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광고의 ‘광’자도 알지 못했습니다. 학생 때, 공모전 한 번, 동아리 한 번 해 보지 않았습니다. ‘광고’라는 선택지는 애초 그의 인생 플랜에 없었습니다. HS애드 이승환 CD에게 광고는 우연히 다가왔습니다. 광고 한 번 해보라는 지인의 권유로 광고회사에 입사했습니다. 그 후, 이승환 CD의 삶은 이전과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HS애드 CD열전 그 일곱 번째 만남, 이승환 CD입니다.
생활인이라면 한 번쯤 느껴 보았을 법한 ‘감정의 결’
이승환 CD의 첫 번째 광고는 화장품 광고였습니다. 광고에 대해서 전혀 모르던 그에게 광고 제작 과정은 모든 순간이 새로웠습니다.
“저는 광고 전공을 하지도 않았고, 공모전에 도전해 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광고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카피라이터가 되어 처음으로 접해 본 ‘광고 만들기’는 너무 재미있었어요. 푹 빠져버렸죠.”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누가 뭐 하시냐고 물어보면 이승환 CD는 항상 “그냥 회사 다녀요.”라고 답합니다.
“원래 튀고 나서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그런지 ‘광고 만드세요?’라고 사람들이 호기심을 보일 때 좀 부끄럽기도 하더라구요. 광고인이라고 하면 외모적으로 남달라 보이거나 튀는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저는 그런 모습이 광고인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튀는 것 보다는 스타일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승환 CD가 생각하는 광고인의 미덕은 어떤 것일까요?
“광고의 임팩트를 ‘튀어야 산다’라고 잘못 해석하면 그 광고는 매우 공허해집니다. 노이즈에 그칠 수 있어요. 광고인은 사람들을 깊이 관찰하고 그 사람도 몰랐던 그 사람의 이야기를 끄집어 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어렵다면 흔하고 평범한 이야기라도 내 방식으로 다르게 이야기 할 거라는 마음의 끈을 놓치지 않는 것이 광고인의 미덕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이승환 CD 팀이 만든 광고에는 누구나 한 번쯤 느껴 보았을 법한 감정의 결이 고스란히 살아 있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두런두런 피어 오르는 푸근한 공감. 이승환 CD의 광고에서 느낄 수 있는 건 바로 이러한 공감입니다.
여러 사람의 경험과 지혜가 모여 공감의 맥을 잇다
지구도 지키고 환경도 살리는 슈퍼 히어로. 해맑은 아이의 눈에 비친 아빠는 지구를 살리는 위대한 영웅입니다. “우리 아빠는 지구를 지켜요!” 놀라서 입을 딱 벌린 선생님, 아이에게 묻습니다. “아빠 뭐 하시는데?” 아빠의 정체는 ‘콘덴싱 기술’을 만드는 연구원!
이승환 CD팀이 제작한 경동나비엔 ‘콘덴싱이 옳았다’ 편은 제 26회 ‘국민이 선택한 좋은 광고상’ TV부문 수상, 2017 서울영상광고제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요. 이승환 CD에게 있어 이 작품은 그 동안 가지고 있었던 ‘고정관념’을 깨 준 계기가 된 작품이라고 합니다.
“보일러라는 제품은 서민 생활에 밀착해 있는 상품이지요. 그러다 보니 광고의 톤앤매너도 생활밀착형으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구 포인트도 연료비 절감, 튼튼한 내구성을 강조하곤 하죠. 저희도 처음엔 그런 쪽으로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그런데 광고주인 경동나비엔 측에서 먼저 환경과 에너지에 대한 생각을 펼쳐 놓았어요. 에너지 전문 기업으로서 보다 근본적인 메시지를 전하기 원했습니다. 보일러의 콘덴싱 기술이 궁극적으로 환경에 이롭고 효율적인 기술이라는 메시지를 대중에게 전하고자 한 것이죠.”
광고주와의 교감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는 이승환 CD.
“광고주와 대화하면서 보일러 광고는 이러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졌습니다. 대중의 반응도 ‘신선하고 색다르다’였고요. 광고 아이디어 자체가 대단히 새로운 접근은 아니었지만 보일러라는 제품에서 이런 접근이 신선했던 거에요. 광고는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경험과 지혜가 모여 공감의 맥을 잇는 작업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광고인 입장에선 이렇게 광고주와 제작자 간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시너지가 일어나게 되면 단순한 아이디어 제공자가 아니라 함께 브랜드를 논의하는 파트너로 일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람이 생깁니다.”
사진처럼 남은 ‘한 장면’이 당기는 상상력의 방아쇠
경동나비엔 이외에도 LG전자, 대한항공, 파라다이스 시티 등 다양한 광고주들과 함께 일해온 이승환 CD. 그가 꼽는 잊지 못할 광고는 어떤 것인지 물어 보았습니다.
