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은 이미 세계적인 브랜드들 사이에서는 트렌드가 됐습니다. 보는 광고, 듣는 광고가 아니라 소비자를 끌어들여 경험하게 하는 광고. 보고 듣는 것보다 더 강한 건 직접 경험한 것이라는걸 알기에 ‘경험하는 광고’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쯤되면 단순한 광고가 아니라 누군가를 더 행복하게 하기 위한 프로젝트라고 할 수도 있는 듯합니다.
직접 구매하지 않아도 브랜드와 함께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일.그 경험이 새로울수록 유튜브나 여러 매체를 통해 전파되는 간접경험 비율까지 높아집니다.
코카콜라의 힘은 어디까지일까요?
코카콜라는 세계적인 브랜드입니다. 그 명성에 맞게 캠페인 또한 늘 상상을 넘습니다. 어떤 나라에서 집행해도 코카콜라가 만드는 ‘행복’은 늘 일관된 것이어서 놀랍기까지 합니다. 어떤 건 더 기발하고, 어떤 건 다소 덜 기발할지언정 ‘행복’으로 가는 코카콜라 캠페인은 달라진 적이 없습니다.
북유럽에 위치한 스웨덴은 한 달 내내 해가 뜨지 않는, 어둠이 계속되는 무거운 겨울을 납니다. 그만큼 춥고 우울하겠죠. 코카콜라는 이 점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버스가 올 때까지 추위를
견뎌야 하는 버스 정류장. 코카콜라는 이곳에 ‘따뜻한’ 코카콜라 자판기를 설치했습니다. 말 그대로 히터기 역할을 해 정류장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는 자판기이죠.
이른 오후인데도 스웨덴의 웁살라는 밤처럼 어둡습니다. 사람들은 여느 때처럼 추위 속에서 버스를 기다립니다. 순간 갑자기 코카콜라 자판기에 불이 들어옵니다. 없던 자판기의 등장에 사람들은 의아해합니다. 게다가 자판기가 켜지면서 버스 정류장은 따뜻해지고 공짜 콜라까지 제공됩니다. 자판기에서 콜라를 꺼내자 버스 셸터는 여름 풍경으로 변하면서 인공적이지만 햇볕까지 내려쬐죠. 오후인데도 어두울 정도로 추운 겨울. 햇빛이 비추는 것처럼 환해진 것만으로도 시선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게다가 따뜻하게 히팅까지 되니, 그들이 느낀 따뜻함은 정말 피부에 와닿았겠죠.
코카콜라는 어디서나 ‘위트’와 ‘따뜻함’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어디서 코카콜라를 열어도 ‘Open happiness’입니다.
이혼 전문 변호사도 당신을 웃길 수 있을까요?
에스테반 게르게리(Esteban Gergely) 이혼 전문 변호사 사무실은 자신의 존재를 어떻게 알릴 수 있을까요? 게다가 당신을 웃기기까지 한다면 당신은 이혼할 때 이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게 될까요? 그들의 위트는 3가지 유튜브 비디오로 전개됩니다. 첫 번째는 결혼기념일 여행 영상입니다. 영상 리스트엔 주인공인 듯한 ‘애쉬튼 앤 데미’라고 씌어 있죠. 보기엔 결혼기념일에 촬영한 행복한 영상일 듯합니다. 하지만 클릭하는 순간 에스테반 게르게리의 짓궂은 유머가 돋보입니다.
영상엔 지직거리는 화면과 함께 사용자에 의해 지워졌다는 자막이 뜹니다.‘ 그들은 이혼했습니다.’ 이어서 이혼했다는 설명이 함께 뜨는 거죠. 누가 봐도 애쉬튼 커처와 데미 무어를 떠올릴 수 있는 영상입니다. 그들은 이혼했고, 자신들은 이혼 전문 변호사라고 뒤이어 알리는 단순한 구조입니다. 실소를 짓게 하는 아이디어입니다.
두 번째는 신혼여행 영상입니다. 케이트와 토미라고 씌어 있죠. 역시 영상을 클릭하면 지워진 영상과 함께 그들은 이혼했음을 알립니다. 뒤이어 변호사 사무실 로고와 전화번호가 뜹니다. 케이티 홈즈와 톰 크루즈를 의미하는 영상입니다. 누구나 아는 세기의 커플을 이용한 캠페인. 마치 그런 영상이 진짜 있었던 것처럼 느껴집니다.
세 번째는 ‘우리 인생에서 가장 멋진 날’이라는 제목의 영상입니다. 케이트와 러셀이라고 씌어 있습니다. 클릭하면 역시 지워진 영상일 뿐입니다. 케이티 페리와 러셀 브랜드의 이혼을 패러
디한 영상이죠. 사실 누군가에겐 쓴 웃음을 짓게 할 수도 있는 아이디어입니다. 하지만 6명만 참아준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실소를 짓고 기억하게 하는 유머이기도 합니다. 셀러브리티의 행복한 영상을 기대하고 클릭한 사람들은 이어지는 반전에 매우 강한 인상을 받았을 겁니다. 이 또한 새로운 경험인 거죠. 누구나 알고 있는 다른 이의 아픔을 이용하기는 했지만, 유명한 커플을 이용해 ‘이혼 전문 변호사 사무실’을 알린 캠페인. 기발한 건 확실합니다.
음악이 음주습관과 관계가 있을까요?
