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06 : 가장 좋은 시안의 개수는 몇 개일까?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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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주를 설득하는 가장

 

좋은 시안의 개수는 몇 개일까?


이 경 석

기획8팀 부장 / lks52@hsad.co.kr


저는 딸이 셋입니다. 큰딸과 쌍둥이 둘째·셋째를 가진 다둥이 가족이죠.

어딜 가든 요즘 같은 가족 해체 시대에 딸만 셋이라는 사실에 많은 분들께서 관심을 가져주십니다.

그리고 힘들지 않느냐고 물어봐 주시죠. 저는 대답하죠.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둘째·셋째 딸들이 여섯 살이 된 올해부터는 하나도 안 힘들다고, 오히려 아이 하나 키우는 것보다 아이 셋 키우는 것이 더 쉽다고 답해드립니다. 뻥 같나요?

요즘 세상이 아이들 낳고 키우는 게 힘든 세상이라 젊은 부부들은 아이를 낳더라도 한 명만 낳으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하지만 사실 외둥이 키우는 것은 두 아이 혹은 세 아이 키우는 것 이상으로 힘이 많이 듭니다.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장난감이자 친구는 또 다른 아이이기 때문에 둘째 아이를 세 살까지만 키워 놓으면 그 다음부터는 한 자녀 부모들이 아이에게 쏟는 시간과 정성의 반만 쏟아 부어도 충분하다고 장담합니다.

그런데 아이 둘은 한계가 있죠. 둘이 서로 장난치고 놀면서 좋을 때에는 세상에 더없이 좋지만, 한 번 틀어지기라도 하면 서로 물어뜯고 싸우고 정신없게 되죠. 이때 가운데에서 중재해 줄 수 있는 아이 하나가 더 있다면 부모의 개입 없이도 다시 화해하고 정상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우리 세 딸을 보면 나, 그리고 너를 넘어서‘ 우리’라는 개념을 갖고 스스로가 작은 사회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아이들 세 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사회화’가 되기 때문에 그 스스로 굴러갈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되고, 여섯 살만 넘어가버리면 굳이 부모의 중재나 간섭이 필요 없이 자기들끼리 커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인지심리학적으로 보면 2개로는 어렵습니다

개인적인 서론이 길었습니다만, 숫자 3은 스스로 사회화될 수 있는 최소 단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1이라는 숫자는 명쾌하지만 비교의 대상이 없으니 외롭습니다. 광고주에게 인쇄광고 시안을 제시하는데 과감하게 1개의 안을 들고 들어가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1개의 안을 제안 받은 광고주는 매우 당황하게 됩니다. 뭔가를 선택하는 광고주의 입장에서 광고회사가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당혹스러운 일이죠.

단안을 제시한다는 것은 광고회사에게도 광고주에게도 매우 용기가 필요한 선택이죠.

이렇듯 광고주에게 시안을 제시한다는 것은 뭔가 선택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선택은 광고주의 고유 권한입니다만, 광고회사 입장에서는 광고주의 선택이 우리가 예상하는 범위 안에서 일어나기를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이죠. 그래서 몇 개의 시안이 들어갈것이냐를 결정하는 것은 광고회사에서는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입니다.

1개의 시안이 들어가는 것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만, 2개의 시안이 들어가는 경우는 상당히 많습니다.

그런데 1과 2라는 숫자에서는 서로간의 상대 비교만이 가능하죠. 인간의 인지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A와 B가 제시되면 A가 B에 비해 뭐가 좋은지, B는 A에 비해 뭐가 좋고 나쁜지를 비교해가면서 A와 B를 판단하게 됩니다. 그런데 A안이 B안에 비해 뭐가 좋은지는 알겠지만 절대적으로 A안이 좋은지 혹은 맞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즉 2개의 시안에서는 비교 우위는 나오는데 절대 우위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죠.

