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기획 CM종합연구소가 발표한 광고 호감도 랭킹에 의하면 2018년 1월 일본에서 가장 호감도가 높은 광고는 KDDI au의 ‘산타로’ CM입니다.
‘산타로’ CM은 일본의 유명 전래동화 ‘모모타로’, ‘우라시마타로’, ‘긴타로’의 주인공이 어릴 적부터 친한 친구였다는 설정에서 스토리가 전개되는 CM시리즈인데요. 2015년 1월에 시작되어 매년 50편 내외의 작품을 온에어 하고 있습니다. 거의 매주 새로운 CM을 만날 수 있는 셈이죠. 주인공 세 명은 젊은 연기파 인기 배우들이, 조연에도 인기 여배우와 배우들이 등장해 시리즈임에도 항상 신선한 느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산타로 CM에 이어 일본 내에서 호감도가 높은 CM은 통신업계의 대기업 소프트뱅크(SoftBank)의 ‘시라토가’ CM입니다. 시라토가 CM시리즈는 벌써 12년 차에 들어섰는데요. au 광고가 등장하기 전까지 수년간 호감도 1위를 기록했습니다.
시라토가의 가족 구성원들은 매우 기상천외한데, 아버지가 순백색 일본 토종견이고 어머니와 딸 역할은 일본의 인기 여배우들, 그리고 오빠 역은 무명이었던 흑인 배우가 연기합니다. 이런 다소 특이한 설정으로 소프트뱅크가 제공하는 ‘예상치 못한’ 통신요금과 무료서비스를 소개하는 배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시라토가 CM 시리즈도 연간 50개 정도의 작품을 온에어 하고 있는데요. 가족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고정이지만, 조연은 그때그때 당대의 인기 여배우나 배우들을 등장시켜 시리즈의 신선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CM 제작 방식을 가장 먼저 확립한 것이 바로 소프트뱅크의 CM이었습니다.
오늘은 산타로와 시라토가 CM 등 오랜 기간 성공하고 있는 일본 광고의 공통점과 함께 일본 광고 히스토리를 분석해 광고 표현의 방정식을 살펴보겠습니다.
산타로와 시라토가 광고의 공통점은?
먼저 산타로와 시라토가 CM시리즈의 공통점은 ‘태그라인’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태그라인’이란 TV CM의 마지막에 메시지로 전달하는 짧은 말을 의미합니다.
▲태그라인 광고의 방정식
예를 들어 au의 산타로 CM에서는 별명을 잘 짓는 전래동화 속 가공의 공주가 등장해 긴타로에게 ‘민소매군’이라는 별명을 붙여줍니다. 별명이 캐릭터와 딱 맞아 CM을 보는 이들이 ‘딱 맞아!’라는 말을 연발하게 되는데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나레이션을 통해 au의 사용한 패킷 요금만큼 통신비를 지불하는 ‘딱 맞아 플랜’을 소개합니다. ‘딱 맞아’처럼 스토리에서 사용된 말이 세일즈와 직결되는 것을 ‘태그라인’이라고 합니다.
태그라인 광고의 이점은 태그라인을 끌어내기 전까지 스토리 전개가 자유롭다는 점인데요. 바로 이점이 오랜 시간 시리즈 광고를 가능하게 한 요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콘셉트 광고의 방정식
1980년대의 콘셉트 광고는 한번 정해진 컨셉으로 몇 년간 진행하고 시즌별로 변경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에 반해 소프트뱅크 ‘시라토가’의 CM이 이례적인 장수 CM이 된 것은 태그라인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광고 플랫폼을 구축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1960년대 이후의 TV CM의 역사를 살펴볼 때 이 형태의 광고 표현 방식이 다소 가볍게 느껴지는데요. 일본의 TV CM이 걸어온 역사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면서 광고 표현 방식에 대해 재평가를 해보고자 합니다.
일본 TV CM의 역사
1960S – 애니메이션 캐릭터, 반복되는 CM 송이 특징
일본 민법에 따르면 TV 방송이 시작된 것은 1953년입니다. 현재 DVD 등으로 시청 가능한 1960년대의 TV CM은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많이 사용했으며 오리지널 CM 송을 만들어 상품명을 반복하는 형태가 많았습니다. 상품 수도 지금만큼 많지 않았기 때문에 CM 송에 맞추어 상품명과 기업명을 반복해 기억에 남게 하는 방식이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당시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디자인은 참신했고 디자인적으로도 우수했지만, 현대적인 관점에서 보면 템포가 좋지 않고 어색함이 느껴집니다.
