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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YLE’-영상으로 스타일을 이루다
스파이크 존즈가 연출한 비스티 보이즈의 <사보티지(Sabotage)>는 국내에서 많이 표절(?)하기도 했던 작품이다. 이 작품이 멋진 이유는 '진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진지하게 꼬집기보다는 조롱하듯 풀어내는 그의 작법은 익살스럽기까지 하다.
11년째 영상 연출·편집을 하고 있는 필자에게는 영상영화학과를 다니던 학생시절에 지침서가 된 작품들이 있었다. 그 작품들의 감독을 홈모하며 DVD를 모두 구입해 소장하면서 마치 영상해법서라도 되는 양 벽 선반의 명당자리에 비치해놓고 언제든 꺼내보았다. 11년이 지난 지금도 사무실 선반 명당자리에는 그 컬렉션들이 진열돼 있다.
이 감독들은 아직까지 자신만의 탁월함으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고,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감독들이다. 그 가운데 ‘마음속 레전드’로 남아있는 3명의 감독들을 감상해본다.
스파이크 존즈(Spike Jonze)
우리에겐 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로 유명한 스파이크 존즈. 인디와 할리우드를 넘나들며 활약한 비주얼리스트의 대표주자라 할 만한 그는 영화 이전에 다수의 상업광고와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던 경력으로 더 유명하다. 이 뮤직비디오들은 그에게 ‘천재적’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데, 그의 뮤직비디오는 결코 '일반적인' 뮤직비디오가 아니다. 다른 감독들조차 감탄할 수밖에 없는 새로운 영상작법과 테크닉 그리고 그만의 관점에서 나오는 해석들은 이 분야 종사자들에게 무한한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미국 태생인 그는 불과 20대에 ‘대중문화의 선두주자’, ‘아방가르드한 감독’, ‘영상의 르네상스 장본인’이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그가 이런 수식어를 갖게 된 것이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은 아니다. 원래 그의 직업은 사진작가였다. 잡지사의 편집자로 일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러한 그가 다큐멘터리 필름을 찍게 되면서 감독으로 데뷔 하고, 본격적으로 인디록 뮤직비디오를 찍으면서 조금씩 이름을 알리게 됐다. 그의 뮤직비디오 중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건 비스티 보이즈(Beastie Boys )의 <사보티지(Sabotage)>이다. 심지어 어제까지도 강의 중에 보여주었던 작품인데, 국내에서 많이 표절하기도 했던 (그만큼 베끼고 싶었을 것이다)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이 멋진 이유는 '진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진지하게 꼬집기보다는 조롱하듯 풀어내는 그의 작법은 익살스럽기까지 하다. 이런 대담한 면들이 많은 감독들에게 통쾌함을 불어넣어주지 않았을까 싶다.
이렇게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이름을 알린 뒤 그가 상업영화를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그가 다시는 뮤직비디오를 연출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대부분 짧은 호흡의 뮤직비디오 감독들이 긴 호흡의 장편을 연출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 만큼 그가 장편에서도 성공을 거둔 것은 그만큼 대단한 일이었고, 따라서 짧은 호흡의 영상을 다시 할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 것이다.
뮤직비디오 감독이 극영화의 감독으로 큰 성공을 거두기 힘든 게 현실인 만큼 비록 그의 재기 넘치는 뮤직비디오를 다시는 볼 수 없다 하더라도 그의 할리우드 진출을 진심으로 축하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영화계에 비해 MTV가 창조한 세상이 못하다는 말을 결코 아니다. 보기에 불편할 정도로 자주 바뀌는 화면과 눈이 아플 정도로 화려한 색감 등으로 요약되는 MTV의 '겉 보기적 특징’, 인과성 없는 비상식적 화면의 반복으로 요약되는 ‘내용적 특징’은 영화계뿐 아니라 오늘날의 전 세계 영상계를 바꾸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도 많은 팬을 형성하며 그 아류 한국 영화가 수없이 양산되게 만들었던 ‘왕가위 스타일’의 영화는 그 하나하나가 MTV적인 세상에 극도로 중독된 결과이며, <트레인 스포팅 > <롤라 런> 같은 영화는 노골적으로 MTV 시대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플로모(Flow Mo; 여러 대의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해 아주 작은 시간 차이로 촬영한 후 그 데이터를 필름에 복사해 마치 1대의 카메라가 아주 빠른 속도로 촬영한 듯한 효과를 얻는 기법) 같은 혁신적 촬영기법은 형식을 중시하는 뮤직비디오에서 처음 등장했는데, 그 수많은 뮤직비디오의 영상작법이 없었으면 <매트릭스>같은 영화는 탄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미셸 공드리(Michel Gondry)
미셸 공드리는 스파이크 존즈와 절친이기도 하다. 프랑스 예술학교에서 그래픽을 공부한 미셸 공드리는 본인이 속한 록밴드 위위(Oui Oui)의 뮤직비디오를 만들며 자신의 재능을 알렸다. 이후 비욕(Bjork)의 <Humn a Behaviour>를 통해 이름을 알린 그는 벡·롤링 스톤스·폴 매카트니·매시브 어택 등의 유명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하며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또한 코카콜라와 리바이스 등의 광고에서도 그만의 특별한 재능을 펼치며 주목 받았는데, 그가 만든 리바이스의‘ 드럭스토어’는 가장 많은 광고상을 휩쓴 작품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스파이크 존즈의 소개로 만난 시나리오 작가 찰리 카우프만과 함께 그는 자신의 첫 장편 <휴먼 네이처(Human Nature>를 만들며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이 작품은 그의 뮤직비디오만큼이나 기발한 아이디어로 선풍적인 인기와 화제를 모으면서 미셀 공드리에게 영화감독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주었다.