당신은 어떤 날 맥주를 더 많이 마시게 되고, 어떤 날 맥주를 덜 마시게 될까요? 하이네켄은 새해를 맞아 ‘음주를 줄이자’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흥미로운 실험을 했습니다.
마이애미의 한 클럽. 같은 공간, 같은 수의 사람, 같은 시간대를 정한 후 맥주 소비량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실험을 합니다. 차이는 단 하나. DJ입니다. 과연 DJ는 맥주 소비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첫날, 밤 12시부터 새벽 2시까지 하이네켄은 DJ 외에는 똑같은 조건으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맥주를 소비하는지 세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구석구석 앉아서 술을 마십니다. 다소 지루
해 보이는 모습이지만, 한손엔 다들 술잔을 들고 있습니다. 첫날은 1,078잔의 술이 소비됐습니다. 둘째 날은 네덜란드의 유명 DJ, 아민 반 뷰렌(Armin van Buuren)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유명 DJ답게 신나는 음악을 틀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좋은 음악이 들리자 더 열광하고 더 신나게 춤을 춥니다. 첫날보다 더 열
광적인 그들의 모습이 왠지 더 많은 술을 소비할 듯합니다. 하지만 두 시간이 지나가자 그들이 소비한 술은 632잔에 그칩니다. DJ의 차이는 음악의 차이로 이어집니다. 더 좋은 음악이 흐르면 사람들은 그 음악에 취해 더 열심히 춤을 추게 되고 음주 소비량은 그만큼 줄어드는 거죠. 하이네켄은 새해를 맞아 바른 음주 문화를 위해 메시지를 남깁니다.“ Dance More, Drink Slow.”
당신이 경험하게 될 H&M 광고는?
데이비드 베컴을 모델로 속옷라인을 런칭한 바 있는 H&M.
2014년 슈퍼볼 시즌을 맞아 다시 베컴과 함께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다만 당신의 선택에 의해 슈퍼볼 시즌 볼 수 있는 광고가 달라집니다.
영상은 H&M 속옷을 입은 섹시한 베컴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빌보드 광고에서 줄을 타고 내려오는 베컴은 어딘가에 속옷이 걸려 벗겨집니다. 그리고 ‘uncovered’ 상태에서 카메라 앞
에 서죠. 카메라를 세팅하고 있던 스태프들은 놀란 표정을 짓습니다. 순간 화면이 리와인드되고, 베컴은 속옷을 입은 상태인 ‘covered’ 상태로 다시 스튜디오로 들어섭니다. 광고는 ‘uncovered’ 상태로 슈퍼볼 광고를 내보낼지, ‘covered’ 상태로 내보낼지 소비자들에게 투표를 해달라고 합니다. 소비자의 참여를 호소하는 티저 광고입니다.
더불어 이 광고엔 새로운 ‘소비자 경험’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가장 처음으로 T-Commerce를 선보이는 거죠. 영상을 보면서 쇼핑을 할 수 있는 ‘쇼핑 동영상(shoppable video)’은 이미 여러 브랜드에서 시도된 바 있습니다. T-Commerce는 온라인처럼 쇼핑을 바로 할 수 있는 TV 광고입니다. 방법은 이렇습니다. 광고가 집행되는 동안 팝업 메뉴가 하단에 뜨고, 그 메뉴엔 제품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뜬다고 합니다. 그 메뉴를 클릭하면 베컴이 입고 있는 속옷을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이어지는 거죠. 이 쇼핑은 스마트 TV로만 가능하다고 합
니다. 2013년 말까지 미국 가정의 18.8%가 스마트 TV를 보유한다고 하니, 마케터는 가능성 있는 쇼핑 매체라고 예측합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30초 동안 선보이는 메뉴에 집중할지는 미지수인 만큼 한번 눈여겨볼 만합니다.
당신은 경험에 약합니다
스스로 경험하면 자신이 경험한 게 전부라고 믿게 됩니다. 그 순간부터 다른 사람의 말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더 많이 믿게 되죠. 경험은 그만큼 강한 힘이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브랜드들이 소비자와의 경험을 누리지는 못합니다. 소비자와의 경험을 만들려면, TV광고처럼 노골적으로 자신의 브랜드에서 대해서 얘기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사회의 행복’과 ‘나눔’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상업적인 경험으로는 많은 호응을 이끌어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코카콜라는 제품을 파는 대신 추운 스웨덴 버스 정류장을 밝히고, 하이네켄은 음주량을 줄이자고 합니다.
2013년 크리스마스, 코카콜라는 벨기에 쇼핑몰에 떼어갈 수 있는 포장지를 부착한 빌보드 광고판을 설치했습니다. 선물하려면 문구점에 들러 포장지를 사야 하는데, 그런 수고로움 하나는 덜어주는 거죠. 빌보드에서 포장지를 떼어내는 즐거움에 번거로움을 더는 즐거움까지, 코카콜라는 포장지 선물로 소비자와 몇 가지 즐거움을 함께한 겁니다.
‘경험’을 나누는 데에는 욕심이 없어야 합니다. 노골적이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서 세계적인 기업은 수많은 새로운 경험을 만드는 데 반해, 작은 기업들은 하기 힘든 작전일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오늘도 더 많은 사람들이 기업이 만들어가는 ‘경험’에 의해 행복해졌다면 그것 또한 세계적인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되돌려주는 즐거운 ‘환원’이겠지요. 이렇게 세상은 조금 더 즐거워지기도 합니다.
신 숙 자 | CD | sjshina@hs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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