광고 표현을 현재 수준으로 끌어올린 크리에이터 중에 스기야마 토시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그는 시세이도와 레나운 등 다수의 TV CM을 제작했는데요.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CM 제작부터 TV CM까지 영상미와 예술성을 추구하여 화면분할, 컷 분할, 모델 묘사 등에 후세 커다란 영향을 미쳤습니다.
1970S – 상품 기능을 주로 설명하는 광고 다수, 브랜드별 경쟁 심화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상품의 기능을 설명하는 광고가 많아졌습니다. 국민들의 연봉이 매년 배로 증가했기 때문에 사람들의 구입 의향이 최고조에 달했죠. 다른 사람보다 조금이라도 큰 집, 성능이 좋은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우월감으로 이어져 경쟁하듯 상품을 구입하기 시작했습니다.
토요타가 1969년에 주력차종 카롤라 선전을 통해 ‘1000cc의 여유’라는 광고를 내보내자 라이벌인 닛산은 이듬해인 1970년에 주력차종 써니를 1100cc로 개량한 신형 차를 발표하였고 해당 상품의 광고로 ‘옆 차가 작~아 보입니다’라고 반격했던 유명한 일화도 있죠.
덴츠의 후지오카 와카오는 1970년 후지제록스의 TV CM을 통해 ‘맹렬에서 뷰티풀로’라는 카피를 선보였습니다. 사실 그 전해에 가솔린차가 빠른 스피드로 여성 옆을 질주해 미니스커트가 뒤집어진 여성이 마릴린 먼로처럼 치맛자락을 손으로 잡고 ‘Oh! 맹렬해!’라는 대사를 하는 마루젠 석유화학 주식회사의 TV CM이 이슈가 되어 이에 대항하는 형태로 발표한 것입니다.
1980S – TV 광고의 황금기, 콘셉트 광고의 등장
▲물질적 풍요인가, 정신적 풍요인가( 내각부 '국민생활 관련 여론조사' 발췌)
1980년대는 일본 TV 광고업계에 있어 황금기라 할 수 있습니다. 1979년엔 주요 가정의 내구재 보급률이 거의 100%에 달했으며 일본인들의 마인드가 ‘물질적인 풍요로움에서 정신적인 풍요로움으로’로 변화되었던 것도 1979년의 일이었습니다.
1980년대 후반은 버블경기에 돌입하여 자동차 판매 대수도 과거 최고수준을 갱신했던 시기였고 모터리제이션 현상이 일어나는 가운데 사람들이 로드사이드의 패밀리 레스토랑 및 레저시설 등 도시형 라이프스타일을 동경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세태를 반영해 광고도 상품의 기능을 그리는 것에서 슬라이스 오브 라이프(Slice of life, 일상생활의 단편)로의 공감을 그려내는 형태가 많아졌죠.
이 시기의 광고의 제작방식 기반은 ‘콘셉트’였습니다.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에서는 의식하고 있지는 않지만, 암묵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을 짧고 명확한 말로 예리하게 표현한 것이 바로 ‘콘셉트’입니다. 표현 자체는 넌센스더라도 그 이면에는 시대에 대한 깊이 있는 메시지가 숨겨져 있는 것이 많았는데요. 언뜻 보면 가볍고 재미있지만 깊이가 있었습니다.
당시 권위있는 저명한 인사를 기용하여 넌센스한 행동과 발언을 하게 함으로써 재미를 연출했는데요. 스포츠 선수나 미국의 배우들도 TV CM에 등장하여 익살스러운 표정을 선보였습니다.
예로, 당시 무서운 인상의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컵라면 CM에서 상반신 누드로 커다란 주전자를 들고 춤을 추는 CM이 이슈를 모았죠. 또 핍이라는 자기(磁気)치료 제품을 제공하는 회사의 경우 사장이 직접 출연하여 ‘핍에레키반’이라는 상품명을 코믹하게(본인은 진지하다는 점이 더욱 코믹하게 보임) 연호하는 역할로 등장해 연작이 만들어졌습니다. 기업 사장이 직접 CM에 출연한다는 건 당시에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당시 TV업계에서도 후지TV의 ‘재미있지 않으면 TV가 아니다’라는 표어처럼 사회 정의를 위해 권력에 휩쓸리지 않고 올바른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한다는 사명보다 시청자들에게 환영받는 높은 시청률의 방송이 부상했는데요. 그에 따라 TV 프로그램도 예능 지향 색이 더욱 짙어졌습니다. 좋은 의미로 민주화와 대중화가 이뤄졌다 할 수 있죠.
