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인물 ‘열, 談’
박 기 철 |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kaciy@ks.ac.kr
취미 평범한 속에서 특별한 이야기 끄집어내기 연구분야 PR철학 기반의 브랜드 경영
졸저 <세상에서 가장 쉬운 광고책> <패러다임 사고학> <논술을 넘는 감술> <NBi 생태주의 브랜드 경영> <PR 전략을 넘어 철학으로> <박기철 교수의 안식년 365일>
인간의 행위 중 가장 포괄적 행위는 ‘소통’이라 번역되는 ‘커뮤니케이션’이 아닐까? 커뮤니케이션 아닌 건 없다. 엄마 뱃속에서 나와 우는 일부터 커뮤니케이션이다. 역사적으로 소통과 관련 있을 10명을 ‘커뮤니케이션 히스토리호’ 한 배에 태워 연이어 묻는다.
桓因 ⇢ 莊子 ⇢ Paul ⇢ Spinoza ⇢ Rousseau ⇢ Napoleon ⇢ Proudhon ⇢ Hitler ⇢ Lennon ⇢ 박노해
첫 번째 질문에 답할 분은 한민족의 조상 단군의 아버지 환웅의 아버지 환인이십니다. 실제 역사 속 인물인지에 대한 논란을 떠나 당신께서 내려주신 천부경은 무엇인가요?
환인(桓因): “81개 한자로 된 천부경 말고 원래 제가 준 천부경은 하나둘셋넷다섯여섯일곱여덟아홉열 16자입니다. 각 글자에, 12345678910에는 없는 뜻이 있지요. 이 중 맨 마지막 ‘열’은 씨족 울타리를 열고 다른 씨족과 동화하며 널리~이롭게(弘益) 살라는 뜻이에요. 홍익인간 사상의 뿌리가 열에 있고, 이는 천부경의 궁극적 메시지지요. 내 맘에 드는 장자 당신에게 질문하지요. 16자 천부경의 메시지와 부합하는 그대의 주장은 무엇인가요?“
장자(莊子): “하늘 아래 땅 위에서 남자와 여자가 만나 널리 이롭게 산다는 천부경의 메시지는 자연에 모든 것을 맡기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살자는 저의 메시지와 맥락이 서로 통합니다. 저는 노자 선생이 말한 도를 좀 쉽게 풀어 이야기했습니다. | |
저와 같은 글쓰기 방식을 스토리텔링이라 하 더군요. 아무튼 삶의 방식에 대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폴(Paul)에게 질문하지요. 내가 말하는 소요유(逍遙遊)의 삶과 당신이 말하는 신앙의 삶은 어떠한 차이가 있나요?”
폴(Paul):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저를 바울이라 불렀지요. 사도 바울인 것처럼 저는 예수님의 충실한 사도였지요. 저는 하나님의 독생자 예수님을 믿는 기독(Christ)교 신앙의 기틀을 세웠지요. 신약성경에서 13편이나 되는 편지를 써서 저 멀리 떨어진 교우들과의 소통에 주력했었지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가 아니라 하나님에 대한 믿음입니다. 스피노자에게 묻지요. 당신, 맘에 들지 않아요. 삐딱하게 왜 성경의 질서에 대듭니까?”
스피노자(Spinoza): “고정하세요. ‘내일 지구가 망하더라도 오늘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낙천주의자로 기억하지만, 저는 평생 핍박받은 이단자였지요. 하나님은 선한 인격을 가진 유일신이 아니라 세상 어디에나 깃든 존재라했고 성경은 인간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허구의 문학작품이라고 했던 주장은 엄청난 분노를 일으킵니다. 오로지 하나의 신앙적 가치가 중요했을 때였으니까요. 저와 비슷하게 핍박받았던 루소에게 묻습니다. 제 생각에 동의합니까?”
