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HS애드를 견학하고자 하는 학생들 사이에 화제가 되는 인물이 있습니다. ‘그분의 강의를 꼭 듣고 싶다’는 요청이 폭주하고 있다는 소식인데요. 그 주인공은 바로 2016년 SSG.COM ‘쓱’ 캠페인에 이어 최근 '쓱어'로 유명한 SSG.COM 광고를 만든 박인규 CD입니다. CD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쯤 미술 선생님을 하고 있을 것 같다며 환하게 웃는 이 사람. 박인규 CD를 HS애드 블로그에서 만났습니다.
‘재미’를 찾아 광고를 시작한 사연
13번째 CD열전 주인공인 박인규 CD는 무려 18년 차 광고인입니다. 미대에서 디자인을 전공해 아트 디렉터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와 광고의 만남은 정말 ‘우연’ 그 자체였다고 합니다.
“대학생 땐 그야말로 ‘아싸’였어요. 성적도 그저 그랬고, 광고 공모전에 나가는 친구들보다 잘하는 게 하나도 없었죠. 그러던 시기에 우연히 광고회사에서 인턴을 시작하게 됐어요. 아니 그런데 이게 웬걸? 매번 새로운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광고가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아트 디렉터로 근무할 때도 재밌었고, CD로 팀을 지휘하는 지금도 너무 재미있어요. 그 ‘재미’가 저를 지금까지 끌고 왔네요.”
재미에 이끌려 시작했던 일은 결국 천생연분으로 밝혀졌습니다. SSG.COM ‘쓱’ 캠페인으로 일약 스타로 떠오른 박인규CD. 주변에서도 ‘대박’의 비결을 많이 묻는다고 하네요.
“저는 게임처럼 다양한 미션을 클리어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좋은 생각, 좋은 광고가 나왔다고 이야기해요. 제가 천재적이라서 뚝딱 만들어낸 것이 아니거든요. 주어진 과제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과 회의, 아이데이션을 거쳐 광고에 꼭 맞는 크리에이티브를 찾아내죠.
톡톡 튀는 크리에이티브의 영감은 어디에서 얻냐고요? ‘나에게 영감을 준 내 인생의 OOO’이라거나‘광고인의 가슴 속 마스터피스’라고 할 만한 작품은 사실 없어요. 저는 한 분야의 ‘덕후’가 아닌 수박 겉핥기 스타일입니다. 퇴근 후에 넷플릭스와 만화책, 최신 영화, 게임, 레고 등을 즐기기는 하는데, 누구나 쉽게 즐기는 일상적인 것들이죠. 누군가 좋아하는 작품을 물어보면 <모던 패밀리>, <빅뱅이론> 같은 미드나 <스타워즈> 등의 판타지 작품을 말하기는 합니다. 한편으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따뜻하고 깊이 있는 일상 드라마도 좋아하고요. 취향의 양면성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때때로 앓는 두통처럼, 광고인이라면 누구나 일이 힘들어지는 순간을 겪곤 하는데요.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스타일의, 박인규 CD는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제 성격이 긍정적인 편이에요. ‘모든 것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타협도 잘 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는 조금 덜 받죠. 그래도 광고하는 사람은 다 마찬가지일 텐데, 아이디어가 막힐 때 가장 힘들어요. 그럴 때 혼자 끙끙 앓기보단 팀원들과 같이 수다 떨면서 아이디어를 찾아내곤 합니다. 그 외에는 눈 높은 광고주를 설득할 때가 힘들어요. 하지만 좋은 광고주가 좋은 광고를 만든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설득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많이 배우곤 합니다. 힘들 때도 많지만, 광고를 만드는 건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었을 때의 쾌감과도 같아요. 18년 차인 지금도 공부하는 학생의 마음으로 광고를 만들고 있죠. 선배 CD 분들께 아직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겸손하게 말을 아끼는 박인규 CD이지만, 눈길을 사로잡는 크리에이티브로 많은 소비자와 광고주의 공감을 얻고 있는 ‘능력자’이기도 합니다. 그의 대표작들을 만나볼까요?
톡톡 튀는 크리에이티브로 ‘시선 강탈’
박인규 CD는 지금까지 작업한 프로젝트 중 SSG닷컴의 ‘쓱어’와 알바천국의 ‘알바선진국’ 캠페인을 가장 기억에 남는 광고로 꼽았습니다.
“SSG 닷컴은 눈이 높으면서도 톡톡 튀는 시선을 가진 광고주예요. 2016년 처음 ‘SSG=쓱’ 캠페인을 진행할 당시, SSG 닷컴이 쇼핑몰 중에서도 인지도가 낮은 후발주자였던 만큼, 새로운 화법으로 세상에 없던 새로운 쇼핑몰임을 어필하고 싶어했죠.
그리고 올해 진행한 ‘쓱어’ 캠페인의 경우 ‘세상에 친절한 광고가 너무 많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극장에서 영화 상영 전 보여지는 광고 중, 극장을 나설 때 기억나는 광고가 몇 개나 있으신가요? 소비자의 뇌리에 기억되지 않고 사라지는 광고들이 많은 시대에 조금은 친절하지 않은 광고가 어떨까 싶었어요.”
