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12 : 반항정신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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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항정신

이 현 종 | 대표 CD - Chief Creative Director | jjongcd@hsad.co.kr


김유신과 김춘추도 축구를 즐겼다고 하니 굳이 축구의 기원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하긴 하나, FIFA가 인정한 축구의 기원은 어쨌든 중국 한나라란다. 하지만 발에 닿는 것을 차대는 짓이야 중국이든 영국이든 지역을 가리지 않고, 인간이란 동물이라면 그렇게놀았을 것 같고, 그러다 그것이 놀이로 발전했든 군사적 목적으로 발전했든 진화를 거듭했을 거라는 건 쉽게 추측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오늘날 축구만큼 세계를 통일시킨 것은 없는 듯하다.


보통의 가정이라면 아들 녀석과 말을 트는 가장 빠른 방법도 축구다. 내가 아는 젊은 친구 중엔 축구를 너무 좋아해-왠지 생긴것도 축구 같다는 이상한 생각을 한 적도 있다 - 축구 해설을 해도 경쟁력 있겠다 싶은 친구가 있는데,‘ 아침에 조기축구회에서 축구하고 오후에 위닝게임하고 밤에 프리미어리그를 시청하는 것이 제일 행복한 주말이에요’를 천명하기도 했다. (이렇게 말하는 동안 주말 근무의 상습 원인제공자인 나를 힐끗힐끗 쳐다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 역시 축구를 좋아한다. 가끔 잠이 안 올 때면 축구경기를 상상하다 스르르 잠이 들기도 하는데, 오래 전부터 나만의 불면치료법이기도 하다. (양 세는 것보다 백배는 효과적이다).


어쨌든 축구는 좀 유별난 스포츠임에 틀림없다. 한일월드컵 때의 그 무지막지한 기억을 꺼내보지 않더라도 말이다. 도대체 이 스포츠에 왜들 이렇게 열광할까? 어느 날 축구 얘기를 하다 이런 횡설수설을 한 적이 있다.“ 축구는 말이야, 원래 손에 대한 반항이야. 그러니까 인간은 원래 네 발 달린 동물인데, 손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직립생활이 시작됐고 이것이 바로 문명의 시작인 것이지. 그런데 인간은 손 때문에 인간이 되었지만 손을 사용하지 않던 그 원초적 인간을 그리워하게 된 거야. 그래서 손에 대한 그들의 저주가 시작된 것이지. 자, 발로 다할 수 있음을 보여주자. 축구는 손에 대한 저항이고 문명에 대한 부정이며 원인간으로의 회귀본능인 것이지. 그렇기 때문에 모든 인간들이 그렇게 열광하는 거야. 그러니까 축구의 정신은 부정과 저항이며, 그런 이유로 역사적으로도 귀족들보다는 민중들의 스포츠로 더 각광받을 수 있었던 것이지.” 음, 너무 갔나.‘ 아니면 말고’다. 상상은 자유니까. 그리고 이런 상상은 마음껏 해도 좋다. 그게 우리의 머리를 위에 둔 이유니까.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해도 철딱서니 없이 킥킥거리고 대꾸해주며 상상을 부추기는 사람들이 옆에 있다는 것은 늘 고마운 일이다.


사실 어떤 의미에서 모든 크리에이티브는 부정(不定)에서 출발한다. 지금까지의 인식을 부정하는 것이고 방법을 부정하는 것이고 신념을 부정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과거를 부정하는 것이다. 당신이 지금까지 그렇게 보아왔던 것에, 지금까지 그렇게 생각해왔던 것에 물음표를 던지는 것이다. 그래서 오래 전, 외국의 유명한 노(老)CD는 광고 크리에이터의 가장 큰 자질로 반항정신을 얘기하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크리에이터라는 사람들은 남의 것을 따라 하는 것에 질색해야 하며, 기존의 방법이라는 것을 허물기를 좋아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부정의 힘이 얼마나 강하냐에 따라 우리가 흔히 이야기 하는 임팩트가 결정된다. 쉽게 말해 매일 아침 옷 갈아입는 정도의 루틴한 부정은 별 충격을 주지 못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화풍 전체를 부정해야 입체파가 되고 미래파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부분 부정보다는 전체 부정을 해야 그 파급력이 큰 법이다. 연산군에서 중종으로 바꾸는 작은 부정이 아니라,고려시대를 부정해야 조선시대를 세우는 것이다. 성선설이 아니라 성악설이라고 이야기하든가 불교가 아니라 유교라고 얘기해야 큰부정인 것이다. 작은 종지 하나 뒤집지 말고 전체 판을 흔들어야 한다. 큰 부정은 시대를 바꾸고 사조를 바꾼다. 크리에이티브는 일종의 부정이며, 부분 부정보다는 전체 부정을 선택할수록 그 힘이 강해지는 법이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