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현대 미술관(MoMA), 구겐하임 미술관, 휘트니 미술관… 미국 뉴욕 시에 위치했다는 공통점 외에, 이들 미술관의 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부유층의 후원과 콜렉션을 바탕으로 시작한 미술관이라는 점인데요. MoMA는 철강 재벌 록펠러 가, 구겐하임 미술관은 전설적 콜렉터 페기 구겐하임, 휘트니 미술관은 철도왕 밴더빌트 가의 손녀이자 조각가인 거트루트 밴더빌트 휘트니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들 미술관의 탄생은 무엇보다 예술에 대한 애정과 사명감으로 이루어진 일이지만, 동시에 희소한 예술적 가치를 지닌 예술 작품들을 알아보는 안목을 바탕으로 ‘돈이 되는’ 콜렉션을 할 수 있었던 부유층의 수집욕구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일이기도 합니다.
소장가치에 기반한 오래된 재테크 ‘아트테크’
소더비와 크리스티, 미술품 경매에 관심이 없을지라도 한 번쯤 들어 봤을 이 두 경매회사는 세계 미술경매 낙찰액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회사죠.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미술품 경매만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 미술품 시장 거래의 대부분이 소더비와 크리스티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본래 경매는 18세기 영국의 귀족들이 희귀한 책, 서류 등 소장품을 드러내 놓고 팔던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소더비가 1744년, 크리스티가 1766년 영국에서 첫 경매를 시작했죠. 귀족들의 미술품 콜렉션이 경매에 나오게 되자, 그 희소성과 소장가치 덕분에 경매는 돈이 되는 사업으로 빠르게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미술품 투자는 부유층의 재산 증여 및 자산 증식의 한 방법이 되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록펠러, 구겐하임, 휘트니 등 미국 현대 미술의 눈부신 아카이브를 구축한 부유층이 그러했고, 우리나라에서도 부유층의 미술품 콜렉션이 종종 뉴스의 한 꼭지를 장식하기도 합니다.
아트테크, 평범한 사람들도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아트테크’는 그 양상이 조금 다릅니다. 부유층의 고상한 취미였던 미술품 수집 및 경매가 평범한 사람들의 실현 가능한 재테크로 되었기 때문입니다.
보통 우리나라 미술품 거래는 화랑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 흐름은 온라인 경매와 아트페어 등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아트페어는 화랑 수백 개가 부스를 하나씩 차리고 한 자리에 모여 한꺼번에 작품을 전시, 판매하는 ‘미술 5일장’과 같은 개념인데요. 현장에서 직접 작품을 살펴 보면서 안목도 높이고, 남들이 찾지 못한 미술품이나 숨어 있는 신진 작가의 작품을 발굴하는 즐거움도 있어 사랑받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유명한 세계 3대 아트페어로는 프랑스의 피악(FIAC), 미국의 아트 시카고(Art Chicago), 스위스의 아트 바젤(Art Basel)이 있으며, 국내에서도 매년 다수의 아트페어가 진행되는데 그 중 가장 규모가 크고 권위 있는 것은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입니다. 또한 미술품 경매를 위해 현장에 나가 경매를 지켜볼 시간이 없는 직장인들에게는 온라인으로 작품을 살펴본 후 입찰에 응하는 온라인 경매가 편리합니다. 이들 ‘평범한 콜렉터’들이 처음부터 대작이나 유명 작가의 작품을 수집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미술전문가들도 먼저 작은 소품부터, 그리고 신진 작가의 작품부터 도전해 보라고 권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안목이 키워지고 스스로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트테크를 시작하는 Tip
아트테크는 다른 재테크와 달리 콜렉터 자신의 취향과 안목을 만족시키는 것이 첫 번째 과제입니다. ‘이 작가는 앞으로 뜬다더라’, ‘요즘은 이런 작품이 유행이라더라’는 ‘카더라’만 듣고 투자한다면 실패 확률이 높습니다. 가치의 상승 및 하락과 상관 없이 ‘내가 좋아서’, ‘보고 있으면 행복해지는’ 작품을 고르는 것은 미술품 투자의 기본 중 기본이죠.
가급적 오랜 시간 소장하는 것 또한 투자의 정석입니다. 보통 온라인 경매를 통해 미술품을 낙찰 받은 사람들은 약 1~2년의 주기로 작품을 다시 경매에 내놓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급전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미술품은 오래 가지고 있는 것이 좋은데요. 구입 당시 저평가된 신진 작가라 해도 시간이 흐르면 중진 작가가 되고, 자연스레 작품의 가치가 올라 가기 때문입니다. 다른 재화와 달리 미술품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높아지므로 단기간 수익을 바라보고 투자를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또한 처음부터 무리한 투자를 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전문가들은 연봉의 약 10% 정도의 금액을 투자 상한선으로 잡고, 무리하지 않는 금액부터 작게 시작해 보라고 권합니다. 또한 미술품 경매는 낙찰만 받는다고 끝이 아니기 때문에 부대 비용에 대해서도 미리 생각해야 합니다. 낙찰 시 경매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보통 약 15%, 여기에 부가가치세를 포함하면 작품 값의 16.5%를 더 내야 합니다. 낙찰을 취소할 경우 수수료는 30%대로 올라갑니다. 작품을 되파는 경우, 6000만 원 이상의 작품일 시 시세차익의 20%를 양도세로 내야 합니다. 단 생존 작가의 작품에는 양도세를 부과하지 않습니다.
시중에는 아트펀드 등의 상품도 개발되어 있는데요. 펀드 운용사가 국내외 작가들에게 투자하여 수익을 내는 아트펀드는 개인이 직접 발품과 손품을 팔지 않아도 가능한 미술품 투자의 한 방법입니다.
투자보다 먼저 예술에 대한 사랑을 우선으로
전문가들은 아트테크에 도전하는 평범한 대중에게 먼저 예술에 대한 사랑을 키우기를 당부합니다.
아트테크에 있어서 만큼은 ‘알면 보이고, 보이면 사랑하게 되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옛 성현의 말씀이 정답이라는 것입니다. ‘돈이 된다더라’는 무조건적인 투자 욕심보다는 예술이 주는 기쁨을 차근차근 알아가며 내 생활 속에 놓여진 작품 한 점의 여유를 만끽할 때 수익성은 부가적으로 따라오는 것이죠.
충남 천안을 모태로 한 아라리오 그룹의 회장이며 우리나라가 낳은 세계 탑 콜렉터 중 하나인 김창일 회장(영문명 씨 킴). 미술 교육을 받은 적 없는 그는 사업차 들른 미국에서 우연히 미술관을 찾았다가 ‘무지개’에 비견되는 황홀경을 느끼고 예술이 주는 감동에 흠뻑 빠졌습니다. 사업으로 번 돈으로 무작정 미술품을 사 모으기 시작한 김창일 회장은 오늘날 세계 최고의 현대미술 콜렉터로 3700여 점 이상의 동시대 최고 예술품 콜렉션을 갖고 있으며, 서울과 제주, 천안, 중국 상하이 등지에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김창일 회장은 스스로 그림을 그리고 작품활동을 하는 등 콜렉터를 뛰어 넘어 예술가로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아라리오 김창일 회장의 이야기는 아트테크가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 주는 한 예인데요. 김 회장만큼의 ‘스케일’은 아닐지라도 평범한 사람 누구나 예술 작품 한 점이 자신의 삶에 주는 만족과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주는 소소한 수익도 함께 누릴 수 있다면 더 좋겠죠. 이것이 바로 아트테크의 본질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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