크게 히트한 ‘쓱’ 캠페인에 이어 2년만에 선보인 ‘쓱어’ 캠페인! 그에 대한 광고인과 소비자들의 관심 역시 높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디지털 매체 조회수도 1,200만을 훌쩍 넘겼습니다. SSG 닷컴과 박인규 CD의 만남 #식석갓세(신선한데)!
자세한 제작 의도를 박인규 CD에게 직접 들어보았습니다.
“ ‘ㅅㅅㄱ’로 모든 자음을 대체한 ‘쓱어’ 캠페인을 처음 준비할 당시에는 언어 규칙을 설명하는 등 조금 더 친절한 버전도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광고주와 회의하면서 ‘더 가보자’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어요. 저 역시 ‘무난하다’보다는 ‘너무 갔다’를 칭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이번 캠페인이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10대 사이에는 ‘도깨비말’이 유행하기도 했잖아요? ‘쓱어’가 일종의 SSG 닷컴과 고객 사이에 나누는 도깨비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글의 조형 원리를 활용해, 자음을 대체한 ‘암호문’이라고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시크한 표정으로 ‘쓱어’를 연발하는 모델 공유와 공효진의 연기력도 이번 캠페인의 챠밍 포인트 중 하나였는데요. 촬영 현장에서도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있었다는 사실!
“공유와 공효진이 처음에는 ‘쓱어’를 많이 어려워해서, 빵빵 터지는 NG가 많았어요. 하지만 조금 뒤에는 무대 뒤편에서 서로 ‘쓱어’로 대화하고 있더라고요. 처음 콘티를 보고는 ‘아니 다음엔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라며 저를 나무라는(?) 일도 있었답니다(웃음).”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보는 듯한 아름다운 색감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죠? 실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촬영을 맡았던 로버트 예맨(Robert Yeoman) 감독과 아트 디렉터 제랄드 설리반(Gerald Sullivan)이 직접 참여해 환상적인 그림을 그려냈답니다.
“SSG닷컴 ‘쓱어’ 광고 전편을 이들과 함께 했어요. 저에게는 국내와 해외 스탭의 촬영 스타일 차이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공유와 공효진의 등 뒤로 명화가 큰 액자에 걸려있는 광고 보셨나요? 잘 보면 그림 속 인물의 얼굴이 공유와 공효진으로 바뀌어 있는데, 눈치 채셨는지 모르겠어요.(웃음)”
박인규 CD가 언급한 또 하나의 작품은 바로 작년을 뜨겁게 달군 알바천국의 ‘알바선진국’ 캠페인입니다. ‘알바돌’로 알려진 김세정이 등장해 ‘알바가 좋은 나라도 만들어 주실 거죠?’라고 말하는 이 광고는 지난 해 5월 장미 대선 시즌에 온 에어되어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저는 사회적 상황 역시 크리에이티브의 소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적절한 타이밍에 활용해야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그때 비로소 좋은 광고가 되죠. 알바천국의 ‘알바선진국’ 캠페인은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린 장미 대선 시즌, 뉴스 전후에 노출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당시 분위기에 발맞춘 빠른 캠페인 기획과 광고주의 판단이 모여 시즈널한 광고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할 말이 없다며 수줍어하면서도 광고에 관해 이야기할 땐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는 박인규 CD. 그는 지금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며 광고의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최근 작업 중인 프로젝트 근황도 들어볼까요?
“동음이의어를 활용해 좋은 반응을 얻었던 SBI 저축은행 ‘중금리 체조’ 캠페인을 기억하시나요? SBI저축은행도 제가 진행한 프로젝트입니다. 요즘은 SBI 저축은행과 함께 ‘은행 저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암수가 따로 있는 은행나무 중 ‘암 은행나무’는 떨어진 열매에서 나는 냄새로 기피 대상이지만, 공기 정화에는 그만한 나무가 없거든요.
여기서 중요한 점은 열매를 밟지 않으면 냄새도 나지 않는다는 거죠! 이 캠페인은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올림픽 대로에 은행나무 숲을 조성하는 프로젝트예요. ‘저축은행’과 함께하는 ‘은행 저축’ 프로젝트라니, 말도 재미있고 취지도 좋아 즐겁게 진행하고 있답니다.”
몇 가지 사례만 들어 봐도 박인규 CD의 작품들이 ‘재미 그 자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톡톡 튀는 크리에이티브의 비결을 묻자 박인규 CD는 팀원들에게 그 공을 돌렸는데요. ‘팀이 없으면 박인규 CD도 없다’고 말하는 최강 드림팀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금의 박인규 CD를 만든 최강의 팀
박인규 CD 인터뷰의 특징은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이 ‘팀’으로 귀결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는 과제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마다 팀원들과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최고의 크리에이티브가 탄생한다고 언급했습니다.
