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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잘 하는 남자


내가 아는 한 대체로 수컷들은 뻥이 심하다. 뻥이라는 단어가 경망스러우면 점잖게 허풍 혹은 과시라는 단어를 써도 좋다. 추워도 안 춥다고 얘기하고 아파도 안 아프다고 얘기해야 동족들 사이에서 대접받는다. 하지만 다윈이 볼 때는 암컷에게 우수한 육체적 적응도 지표를 과시해야 하는 수컷들로서의 당연한 행위다. 그렇다고 영장류의 체면이 있지 사자처럼 갑자기 귀청이 떨어지도록 포효하거나 침팬지처럼 자기 근력을 내보이기 위해 주변에 있는 물건을 두드리거나 차서 큰 소리를 낼 수는 없다. (아니, 잘 생각해보니까 그런 수컷들을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문명화된 사회로 접어들수록 수컷의 과시는 훨씬 세련되고 정교하게 진화한다. 제프리 밀러와 같은 진화심리학자들의 주장대로라면 남자 인간들의 소비행위가 그렇다. 좀 더 ‘동물의 왕국’ 적으로 얘기해 보자면, 어떤 인간 남자가 포르쉐를 구입했다는 것은 수컷 공작이 꼬리를 활짝 펼쳐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개체로서 우수한 적응도 지표를 보여주고 싶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집에 금송아지 몇 마리 있다고 얘기하는 것 정도는 번식 경쟁에 나선 수컷의 애교 어린 몸부림으로 이해해줘도 될 것 같다. 이런 류의 과시는 선택 받지 못할 거짓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언어학자 데살에 따르면 인간만이 자기를 과시함으로써 얻는 이득을 취하기 위해 거짓 정보를 전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의 참과 거짓을 가리는 즉, 논리적 모순이 있는지 없는지를 증명하기 위해 언어에 논증적 기능이 생겨났고 그것이 점차 논리학으로 발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데살의 가설이 참인지 거짓인지 그 또한 알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의 비극은 의심의 비늘을 넘어 실크처럼 부드럽고 능란하게 감싸오는 거짓말들에 있음 또한 명백하다. 의심을 벗어난 뱀의 혀는 결국은 오셀로로 하여금 데스데모나를 죽이도록 만들어 버린다.


믿기 어렵지만 워싱턴 포스트의 한 기사에 따르면, 서로 잘 아는 두 사람이 10분간 대화를 하면서 보통 두세 개의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앞으로 사람 만나러 갈 때는 거짓말 탐지기를 지참해야 할 것 같다. 아주 아주 약간, 마음에 없는 말을 하는 것까지(어느 정도 사회적 관계유지를 위해) 거짓말로 친다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어쨌든 다음부터는 카운트를 해 볼 생각이다. (이렇게 쓰고 나니 이것도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든다) 이쯤 되면 거짓말은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임에 틀림없다. 단언컨대 순도 100%의 정직으로 사는 사람은 없다. 가훈으로 삼는 사람 정도는 있겠지만… 제임스 힐먼의 말대로 사람들에게는 자기 이야기를 거짓으로 위장하거나 의도적으로 파괴하려는 욕구가 있는 것 같다. 그의 조사에 따르면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에게는 두 개의 성적표가 있었다. 하나는 학교에서 작성한 것이고 또 하나는 부모의 서명을 받으려고 카스트로가 조작한 것이다. 세기의 무용수 이사도라 던컨의 원래 이름은 공식적으로 밝혀진 게 없다. 그녀가 태어났을 때 이름은 도라 앤젤라였고 제작사의 출연료 영수증에는 ‘사라’라고 적혀 있었다. 심지어는 상황에 따라 나이도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했다.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은 늘 “어린 시절 정말 가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레너드의 집안에는 하녀와 전속운전기사, 그리고 두 대의 자동차가 있었다고 한다.


힐먼 교수의 조사를 읽다 보면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산다는 것은 말을 하지 않고 사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것 같다. 결국은 누구나 어떤 이유에서건 작든 크든 거짓말을 한다. 두려워서, 창피해서, 지지 않으려고, 웃기려고, 숨기려고, 혹은 거짓말인 줄도 모르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가책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게 사람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우리는 사기꾼 혹은 정신병자라고 부른다.

Posted by HS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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