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10 : SomethingNew - 웃으면 된 겁니다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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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thingNew  

웃으면 된 겁니다

세계에서 펼쳐지고 있는 참여형 캠페인들이 얼마나 브랜드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작은 노력을 시작했고, 비록 브랜드 메시지로 시작했으나 세상은 감동하고 변할 수 있다는 것, 그게 중요한 듯합니다.

 

“도대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뭘까?”
있는 그대로 그린 게 아닌, 작가의 머릿속을 한 바퀴 돌고 나온 ‘초현실주의’ 그림은 수수께끼 같습니다. 설명이 없으면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 어렵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호안 미로(Joan Miro i Ferra)의 작품은 다르게 느껴집니다. 그가 표현하려던 게 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그의 그림 속엔 현대를 아우르는 캐릭터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그의 작품들이 현대 캐릭터 문화의 시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들어 낸 E.T도 보이고, 팀 버튼의 캐릭터, 그리고 애니메이션에서 본 듯한 새와 동물들. 확인한 바는 없지만, 20세기 후반부터 인기를 독차지한 캐릭터들은 모두 호안 미로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입니다. 그만큼 그의 '사람들'과 '자연'은 익살스럽고 간결하며 해학적인 느낌입니다. 보고 있으면 마치 팀 버튼의 영화를 본 듯, 즐거운 애니메이션을 본 듯 웃음이 나지요.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하고요. 내 멋대로 미로의 작품을 보는 것이지만, 미로가 의도한 대로 감동은 한 거지요. 어떤 작품이든 작가가 의도한 바와 다르더라도 보는 사람이 웃을 수 있다면 그걸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미소 짓게 하고 따뜻하게 하는 일, 그게 예술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하는 일의 궁극적인 목표일 테니까요.

손을 잡아야 생기는 초콜릿
세계적인 초콜릿 브랜드, 밀카(Milka). 초콜릿은 단순한 식품이 아니라 마음을 담는 감성적인 제품입니다. 늘 로맨틱하고 부드러운 존재가 되고 싶어 합니다. 아르헨티나에서 펼친 캠페인도 그래서 따뜻합니다. 밀카는 광장의 사람들을 관찰합니다. 어디든 비슷한 모습이지요. 대부분 스마트폰을 보거나 각자 할 일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서로에게 관심이 없는 거지요. 밀카는 무심한 사람들을 잇기 위해 작은 일부터 시작했다고 합니다. 큰 광장에 자판기와 모형 젖소를 마주보게 설치하는 거죠. 얼핏 보면 알프스가 원산지인 밀카를 광고하는 모형 같습니다. 밀카는 사람들이 스스로 서로의 필요성을 찾아내길 바랐던 듯합니다.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사람들의 반응을 기다린 겁니다.
먼저 초콜릿을 사려는 사람들이 다가오지만 아무리 봐도 돈 넣는 데가 없으니 당황합니다. 몇몇은 그냥 떠나고, 몇몇은 자판기와 젖소를 번갈아 살피며 호기심을 갖습니다. 드디어 눈치 빠른 한 사람이 젖소와 자판기를 동시에 눌러 공짜 초콜릿을 얻게 되지요. 하지만 게임은 지금부터입니다. 사람들이 젖소를 터치하면 할수록 젖소는 자판기로부터 더 멀리 움직입니다. 처음엔 두 사람만으로도 손을 잡고 동시에 자판기와 젖소를 터치해 초콜릿을 얻어낼 수 있었지만, 젖소는 점점 더 멀리 움직여서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하게 되죠. 젖소와 멀어진 자판기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인원이 모이기 시작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손에 손을 잡고 긴 띠를 이룹니다. 마침내 자판기를 누르자 초콜릿이 와르르 쏟아집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기쁨을 나누게 되는 순간이죠. 모르는 사람과 손을 잡고 초콜릿을 건넵니다. 밀카는 이것을 ‘텐더 체인(Tender Chain)’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부드러운 밀카처럼 서로에게 ‘텐더’하자고 권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조각은 어디 갔을까요?
파리의 밀카는 또 다른 부드러움을 보였습니다. 초콜릿 바에서 가장 맛있는 부분은 마지막 한 조각이라고 합니다. 밀카는 이 중요한 한 조각을 아예 떼어내 버렸습니다. 누군가 8월에 파리에서 밀카를 샀다면 한 조각이 사라진 초콜릿을 사게 됐을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하지만 영영 잃어버린 건 아니니 아까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초콜릿 포장지를 펼치면 마지막 한 조각을 찾을 수 있는 단서인 코드가 나타납니다. 초콜릿을 찾으려면 온라인에 코드를 입력해야 하는 거죠. 그런데 코드를 입력하자 당신의 선택을 묻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 마지막 초콜릿 조각을 보낼 것인지, 아니면 그 마지막 한 조각마저도 나에게로 배달되도록 할 것인지.
당신이 멀리 계신 할머니를 생각해내고, 주소를 입력하고 메시지를 적으면 그대로 카드가 됩니다. 당신의 초콜릿 한 조각과 함께 그 분께 배달되는 거지요. 물론 초콜릿 바 한 조각은 아주 작습니다.
한입에 순식간에 사라질 만큼 소소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밀카는 이 특별한 초콜릿을 제작하기 위해 새로운 제작설비를 갖추는 정성을 보였습니다. 사람들 또한 이 초콜릿을 잊지 못할 겁니다. 작은 초콜릿 한 조각 보낸 게 미안해, 전화라도 한통 더 하고, 또 다른 선물을 보냈을 수도 있고요. ‘Dare to be tender.’ 밀카가 펼치고 있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더 서로에 부드럽고 따뜻해질 수 있을 듯합니다.