“던져진 고민에 대해 1차적으로 각자 생각하는 내용은 사실 거기서 거기예요. 하지만 수다를 떨다가쭈뼛쭈뼛 ‘이런 건 또 어떨까요?’하고 주고받는 아이디어 중에 오히려 재밌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수다를 떨다 나온 생각들이 모여 화학작용을 일으키고, 그런 과정을 통해 최고의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저희 팀이 좀 시끄러운 편이에요(웃음). 다른 팀으로부터 시끄럽다는 항의가 많이 들어옵니다. ‘집단 지성’은 ‘수다’ 중에 제대로 발휘되는 것 같아요.”
▲ (왼쪽부터)박지연 책임CW, 박인규CD, 유영민 선임AD, 최다은AD, 정원준 선임CW
팀워크 하나는 정말 끝내준다는 박인규 CD 팀, 회의를 아주 짧게 해서 팀원들이 특히 좋아한다는데요.
“회의를 자주 하지 않고 빨리 끝내는 것도 장점이라고들 해요. 하나의 안건에 많아야 2번 정도의 회의를 하고, 빠른 결정을 내리죠. 제가 잘 타협하는 성격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해요(웃음).”
팀을 중요하게 여기는 그답게, 팀을 대하는 자세도 조금은 남달랐습니다.
“이 회사에서 제일 좋은 팀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모든 팀원이 다 즐거웠으면 하죠. 물론 의견이 삐걱하거나 힘들어할 때도 있어요. ‘CD님 어떡하죠?’라는 조바심에는 영화 ‘인터스텔라’의 명대사처럼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래 왔듯이!’라고 대답해요. 모든 건 시간이 해결해줄 테니까요. 혼자 끙끙 앓기보다는 무조건 같이 이야기하자고 합니다. 팀원들 간의 대화를 통해 좋은 아이디어가 늘 떠오르곤 하니까요!”
본인을 한마디로 표현해 달라는 질문에 그는 ‘박인규 CD는 솔직한 친구다!’라고 답했습니다. 친구야말로 팀워크에서 크리에이티브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라고 말이죠.
“저는 거짓말을 잘 못하는 성격입니다. 팀원들에게 모르는 건 모른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거든요. 그리고 제가 솔직해질 때 비로소 팀원들이 내 편이 되어 줍니다. 친구처럼 솔직한 심정을 내비쳐야 팀원들도 가감 없이 의견을 이야기하고, 그때 비로소 아이디어의 화학작용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솔직담백한 박 CD의 이야기를 들으며 팀원들이 믿고 따르는 그의 인간성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그가 생각하는 ‘좋은 광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브랜드의 본질을 살리는 광고
“제가 생각하는 좋은 광고는 그 브랜드의 특색이 살아 있는 광고입니다. 유행을 따라가는 광고는 유행을 따라 흘러가게 마련입니다. 광고주에 딱 맞춘 최적의 전략과 크리에이티브가 있어야 비로소 그 광고가 힘을 얻는다고 생각해요. 그런 차원에서 광고주를 위한 솔루션을 찾는 힘이 우리 회사의 큰 경쟁력이에요. 그리고 전략단이 해답을 내놓으면 제작팀이 회의를 거쳐 적합한 크리에이티브를 찾아내게 되죠. 브랜드의 장단점을 날카롭게 분석해 ‘남들이 놓치기 쉬운 특색’을 잡아내는 것이 우리 회사의 DNA이고, 좋은 광고 캠페인을 많이 만들어낸 비결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요즘 사람들은 ‘광고를 피하는 방법’을 많이 알고 있어요. 좋은 광고를 만들고 다양한 시도를 해도 묻히는 경우가 많죠. 그럴 때 사람들이 찾아보게 하는 것이 ‘크리에이티브가 가진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SSG 닷컴 ‘쓱어’ 캠페인의 예를 들자면, ‘응? 무슨 소리지?’하고 낯선 느낌에 주의를 기울이게 하는 거죠. 불완전 이해를 더 잘 기억하는 ‘자이가르니크 효과’처럼 말이에요. 이번 ‘쓱어’ 캠페인 이후 매출에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광고인은 튀어야 하고, 남다른 점이 있어야 한다’는 편견을 싫어한다는 박 CD는 광고인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조언을 남겼습니다.
“광고인이 특별하고 남다른 시선을 가져야 한다는 ‘편견’을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모두 다른 시각을 갖고 있거든요. ‘새로운 시선을 갖고 싶다’고 결심하는 순간 고리타분해질 수도 있어요. 오히려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그에 집중해서 장점을 발전시키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뭘 잘하는지, 못하는지를 알게 되면 거기서 ‘나만의 특색’을 발견하기도 쉬워집니다. 가장 ‘나다운 것’이야말로 가장 창조적인 경우가 많으니까요.”
다소 어려운 질문에 ‘해줄 말이 없다’고 하면서도 솔직담백한 조언을 아끼지 않은 박 CD. 그는 어떤 어려운 과제가 주어지더라도 팀원들과 함께라면 ‘늘 그래왔듯’ 답을 찾아낼 것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이들이 창조해 낼 크리에이티브가 더 궁금해지는 이유가 아닐까요? 박인규 CD 팀의 맹활약, 앞으로도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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