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비현실의 조화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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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비현실은 대척점에 있는 단어입니다. 현실에 일어나지 않을 일들만 비현실적인 세계에 존재하니까요. 하지만 때론 비현실이 현실을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기도 합니다. 비현실적인 존재에 현실적인 의미를 더해주면 또 다르게 보이기도 하고요.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비현실적이라고 느끼면서도 동시에 ‘현실에서의 큰 행복’을 느끼는 것처럼, 비현실과 현실은 밀접한 연관성을 보여줍니다.

비현실은 때로 현실을 더욱 적나라하게 혹은 더욱 감동적으로 느끼게 하는 장치가 됩니다.


비현실적인 아프리카가 보여주는 현실

▲‘Over and Above Africa’ Film (출처 : Kerry David 공식 유튜브 채널)

미국에서 시작된 ‘Over and Above Africa’ 그들은 멸종돼가는 아프리카의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거창한 도움이 아니라 누구나 ‘참여 가능한 자선’을 표방하고 있죠. 넓은 아프리카 땅에 서식하고 있는 동물들을 보호하려면 여러 사람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합니다. 광고는 무분별한 밀렵으로 위기에 처한 아프리카의 현실을 임팩트 있게 드러내고, 적은 기부로 동참하길 바라는 의도로 만들어졌습니다. 가장 비현실적인 아프리카를 보여줌으로써 현실의 아프리카를 돕기 위해.

광고는 드론의 시선으로 이어집니다. 햇빛 부서지는 들판의 얼룩말 무리는 ‘눈부심’, 달리는 기린은 ‘탑’, 아름다운 핑크색 홍학은 ‘현란함’, 엄청나게 많은 물소 떼에겐 ‘비현실’이라는 시적인 이름을 붙였습니다. 일관되게 드론의 시선으로 보이는 아프리카는 때론 매우 잘 빚은 작품처럼, 때론 추상화처럼 등장합니다. 아프리카의 아름다움을 완성도 높은 시선으로 담아낸 영상은 밀렵하는 사람들로, 처참하게 쓰러진 동물들로 이어집니다. 그 끔찍한 장면엔 ‘학살’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들에 의하면 드론을 통해 밀렵을 감시할 경우, 동물의 생존율을 80%로 올릴 수 있다고 합니다. 한 달 5달러면 함께 아프리카 야생동물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하죠. 넷플릭스보다 저렴한 가격이라고 강조합니다.

너무나 아름답고 비현실적으로 보이기에 더 소중해 보이는 아프리카. 그래서 피 흘리며 쓰러진 코끼리의 모습은 더 아프고 충격적으로 보입니다. 그들이 찾은 해결책은 드론을 통한 감시와 보호. 사람들의 동참을 늘리기 위해 광고 또한 드론으로 아름답게 담아냈습니다.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이야기를 보여주는 P&G

▲Vicks, One In A Million ‘Touch Of Care’ (출처 : Vicks India 공식 유튜브 채널)

어떤 작품이 ‘현실’ 그대로를 다룰 땐, 그 현실이 주는 울림이 매우 강할 때입니다. 현실에서 일어날 것 같지 않지만, 현실이기에 더욱더 놀라운 이야기. P&G의 의약품 브랜드 Vicks는 트랜스젠더인 엄마와 그녀에게 입양된 딸의 이야기로 ‘누구나 보살핌(touch of care)을 받을 가치가 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여전히 트랜스젠더는 사회로부터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소외된 계층에 속하니까요. 2017년 3월에 온에어한 이 이야기에 이어 올해 역시 ‘Touch of Care’캠페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엔 희귀 피부 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소녀는 선천적인 피부 질환을 앓고 있습니다. 육안으로도 피부가 불에 덴 것처럼 상처나 있기에 사람들은 소녀를 피합니다. 백만분의 일의 확률로 걸리는 병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소녀는 그녀의 엄마야말로 백만분의 일의 확률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엄마’라고 합니다. 가까이 오는 친구가 없는 데다 늘 특별한 케어를 해주어야 하기에 소녀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관심과 보호가 있어야 합니다. 엄마는 몇 배 더 공을 들여 아이를 키웁니다. 그렇게 자라온 소녀는 자신의 삶도 다른 사람처럼 희망과 꿈과 노력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합니다. 병은 일부일 뿐이라고 말하죠. 그리고 밝힙니다. 이렇게 건강한 삶을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 17년 전 두 사람의 선택이 자신의 삶을 바꿨다고 합니다. 소녀는 17년 전 입양된 아이입니다.

태어난 지 2주 만에 버려진 아이. 친부모도 보살피기 힘든 장애를 안고 태어났지만, 양부모의 관심과 사랑으로 자라온 소녀. 인도에서 2천 9백만이 넘는 고아 중, 장애를 가진 상태로 입양된 아이는 고작 42명뿐이라고 합니다. P&G는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여주며 누구나 ‘touch of care’를 받을 가치가 있다고 말하죠.