루소(Rousseau): “전 당신의 영향을 받았지요. 저는 연애소설로 인기를 얻고, 정치철학서로 폼도 잡았지만 제 가장 의미 있는 저작은 교육철학서지요. 에밀이라는 남자아이를 어떻게 교육시켜 온전한 성인으로 길러낼까? 저는 성경에 담긴 단일적 기준에 구속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길러야 한다고 했지요. 이 때문에 도망 다니는 신세가 돼야 했어요. 스피노자 선배님 의견에 공감합니다. 제 인생 말년에 태어난 나폴레옹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영웅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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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Napoleon): "제 청년기에 일어난 프랑스혁명은 넓은(博) 사랑(愛)의 이념을 내세웠지만 저는 이를 파괴한 전쟁광이었지요. 요절한 제 아들 나폴레옹 2세와 저승에서 되돌아보니 철이 듭니다. 날 보고 영웅이라는데, 헐! 저는 나폴레옹 대제국을 만들려고 했을 뿐이고 이로 인해 수백만 명을 죽였습니다. 제 조카 나폴레옹 3세의 황제권력도 허망했지요. 이놈은 지금도 억울해 합니다. 그 녀석은 프루동의 말에 귀 기울여야 했습니다. 좀 타일러 주시지요.“
프루동(Proudhon): 제 친구였던 마르크스는 저를 쁘띠부르주아자라고 비난했습니다. 또 저는 폭력적 무정부주의자로 알려졌지만, 비폭력 평화주의자일 뿐입니다. 마르크스는 역사에 찬란하게 남았지만, 저는 산업혁명 혼란기에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양쪽 진영으로부터 매도당했지요. 당신 조카 나폴레옹 3세는 제 이야기에 귀 기울일 여유가 하나도 없었지요. 결국 탐욕을 추구하는 경제주의로 인해 참혹한 전쟁을 겪습니다. 장본인은 히틀러 당신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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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Hitler): “웬 미국잡지를 보니 수많은 사람을 살육했던 징기스칸이 지난 천 년 간 최대 위인으로 꼽혔더군요. 사실 그 사람이나 저나 무엇이 다릅니까? 다 제국주의 전쟁광이었지요. 그런데 저는 악의 대명사로 꼽히더군요. 학살의 역사는 많아요. 왜 나만 가지고 그래! 제가 엄청나게 잘못했지만, 유태인들이 패자인 저를 그리 포지셔닝시킨 건 아닐까요? 억울한 면이 있어도 저는 저승에서 철저히 회개하고 있지요. 레논! 당신이 참 잘 노래했지요.”
레논(Lennon): 저를 비틀즈 리더로만 아는데, 저는 두 번째 아내 오노 요코를 만나 거듭났습니다. 그룹 해체 후 자작곡 <Imagine>에 루소와 프루동 선배의 사상이 담겨 있지요. No heaven-No hell, No country, Nothing to kill or die for, No religion, No possessions, No need for greed or hunger! 가사에 담긴 평화의 철학에 당신도 동참할 날이 올 것입니다. 이미 동참한 듯한 박노해 당신에게 묻습니다. 당신의 지금 행동에 진정성이 있나요?“
박노해`: 제 본명은 박기평이지만, 박해받는 노동자의 해방이라는 뜻에서 박노해라 불립니다. 저는 사회주의 혁명을 꿈꿨던 투사였지요. 7년 감옥생활도 했지요. 하지만 출옥 후 정부가 주는 수 억 원대의 위로금도 고사했지요.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고 싶지 않았어요. 제 사진전 ‘다른 길’이라는 제목대로, 저는 좌우로 갈려진 경제주의 이념의 어느 한쪽이 아니라 생태주의라는 다른 길을 가렵니다. 그 진정성을 이승의 저 스스로 말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열 명의 말을 한 맥락으로 이해한다면 커뮤니케이션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침 없이 욕심 없는 마음에서야 가능함을알 수 있다. 하지만 욕심이란 인간의 본성일진대 진정한 소통이 과연 가능할까? 라는 의심도 든다. 다만 서로 욕심을 좀 줄여야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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