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공유경제’에 대해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공유경제라는 용어가 낯선 분들도 에어비앤비나 우버와 같은 서비스 플랫폼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거라 생각됩니다.
과거에는 내 집, 내 차 등 내가 ‘소유’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중요한 가치였습니다. 차근차근 돈을 모아 내 차를 사고, 내 집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삶의 가치였죠. 그런데 최근에는 이러한 가치 개념이 바뀌었다는 것을 사회 전반에서 느낄 수 있는데요. ‘공유’를 통한 가치 창출이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대변하는 개념이 바로 공유경제 (Sharing Economy/ Collaboration Consumption)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공유경제란 제품을 개인이 소유하여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 모든 활동을 일컫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공유경제의 개념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에어비앤비나 쏘카 등 서비스 플랫폼에 국한되었지만, 최근에는 사회 전반에 걸쳐 여러 형태로 활용되고 있는데요. 혹자는 이러한 현상을 보고 우리가 ‘공존의 매력에 빠졌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공유(Sharing) 코드는 빠르게 우리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공간 디자인과 마케팅 활동은 사람들의 행위가 직접 일어나는 ‘공간(Space)’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런 사회적 현상에 밀접하게 반응합니다.
공간에서 나타나는 ‘공유가치’에 대해 국내의 몇 가지 사례로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도시 라이프와 공유가치의 만남 ‘호텔 카푸치노’
공유 경제는 미래 경제를 이끌어갈 새로운 트렌드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단순한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한다기보다는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심리가 공유 경제를 만들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공유 경제의 목적은 이윤의 극대화가 아닌 자원 절약, 공동체 의식 회복,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단순히 물질적인 나눔이 아니라 모두가 같이 상생하는 가치 나눔까지 공유 경제 모델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죠.
에어비앤비가 공간 그 자체를 쉐어하는 모델이었다면, 공간을 사용하며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지난 2015년 오픈한 라이프스타일 호텔, 카푸치노입니다. 지하 3층, 지상 18층 규모로 총 141개의 객실을 보유한 호텔 카푸치노는 공유가치를 이용하여 유니크한 'Urban lifestyle hotel'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호텔 카푸치노는 호텔의 운영을 통해 사회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기획 단계부터 큰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호텔 곳곳에 다양한 서비스와 프로그램을 마련해 고객이 호텔을 이용하면서 자연스럽게 공유가치 창출에 참여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해 화제를 모았죠.
▲재활용 제품을 활용한 애견용품 전시 및 판매가 이루어지는 1층 호텔 카푸치노 로비 데스크(왼쪽), 로비 반대쪽 코너에 자리한 헌 옷 수거함 (오른쪽)
로비의 한 쪽 코너에는 헌 옷을 모으는 대형 수거함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자선단체 옷캔(OTCAN)과 협력해 이곳에서 수거된 헌 옷을 기부하고 있습니다.
▲1층 카페 전경(왼쪽), 17층 레스토랑의 ‘엔젤 메뉴’(오른쪽)
또한 호텔 내 레스토랑과 카페, 바에서 ‘엔젤 메뉴’를 주문하면 수익금 중 일부를 적립하여, 저개발 국가에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제공하는 ‘Water.org’에 기부합니다.
▲기부 메시지가 새겨진 엘리베이터 내부(왼쪽), 도착과 동시에 엔젤 사인이 나타나는 엘리베이터 홀 바닥(오른쪽)
엘리베이터는 객실 카드키를 태깅할 때마다 500원씩 누적되고 체크 아웃 시 기부할 금액을 정할 수 있습니다.
▲물 절약을 유도하는 엔젤 아이콘이 돋보이는 객실 (왼쪽), 객실 대신 외부 복도에 비치된 공용 전화기(오른쪽)
공유가치의 아이콘 ‘엔젤’은 호텔 곳곳에 위트를 더해주는 디자인 요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악마가 숙박 후 천사가 되었다는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을 알게 되면 호텔 속 엔젤을 더 찾아보게 됩니다.
이외에도 객실마다 제공되는 E&G(Earn&Giveaway) Box는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아낀 만큼 고객이나 사회에 환원한다는 뜻으로 박스를 사용하지 않으면, 커피 한 잔 또는 호텔에서 지원하는 단체에 기부하게 됩니다.
최근 중국 관광객 감소와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 숙박 플랫폼(역설적으로 되게도)으로 국내 호텔 업계는 레드오션이라 불리는 상황에서 호텔 카푸치노는 트렌디한 디자인과 더불어 공유 가치를 이용한 새로운 문화를 이끄는 어반라이프스타일 이미지를 통해 이슈화에 성공하였습니다. 악마도 이곳에서 하룻밤만 지나면 천사가 된다는 설정처럼 누구나 숙박을 통해 공유가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은 일석이조의 매력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죠. 영리한 컨셉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규모 상점의 상생을 공간을 통해 도모한 ‘어쩌다 가게’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 있을 것입니다. 뉴스에서도 이슈로 다뤄질 만큼 부정적인 사회 현상 중 하나인데요. 낙후됐던 구도심이 번성해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다른 곳으로 밀려나는 현상을 말합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해결하면서도 서로 상생을 도모하고, 더불어 ‘공유 코드’를 통해 마케팅에도 성공한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최근에 망원동에 2호점까지 낸 ‘어쩌다 가게’ 인데요.
