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동네 책방이 참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가히 폭발적이죠. 가수와 방송인은 물론, 광고대행사 임원과 대형 출판사까지 동네 책방 타이틀을 달고 속속 개점 중입니다. 동네 책방은 대형서점과 달리, 콘셉트가 명확한 곳이 많습니다. 콘셉트에 따라 책을 큐레이션 하는 게 동네 책방의 가장 큰 특징이고요. 그래서 숨은 책이 곧잘 발견되기도 하고, 독자들이 책을 만지고, 펼치며 직접 고르는 맛이 큽니다.
또한, 동네 책방마다 모임과 행사가 꾸준히 열리고 있습니다. 작가와의 만남, 원화 전시, 인디뮤지션의 공연과 독서 모임, 낭독회, 필사 모임 등 정말 다양합니다. 무료 행사도 많고, 유료 행사의 경우 참가비 대비 정말 질 좋은 모임이 많습니다. 일산의 한 동네 책방은 유명 작가가 매달 한 번씩 참석해 낭독회를 열기도 하니까요.
이렇게 동네 책방은 책을 팔고 사는 것을 넘어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동네라는 게 예전에는 걸어서 오갈 수 있는 정도의 범주거나, 내가 사는 집이 있는 울타리 정도로 여겨졌다면, 지금은 내가 소통하고 커뮤니티를 이루는 범위로 확장된 거로 보입니다. 아마 커뮤니티를 이루는 장소로서 동네 책방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자, 그래서 이제 날씨도 춥고, 시간도 부족하여 어디 멀리 여행 가지 못하는 광고인들에게 서울의 가보면 좋을 동네 책방을 추천해 봅니다. 아마 생각이 말랑말랑해지고, 작지만 새로운 시각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첫 번째 동네 책방 나들이 | 추리소설 전문 서점, 미스터리 유니온
신촌 경의선 철도역 앞에 있는 <미스터리 유니온>은 추리소설 전문 서점입니다.
작지만 매우 아늑한 책방입니다. 입구부터 서가, 집기까지 모두 나무로 되어있어 더욱 따뜻한 느낌입니다. 추리소설이 빼곡한 <미스터리 유니온>은 HS애드에서 수년간 크리에이터의 삶을 살아왔던 CD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추리소설이 좋아 지난해 봄에 덜컥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죠.
<미스터리 유니온>에는 약 2천여 권의 추리소설이 나라별로 분류되어 서가에 꽂혀 있습니다. 매달 주제를 정해 주제에 적합한 소설을 별도로 소개하고 있기도 하고요. 또한, 매월 보름달이 뜰 때쯤, 단편추리소설을 함께 읽어보는 낭독회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스터리 한 공간에서 미스터리 한 이야기를 만나, 미스터리 한 우리의 삶을 천천히 추리해 봅시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88-11
인스타그램 @mysteryunionbook
두 번째 동네 책방 나들이 | 술 먹는 심야서점, 책바
‘책맥’이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책방에서 맥주를 파는 곳이 늘어나며 생긴 단어입니다. 그런데 여기, 주인장이 손수 만든 칵테일을 맛보며 책을 읽고, 살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요즘 핫 한 동네, 연남동의 끝자락에 있는 <책바>입니다.
<책바>는 저녁부터 늦은 밤까지 여는 심야서점인데요. 책과 술을 혼자 즐기기 좋은 곳입니다. 혼자 가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곳이죠. LG생활건강에서 마케터로 일하다 어느 날 회사를 나와 <책바>를 차렸다는 주인장입니다. <책바>에선 소설 속에 등장하는 술을 마실 수도 있고, 술이 등장한 책을 읽을 수도 있는 게 무척 흥미롭습니다. 더군다나 얼마 전, 주인장이 소설 속 술 이야기 ‘소설 마시는 시간’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책을 마시고, 술을 읽을 수 있는 동네 책방 <책바>. 퇴근 후 혼자 살며시 들려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맛로 24 1층 101호
인스타그램 @chaegbar
세 번째 동네 책방 나들이 | 향기파는 서점, 프레센트
선유도역 근처에 자리 한 <프레센트>는 책과 향기를 파는 동네 책방입니다. ‘프레센트’는 Present 선물 + Scent 향기 단어가 합쳐져 ‘향기로운 선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14는 ‘충만함’을 의미하는 숫자이기도 하죠. 책과 향기로 누군가의 마음이 가득 충만해지길 바라는 <프레센트> 주인장의 마음일 것입니다.