“모든 광고가 기억에 남습니다. 가끔 지난 광고 한편 한편을 보다 보면 오래된 일기를 보는 것 같아요. 그때의 내가, 그때의 우리 팀이 어땠는지가 광고영상, 광고카피에서 고스란히 읽혀요. 그 중에서도 조금 더 기억에 남는 건 대한항공 ‘젊음’ 편이에요. 그 즈음 영화를 보다 우연히 한 장면에 꽂혔거든요. 프랑스 감독 레오 까락스의 ‘나쁜 피’라는 영화인데. 배우 드니 라방이 ‘모던 러브’라는 음악과 함께 어두운 밤거리를 심장이 터지게 달려가는 모습. 그 역동적인 모습이 저에겐 항공기가 이륙할 때 전력을 다해 활주로를 질주하는 영상으로 보였습니다. 무거운 금속 항공기가 떠오르기 위해선 엔진이 가진 힘을 모두 다 끌어내서 달려가야 날아오를 수 있잖아요. 청춘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질주의 순간과 이륙의 순간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승환 CD는 최근 작업한 파라다이스 시티 론칭 광고 또한 강렬한 인상으로 기억에 남았다고 전합니다.
“파라다이스 시티는 실체보다는 스타일을 커뮤니케이션 해보고자 제안했던 광고입니다. 파라다이스 시티가 지닌 ‘아트테인먼트 복합 리조트’라는 컨셉을 별도의 메시지 없이 영상으로만 표현했는데 광고주가 흔쾌히 승낙해 준 케이스라 기억에 남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한 순간, 누구나 한 번쯤 떠올린 상상을 영상과 문안으로 풀어내는 이승환 CD의 광고 작업. 그에게 있어 영감의 원천이 되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저는 어떤 ‘한 장면’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요. 아주 짧은 장면 하나에서 많은 이야기가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 ‘한 장면’은 일상 속의 무심한 순간일 수도 있고, 친구들과 함께하는 술자리에서 불현듯 들려오는 누군가의 한 마디일 수도 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 책 속의 한 문장일 수도 있고요. 언제든 다가올 수 있는 하나의 ‘순간’을 잡아 낼 수 있도록 항상 마음을 열어 두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람에게서 전해지는 ‘쉽고 깊은 말’에 귀 기울이다
한 동안 이승환 CD는 책상 앞에 ‘80점’이라고 쓰여진 종이를 붙여 놓고 있었다고 합니다.
“100점짜리 광고를 만들려고 하니까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가더라구요. 오버액션이죠. 너무 잘하려고 하기 보다는 너무 못한 걸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래서 ‘80점으로 하자. 딱 80점이라기 보다는 80점은 넘길 수 있는 광고를 만들자…’ 스스로 그렇게 타일렀어요. 물론 80점도 어려워요. 카피는 ‘쉽고 깊은 말’을 찾으려고 해요. 말이 어렵거나, 거창하거나, 화려하면 듣는 사람이 경계합니다. 쉽고 편한 말이 잘 스며들어요. 그 쉽고 편한 말에 깊이를 만들어 주는 것이 카피라이터의 일 같아요. 쉽고 편한 말에 깊이가 더해지면 힘이 세 집니다. 100점이 아니라 80점을 지향하고, 크고 화려한 메시지가 아니라 쉽고 깊은 말을 지향하는 것이 다 같은 맥락입니다.”
그는 CD라는 자리가 더러 외롭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항상 평가받는 자리니까요. 먼저 팀원들에게 평가 받아야 하고, 광고주에게 평가를 받아야 하고, 제작물이 만들어 지고 나면 또 대중에게 평가 받아야 합니다. 저 말고도 광고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외로운 순간들을 많이 겪을 겁니다. 그래서 맘 맞는 동료들이 필요해요. 광고회사 동료들은 가족들보다 더 오래 보는 사람들이거든요.”
이러한 까닭에 이승환 CD는 팀원을 뽑을 때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광고를 만들 땐 팀워크가 제일 중요해요. 제가 팀원을 뽑을 때 업무능력보다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이 인성입니다. 서로 합이 맞는다면 같이 슬럼프도 이겨 나갈 수 있고 팀 분위기도 좋아져요. 그런 안정된 환경 속에서 각자의 재능도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커피 한잔 시켜 놓고 수다 떨다 나온 아이디어들, 서로 간에 마음이 맞아서 만든 광고들이 결과도 좋아요.”
이승환 CD는 평범한 생활인의 얼굴과 함께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는 세심한 눈빛을 갖고 있습니다. 튀는 아이디어를 내는 화려함보다는 일상의 한 장면 한 장면을 기록하는 성실함으로 광고를 만들며, 오롯이 자신의 인생 절반을 ‘월급생활자’로서 충실히 바쳤다고 말하는 이승환 CD. 그에게 광고란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콘텐츠를 만드는 즐거움과 설렘을 줬고, 끊임없이 책 읽고 영화를 보게 하는 동기를 부여해 주었으며, 좋은 사람 잊지 못할 사람을 많이 만나게 해 준 고마운 매개체입니다. 가장 보통의 사람들이 느끼는 가장 소소한 감동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길어 올리는 이 사람, 그게 자신의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한 사람, 그가 바로 HS애드 이승환 CD입니다.
'애드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부가 처음 느끼는 자연 그대로의 힘, 오휘 프라임 앰플 세럼 TVCF 제작 후기 (0) | 2018.04.04 |
---|---|
OLED 조명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다! 루플렉스, light+building 2018 참여 (0) | 2018.04.03 |
‘하나된 열정’이 이뤄낸 감동의 순간들! 평창동계올림픽 프로젝트 인터뷰 (0) | 2018.03.28 |
함께 쓰는 인터뷰 #01 예비 광고인을 위한 광고 A to Z (0) | 2018.03.27 |
LG V30에서 인공지능까지! MWC 2018 LG 모바일 부스 현장 (0) | 2018.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