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민/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초고속 통신망에 기초한 사이버 아파트가 등장하고, 동네 골목마다 PC방이라는 놀이공간이 생기고, 사이버 증권방에서 거래가 일어난다면 정보화사회는 이루어진 것이 아닐까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어떻게 나타나든, 이제 전자상거래가 비즈니스 활동의 대세가
되고 홈페이지와 E-Mail 주소가 개인의 명함에 있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N세대라는 청소년 집단들은 컴퓨터 게임과 채팅으로 밤을 새우고, 얼굴도 보지 못한
친구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가상의 공간에서 싸움을 한다.
사이버 공간에서 만난 사람과 결혼도 할 수 있고 생전 보지도 못한 낯선 사람에게도 마치 10년지기라도 된 것처럼 자기 이야기 를 쉽게 하기도 한다. 현실의 경험과 틀 속에서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이들의 행동은 마치 외계인같이 보이기도 하지만, 정보화사회의 도도한 물결 속에서 일어나는 세상 변화의 일부라고 간단하게 덮어버려야 한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어떻게 나타나든, 이제 전자상거래가 비즈니스 활동의 대세가
되고 홈페이지와 E-Mail 주소가 개인의 명함에 있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N세대라는 청소년 집단들은 컴퓨터 게임과 채팅으로 밤을 새우고, 얼굴도 보지 못한
친구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가상의 공간에서 싸움을 한다.
사이버 공간에서 만난 사람과 결혼도 할 수 있고 생전 보지도 못한 낯선 사람에게도 마치 10년지기라도 된 것처럼 자기 이야기 를 쉽게 하기도 한다. 현실의 경험과 틀 속에서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이들의 행동은 마치 외계인같이 보이기도 하지만, 정보화사회의 도도한 물결 속에서 일어나는 세상 변화의 일부라고 간단하게 덮어버려야 한다.
생산의 주체가 인간 중심인 시대
정보화사회가 무엇이든, N세대에 누가 속하든, 컴퓨터와 인터넷은 우리의 생활양식을 급격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런 변화를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차이는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정보화사회로 전이하는 과정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활방식의 변화에서 일차적으로 경험한다. 물론 이 경험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상당한 심리적 혼란을 야기한다. 기계가 만들어주는 새로운 세상이라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생활방식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부담 등이 이런 혼란을 더욱 부채질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보화사회가 이전의 농경사회나 산업사회와 다르다는 것을 잘 알지만, 그것을 `이 기계를 잘 사용할 수 있는가 아닌가로 구분하려고 한다. 자신이 잘 사용한다면 이런 혼란이 없을 것이라고 믿으며, 또 가능한 한 이런 기계를 활용하지 않으면서 `인간적인 삶(?)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기계가 인간을 통제한다는 전통적인 기계파괴 운동에서 나타난 생각뿐 아니라 인간의 본질을 더 느끼고 싶기에 이런 변화를 거부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정보화사회에 적응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야기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정보화사회는 컴퓨터를 중심으로 한 정보매체나 인터넷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사고와 행동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생활양식과 산업의 형태에 따라 사회를 농경사회, 산업사회 그리고 정보화사회로 구분하였다. 그러나 각각의 사회에서 인간이 이 사회의 대표적인 산업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비중은 서로 달랐다.
예를 들면, 농경사회에서 인간은 생산 가치의 중심이 아니었다. 비록 농사활동을 인간이 한다고 하더라도 이 모든 것은 기후와 같은 자연섭리에 따라 일어나는 것이었다. 산업사회 또한 인간은 생산활동을 하는 주체 중의 하나였지만, 생산의 기본은 자연에서 나오는 자원을 중심으로 기계를 이용하여 가공하는 것이었다. 이에 비해 정보화사회에서 인간은 바로 제품 생산의 주체가 된다. 생산의 가치가 인간의 행동과 사고를 중심으로 변화할 수 있게 되었다. 흔히 정보화사회를 지식 기반의 사회라고 하는 것은 주된 생산활동이 인간이 만들어내는 지식이며, 핵심 경제활동이 이 지식을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보화사회의 핵심 가치가 인간에서부터 출발된다는 가정은 인간이 이 사회에 적응하는 방식도 변화시킨다. 몇년 전에 일본의 대표적인 지성들은 20세기와 21세기에 걸친 변화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표현으로, 중후장대(重厚長大), 경박단소(輕薄短小), 그리고 온후지정(溫厚之情)을 들었다.
중후장대는 바로 ‘크고 강한 것이 좋다’라는 20세기의 대표적 시대 가치였다. 큰 배를 만드는 조선이나 중화학공업이 바로 이런 가치를 대표한 산업활동이었다. 그 다음의 가치는 바로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표현에 반영된 작고 가벼운 것을 추구하는 경박단소였다. 이런 가치는 바로 전자와 정보통신 산업으로 대표되는 트랜지스터에서 부터 반도체까지 만드는 산업활동으로 결실을 맺었다.
이에 비해 온후지정은 20세기 말에서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사회적 변화를 나타낸다. 대부분의 경우, 정보화사회가 경박단소를 가능하게 했던 전자 정보통신 산업에 기초하여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경험하게 될 정보화사회의 본질은 바로 온후지정의 가치에 있다. 이 가치는 바로 인간의 지식과 인간적 모습이 무엇이며 이것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가에 의해 좌우된다.
