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공통분모 찾기 CD열전 #05. 박정한 CD 인터뷰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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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광고 영상 중에서도 유독 시선을 잡는 광고가 있습니다. 어쩌면 내 마음을 저리 잘 아는지 맞장구를 치며 자신도 모르게 내용 속으로 빠져들죠. 이처럼 ‘공감’이라는 요소는 광고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데요. 오늘은 다름의 가치를 크리에이티브로 승화시켜 공감 가는 광고를 만드는 박정한 CD를 만나 아이디어 발상법과 광고인의 본질에 대해 들어봅니다.


광고는 한 장의 연애편지!

화창하고 맑은 날씨 야외 결혼식장,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 제니가 입장합니다. 모두가 신랑과 신부를 축하해주는데요. 별안간 색색의 페인트가 하늘에서 뿌려지고, 하얀 웨딩드레스, 식탁이 순식간에 더러워집니다. 도대체 누가 제니의 결혼식을 망친 걸까요?


▲누가 제니의 결혼식을 망쳤을까? (출처 : LG Global 공식 유튜브)

글로만 읽어도 호기심이 생기는 이 영상은 LG전자의 글로벌 캠페인, ‘누가 제니의 웨딩을 망쳤을까’입니다. 당시 이 광고 캠페인을 맡았던 박정한 CD는 기발한 스토리의 힌트를 ‘청계천의 약장수’에서 얻었다고 하는데요.

“어디선가 들었던 청계천 약장수 이야기를 떠올렸어요. 약장수가 대뜸 ‘30대 과부와 재혼한 김 노인이 왜 죽었을까?’라는 생뚱맞은 질문을 던지니까 지나가던 사람들이 궁금해서 다가왔다고 해요. 그때부터 약장수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고요. 

5초 안에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야 하는 디지털 캠페인의 특성상 ‘약장수’와 비슷한 장치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강렬한 비주얼과 사건으로 시선을 확 잡고, ‘화질’로 범인을 찾는 구성으로 끝까지 영상을 볼 수 있도록 구성했죠.”


▲LG Signature (출처 : LGEcampaignKR 유튜브)

2016년에 온에어된 LG전자 시그니처 ‘가전, 작품이 되다’ 런칭 캠페인과 지난 12월 방영된 LG전자 ThinQ 캠페인도 박정한 CD가 제작한 캠페인입니다. 두 캠페인 모두 새로운 개념의 브랜드가 시작되는 만큼 제품의 본질과 브랜드의 자리매김에 초점을 맞췄다고 하는데요.


▲LG ThinQ 옳은 인공지능가전 (출처 : LGEcampaignKR 유튜브)

“LG 시그니처는 지금까지의 다른 가전들과 선 긋기를 하고 프리미엄 이미지를 존재감 있게 등장시키고자 했습니다. ‘가전, 작품이 되다’라는 선언적인 문장과 반복되는 북소리로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고자 했고요.

LG ThinQ의 경우는 요즘 모든 기업에서 인공지능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LG만의 인공지능이 무엇인가에 포커스를 두었습니다. 인공지능은 누구에게는 설렘으로 다가오지만 누구에게는 불안한 변화일 수도 있어요. 때문에 만드는 이의 철학과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LG가 인공지능 가전을 새롭게 출시하는 시점에서 고객을 향한 옳은 생각으로 인공지능 가전을 선보이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이밖에도 박정한 CD는 무라카미 류, 요시모토 바나나 등 일본 문화인에게 직접 일본에 대해 물었던 대한항공의 ‘일본에게 일본을 묻다’, 캐주얼게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바둑기사 조훈현, 발레리나 강수진, 무한도전 멤버 등을 모델로 섭외한 캔디크러쉬소다 광고 캠페인 등 실험적이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광고들을 제작해왔는데요. 그 비결이 궁금해 물어보았습니다.


“브랜드의 탄생 배경과 콘셉트, 타깃이 저마다 다르듯 광고의 장르도 영화나 음악처럼 매우 다양합니다. 허를 찌르는 변화구가 필요할 때가 있고 상황에 따라 유인구가, 돌직구가 필요할 때가 있죠. 좋은 투수라면 여러 상황을 종합해보고 구질에 대한 절묘한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기억에 남겨야 하는 광고보다 마음을 얻어야 하는 광고라면 크리에이티브만큼 공감도 중요하죠.”

박정한 CD는 이어 ‘절묘한 판단’은 제품과 타깃과 시대를 묶을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과정에서 시작된다고 표현했는데요. 그리고 그 과정을 ‘프러포즈’에 비유했습니다.

