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기다려지는 광고가 있습니다. 일년에 한 번 사람들은 광고가 나오기만을 기다립니다. 광고가 나오면 채널을 돌리거나 건너뛰는 게 대부분이지만, 이 광고만은 다릅니다. 영국 백화점, 존루이스의 크리스마스 광고. 해마다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이야기로 우리를 울리고 웃게 하기 때문이죠. 올해도 11월이 되자마자 사람들은 존루이스 광고를 기대했고 기다렸습니다. 그래서 고등학생이 유튜브에 올린 애니메이션을 존루이스 광고로 착각하고 40만이 볼 정도로 화제가 되기도 했죠.
존루이스 광고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팔기 위한 콘텐츠이지만, 매년 연재되는 동화라고 해도 될 만큼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올해의 존루이스는 당신을 웃기기로 했습니다
수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존루이스답게 쉽게 광고를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3개의 짧은 티저를 먼저 온에어했죠. 키워드는 'Bounce'가 전부입니다. 강아지가 아이의 움직임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아이는 열심히 호퍼를 타고 있죠. 아이의 움직임에 따라 강아지의 시선도 올라갔다 내려갔다 할 뿐입니다.
두 번째는 소파에서 뛰고 있는 아이입니다. 역시 강아지는 집중해서 관찰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침대에서 뛰는 아이입니다. 사람들은 강아지와 여자아이와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기대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이야기가 나올까, 모두들 궁금해했습니다. 하지만 모습을 드러낸 존루이스 광고는 지금까지 보여 왔던 것처럼 ‘찡한’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티저에 나왔던 것처럼 여자아이는 침대에서 점프를 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엄마는 아이를 재우고, 쳐다보던 강아지도 방을 나오죠. 아이가 잠든 시간, 아빠는 마당에 트램폴린을 설치하기 시작합니다. 뛰는 걸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준비한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 리본까지 장식한 후 집안으로 들어오죠. 하지만 새벽에 예기치 않은 방문객들이 찾아옵니다. 여우와 오소리, 다람쥐, 고슴도치… 그들은 마당에 설치된 트램펄린에 올라 신나게 뛰기 시작합니다.
강아지는 집안에 갇혀 그들이 뛰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매우 부러운 시선이라 애처롭기까지 합니다. 동물들이 신날수록 강아지는 슬퍼지죠. 드디어 날이 밝고 선물을 확인하기 위해 뛰어나오는 아이에게 아빠는 창문을 활짝 열고, 트램폴린을 보여 줍니다. 아이는 신나서 달려가죠. 순간 더 기뻐하는 이가 나타납니다. 강아지가 전속력으로 달려 트램폴린에 먼저 뛰어든 거죠. 밤새 부러워했던 것만큼 신나게 뛰기 시작합니다. 그 모습에 아이도 아빠도 엄마도 당황합니다. 그때 존루이스는 말합니다. "모두가 기뻐할 선물"이라고.
예전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작년, ‘달 위의 남자’를 선보인 존루이스는 달에 혼자 남겨진 이의 쓸쓸함과 황량함에 'Sadvertising'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올해는 좀 더 즐거운 이야기를 만들고자 한 듯합니다.
광고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백화점에서 판매되며 수익금의 일부는 야생 동물 단체에 기부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상현실을 통해 아이들은 매장에서 직접 동물들을 만나볼 수도 있다고 합니다. 스냅챗이나 트위터를 통해 동물 스티커나 필터를 즐길 수도 있고요. 예전 광고보다 이야기의 울림이 적은 듯해서 아쉽긴 하나, 사람들은 존루이스 광고를 보면 ‘크리스마스가 다가온 것’을 느낀다고 하니, 쌓아온 이미지가 대단합니다.
밴앤제리는 더 달콤한 세상을 기대합니다
아이스크림 브랜드 밴앤제리는 브렉시트와 트럼프로 인해 분열된 곳에 따뜻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과일들이 등장하는 아름다운 세상이지만 그들도 선거운동이 한창입니다. 환호하는 레몬들. 그들은 레몬에게 투표하라는 피켓을 들고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 빨간 체리가 눈에 띕니다. 체리는 ‘함께일 때 더 달콤해질 수 있다’라는 피켓을 들고 있죠. 체리는 이내 레몬들에게 외면당합니다. 체리는 쓸쓸히 길을 걷죠. 그는 절망합니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함께 음악을 듣자고 권하는 레몬을 만나고 그들의 다정한 모습이 화제가 됩니다. 모든 플래버(flavour)를 환영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BetterTogether 메시지도 널리 퍼지기 시작하죠. 결국은 모든 과일들이 함께하는 세상이 되고 one sweet world가 이루어집니다.