장애를 가진 아이를 입양해서 누구보다 더 행복하게 가족을 이룬 이야기는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사례이기에 더 강한 울림을 줍니다. P&G는 계속 비현실적인 현실의 이야기를 빌려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실에서 찾은 모나리자 미소의 비밀

▲AMF, ‘Leendet – 90’ (출처 : AMF 공식 유튜브 채널)

모나리자의 신비한 미소를 그린 레오나르도 다 빈치. 스웨덴의 연금 기관 AMF는 그 미소의 비밀을 찾아냅니다.

장소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모나리자를 그린 16세기 스튜디오. 모나리자는 전문 모델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다소 거만하며, 표정은 지루함이 가득하죠.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그녀를 웃게 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야기는 길지 않습니다. 그녀가 모델료 외에 따로 돈을 더 받게 될 거란 얘기가 전부입니다. 지루해하던 그녀는 솔깃해하죠. 처음으로 관심을 보입니다. 레오나드로 다 빈치는 그게 바로 ‘근로 연금’이라고 말합니다. 뜻밖의 수입을 얻게 된 모나리자는 보일 듯 말 듯 엷은 미소를 짓습니다. 순간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그 미소를 포착해 걸작을 그려내게 되는 거죠. AMF가 말하는 모나리자 미소의 비밀입니다.

늘 아름다운 미소로 세기의 걸작으로 꼽히는 모나리자. 그 비현실적인 미소가 생긴 데는 지극히 현실적인 기쁨이 만들어냈다는 데 착안한 광고. 연금이 주는 만족도를 모나리자를 통해 극대화했습니다.


현실로 찾아온 비현실적인 우주

▲ 록히드 마틴, ‘The Challenge Box’ (출처 : McCann Worldgroup New York Vimeo)
https://vimeo.com/294803397

세계적인 군수업체이자 항공우주산업을 개척해가고 있는 Lockheed Martin. 2016년 어린이들을 화성 탐사 여행으로 이끈 VR로, 칸에서 총 19개의 라이온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그들의 상대는 공대 대학생들입니다.

2018년 9월 사흘간, 버지니아 공대 캠퍼스엔 14피트 높이에 6톤에 달하는 박스가 나타났습니다. 박스 스크린엔 공대생들의 흥미를 끄는 문제가 게재됐죠. 문제를 푸는 사람만이 박스 안으로 들어갈 기회를 얻는, 일종의 수수께끼였습니다. 록히드 마틴에 따르면, 실제 자사의 엔지니어들이 위성 통신을 위해 해결해야 했던 문제로, 대학생이 풀기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우주 방정식이라고 합니다. 거대한 박스를 발견한 900명에 달하는 학생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기 시작합니다. 학생들은 수많은 답을 시도해 봅니다. 하지만 록히드 마틴의 보상을 받게 된 학생은, 정확하게 문제를 푼 세 명의 학생입니다. 그들은 학교로부터 일만 달러의 상금을 받았을 뿐 아니라 록히드 마틴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박스 안에 숨어 있던 또 하나의 상. 문제를 풀면 박스의 문이 열리고, 박스 안엔 무한한 우주를 경험할 수 있는 360도 홀로그램 세계가 열리는 거죠. 어린이들이 스쿨버스에서 화성을 탐사했던 것처럼, 한정적인 박스 안에서 무한한 우주를 만났습니다. 록히드 마틴은 이 문제로 입사 인터뷰를 대신했습니다.

현실의 박스 안엔 비현실적인 우주가 들어있고, 그리고 그 사이에는 또 풀기엔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퀴즈가 있습니다. 우주를 상대하는 기업으로서 현실과 비현실을 적절히 섞은 이벤트. 이 박스는 버지니아 공대뿐 아니라 또 다른 문제로 미국 전역에서 학생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합니다.


비현실과 현실의 상관관계

▲팀버튼, ‘Big Fish’ 트레일러 (출처 : YouTube 영화 공식 유튜브 채널)

시종일관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영화가 있습니다. 팀버튼 감독의 <빅 피쉬>. 아들은 늘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쏟아내는 아버지에게 혼돈을 느끼고 진실에 대한 갈증을 느낍니다. 결국은 아버지의 숨겨진 진실을 찾아 길을 떠나죠. 하지만 그 끝에서 만난 건 ‘아버지의 사랑’이라는 현실입니다. 영화에서 현실과 비현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버지가 비현실적으로 꾸며낸 혹은 재미를 더한 이야기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즐거운 세상’을 더 크게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지극히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통해 오히려 행복한 현실을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비현실은 누군가를 설득하는 방법이 됩니다. 이솝 우화나 전래 동화가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빌려 현실 교훈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샤갈은 비현실적인 그림으로 현실의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J.R톨킨은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웅장한 서사시를 만들어 현실의 감동을 만듭니다. 비현실, 알고 보면 현실의 반대가 아니라 현실을 더 풍요롭게 만들거나, 새로운 현실을 만나게 하는 과정이 됩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