몇 년 전 연남동에서 가정집을 개조한 건물에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모여있는 곳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정말 어쩌다 방문하게 되었는데, 건물 명칭이 ‘어쩌다 가게’여서 재미있다고 생각했죠. 연남동 1호점의 입소문 성공에 힘입어, 최근 망원동에 2호점이 오픈했습니다.
▲2014년 만들어진 어쩌다 가게 연남(왼쪽), 올해 초 새롭게 오픈한 어쩌다 가게 망원(오른쪽)
대부분 1인 가게인 여러 소 상점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어쩌다 가게 건물은 출입문도 따로 없는 ‘공동체의 건물’입니다. 특히 골목이 건물로 이어지는 구성으로, 출입문을 없애고 개방된 공간 구성으로 골목과 건물을 연결하여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작은 가게들이 마주 보고 있는 어쩌다 가게 망원
어쩌다 가게의 망원의 내부는 반 층씩 쌓아 올린 스킵플로어 설계를 적용하여 작은 가게들이 서로 마주보며 소통할 수 있게 구성돼 있습니다.
평범하고 아기자기하게 미래를 꿈꾸는 이들의 작은 공간을 표방하는 어쩌다 가게는 임대료를 5년간 동결하여 세입자들이 안정적으로 상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장사로 뛰어버린 임대료에 어쩔 수 없이 떠나게 되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메시지라 할 수 있죠. 사실 최근에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화백화현상(개성 있던 동네가 좋아 찾았던 사람들이 개성이 사라지면서 떠나는 현상)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어쩌면 공유를 통한 상생은 눈앞의 이익을 떠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꼭 필요한 요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오피스 트렌드의 변화 ‘공유 오피스 – 스튜디오블랙, wework’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학생들은 학내 공간이 아니면 외부에서 마땅한 모임 장소를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스타트업 기업들도 마찬가지였죠.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오피스를 빌릴 돈이 아까워 본인 집의 차고에서 애플을 처음 시작한 일화는 유명합니다. 이후 학생들이 차고를 이용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사례가 많아지자 ‘Garage Startup’이라는 용어도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이야기는 이제 조만간 구시대의 에피소드로 여겨질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몇 년간 공유 오피스가 급격히 늘어났으니까요.
2017년 초 현대카드에서 오픈한 공유 오피스 스튜디오블랙의 사례를 보면 스튜디오 블랙은 작업실과 현대카드의 소수 상위 고객용 서비스 블랙을 결합해서 만든 이름에서 볼 수 있듯 공유 트렌드를 대변하는 공유 오피스 서비스를 자사만의 관점으로 새롭게 해석한 공간입니다.
▲스튜디오 블랙 미팅라운지 (출처: https://studioblack.hyundaicard.com)
스튜디오블랙은 총 5층(8~12층)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중에서 10층은 라운지, 회의실, 수면실, 샤워실, 포토 스튜디오 공용 공간으로 구성되고 나머지 4개 층은 620석 규모의 사무공간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스튜디오블랙 업무 공간(왼쪽), 수면실(오른쪽) (출처: https://studioblack.hyundaicard.com)
스튜디오 멤버를 위한 업무공간은 전부 모듈형 구조로 설계, 상황에 따라서 다양한 방식으로 공간을 유연하게 활용 가능하며, 그 외에도 수면실, 3D 프린트실, 메일룸, 공유 라운지 등으로 구성되어 있죠.
세계적인 공유 오피스 브랜드 wework도 서울에 지점을 내고, 새로운 오피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강남점, 을지로점에 이어 최근에 삼성점도 오픈했습니다.
스튜디오 블랙이나 wework 외에도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는 공유 공간들이 최근 많아지고 있습니다. 험블한 공간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적으로도 멋지고, 기능적으로도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는 공유 공간들이 전 세계적으로 다양하게 생성되고 있으며, 창의적인 인재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죠.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최근 대규모 기업들도 개개인에 맞춰 쉽게 바꿀 수 있고, 여러 창의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오피스 구축에 더 많은 관심이 있습니다. 어쩌면 앞으로는 고정적인 오피스라는 개념도 사라질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 공유 가치(Sharing value)
개개인이 추구하는 바가 다양하고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요즘, 어쩌면 공유가치 문화는 사람들의 심리를 가장 잘 반영하는 사회 트렌드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공유 경제는 그 옛날 ‘아나바다’ 운동의 발전된 형태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오늘날의 공유 가치가 예전과 다른 점은 이 문화가 비즈니스로 진화되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죠. 여기에는 IT 및 SNS의 발전으로 정보 및 물질의 공유가 더 쉬워졌다는 사회 배경도 한몫했다고 봅니다.
미래를 바꿀 수 있는 트렌드로 인식되는 공유 가치, 내가 가진 것 중에 상대방과 나눌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요? 여러분도 한번 생각해보시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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