1990S – 광고 = 세일즈 시대
하지만 이 TV CM의 황금기는 버블 붕괴와 함께 급속히 종료되었습니다. 1990년대 광고는 우선 ‘세일즈’로 직결되어야 했기 때문에 판매가격과 전화번호를 강조하는 광고들이 많아졌습니다. 브랜드 광고 역시 브랜드의 세계관을 그려내거나 브랜드 마크 및 로고를 강조하는 형태가 많아졌는데요. 콘셉트 광고의 진화 버전이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1980년대 광고의 또다른 특징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입니다. 토요타의 초대 프리우스가 출시된 때는 1997년으로, 당시 카피가 ‘21세기에 딱 맞춰 등장했다’였습니다.
이 시기의 광고는 재미있는 내용들이 줄어 젊은 세대 사이에서 ‘시대의 최첨단을 달리는 크리에이티브를 만드는 것은 광고업계가 아니라 오히려 게임업계’라는 우스갯 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2000년대 이후의 광고
인터넷의 보급으로 미디어 환경이 변하면서 TV의 독식은 끝이 났습니다. 특히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TV 광고에 온라인을 가미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이 되었죠.
젊은 층을 타깃으로 개발된 롯데의 Fits 껌은 TV CM 상에서는 춤을 잘 추는 탤런트(와타나베 나오미)가 신나게 춤을 추는 형태로 제작됐는데요. 온라인상에서 댄스 영상 모집 및 콘테스트를 진행하여 상품 타깃인 고등학생 사이에서 커다란 붐이 일어났습니다. 타깃층이 온라인상에서 붐을 일으키고 타깃층 외의 사람들은 TV CM을 보고 인지를 하는 이른바 미디어 별로 분단된 평행 세계가 등장하게 된 것이죠.
또, 브랜드 전략과 미디어 믹스라는 말이 등장하면서 크로스미디어 전략이 활발하게 이용되었습니다. 리먼 사태를 계기로 기업실적의 악화와 경비 절감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광고비가 축소되어 적은 예산으로 최대의 효과를 올리는 PR방식이 사용되었습니다.
PR 방식이 활용된 배경에는 TV CM에 대한 불신감이 존재했습니다. TV CM은 상품 제공자의 자화자찬일 가능성이 높아 설득력이 떨어지고, 오히려 온라인 상의 제3자의 정보가 더 신뢰할 수 있다는 의견 때문입니다.
그에 따라 광고를 통해 대중을 설득하는 방식, 다시 말해 광고의 표현 형식도 달라졌습니다. 2017 칸에서 입상한 작품 중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의 모습을 밀착 촬영한 작품이 있었습니다. 천재 수영선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을 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기업의 메시지로 직접적으로 보여준 것이 아니라 CM으로 편집된 영상을 펠프스 본인이 보고 가족과 눈물을 흘리는 모습 으로 제작해 설득력을 높였습니다.
TV CM은 콘셉트와 캐치프레이즈에 대한 공감으로 상품 구입을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예전에는 이 단계에서 머물렀다면 지금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이슈성을 노린 표현 등을 사용해 타깃층 스스로 확산할 수 있도록 전략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다마미술대학의 사토 타츠로 교수는 광고제작 관계자를 대상으로 저술한 저서 ‘앞으로의 광고 교과서’에서 10년 전과 미래의 광고제작 상식을 대비시키며 8가지 ‘효과적인 메소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Chapter1 <USP는 필요 없다>: 차별화보다도 의지와 인사이트로 승부하라
Chapter2 <표현은 통일하지 말라>: 소비자 접점에 따라 보여주는 방식이 달라진다
Chapter3 <일부러 알기 어렵게> : 소비자들에게 수수께끼를 던져 흥미를 끈다
Chapter4 <우선은 즐겁게>: ‘상품의 장점’보다 ‘좋은 시간’을 제공하라
Chapter5 <개별전보다 종합력>: 한 편의 광고보다 전체적인 공략으로 효과를 노린다
Chapter6 <전달에서 연결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확산되는 경로를 만든다
Chapter7 <연출하지 않는다, 너무 완벽하게 만들지 않는다> : 라이브감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시대이다
Chapter8 <상품명은 마지막까지 노출하지 않는다> : 적은 예산이라도 광고효과는 만들어낼 수 있다
이 내용은 모두 콘셉트 시대와는 다른 새로운 발상으로 성립된 것입니다. 서두에서 언급한 태그라인 광고가 한 가지 성공의 방정식이 되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광고에 대한 고찰
1980년대에는 TV라는 매체가 절대적인 권위를 지녔고 소비자의 취향도 사물의 기능에서 의미로 확장되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창조할 수 있다는 조건이 있어 황금기가 될 수 있었습니다.
다시 1980년대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광고는 어떤 시대든 소비자의 생활과 의식을 반영하고 잘 받아들여질 수 있는 표현을 선택합니다. 광고는 시대를 보여주는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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