고 효과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소 10억 이상의 광고비가 필요한데요. 종교방송이나 지역 TV 방송에까지 의무적으로 집행해야 하므로 케이블이나 종합편성 채널 대비 지상파TV 집행 자체에 진입장벽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위기가 방송사 간에 비대칭 규제를 없애고 완전한 자유경쟁 구조로 시장을 변화시킨다면, 결국 광고주는 지상파TV를 광고하기 좋은, 광고주 친화적인 매체로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지상파TV의 새로운 기회임은 분명합니다.
Snapshot 2. 콘텐츠 파워로 재편되는 케이블TV
케이블TV와 종편은 각 사에서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킬러 콘텐츠를 통해 광고매출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지상파 TV나 해외 방송 프로그램을 구매하여 재편성하는 기존의 패턴에서 벗어나, 각 사는 드라마와 오락 등의 자사 프로그램 제작에 투자하였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투자가 광고 매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를 확인한 한해였지요.
CJ ENM은 ‘도깨비’, ‘미스터션샤인’을 제작한 드라마 제작사인 ‘스튜디오 드래곤’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데요. 스튜디오 드래곤을 통한 오리지널 콘텐츠 파워는 하반기에 들어 더욱 강해졌고, 그로 인해 방송 광고 예산이 CJ ENM으로 집중되기도 했습니다. 킬러 콘텐츠의 중간광고 패키지 단가가 전년 대비 20% 이상 상승했음에도, 광고주의 관심은 여전히 킬러 콘텐츠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중간광고 패키지 단가 변화 2017년 도깨비(좌) ‘3억’ vs. 2018년 미스터션샤인(우) ‘4억’ (출처 : tvN 공식 홈페이지)
하지만 CJ ENM으로의 광고 쏠림 현상과 단가 인상은 결국 광고 효율성 악화로 이어지면서 광고주 사이에서는 조금씩 불만의 목소리가 생기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2019년 CJ ENM의 과제가 될 것입니다.
JTBC를 중심으로 한 종편 4사는 뉴스 콘텐츠 이외에도 자체 예능 콘텐츠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는데요. 그 결과, 보도 채널이라는 이미지를 걷어내고 순수한 마케팅 채널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종편 4사는 언론사의 성격이 남아있어 시청률과 관계없이 적정한 수준에서 채널 간 예산 배분을 하는 광고주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채널 별 광고시청률과 킬러 콘텐츠 보유 여부에 따라 광고예산을 배분하는 것이 당연시되었지요. 이러한 광고주의 인식변화가 종편 4사의 콘텐츠 투자와 같은 건전한 자율경쟁으로 이어지면서 전체 종편 광고 매출은 전년 대비 7~8%나 증가했습니다.
지상파 PP*와 기타 PP도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의 성공 여부에 따라 PP 간 광고 매출에 변화가 있었습니다. 특히 MBC플러스는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와 같이 다수의 자체 제작 프로그램들이 성공하면서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MBC플러스의 성장은 왜 PP들이 자체 프로그램 제작에 투자해야 하는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PP(Program Provider) : 프로그램을 제작 및 편성하여 케이블이나 IPTV에 제공하는 사업자를 의미한다. 지상파 PP는 지상파TV에서 설립한 PP로 MBC플러스, SBS 미디어넷 등을 의미한다.
