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06 : 꽃보다 나 감독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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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나 감독


심 의 섭

CR센터 Chief copy / adel@hsad.co.kr


먼 옛날 분이 아닙니다. 멀리 외국에 사는 분도 아닙니다.

그럼? 지금 대한민국에 살고, 한창 잘 나가는 실존인물입니다. 광고는 하지 않는 남자입니다. 연예인이 아니면서 연예인처럼 팬덤을 가진 남자입니다. TV에도 자주 나옵니다. 아이디어도 좋습니다. 착해 보입니다. 일할 땐 독해 보입니다. <1박 2일>의 PD였습니다. 나 PD 아시죠?

그 남자가 학생 때 광고에 뜻이 있었다는 ‘if’를 해본다면.







광고와 방송, 어떤 길을 갈까 고민하던 대학생 나영석. 각 분야의 선배들을 찾아뵙고 조언을 들었다.“ 어렵다, 힘들다, 하지 말라”는 말만 계속 들었다.‘ 아니,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물어보는 건 그만! 내가 정해야겠다. 그래, 광고로 가자. 난 아이디어가 죽이니까’.

졸업식도 올리기 전, 아이디어가 죽이는 나영석은 광고계 전설적인 감독인 채은석 감독의 조감독으로 들어갔다. 그 남자는 생각했다.‘ 이제 내 인생은 활짝 피었어’.


난, 뭘 하고 있는 건가

나영석 조감독, 1주일째 집에 들어갔는지 잠은 잤는지 모르겠다. 며칠은 재미났다. 회의에 미팅에 촬영장에 모든 점이 신기했다.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 옆에서 바라보는 방관자 입장에서 실무를 뛰게 되니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아이디어는 끝도 없이 내야 했다. 한 번 두 번 내서 결정되는 경우는 없었다. 회의는 점점 재미없어졌다.

참, 주위 사람들이 나 감독이나 나 PD로 부르기 시작했다.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를 내도 채택되는 경우는 없었다. 쓸데없이 회의만 많다는 회의가 들었다. 촬영을 위한 준비는 지옥이었다. 모든 스태프들이 자기 분야에서 준비를 해오지만 돌발상황은 꼭 일어난다.

갑자기 무언가 필요한 경우 어떻게든 시간 안에 구해 와야 한다. 살아있는 광어가 필요하면 횟집에 가서 사오고…. 문제는 급 필요한 건 꼭 근처에 없다는 거다. 또 급 필요 물품은 구하기 힘들고 비싸다.

그래도 나 감독은 아직 열정이 있다. 젊음의 도전정신과 끈기, 크리에이티브한 광고를 만들겠다는 꿈…은 개뿔. 한 달, 6개월…이 지나도 나 감독의 아이디어는 팔리지 않는다. 그 남자는 생각했다.‘ 난, 뭘 하고 있는 건가’. 어느 날, 나 감독은 회사를 쨌다. 잠수 탔다. 3일간의 잠수 끝에 그 남자는 회사로 돌아왔다. 어떤 마음을 먹었는지는 모른다. 분명한 하나. 끝까지 한다! 다시 신입의 불타는 눈으로 회의실과 촬영장을 누볐다.

못 견디게 힘이 들면 방송국에서 PD를 하는 이 선배를 찾아가 포장마차의 독한 소주로 마음을 달랬다.


컨셉트가 1박 2일

하나 둘 그 남자의 아이디어가 팔리기 시작했다. 채 감독님도 나 감독의 이야기에 더 많은 귀를 기울였다. 그즈음 등산 같은 아웃도어 용품 광고가 붐을 이뤘고, K2(KBS2를 줄여서)광고가 들어왔다. 그 남자는 1박 2일 동안의 복불복을 컨셉트로 아이디어를 냈다. 나 감독의 아이디어는 호평과 놀라움, 대박 예감 속에서 광고촬영에 들어갔다. 채 감독은 나 감독에게 메카폰을 잡아보라고 했다. 드디어 입봉이다.

나 감독은 모델부터 호화 캐스팅을 고집했다. 강호동·이승기·은지원 등 모델비만 억! 억! 소리 나는 상황. 히트하지 못하면 뒷감당이 무서울 정도였다. 20여 편의 캠페인 중 첫 편이 나간 후, 반응은 뜨거웠다.