살인자도 도왔는데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페루의 어린이 암 돕기 재단. 그들은 매년 아픈 어린이들을 위해 모금을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기대했지만 마음을 여는 데는 실패한 거죠. 그래서 반대로 ‘마음’이 없다고 생각되는 곳을 찾아 가기로 했습니다. 살인자·테러리스트·강도…. 강력 범죄자들만 모여 있는 감옥으로 간겁니다. 종신형을 선고 받은 사람도 있고, 18년형을 받은 사람도 있고. 장기 복역자가 대부분입니다. 누구도 그들에게 ‘마음’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벤트성으로 그칠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감옥으로 찾아간 재단은 그들에게 도움을 호소하는 아픈 어린이를 보여줬습니다. 그들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뜻밖의 일이 일어났습니다. 세상 사람들과 달리 그들은 움직였습니다. 5일의 모금기간 동안 52개의 모금 캔이 가득 채워졌고, 직접 만든 382개의 선물이 전달됐으며, 223통의 편지도 모였습니다. 누구도 생각지못한 반응이었죠. 이 뜻밖의 사실은 뉴스를 비롯해 수많은 미디어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그러자 세상 사람들도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모금 캔에 마음을 모으기 시작했으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캠페인은 어느 때보다 성공적으로 이어져 목표량을 넘어서기에 이르렀습니다. 18년형 죄수는 고백합니다. 누군가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고 믿음을 보인 일은 처음이라고. 종신형의 죄수는 이 일에 동참함으로써 하느님으로부터 용서받는 느낌이었다고 합니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힘이 자신에게 남아 있다는 걸 알게 됐으며, 자유를 얻는 기분이었다고도 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자신도 '인간'이라는 걸 깨달았다는 거죠. 아이들을 돕기 위해 시작한 일이 결국은 자기 자신을 돕는 일이 된 겁니다.
사람들을 환기시키기 위해 실험적으로 진행한 캠페인이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치유하는 선물까지 준 것이지요. 아마 페루 재단도 여기까진 생각 못했을 겁니다. 캠페인은 말합니다. ‘2,485명의 죄수가 아니라 2,485개의 마음이 있었다’고.