tvN과 JTBC의 콘텐츠 파워는 침체한 방송 광고 시장에 경쟁을 자극하는 활력소 역할을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양사의 콘텐츠 제작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는 지상파 3사는 물론이고 종편, 주요 케이블 PP사들이 자체 제작물에 더욱 투자하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Snapshot 3. Video, and More Video (디지털 동영상 광고의 증가)
전체 디지털 광고 가운데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영역은 유튜브, 페이스북 등의 디지털 동영상 광고인데요. 디지털 동영상 광고 시장은 전 연령의 동영상 소비 증가로 2017년에 이어 2018년에도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8년 상반기 국내 디지털 동영상 광고비 비중은 유튜브 ≫ 페이스북(인스타그램 포함) ≫ 네이버, 카카오 등의 순이라고 합니다. (11월 12일, 전자신문 기준)
유튜브는 현재 디지털 동영상 광고에 있어서 압도적인 1위입니다. 필자의 중학생 아들은 무언가 궁금한 것이 생겼을 때 유튜브를 통해 검색하기도 하죠. 또한 70대의 부모님도 유튜브를 통해 당신이 좋아하는 콘텐츠만을 골라 스트리밍하시곤 합니다. 이처럼 유튜브는 10대부터 70대의 전 연령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동영상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고, 이러한 콘텐츠 파워로 인해 유튜브 체류 시간은 전년 대비 35% 이상 증가하였습니다. (코리안클릭, PC Web, 모바일 App+Web, 월평균 합산, 10월 누계)
유튜브는 전체 연령을 아우르는 압도적인 이용률은 물론 보다 세분화된 타겟팅에 특화되어 있는 디지털 매체입니다. 특히 방송 광고 중심의 대형 광고주 사이에서 유튜브를 브랜딩 광고 매체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월 광고비 규모가 주요 방송 채널 수준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유튜브는 전체 광고시장에서 유일하게 매년 40% 이상씩, 상당 기간 성장하는 매체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 초 Facebook이 ‘AutoPlay*’나 Live 중간광고 등 동영상 광고 중심으로 업데이트하면서 디지털 동영상의 새로운 강자가 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Facebook은 개인정보 유출 이슈 이후 동영상 콘텐츠 업로드 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체류 시간은 물론, UV(순 방문자)도 감소하기 시작했죠. 이는 곧 광고 매출의 정체를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Auto Play : 포털사이트, SNS 등 온라인플랫폼에서 자동으로 재생되는 광고 상품. 사용자의 가시 영역 진입 시, 동영상이 자동으로 재생되어 마케팅 메시지 전달에 효과적임.
네이버와 카카오의 대표 디지털 동영상 광고 상품은 SMR*입니다. 킬러 콘텐츠를 구좌제 형태로 판매하고, 모든 광고는 15초로 강제 노출하기 때문에 광고주 입장에서는 친숙한 광고 매체이죠.
*SMR(Smart Media Representative) : 유튜브에서 제공하지 않는 국내 방송사의 콘텐츠를 독점으로 보유한 디지털 동영상 광고 플랫폼으로 모든 방송 콘텐츠는 SMR을 통해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동영상 매체에 동시 노출됨.
이러한 SMR의 콘텐츠 파워와 집행 용이성으로 론칭 4년 만에 월 10억 View를 돌파하면서 성공적인 상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방송 콘텐츠 트래픽이 정체하면서, 광고비가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설 전망입니다.
2019년 디지털 광고 플랫폼들의 전략은 하나로 모일 것입니다. 디지털 동영상 광고의 성패도 결국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s)’의 보유 여부에 따라 좌우될 텐데요. ‘Video and More Video’도 결국, Content 강화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습니다.
2019년 방송 광고 시장은 Contents and more Contents
MBC는 최근 사내게시판을 통해 ‘콘텐츠 중심의 글로벌 미디어 그룹으로의 재도약을 준비하며’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2019년 방송 광고 환경에서 너무나 공감되는 내용이라 이번 기고문의 맺음말로 갈음하고자 합니다.
“미디어 시장이 국경과 매체를 뛰어넘어 경쟁의 소용돌이에 빨려들고 있고, 시장 리더들은 플랫폼을 장악하고 제작 요소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고 있다. 그에 비해 우리의 성장 엔진은 낡았다.”
이러한 내부 진단을 내리고,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MBC가 선택한 타개책도 결국은 콘텐츠 투자의 확대였습니다.
결국 2019년 방송 광고 시장은 ‘킬러 콘텐츠’가 결정지을 것이다. - Contents and more Contents
(출처: 광고계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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