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08 : WiseBell - 올 여름 당신의 쉼표는 어떤 모습입니까?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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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iseBell  
올 여름 당신의 쉼표는 어떤 모습입니까?

베르톨루치의 영화였던 걸로 기억되는데, 꽤 오래 전의 작품이라 영화의 기승전결은 오간데 없고 다만 몇 마디 짧은 대사만 머릿속에 남아 있다. 관광과 여행의 차이를 물었던 사람한테 주인공쯤 되는 사람이 대답하는 장면인데, 돌아올 날을 정해놓고 떠나면 관광이고, 돌아올 날을 정해 놓지 않고 떠나면 여행이라고 하면서 길을 떠나던 모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렇게 무작정 집을 나선 적이 있다. 젊은 날 가슴속에 있을 법한 숱한 물음표들의 꼬드김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스팔트에 개구리 터져 죽듯 보기 싫은 상념들을 죄다 객사시키고 허허롭게 돌아오리라 떠났던 로드 무비는 사실 백일도 채 못돼 끝나고 말았다.
그래도 길섶에 주저앉아 있던 내게 복숭아 몇 알을 꺼내주며 배곯지 말라고 걱정해주던 할머니의 눈빛은 수십 권의 관념보다 강렬했다. 어느 시인은 노래했다.
'...피는 꽃이든 죽는 사람이든 / 살아 시퍼런 소리를 듣는 거야 / 무슨 길들은 소리 듣는 거보다는 / 냅다 한번 뛰어보는 게 나을 걸 / 뛰다가 넘어져 보고 / 넘어져서 피가 나보는 게 훨씬 낫지 / 가령 <전망>이란 말, 언뜻 / 앞이 탁 트이는 거 같지만 그 보다는 / 나무 위엘 올라가 보란 말야, 올라가서 / 세상을 바라보란 말이지...'

올 여름엔 행복의 쉼표를
생각해보면 얼마나 늠름했던 젊은 시절이었던가. 하지만 작금의 내 용기 없는 영혼은 삶에 대한 치열함을 일에 대한 치열함으로 비겁하게 대입시키고 세월을 열심히 팔아먹고 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어쨌든 학창시절의 방학은 어느덧 휴가라는 짧은 쉼표로 옷을 갈아입고 여름마다 찾아와 외출을 유혹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광고를 하다보면 그 쉼표가 낯설어지기도 하고, 그러다가 가끔은 그 쉼표를 못내 외면하며 없는 일도 만들어내는 창의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사실 광고하는 일이 보통의 회사원들 일과는 사뭇 다른 점이 많아 휴일을 즐기거나 휴가를 떠나는 일도 내 맘대로 안 되는 일이 다반사고, 항상 시간에 쫓겨 변변한 휴식조차 가질 틈이 없으니 짬이 나면 그저 침대만 그리워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다 보면 늘 바쁘다는 말이 관성처럼 튀어나오고, 가족과 친구와 인생에 대해 예의를 다하지 못하게 되며, 어느덧 쉼이 싫어서가 아니라 쉼이 어색해지고 쉼을 즐길 줄 모르는 휴식장애증에 걸리게 되는 것 같다. 얼마 전 업계에서 잘 알고 지내는 한 분께 휴가계획을 물었다가 조금 쑥스러워했던 적이 있다. 강릉에 다녀올 거라는 그 분의 말에“ 많이 북적댈 텐데요” 했다가, 알고 보니 3일 동안 강릉지역에서 사랑의 집짓기 행사에 자원봉사를 하고 올 거라는 얘기를 듣고 움찔했던 기억이 있다. 그 분이 나보다 더 바쁘면 바빴지 덜하지 않을 것이 분명할 것인데…. 한 사람의 인생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평가할 때 한가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한가한 시간이 왔을 때 재미있게 혹은 의미 있게 보내는 법을 알면 행복한 인생이고, 이 쉼표를 어찌할 줄 모르거나 무료하고 재미없게 때우면 불행한 인생이다’라고.
산으로 들로 바다로 온 국민이 삼삼오오 소풍을 가는 시즌이다. 즐겁고 소중한 추억들을 듬뿍 듬뿍 안고 돌아들 왔으면 좋겠다. 그 이야기만으로도 하반기가 벌써 행복해질 것 같으니까. 올 여름에는 나에게도 의미 있는 선물을 주고 싶다.


이현종
CCO (Chief Creative Officer) jjongcd@hs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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