그런 그가 영화판에서도 확실하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 건 찰리 카우프만과 함께 만든 두 번째 작품 <이터널 션샤인(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을 통해서였다. 필자가 가장 강력하게 충격을 받은 그의 영화작품이기도 하다. 기억을 지우는 현실의 상황과 욕망·환상·결핍·수치심·공격심 등이 경계없이 뒤섞인 작품. 여기서 미셸 공드리는 멜로라는 장르를 '꿈 과 무의식’이라는 심리학적 접근을 통해 자신의 장점인 독창적인 상상력을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해석해낸다.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하고, <수면의 과학> <도쿄> 등의 영화를 연이어 연출하며 영화감독으로서 자리매김하게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지나친 자신의 스타일 때문에 혹평이 따르기도 했지만, 오히려 이런 것들은 그만의 스타일과 영역을 더욱 확고하게 인정해주는 결과를 낳았는지도 모른다.
크리스 커닝햄(Chris Cunningham)
필자가 크리스 커닝햄 감독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중 하나는, 그가 예전에는 특수분장 감독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볼 때 자신의 색깔이나 영역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영상 이외에 또 다른 경험이 필수적인 것 같기도 하다. 위에서 다루었던 감독들도 저마다 특이한 경력들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크리스 커닝햄은 인체에 대해 관심이 많다. 특히 해부학이나 로봇을 소재로 다루는 영상들이 많은 것도 이를 반증한다. 해부학과 로봇 기계류에 매료된 10대의 크리스 커닝햄이 그림을 그리고 환상적인 작품을 조각한 것은 어느 한 창고에서 시작됐다. 그는 예술대학을 포기하고 특수효과와 영화제작 분야에 진출해 처음에 데이비드 핀처의 <에이리언 3>의 FX팀을 이끌었다. 이후 스탠리 큐브릭과 작업하면서 처음으로 카메라를 잡았고, 어태처(Autechre)의 뮤직비디오에서는 왜곡된 초음속의 비트 속으로 질주하며 감각의 문을 활짝 열어버렸다.
비욕의 에로틱 로봇에서 보이는 벌거벗은 피투성이의 몸들, 아이들의 모습을 한 군중, 에이펙스 트윈(Aphex Twins)의 절규하는 모습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들에는 그의 개성이 뚜렷이 나타나 있다. 한결같이 소리와 영상들이 강한 동시성을 지니고 있는데, 우리는 이것을 피부로 맛보고, 눈으로 듣게 된다. 이런 영상들이 지금 이 시대에 모션그래픽의 시초가 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지금도 그는 여전히 런던의 스튜디오에서 우리시대의 도덕성, 부적절한 원칙들을 반영하는 섬뜩하게 야만적이고 아름다운 영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내 비디오를 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언제나 놀랍다.
검열되거나 차트에 오르지 못하는 노래가 대부분인데, 어떻게 그 비디오들을 보게 되는지….”
상관없다. 영화제작의 미래에는 차트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크리스 커닝햄은 존재한다. 이것이 우리에게는 멋진 희망이다.
심 우 찬 ㅣ 잭슨필름 대표. 감독
홍익대 영상영화학과 졸업. 전 홍익대 영상영화학과 겸임교수.
2005 대한민국 광고대상 온라인 광고부문 대상, 2005 resfest 국내색션 감독5인 선정 및 작품상영,2005 senef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 <크리에이티브 아트웍2>(퓨쳐 미디어), <Motion Graphics art workx> (에프원북스) 등의 책을 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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