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해서 더 끌리는 아날로그의 매력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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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보기 힘들었던 필름이나 흑백 사진 혹은 영화들이 최근 잇달아 나오며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빠른 속도, 편리함으로 대변하는 디지털과 다른 재미를 선사해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예상과 달리 선호도가 높은 층은 디지털에 익숙한 10~20세대입니다. 젊은 세대가 편리하고 친숙한 디지털 기술 대신 경제적으로도 때로는 시간적으로도 비용이 큰 아날로그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날로그의 반격을 이끄는 사례와 함께 알아봅니다.


오감과 이윤을 극대화하는 아날로그

아날로그의 반격.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이 책은 캐나다 출신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색스(David Sax)의 책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 오감과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요.

먼저, 디지털과 비교해 아날로그가 주는 가장 큰 기쁨으로 ‘만질 수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저자는 책에서 “아날로그는 만질 수 있는 물건과 감각적인 경험이 점점 사라져가는 시대에 손으로 만지고 느낄 수 있는 물건을 만들고 소유하는 기쁨을 준다”고 표현했는데요. 

자기 생각을 종이 위 펜으로 써 내려가며 느낌, 매끈하게 인쇄된 토요판 신문을 손으로 넘기는 동작의 질감 등 오감을 통한 만족이 아날로그에 다시 끌리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합니다. 

두 번째로,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는데요. 모두가 디지털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때 아날로그 기술을 새롭게 활용하면 오히려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논리입니다. 

과연 그의 설명이 맞을까요? 이를 증명하듯, 최근에 불고 있는 아날로그 열풍은 단순히 예전 그대로가 아니라 디지털과의 공생 혹은 협업으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필름 카메라 느낌을 재현한 앱, 구닥, 에버노트 등과의 연동으로 범위를 확장한 몰스킨, 게임보이와 스마트폰의 결합, 스마이보이 사례를 통해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0~20세대가 열광하는 필름 카메라 앱 '구닥'

최근 불편하기 그지없는데 오히려 그게 매력이 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앱이 있습니다. 필름카메라 앱 ‘구닥’인데요. 국내 개발자가 출시한 지 한 달 만에 17개국에서 42만 5,000건 가까이 판매되었습니다. 이 앱을 아는지 모르는 지로 ‘옛날 사람’과 ‘요즘 사람’이 구분된다고 하는데요. 어떤 앱이길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걸까요?

▲필름 카메라 앱, 구닥


구닥은 앱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코닥(Kodak) 일회용 필름 카메라 재현해 만들었습니다. 촬영은 불편합니다. 피사체를 스마트폰 전체 화면이 아닌 일회용 필름 카메라처럼 디자인된 작은 파인더로 확인해야 하는데요. 한 번에 찍을 수 있는 이미지의 컷 수도 필름처럼 딱 24장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찍고 나면 예전 사진관에 필름 현상과 인화를 맡기던 시절처럼 72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확인 가능이 가능하죠. 3일이 꼬박 걸려서 나온 사진은 노이즈에, 초점도 정확히 맞지 않은 컷이 많죠. 필름 사진의 매력을 그대로 살린 것이 포인트입니다.

이처럼 디자인부터 프로세스까지 예전 필름 사진의 감성을 그대로 재현한 구닥은 10~20대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이들은 필름 카메라를 실제 사용해본 적 없는 세대라 필름 카메라의 존재 자체가 신선하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아날로그의 불편한 기능이 지금 디지털 세대에게는 ‘새로움’이자 ‘색다른 콘셉트’로 받아들여지는 거죠. ‘필름 카메라’ 필터의 인기가 증명된 이상 비슷한 효과를 줄 수 있는 사진 필터 앱은 앞으로도 많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날로그 경험을 디지털로 저장하다, 몰스킨

아날로그의 반격 중에 하나로 꼽히는 사례는 ‘다이어리’입니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돼 가고 있는 요즘, 다이어리를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인데요. 스마트폰으로 일정 관리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 같지만 아날로그의 대명사, 다이어리의 판매량이 늘고 있다는 결과가 발표돼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검은색 가죽 커버에 고정밴드로 상징되는 몰스킨(Moleskine)은 수십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아온 노트/다이어리 브랜드입니다. 2016년 다이어리 판매량은 전년 대비 22%가 증가하며 3년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죠. 실제 몰스킨의 시가 총액은 수억 유로이고 연 매출은 1억 유로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Evernote Smart Notebook by Moleskine (출처 : moleskineart 유튜브)


디지털화 시대를 거스르고 몰스킨이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몰스킨은 스마트폰이 보편화되기 시작한 초기 단계부터 디지털 기기와 공생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왔습니다. 첫 번째 시도가 노트 어플인 에버노트(Evernote)와의 파트너십입니다. 스마트폰에서 메모 어플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에버노트와 몰스킨의 협업은 당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는데요.

'Evernote Smart Notebook by Moleskine'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이 제품은 몰스킨 수첩에 적힌 글씨와 이미지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으면 그 이미지를 디지털 파일로 변환해서 에버노트 상에 저장하는 기능을 제공했습니다. 종이에 직접 글씨를 쓰는 느낌을 유지하는 동시에 내용을 디지털화하여 효과적으로 저장하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공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죠.

뒤이어 몰스킨은 디지털 펜 업체인 Livescribe와 파트너십을 통해 종이노트에 글씨를 쓰면 바로 디지털 파일로 인식되는 제품을 출시하는 등 디지털 기업과 협력해 아날로그 경험을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공유할 수 있게 돕고 있습니다.


스마트보이가 게임보이를 만나다, 스마트보이

닌텐도의 유명했던 휴대용 게임기, 게임보이(Gameboy)를 기억하시나요? 얼마전, 스마트폰을 추억의 게임보이로 만들어주는 제품이 출시되어 화제가 되었습니다. 바로 게임보이 카트리지를 넣고 안드로이드폰을 완벽한 게임보이로 만들어주는 액세서리 ‘스마트보이(Smart Boy)’입니다.


▲스마트보이(출처 : Hyperkin GamesInc 유튜브)


스마트 보이는 흥미롭게도 2016년 만우절 농담으로 만든 이미지가 현실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요. 스마트폰을 ‘게임보이’로 쓰겠다는 황당한 발상이 큰 지지를 얻으면서 미국의 게임 디바이스 전문 회사 하이퍼킨(Hyperkin)가 스마트보이라는 제품을 출시하게 되었습니다. 

스마트보이는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기 ‘게임보이’ 카트리지를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주변기기인데요. 스마트폰에 덧씌우면 너치 대신 버튼 입력이 가능한 스마트보이 모드로 전환되고, 기기 뒤쪽 슬롯에 게임보이 카트리지를 꽂으면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사실 스마트보이는 실제 사용함에 있어 제약이 많은데요. 안드로이드 스마드폰과 USB-C타입 포트 전용 에뮬레이팅 앱, 게임 카트레이지 등을 직접 준비해야 합니다. 이러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추억의 게임보이’를 스마트폰으로 재현한다는 아이디어 덕분에 스마트보이는 발매부터 출시까지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데요. 8월 말 출시되어 현재 아마존에서 약 50달러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예전 추억의 포터블 게임, 게임보이를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물론 아날로그 방식의 게임을 접해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재미있는 제품이 될 것 같습니다.


그간 아날로그는 디지털의 반대말처럼 사용되었는데요. 구닥, 몰스킨, 스마트보이 사례를 통해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서로 공생하며 색다른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의해 개선되고 바뀌는 세상에서 아날로그가 재조명되는 이유, 그리고 그 둘의 공생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