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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ESSAY

광고의 기쁨. 광고의 슬픔.


‘삶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멋진 일인가. 아니면 어리석은 일인가?’ (플로베르.1855년 편지) 1855년이면 ‘보바리 부인’을 내놓기 1년 전이고, 그의 나이로는 삼십 대 중반쯤이다. 나로 말하자면 마침내 오랜 방황을 마치고 광고라는 늪에 자진해서 몸을 던진 나이이니, 재능과 능력의 차이를 인정하고 순순히 삶에 굴복한 나이쯤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시인이 되지도 혁명가가 되지도 못했던- 아니 진작부터 될 수 없었음을 깨닫고 있었지만- 뜨뜻미지근한 영혼들이 기웃거릴 곳은 매일 매일 출퇴근이라는 선물을 약속하는 직장이었다. 그렇게 광고를 만났다. 번듯한 의미는 없지만 번듯한 직업으로서의 광고... 그렇다고 생계라는 의미만 남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다만 중요하니까 떠드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떠드니까 중요해지는 일을 하고 있는 정도라고 해두자. 그 외에도 광고는 아파트 평수를 늘려주고 아이들 교육비를 대주고 맛있는 와인을 먹을 수 있게 해주었다. (오호, 알량한 재주를 가진 자에게 이 얼마나 위대한 보상인가) 그뿐인가. 카피 한 줄 잘 쓰면 금세 잔다르크 대접도 받게 해주고, 웃고 떠들다 건진 아이디어로 상도 받게 해주고, 재능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과 음악을 의상을 로케를 세트를 모델을 레이아웃을 타이포를 편집을 갖고 서로 이게 맞느니 저게 맞느니 싸우다 술도 퍼마시게 해주고, 술을 퍼마시다 아침 해를 보며 집에 가게도 해주고, 가끔은 촬영하러 이 나라 저 나라 떠돌며 추억도 거느리게 해주고… 이만하면 ‘잠깐 들러 볼까’라고 생각했던 간이역치고는 꽤 재미있는 곳 아닌가. (예전엔 재미 자체가 의미라는 사실을 왜 몰랐을까.) 광고가 재미있다는 것은 일이 재미있다는 것이다. 가끔 농담 삼아 하는 말이 있다. ‘광고인의 최악의 하루가 은행원의 최고의 하루보다 낫다.’ 미국의 어느 대행사에 쓰여 있는 말이라고 들었는데, 은행원들 만날 땐 절대 하지 않는다. (사실 광고인들도 동의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가장 흥분되는 순간은 역시 나의 멋진 카피가 나의 멋진(혹은 우리의) 아이디어가 세상과 만날 때다. 그것 때문에 우린 투쟁하고 설득하고 아부하고 좌절하고 때로는 모욕도 당하고 회사도 때려치운다. 그리고 무섭도록 좋은 광고를 보면 무릎을 꿇게 되고 가끔은 ‘그건 내가 만들었어야 했어’와 같은 질투심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광고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순진하다. 적어도 내가 아는, 광고를 재미있어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그렇다. 자본가들이 그들을 이용해 먹든 아니든 관계없이(몰라서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다.) 그냥 일이 좋아서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었다. 우리 주위엔 그렇게 바보 같은 사람들이 꽤 많았었다. 얼마 전에는 일본에 있는 후배가 지하철역에서 찍은 와이드칼라 광고를 하나 보내왔다. 파이로트 만년필 광고였다. ‘쓰는 사람은 천천히 산다’ 만년필로 쓴 헤드라인이 멋스럽다. 좋은 음악을 만나고 좋은 사진을 보면 행복해지듯 좋은 광고도 행복감을 준다. 마음을 머무르게 하고 말을 건다. 영감을 준다. ‘그런 게 광고지… 일본 광고는 아직 살아있어!’라며 술을 홀짝이는 나에게 “아시잖아요. 낭만주의 시대는 벌써 끝났어요” 후배의 눈을 바로 보기가 민구스럽다. 바보들이 떠나간 들판에 정녕 봄은 갔는가. 아니면 다시 오려는가!


광고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멋진 일인가. 아니면 어리석은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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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S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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