“매번 캠페인이 시작될 때마다 그 제품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어떤 날은 게임이 되고 또 어떤 날은 냉장고로 어떤 날은 세탁기가 돼요. 그리고 누군가에게 나만의 언어로 프러포즈를 하죠. 온종일 그 사람을 생각하고 그의 표정과 몸짓을 떠올리며 서로의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행위가 마치 연애편지를 쓰는 것과 같다고 할까요?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는 과정이 힘들 때도 있지만 누군가와 사랑에 빠져 서로의 연결고리를 찾는 작업에 무척 설렙니다.”

가령, 화질을 ‘누군가의 결혼식에 벌어진 사건’으로 풀어 이야기한다든지 냉장고의 얼음정수기 기능을 ‘순간 얼음이 되어 버렸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그 대상의 마음에 잘 스며들게 만드는 것이 공통분모의 역할이죠. 딱히 할 말 없을 때 꺼내는 날씨 이야기가 아닌 상대방과 내가 운명적 인연처럼 느껴지는 공통분모, 그 절묘한 연결고리를 찾을 때 상대의 마음이 열리기 시작한다는 것이 박정한 CD의 생각입니다.


원리가 보이는 10분의 법칙

박정한 CD는 이 공통분모를 발견하기 위해 아는 현상이라도 다시 찬찬히 깊게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10분의 법칙’을 제안했는데요.

“어떤 여행 작가가 여행을 잘하는 방법의 하나로 여행지에서 10분 동안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조언하더라고요. 가만히 앉아 있다 보면 처음에는 몹시 지루하다 보이지 않았던 풍경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온전하게 그 장소에 들어갈 수 있죠.”


전시회의 그림도 마찬가지입니다. 떠밀리듯 줄 서서 보는 게 아니라 유독 눈에 들어오는 그림 앞에서 10분간 바라보는 것이죠. 박정한 CD는 이렇게 찬찬히 그리고 깊게 보면 현상의 원리가 보인다고 말합니다.

“원리를 볼 수 있어야 설득력이 생깁니다. 광고는 제작되기 전에 아이디어가 구체적으로 결정되어야 하기에 이 방법이 왜 옳은지 설득력 있게 주장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확신이 필요한데요. 그 확신은 원리를 꿰뚫어 볼 때야 생깁니다.”


다름은 온전한 자신

10분 동안 찬찬히 현상을 들여다보면 전에 보이지 않던 남들이 보지 못한 것들이 보입니다. 같은 영화를 보고 책을 읽어도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이유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다르기 때문인데요.

“다름은 남이 아닌 온전한 자신입니다. 자기가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해요. 예술 작품도 결국 세상에 던지는 자신만의 새로운 해석이잖아요? 내가 왜 이것을 좋아하는지. 왜 이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 이유를 정확히 알아야 원리를 찾는 것이고 그래야 다름을 위한 다름이 아닌 진부하고 상투적인 것에 대한 파괴와 새로움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죠.”

박정한 CD는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에 동의합니다.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우리가 알지 못할 뿐 모든 현상에는 계획과 질서, 원리가 존재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것을 알기 위해서 중요한 또 다른 한가지는 ‘호기심’입니다.

“뉴턴이 어느 날 떨어진 사과를 보고 하루아침에 만유인력을 발견한 게 아니라 중력의 원리를 찾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기에 떨어진 사과가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던 거라 생각합니다. 사회, 문화 예술 등 내가 관심 있는 모든 현상에 궁금증을 품고 원리를 찾고자 하는 호기심이 중요해요. 지금도 어디선가 또 다른 사과가 떨어지고 있으니까요.”


물음표에 담긴 生의 의미

오늘도 어디선가 떨어지는 결정적인 사과에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얻는 박정한 CD. 그가 꿈꾸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가끔 제 이름 뒤에 종종 따라다니는 괄호에 대해 생각해봐요. ‘박정한(1970~?)’ 이 괄호 속 물음표는 언젠간 숫자로 채워지겠죠.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곧 물음표라 생각합니다. 물음표에는 오답이 없어요. 그리고 모든 호기심은 애정이 있어야 가능하죠. 살아있는 동안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궁금해하면서 찬찬히 더 깊게 보고 사랑하고 싶습니다.”


박정한 CD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말은 ‘다름’과 ‘호기심’이었습니다. 다름은 곧 온전한 자신을 의미하기에 다름을 인정하고, 모든 현상에 호기심을 가지면 원리를 꿰뚫어 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름 뒤 괄호의 물음표가 채워지는 그 날까지 뜨거운 연애편지를 쓸 박정한 CD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