대한민국에 복불복 열풍을 불러왔다.

두 번째 CF 촬영 날. 광고 속 CF 감독으로 나오는 엑스트라 모델이 계속 NG를 낸다. 나 감독은 더 이상 볼 수 없어 스스로가 카메라 안으로 뛰어들었다. 광고계의 명 카피로 남은 멘트는 그때 태어났다.‘ 안 됩니다’,‘제가 언제 신났다고 그러세요’,‘ 자 여러분 축하합니다. 이제, 밖에서 주무시면 됩니다’, ’여러분!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되죠’ 등등 주옥같은 나 감독의 멘트는 연예인들이 흉내를 낼 정도로 대단한 히트를 쳤다.

그 남자의 주가는 끝없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1박 2일 캠페인이 계속되는 가운데, 채 감독은 나 감독을 독립시켰다. 15편쯤 찍었나보다.

조감독에서 큰 감독 밑의 감독, 이제 진정한 감독이 된 것이다.

K2는 계속 자신의 광고를 담당해주길 바랐고, 나 감독 역시 자신을 최고로 만들어 준 광고주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세상이 가만있겠는가.


스카우트, 그리고…

광고시장의 뜨는 감독을 누가 가만두겠는가. 모든 광고회사가 그 남자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홀연히 사라졌다. 아니, 당대 최고의 인기 감독이 사라지며 광고판은 난리가 났다, 한동안은…. 시간이 흘러 나 감독에 대한 관심은 옅어졌고, 그 남자를 찾는 광고주도 없어질 때쯤이다.


나야 나! 뜨거운 컴백

나 감독의 컴백 소문이 솔솔 피어나기 시작했다. 큰 광고주다. 어마어마한 스케일이다. 대박이 예상된다…라는 소문과, 가까스로 뭐 하나 찍게 됐다, 이번에도 되겠어? 잘 나가는 감독이 하나 둘인감, 몇 년 전과 다르다…는 등의 회의적인 소문이 함께.

CJ가 광고주다. 나 감독이 입을 열었다. 광고판은 크게 요동쳤다. CJ를 물었다. 대단하다. 부럽다. 아니야, 그래도 옛날과 다를 거야…. 시끄러움 속에 나 감독의 새로운 CF가 방송을 탔다. 음식이 주력인 CJ의 광고.삼시세끼를 컨셉트로 만들어진 광고는 새로운 반향을 일으켰다.

CJ의 매출액은 무서운 상승세를 탔고, 나 감독의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랐다. 광고주들은 그 남자에게 광고를 맡기려 안달이 났다.

나 감독은 조용히 다음 광고 준비에 들어갔다. 광고주는 우리나라 굴지의 여행사였다. 모델은 연기파 연기자였다. 자칭‘ 할배’. 사람들은 안 될 거라고 입을 모았다. 나 감독은 1박 2일을 함께 만든 모든 스태프를 다 모았다. 그리고 또 한 번의 히트 광고를 만들어 냈다.‘ 꽃보다 할배’ 캠페인으로 광고판을 뒤집어놨다.

나 감독은 CJ의 삼시세끼‘ 해산물’ 편을 잇달아 내놓았다. 차승원을 모델로 한 광고는 전편보다 더 큰 반향을 일으켰다.‘ 꽃보다 할배’ 2차 캠페인,‘ 꽃보다 누나’ 등 그 남자의 광고는 나오는 족족 최고의 히트 광고가 됐다. 나 감독은 스타 감독으로 다시 섰다.

그리고 한 인터뷰에서 쉬는 동안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입을 열었다.

“제가 뭐 했냐고요? 광고가 너무 너무 힘들어서 도망갔었어요. 정선에서 염소 키우고 있었죠. 다신 안 한다고 마음먹었는데, 꿈에서 아이디어 내느라 밤새는 내가 나왔어요. 그날로 다 정리해서 왔죠.

히트의 비밀이요? 제가 특출 나서 그런 거 아니에요. 운이 좋았죠, 운이”.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