코카콜라가 진짜 ‘다이어트’를 돕습니다
콜라는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뿐 아니라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피해야 할 음식 1호일 겁니다. 코카콜라는 이 부분에 많이 신경 쓰고 있는 듯합니다. 다이어트 콜라보다 더 효과가 강력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으니까요. 어느 빌딩 로비. 사람들은 무심코 엘리베이터 앞에 섭니다. 그리고 버튼을 누르고 기다립니다. 비로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립니다. 하지만 누구도선뜻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습니다. 표정도 하나같이 똑같습니다. 놀란 듯 멍하니 서 있을 뿐이죠. 도대체 엘리베이터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문과 버튼 모든게 여느 엘리베이터와 다를 바 없지만, 문이 열리면 나타나는 건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긴 계단이었던 겁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대신 걸으라는 거죠. 코카콜라는 이 계단을‘ 헬시 엘리베이터(Healthy Elevator)’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또 다른 곳에선 비슷하지만 다른 얘기를 합니다. 적당한 운동을 함께하면 콜라도 나쁘지 않다는 걸 전하기 위해‘ Happiness is movement’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귀여운 애니메이션으로 진행되는 캠페인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행복하기 때문에 운동을 하나요? 운동을 하기 때문에 행복한가요?(Do you move because you are happy? Are you happy because you move?)” 애니메이션은 한 남자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점프하기 때문에 행복하다는 남자는 아이가 태어난 순간엔 행복해서 점프한다고 얘기합니다. 달리기 때문에 행복하고, 행복하기 때문에 달린다고 하죠. 그리고 서로를 축하하기 때문에 행복하고, 행복하기 때문에 축하한다고도 합니다.
남자의 모든 순간이 그렇게 이어집니다. 뭐든지 하면 행복해지고, 행복하기에 뭐든지 한다고 말하죠. 즐거운 노래와 애니메이션은 굳이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보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듭니다. 언젠가부터 코카콜라는 ‘happiness’라는 가치를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다른 캠페인을 펼쳐도 결국 ‘happiness’라는 테마 아래 묶이기에 코카콜라가 하는 얘기는 늘 같습니다. 사람들은 캠페인을 접하면서 이렇게 생각하게 되겠죠.‘ 콜라를 참아서 불행해지느니 차라리 시원하게 마시고 운동을 하겠노라’고. 결국 누군가를 운동하게 하니 좋은 브랜드라고 해야 할까요?

어떤 웃음을 원하시나요?
요즘 세계에서 회자되는 캠페인들은 단순한 반전이나 놀라움이 아닙니다. 오히려 현실 속에서 주고받는 감정과 변화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태국의 와코루는 볼륨 브라를 알리기 위해 강한 반전을 이용했습니다. 누가 봐도 글래머러스하고 예쁜 여자가 마음껏 예쁜 척을 하다 갑자기 화장을 지우고 옷을 벗기 시작합니다. 예기치 않은 행동에 호기심이 갑니다. 여자는 눈썹도 떼어내고, 메이크업도 지우고, 셔츠도 벗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브라까지 벗어 던집니다. 순식간에 19금 화면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여자가 뒤도는 순간, 누군가는 다소 실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쁜 여자인 줄 알았던 모델이 건장한 남자였던 거죠.
볼륨 효과가 너무 좋아 남자도 글래머로 보이게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물론 놀랍고 기발한 아이디어입니다. 트랜스젠더가 많은 태국에선 있을 법한 풍경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요즘 세계가 원하는 크리에이티브는 매우 큰 영역까지 가 있습니다. 단순한 브랜드 메시지가 아니라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지 묻습니다.
사실 세계에서 펼쳐지고 있는 참여형 캠페인들이 얼마나 브랜드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밀카의 말처럼 누군가는 작은 노력을 시작했고, 비록 브랜드 메시지로 시작했으나 세상은 감동하고 변할 수 있다는 것, 그게 중요한 듯합니다. 한번 웃기려면 기발함이 필요하지만, 변화를 만들려면 박장대소보다는 잔잔하더라도 감동이 있는 웃음이라야 합니다.
크리에이터는 브랜드 메시지로 시작했더라도 그 메시지로 세상이 변한다면 대단한 일이지요. 그래서 효과가 증명되지 못한 수많은 캠페인들, 일단 사람들을 미소 짓게 했다면 그것으로도 훌륭해 보입니다.

 

신숙자

CD l sjshina@hs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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