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04 : 스토리텔링 · 큐레이션, 그리고 스토리스케이핑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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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 큐레이션, 그리고 스토리스케이핑

 

 

Curation Conversation

 

송 한 나

스페이스커뮤니케이션팀 차장 / hannasong@hsad.co.kr

 

 


 

 


 

 


Curation?

한창‘ 스토리텔링’이 유행일 때가 있었다. 스토리텔링을 강조하며 한 편의 영화 같은 광고와 뮤직비디오가 열풍을 일으키고, 마치 특정 시대로 돌아간 듯 공간을 재현한 전시들이 대중을 끌어들였다. 최근에는 스토리텔링을 넘은‘ 큐레이션(Curation)’이 회자되고 있다.

 

작품을 소개하는 도슨트의 역할로 오해를 사던 큐레이터의 입장에서는 ‘이제야 큐레이션의 의미와 역할을 대중들이 알아주겠구나’ 하는 반가움도 잠시, 혼란스러운 상황들을 마주하게 됐다. 관객들이 영화를 관람하기 전, 영화의 배경이나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설명하는 영화 큐레이터가 등장했고, 유명 뮤지션들이 뮤직 큐레이터로 변모해 테마에 맞는 유명 밴드들을 선택, 콘서트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또한 직업을 넘어‘ 큐레이션 TV’에서는 장르별 프로그램 검색이나 이용자가 선정한 채널번호를 기억해 원하는 VOD를 바로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작품을 설명하고, 주제에 맞는 콘텐츠를 선별해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이 큐레이션의 일부분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 의미와 역할이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채 마치 유행처럼 퍼져가고 있는 큐레이션의 개념은 헤어 큐레이션부터 입시 큐레이터, 나아가 올해 리빙 트렌드라는 홈 큐레이션까지 점점 모호한 영역을 만들어가고 있다.

 

정보 과잉 시대라 할 수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 콘텐츠의 스토리에 주목하고, 그 안에서 차별화된 핵심 포인트를 찾아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가는 AE로서 과연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스토리텔링이 무엇인지, 새로운 개념으로 떠오른 큐레이션은 무엇인지, 그 다음 우리가 준비할 것은 무엇일지 짚어보고자 한다.

 

 

현재에서 만들어가는 이야기,‘ Storytell-ING’

이제 스토리텔링은 진부한 느낌마저 들 정도로 많이 다뤄진 개념이다.

흔히 스토리텔링은 개별의 콘텐츠를 하나의 이야기로 전개하는 스토리-메이킹의 개념으로 여겨진다. 휴대폰이 연인들의 아련한 러브스토리로 이어지기도 하고, 맥주 한 캔이 청춘들의 끈끈한 우정 속에서 이야기로 피어나는 것이 그 예이다. 많은 경우 스토리텔링에서 중요하게 여겨진 점은 Story‘-TELL’ing, 즉 어떻게 대중에게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풀어 가느냐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Storytel‘l -ING’, 즉 현재의 시점이다.

진정한 스토리텔링을 위해 우리는 대중의 공감을 사야 한다. 아무리 드라마틱한 이야기일지라도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라면 대중은 외면한다.

 

공감은 대중이 속한 현재의 시점, 즉‘ 서로가 암묵적으로 이해하는 지나간 시간, 함께 살아가고 있는 지금’에서 시작된다.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고 이야기하려 하면서 우리가 자주 놓치는 부분 중의 하나가 바로 이‘ 현재’이기도 하다. 상상 속 먼 미래를 다루는 영화에서도 현재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인간의 한계와 사라져가는 인간관계를 다루는 스토리는 대중의 공감을 얻지만, 최첨단 기술의 향연만으로 무장한 스토리는 외면 받기 일쑤다. 우리가 무엇을 보여주고, 어떻게 전달하고, 어떠한 이야기로 풀어가는가 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하지만 늘 품어야 하는 것, 바로 현재, ‘-ING’가 존재했을 때 진정한 스토리텔링이 시작된다.

 

 

가치를 만드는 이야기의 플랫폼, Curation

 큐레이션의 어원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돌보다’라는 의미의 ‘큐라(Cura)’에서 비롯된,‘ 유물 및 작품을 관리하는 역할’이라는 의견이 가장 유력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영국의 전통 스포츠인 크리켓에서 경기를 위해 잔디를 고르게 하는 직업의 명칭인 큐레이터에서 비롯됐다는 설을 가장 선호한다. 크리켓은 야구와 다른 독특한 경기규칙으로 한 경기가 며칠씩, 길게는 몇 달간 지속되는 게임이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잔디가 고르게 다져져야만 선수들이 그 위에서 공격을 하고 수비를 하며 하나의 게임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 내가 해석하는 큐레이션 또한 크리켓의 큐레이터 역할과 흡사하다.

 

큐레이션은 콘텐츠를 수집하고 다양한 주제로 재구성해 이야기에 재미를 더하고 이용자의 편리를 돕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콘텐츠를 접하는 대중이 우리가 구축한 스토리의 플랫폼에 상상력을 더해 본인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질적 가치의 기반이 돼야 한다. 영화 큐레이터·뮤직 큐레이터·홈 큐레이션이 진정한 큐레이션의 의미를 얻기 위해서는 단순히 콘텐츠를 설명하거나, 방대한 콘텐츠를 공개해 대중이 기호에 따라 선별할 수 있는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제공하는 콘텐츠를 통해 각자만의 스타일, 각자만의 새로운 가치를 형성할 수 있는 해석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중이 이처럼 본인의 배경·기호·경험에 따라 자신만의 게임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스토리의 플랫폼을 다지는 것, 이것이 바로 큐레이션이다.

 

 

 

 




 

 

스토리에 공간을 더하다, Storyscaping

콘텐츠를 현재의 시점에서 공감되는 이야기로 풀어가는 스토리텔링, 각자만의 가치를 만들 수 있도록 스토리 플랫폼을 구축하는 큐레이션의 다음은 무엇일까? 대중에게 더욱 설득력 있는 스토리로 다가가기 위한 새로운 개념은 바로‘ 스토리스케이핑(Storyscaping)’이다. 기존 연구에서 스토리스케이핑은 스토리를 접하는 관객의 경험, 즉 소비자 체험(Consumer Experience)에 주목하며 관객의 경험에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주요 요소에 대한 마케팅 기법을 거론한다. 나는 나아가 스토리스케이핑을‘ 스토리(Story)’와‘ 랜드스케이핑(Landscaping)의 융합’으로 용어를 재해석,‘ 스토리를 통한 공간화 과정’으로 풀이하고자 한다.

 

스토리를 접하는 우리는 모두 오감을 통해 그것을 해석하고 세상을 상상하는 인간이다. 따라서 스토리 경험에 있어 가장 직관적인 접근 방법은 경험을 유도하는 물리적 공간이라 생각한다.

현재 열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가상현실(VR)도 가상의 콘텐츠를 물리적 경험으로 이끌어주기 때문에 관객이 더욱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는 것이며, 다양한 스토리 플랫폼을 적용한 전시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것 또한 관객의 경험을 공간화했을 때 가장 즉각적인 공감을 이끈다는 것을 인지하기 때문이다.

 

고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텔링과 가치를 더해주는 큐레이션, 그리고 그 경험을 물리적으로 담아내는 스토리스케이핑은 분리된 개념이 아니다.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스토리, 우리가 만나고자 하는 고객의 니즈,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해 그 스펙트럼을 넘나드는 집중력과 차별화된 실행력이 앞으로의 스토리를 이끌어갈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