사람은 심리학적으로 자신의 판단을 최소 3가지 측면에서 고려해 결론을 내리려고 합니다. 특히 보고를 해야 하는 분이 광고주의 톱 의사결정자가 아니라 중간 실무자라면 2가지 시안을 가지고 판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3을 경배(!)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자, 이제 3개의 시안이 들어갑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3이라는 숫자는 사회화되는 최소단위입니다.

솔로를 뜻하는 1은 외롭고, 연애를 뜻하는 2는 알콩달콩하고, 삼각관계 혹은 불륜(?)을 뜻하는 3은 그 느낌만으로 위태위태하고 불안정합니다.

기본적으로 나눗셈으로 딱 떨어지지 않는 홀수들은 짝수들과 달리 위태위태하죠. 짝수 4와 6은 둘씩 혹은 셋씩 쉽게 짝지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홀수 3은 짝도 지어지지 않습니다.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숫자죠. 인간은 태생적으로 불안정하고 위태한 것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셋 중에서 뭔가를 버리고 안정적으로 만들고 싶어 하죠.

A안과 B안, 그리고 C안 등 3개 안이 들어갔다고 봅시다. A안과 B안을 먼저 비교하고, A안과 C안을 비교합니다. 그리고 B안과 C안을 비교하죠.

이렇게 교차된 상대비교를 해보는 과정에서 절대비교가 가능한 숫자가 되는 겁니다. A안이 B안에 비해서는 비주얼이 더 좋고 C안에 비해서는 메시지 전달력이 좋으니 B안이나 C안에 대해 A안이 절대 우위를 갖게 되는 것이죠. 일단 인식구조 상에서 밑으로 B안과 C안을 깔고 그 위에 가장 좋은 A안을 포개 놓으니 머릿속의 구조도 매우 안정적이 됩니다.

광고주는 안심하고 선택하게 되죠.

이것이 인지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가장 안정적이고 빠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삼각인지이론(Triangle Cognitive Theory)’입니다.

일종의‘ 판단의 삼각측량기법’이라 할 수 있는 것이죠.

서두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제 딸이 셋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광고회사에서 숫자 3은 완벽한 숫자입니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라는 사회화의 시작이 되는 숫자일 뿐 아니라, 상대 우위가 아닌 절대 우위를 판단할 수 있는 숫자 3, 조직 구성도 팀장 한 명에 셀장 2명 혹은 리더 한 명에 팀원 2명의 구조가 안정적으로 굴러가는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작팀도 CD 1명에 카피라이터 1명, 아트디렉터 1명으로 구성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세팅이잖습니까. 이렇게 광고회사에서 3이라는 숫자는 모든 것의 출발점인 위대한 숫자입니다.


시안 4개는 2개, 5개는 3개와 비슷한 효과를 보입니다

시안이 4개 들어가거나 5개 들어가면 어떻게 되냐고요?

4개가 들어가면 2개가 들어가는 것과 똑같은 효과가 나고, 5개 들어가는 것은 3개안이 들어가는 것과 비슷한 의사결정과정을 거칩니다.

4개가 들어가면 광고주는 머릿속에서 2개씩 그룹화를 시켜서 A안과 C안을 하나의 그룹으로, B안과 D안을 또 다른 하나의 그룹으로 묶습니다. 그리고는 어느 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추가안을 요구하게 되죠.

5개안이 들어가면 일단 1차 고려군에서 2개안을 버리고, 2차 고려군의 3개안 중에서 선택하게 되죠. 즉 3개안 들어가는 것과 유사한 의사결정 구조를 밟게 되는 겁니다. 따라서 광고주한테 들어가는 가장 효율적인 시안의 개수는 바로 3개인 것입니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이지만요.

자, 이런 말도 안 되는 광고잡설이 정말인지 알아보기 위해 주변의 AE들에게‘ 보통 광고주한테 제안하는 시안의 개수가 평균적으로 몇 개가 되는지’ 물어봤습니다.“ 도대체 시안을 몇 개가 가지고 들어가십니까”하고. 역시 36% 정도는 이미 3개의 시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4개 이상의 시안이 들어가는 경우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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