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기억되는 공간
글·사진 | 구 선 아 | BTL프로모션팀 대리 | koosuna@hsad.co.kr
올 한해 나에게 가장 기억이 남는 공간을 꼽으라고 한다면, 참으로 박빙이 아닐수 없다. 박빙의 다툼 중 한 곳은 많은 사람들이 2년간 쉼 없이 달린 끝에 도달한 종착지이자 새로운 출발점인 곳,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개폐회식이 열렸던 아시아드 주경기장이다.
아시아드주경기장은 아시아경기대회가 유치되고 나서부터 잡음이 많았다. 위치선정·예산·지역 활성화·부실시공 문제 등이 계속 이슈화됐었고, 지붕 하중·돌개바람·잔디 배관·교통 문제 등, 개폐회식을 치르기에도 여건이 좋지 않았던 곳이다. 하지만 허허벌판에서 주경기장으로 제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시간부터 폐회식이 끝나고 모든 설치물이 제거된 이후의 시간까지, 그리고 개회식을 올리고 폐회식을 올리기 위해 준비했던 그 수많은 시간이 남아 있는, 이곳이 나에게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것을 배운,‘ 시간이 기억되는 공간’이다.
굳이 논리적이지 않아도 괜찮은, 오롯이 개인적인…
이렇듯, 어떠한 디자인이나 설계도 좋은 기억 혹은 의미 있는 기억에는 따라가지 못하나 보다. 아무리 좋은 디자인도, 사용자를 위한 설계도, 예쁜 인테리어도 공간을 기억하게 하는 일부 요소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그것이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이는 사람들이 기억을 자신만의 경험 형태로 혹은 정서적 체험으로 저장하고 꺼내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컴퓨터의 기억 공간(Memory Space)이 기억단위마다 주소가 붙고, 기억 공간 내의 정보 저장 장소를 지정할 때 주소가 이용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논리적이거나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오롯이 개인적이고 상대적이며 비논리적이다. 그래서 때로는 실제 경험했던 것보다 기억이 더욱 미화되거나 상처가 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다행인지 나는 전자의 경우가 많은 듯하다.
시간이 지나며 더욱 미화될 것만 같은, 나 외에 다른 개인들도 몇 년은 곱씹으며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이 기억되는 공간’이 되어버린 그곳, 아시아드주경기장.앞으로 공간이 어떠한 쓰임으로 사용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시아경기대회를 준비하며 ‘같은 시간을 같은 장소’에서 보낸 이들 외에 ‘다른 시간을 같은 장소’에서 보내게 될 그들이 또 다른 기억을 갖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Archive > Webzine 2014'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4/11-12 : 누가 승리를 말하는가? 극복이 전부인 것을 (0) | 2014.12.16 |
---|---|
2014/11-12 : 지금, 첫사랑 중이신가요? (0) | 2014.12.16 |
2014/11-12 : LooksGoodAd (0) | 2014.12.16 |
2014/11-12 : 2020년 관광객 2,000만 명 달성의 현실감 (0) | 2014.12.16 |
2014/11-12 : “세컨드 스크린 (Second Screen)” 시대의 광고 (0) | 2014.1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