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12 : 지금, 첫사랑 중이신가요?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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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첫사랑 중이신가요?

김 경 회 | CD | copynoa@hsad.co.kr



가을의 끝자락. 노랗게 물든 정동길을 그리워하던 즈음 누군가의 끝나지 않은 첫사랑 같은 앨범 하나가 나왔습니다. 첫 번째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그리움이철철 흘러넘치는 곡들로 꽉꽉 눌러 담아낸 이 앨범은 토이의 7집 <Da Capo>. 길에서 만나도 여전히 아름다운 좋은 사람이었으면 하는 바람…. 유희열, 그는 정말이지 타고난 꾼입니다.‘ 데싸유노 인클루씨옹’을 외치며 예능을 평정하는가 하면,19금 짙은 농을 사랑스럽게 쏟아내며 감성변태의 반열에 오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의 전공은 여전히 첫사랑의 설렘과 후회 그리고 그리움에 관한 음악을 팬들의 가슴 속에 심어 놓는 일입니다. 2014년 마지막 사보 글을 쓰며 유희열의 감성을 꺼내 놓는 것은 광고도 그런 첫사랑이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광고도 첫사랑을 하듯 해야 합니다

스팸 메시지 하나 지우는 데에는 검지 하나로 족합니다. 보고서의 오타를 고치는데에는 Delete키 몇 번으로 충분합니다. 하지만 첫사랑이란 대체 무엇이기에 심장에 깊게 새겨진 채 그 무엇으로도 지워낼 수가 없는 걸까요? 이루지 못한 사랑이라는 점에서는 가슴 아프지만, 잊히지 않는 사랑이라는 점에서는 여전히 가슴 설렙니다. 브랜드가 이 영역에 들어설 수만 있다면 평생을 소비자의 마음속에서 잊히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성경은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게 되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예전에 보던 것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첫사랑은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여는 문과 같습니다. 또 첫사랑은 태어나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놀라운 감정의 연소를 온몸으로 느끼게 되는 생애 첫순간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브랜드가 소비자를 애인 삼아 가져야 할 감정은 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선물하는 일일 것입니다.


‘사람’을 발음하면 입술이 닫히고‘ 사랑’을 발음하면 입술이 열린다.

‘사람’은‘ 사랑’으로 서로를 열 수 있다. – 김은주 <달팽이 안에 달> 중에서


국내에도 이렇게 첫사랑에 능숙한 브랜드들이 제법 있습니다. 온라인 배달 서비스라는 다소 생소한 카테고리. 하지만 이미 1조 원 시장으로 규모가 커진 이곳에서 배달앱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배달의민족’이 그 첫 번째 선수입니다.

경쟁업체들이 서비스 알리기에 집중할 때(마치 소개팅에 나온 남자가 내가 얼마나 잘 나가는 사람인가를 침 튀기며 자랑할 때), 배달의민족은 ‘경희야, 넌 먹을때가 제일 이뻐’, ‘다이어트는 뽀샵으로’, ‘살찌는 것은 죄가 아니다’ 등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타깃의 감성을 이해하고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 결과 소비자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배달앱의 자리에 오르게 됐고, 2014대한민국광고대상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습니다. 식상하고 진부한 접근으로는 그 어떤 브랜드도 첫사랑에 성공할 수 없습니다.

패션계의 천재 혹은 혁명가로 불리며 ‘올해의 영국 디자이너상’을 세 차례나 수상하고, 과감한 디자인과 실험적인 스타일로 디올 왕국을 화려하게 부활시킨 존갈리아노. 그는 자신의 역할을 한마디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나의 역할은 유혹하는 것이다.”


또한 <원피스>의 히루루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심장 깊숙이 총알이 박혔을 때? 천만에! 불치병에 걸렸을 때? 천만에! 독버섯으로 만든 스프를 마셨을 때? 천만에! 사람들에게...잊혀졌을 때다”


잊혀진 사랑만큼 비참한 사랑이 또 있을까요?

브랜드도 같습니다. 나쁜 브랜드보다 잊혀진 브랜드가 최악의 브랜드인 것입니다. 더 이상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브랜드가 될 때 그 비참함은 이루 말할 수 없게됩니다. 어서 빨리 낡고 익숙한 것들과 결별하고 매 순간 첫사랑을 하듯 광고를, 브랜드를 그리고 나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