주인장은 공간 향기 마케팅 회사에서 향수를 만들고, 향수 매거진 에디터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책방에서 향수를 만들고 있고요.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세계문학 작품 7가지를 향수로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프레센트>에선 향수만 구매할 수도, 책과 향수를 함께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책방에는 일반도서와 독립서적물이 있으며, ‘블라인드 북’이 있습니다. 키워드 몇 개만 보고 고르는 책이죠. 나를 위한 설레는 선물을 하고 싶을 때 좋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양평로22라길 1 104동 105호
인스타그램 @prescent.14
네 번째 동네 책방 나들이 | 아티스트를 위한 서점, 더 북 소사이어티
디자이너와 아티스트가 사랑하는 서점은 단연 <더 북 소사이어티>입니다.
<더 북 소사이어티>는 독립출판사 미디어 버스(Media Bus)가 운영하는 서점으로 국내 관련 서적은 물론, 해외 예술 도서, 디자인 도서가 많고, 구하기 힘든 국공립 미술관의 도록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도록의 경우, 전시 주간이나 전시 장소에 방문하지 않으면 구하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 여러 도록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 또한, 머리를 말랑말랑하게 해주는 아티스트 워크숍과 행사도 종종 진행하고 있는 곳입니다.
본래 <더 북 소사이어티>는 경복궁 서쪽 서촌에 자리하고 있으나, 얼마 전부터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분점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0길 22 2층
트위터 @TheBookSociety
다섯 번째 동네 책방 나들이 | 독립출판의 모든 것, 스토리지북앤필름
독립서점의 시작을 이 책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올해 1월로 9주년을 맞는 <스토리지북앤필름>입니다. 해방촌 언덕에 자리하고 있는 독립출판물을 주로 다루는 서점입니다.
은행원이었던 주인장이 취미로 찍던 사진을 독립출판으로 사진집을 출간하며 관심을 두게 되면서 <스토리지북앤필름>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스토리지북앤필름>엔 정말 없는 독립출판물이 없습니다. 빼곡한 서가엔 다른 동네 책방에서 보지 못했던 독특한 컨셉트의 독립출판물도 많습니다. 또한, 주인장이 직접 독립출판 제작 클래스를 운영하며 수강생들이 만든 책과 사진집 170여 권 정도를 출판했습니다. 책의 소비만 이루어지는 곳이 아니라 생산도 도맡은 서점입니다. 현재는 2000년부터 2016년까지 출간된 독립출판 인덱스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남과 다른 아이디어,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을 원하는 광고인이라면 한 번 들려보면 좋겠습니다.서울 용산구 신흥로 115-1
트위터 @camera_storage
여섯 번째 동네 책방 나들이 | 디자이너의 책방, 땡스북스
언제나 활기 넘치는 홍대 거리에 있는 <땡스북스>. 동네 책방에 관심이 없더라도 알 만한 사람은 아는 책방입니다.
직접 책을 디자인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디자인 활동을 하는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책방으로 최신 트렌드와 예술, 디자인 관련 서적이 잘 큐레이션 되어 있습니다. 커피와 함께 책을 즐길 수 있고, 책과 관련된 전시, 원화 전, 사진 전, 그래픽 디자인 전 등 다양한 전시가 열리는 갤러리가 위층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땡스북스’는 지난 10월 도산공원 옆 퀸마마마켓 3층에 ‘포스트포에틱스’와 함께 ‘어른들을 위한 서점’ <파크 Parrk>를 열었습니다. ‘포스트포에틱스’는 해외서적을, ‘땡스북스’는 국내서적을 큐레이션 한 서점입니다. 조금 더 많고 다양한 책을 접하고 싶은 분은 <파크 Parrk>에 들려 봐도 좋습니다.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 28 더갤러리 1층
트위터 @thanksbooks
앞서 소개한 여섯 개 동네 책방 외에도 서울엔 수많은 동네 책방이 있습니다. 시 전문서점 <위트 앤 시니컬>과 <청색종이>, 건축전문서점 <한칸서점>, 독립출판물서점 <헬로 인디북스> <오프 투 얼론> <별책부록>, 문학중심서점 <고요서사>, 음악서점 <초원서점>과 <라이너노트>, 전시가 있는 서점 <북티크>, 술 먹는 책방 <퇴근길 책한잔> <북 바이 북> 등 콘셉트도 다양합니다.
내가 평소 관심 있었던 컨셉트로 운영되는 동네 책방에 먼저 가보면, 아마 동네 책방의 매력에 푹 빠지실 게 될 겁니다. 공간 분위기부터 책, 굿즈까지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없을 테니까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주인장이 추천하는 책도 한 권씩 읽어보고 동네 책방에서 여는 모임에도 참여해보며 자신만의 단골 동네 책방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멀리 여행 가지 않아도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시각, 다양한 시선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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