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9-10 : 상상력 발전소 - 불안을 즐겨라, 이제 새로워질 테니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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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력 발전소
불안을 즐겨라, 이제 새로워질 테니

 

현실의 음악적 상상은 대중의 취향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말 순수하게 음악적 성취만을 위해 상상을 발휘한다면 굶어죽기 십상이니.
그렇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대중의 취향에 맞는 예술적 상상을 발휘하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겠는가.

 

새로운 것’이란 기존의 앎을 90% 이상 내재
항상 새로운 시점을 제시하는 작업을 해야 하는 작가로 살면서, ‘상상력을 증강시켜주는 약물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고민을 통해 얻어진 잠정적인 결론은 상상력 제고의 방법은 딱히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상상력은 ‘생각하는 자세’의 문제라는 믿음에 이르게 됐다.
멋진 상상력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호평을 받았다. 여기서 ‘멋진 상상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사람들에게서 받은 호평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새로운 것’이란 세상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것이 아니다. 우주에서 새로운 생명체를 발견했다고 해도, 이미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문맥 속에서 새로운 생명체를 이해하려고 하기때문에 새로운 것이란 기존의 앎을 90% 이상 내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요즘 이슈화되는 다양한 새로운 기술들은 대부분이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의 작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얻어진 호평은 시대와 사회의 상항을 반영한다. 작가들의 작업은 갤러리와 비평가의 평가를 통해 관객들로 퍼져나가고, 비평가들은 기존의 미술사를 토대로 작가들을 논한다. 역으로 관객들의 평가가 비평가를 움직여 새로운 비평을 만들기도 한다. 소셜미디어를 바탕으로 작업하는 작가들의 호평은 지금에만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아이폰의 디자인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호평을 받는 작업과 디자인은 시대를 넘어서는 보편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 보편성은 시대와 사회의 특정 요소들을 추상화함으로서 가능하다. 다시 말하면 호평은 특정 관객으로부터 얻어지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제품을 만들어야하는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보면 처음 만나는 관객은 바로 위의 팀장일 수 있다. 조금 더 나아가면 호평은 긍정적인 시장조사 결과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멋진 상상력이란 결국 잘 팔리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 위한 방법론에 불과하지 않나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장자본주의에서는 이 의문에 대한 답은 더욱 분명해진다. 오늘날의 예술가들 역시 이 답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방법론’보다 ‘믿음’이 중요
작가들은 뭔가 보이지 않는 것들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집단이다. 좋은 의미에서 보면 그렇다. 콜렉터와 미술시장이 존재하는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작가들은 허상을 좇으며 살고 있다. 아니 그렇게 믿어야 작업을 할 수 있다. 실용적으로 전혀 쓸데없는 것들을 만들고, 미학적으로도 전혀 아름답지 않은 것들도 만들며 살아간다. 이렇게 만들어진 다양한 결과물들을 보고 사람들은 교감한다. 당장 팔리지 않을 수도 있고 아무런 감흥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수많은 작업 중 하나는 언제가 우리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한다. 그리고 그것이 새로움으로 다가온다.
이것이 작가인 내가 가지고 있는 믿음이고 상상이다. 정해지지 않은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입장에서 방법론보다는 믿음이 중요하다. 효율을 따지는 세상에선 불필요한 가치일 수 있으나 '불확실함의 확실함'에 대한 믿음 없이 작업을 계속할 수는 없다.
실제로 작업을 하다보면 당연히 주변의 평가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두려운 것은 주변의 평가대로 내 작업을 맞춰버리는 것이다. 좋은 시장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제품을 생산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원칙을 세워보았다.
우선, ‘불확실함에 대한 믿음’을 확고히 하려고 한다. 불안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고, 그건 정체를 의미한다. 그렇게 앞이 보이지 않는 순간이야말로 가장 새로운 것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때인 것이다.
다음은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 아무리 유치해도 믿어보려고 하는 것’이다.
시작은 유치할지 모르겠지만, 나라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 다른 사람하고 다르다고 믿을 때, 그 끝은 나라는 사람을 통해 나의 것으로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을 배워본 적도 없지만 내가 그리는 선은 나만이 그릴 수 있는 선이다. 우선 거기에서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남들이 보면 비웃을 수도 있고 너무 못난 것일 수 있으나, 적어도 이건 내가 그린 것이지 남을 따라한 것은 아닌 것이다. 처음부터 남들이 보기에 잘 그렸다는 것은 지금 이 시대 이 사회에서 널리 유행하는 것을 재현했을 가능성이 높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는 경험과 관찰의 힘을 믿는다. 많은 관찰을 통해 입력된 데이터들은 경험을 통해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 낸다. 관찰만 하고 경험이 부족해 자기화하지 못하면 그저 베끼기에 급급해진다. 경험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기에 인내심도 필요하다. 클라이언트가 1 주일 안에 멋진 작업안을 가져오라고 했을 때 그걸 못했다고 좌절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어떠한 새로운 조합이 언제 만들어질지 초조해하고 원리를 통해 예측하려할 때 새로운 조합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이는 천재를 믿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천재를 영웅시하는 사람들은 천재를 핑계삼아 노력하지 않으려는 속셈이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작가들이 만난 자리에서‘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창작의 동기를 제공하는가’라는 말들을 한 적이 있다. 우린 작가들의 창작에 대한 자세,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람들은 모두 다르다. 따라서 자기가 믿는 바를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는 결국 새로움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 공상이 있고 상상이 있다.

 

 

송호준 

설치작가 | songhojun@gmail.com
극한 기술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설치작업을 하고 있다.
‘OSSI(Open Source Sattlelite Initiative)’라는 오픈소스 인공위성 프로젝트의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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