우리는 하나의 플래버(flavour)만 있는 세상에 살지 않습니다.
밴엔제리의 메시지가 따뜻하게 울립니다. 시종일관 따뜻하게 흐르는 음악도 보는 이의 마음을 기분 좋게 합니다. 여느 디즈니 애니메이션 못지않은 귀여운 과일들이 등장하죠. 아이스크림 브랜드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메시지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인투(Intu)는 아름다운 그림을 보여줍니다
영국은 크리스마스 광고의 전쟁터입니다. 수많은 백화점과 쇼핑몰, 브랜드들이 각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그래서 여간해선 눈에 띄지 않죠. 쇼핑몰 인투는 그래서 색다른 그림을 만들어냈습니다.
광고엔 마리오네트 인형극처럼 인형들이 등장합니다. 등장하는 새들은 쇼핑하는 이들의 다양한 성향을 나타내죠. 닭은 크리스마스가 닥쳐야 선물을 사재기하는 ‘막판 쇼퍼’로 등장합니다. 백조는 윈도우 쇼퍼입니다. 쇼핑하는 것을 좋아하죠. 화려한 핑크색의 플라밍고는 이기적인 쇼퍼입니다. 오직 자신을 위해 쇼핑하는 것을 좋아하는 일명, ‘me, me, me shopper’입니다.
아름다운 깃털을 펼치는 공작은 흥분한 쇼퍼로 등장합니다. 독수리는 바겐 헌터입니다. 반값이나 타임 세일을 노리죠. 부엉이는 철저한 계획에 의해 쇼핑하는 현명한 쇼퍼입니다. 광고에 등장하는 새들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는 여러 사람의 모습을 재치 있게 표현합니다. 당신이 어떤 유형의 쇼퍼이든 인투를 찾으라고 합니다. 쇼핑 성향을 새들의 특성과 연결해 표현한 아이디어가 재미있습니다.
이 인형은 저절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손으로 조종해 움직임을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CG로 만든 광고보다 인성이 느껴지고 따뜻해 보입니다. 인형의 완벽한 움직임을 만들어 내고 찍기 위해, 리허설과 테스트를 거쳐 4일간 촬영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그림은 군더더기 없이 아름다워 보입니다. 이야기는 일반적일 수 있어도 그림이 따뜻하기에 더없이 좋은 크리스마스 광고로 보입니다.
따뜻함이 절실해집니다
세계는 지금 많은 위로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투표를 한다는 건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대신 어느 한쪽을 잃어야 한다는 의미도 됩니다. 브렉시트를 선택한 영국은, 트럼프를 선택한 미국은, 그래서 누군가를 절망하게 했고 위로가 필요한 반쪽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또한 더 절실하게 위로를 필요로 하는 겨울이 됐습니다.
광고는 무턱대고 따뜻해질 순 없습니다. 클라이언트의 수익에 도움이 돼야 하고, 목적성을 띄어야 하기에 따뜻하다고 할지라도 상업성을 잊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메시지가 순수해 보이지 않기도 하죠. 하지만 잘 만들어진 광고는 우리를 눈물 나게 하기도 하고, 세상을 아름다워 보이게 만들기도 합니다. 겨울이면 크리마스를 기념해 만들어지는 광고들은 그래서 보는 재미를 줍니다.
영국의 드럭스토어 부츠는 특별한 선물을 광고에 담았습니다. 크리스마스에 쉬지 못하는 45명의 여성을 초대해 아름답게 화장해주고 꾸며주는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그들은 모델이 아니라 실제로 농부, 간호사, 경찰, 의료 종사자들이었죠. 아름다워진 그들은 그들의 친구와 가족들을 만나 미리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겼습니다. 광고는 평범하게 만들어졌으나, 그들의 생각은 뜻깊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함이 절실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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