HOT의 아바타(www.abata.com)
정보화사회의 모습이 따뜻함과 여유 그리고 감성에 기초한 지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생각은 사실 쉽게 수용되기 힘들다. 대부분의 경우,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인한 정보화사회에서의 인간의 교류는 기계에 의한 것이기에 따뜻한 정이 없다고 생각한다.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는 것은 가상적으로 만들어지는 인공의 미가 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사이버 공간에서 채팅을 해본 사람들은 이 공간에서의 인간의 만남이 얼마나 쉽게 이루어지며, 또 서로간의 감정 노출이 얼마나 쉽게 이루어지는지를 잘 안다.
스크린에 표현되는 글 속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경험을 하는 듯하다. 이 뿐 아니라 언제든지 내가 보낼 수 있는 E-Mail은 상대방과의 교류에서 시간을 단축시켜주며, 또 의사소통을 나의 시간 속에서 이루어지게 한다. 사이버 공간을 통한 시간의 단축은 개인적인 교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사이버 거래는 비즈니스의 시간을 단축시켜 주었을 뿐아니라, 인간이 자기 생활과 행위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21세기의 정보화사회는 ‘경험의 속성’과 ‘`행위의 주체’에서 대 전환이 일어나는 사회이다. 이제 산업활동의 핵심 내용은 ‘인간의 사고와 행동특성을 어떻게 표현하는가’라는 잣대로 판단된다. 구체적으로 인간의 사고와 행동의 기준이 `이성적 속성을 중심으로 판단되는 시대에서 감성적 속성을 중심으로 이해되는 시대로 전환되는 것이다. 온후지정은 바로 감성적 인간의 행동과 사고 특성을 나타낸 것이다. 이것은 데카르트(Rene Descartes 1596∼1650) 이후로 이성적 인간을 가정하고, 인간 스스로 기계와 같이 분석 가능하고 개량 가능한 대상으로 보았던 관점에서, 인간이 표현하고 느끼는 것 자체를 인간 행동의 본질로 보게 되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경제 활동의 핵심은 바로 인간이 느끼고 경험하는 것을 어떻게 표현하고 나눌 수 있느냐에 좌우되게 되었다. 이런 변화는 사람들의 생활 환경과 교류방식이 현실 공간과 더불어 사이버 공간을 중심으로 이루어짐에 따라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물리적인 속성에 기초한 현실 공간에서의 사고가 바로 논리에 기초한 이성적 사고로
대표된다면, 사이버 공간의 교류와 경험은 이미지에 기초한 감성적 속성을 나타낸다.
감성적 행동은 정보화시대의 대표 집단으로 언급되는 N세대의 경험과 행동 특성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소위 말하는 N세대는 학교 수업시간과 자유시간의 대부분을 TV, 비디오 게임, 컴퓨터, 이동통신, 영화 화면 앞에서 보낸다. 이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을 구체적인 현실 공간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사이버 공간을 탐색하면서 찾아낸다.
이들이 사이버 공간을 항해하는 것은 화면 속에서 바로 즉각적으로 표현되는 이미지를 통해 자신의 감성적 경험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들의 생활양식과 문화는 영상과 재핑(zapping, 리모컨으로 TV 채널을 마구 바꾸며 보는 것), 그리고 사이버 공간을 이용한 오락활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의 사고 방식은 텍스트를 분석하는 데 적용되었던
논리와 이성보다는 사이버 공간을 항해하는 과정에서 습득된, 감각과 디지털로 대표 되는 이미지의 조작 경험을 통해 발달하였다. 따라서 이들의 사고와 행동 특성은 분명한 언어구조로 표현되고 분석 가능한 이성의 논리에 따르기보다는 이미지로 대표되는 직관에 의존한다. 아니, 이들은 이미지로 의사소통하며 이미지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구현한다. 이들의 일상 생활과 행동에서 찾을 수 있는 삶의 가치는 모호성과 자율성, 아름다움, 혼합 그리고 스스로의 즐거움 추구 등으로 해석된다. 이와 동시에 이들이 경험하는 현실은 물리적으로 경험되는 현실 공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로 제공되고 느껴지는 사이버 공간도 포함한다. 이미지를 통해 사이버 공간을 자신의 생활공간 속에 포함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실 경험이 이성적 토대를 기초로 이루어졌다면, 사이버 공간은 보여지는 이미지로 만들어진다. 이미지는 바로 직관과 통찰로 사고하고 자유로운 변형과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미래 정보화사회의 기본 속성이 인간 감성에 의존하게 되는 일차적 이유는 사이버 공간이 바로 이미지에 의해 표현되고 의사소통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현재 N세대라는 집단이 추구하는 경험의 속성이 바로 이미지인 것이다. 스무살의 자유를 호소하며 물 속에서 숨을 쉬는 소녀의 이미지를 현실 속에 갇혀 버린 자신과 동일시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바로 이미지의 힘이다.
이미지는, 사이버 공간이 우리의 일상 생활 공간으로 급격히 확장되는 상황에서 조금씩 현실의 행동과 생활 양식을 재구성하게 한다. 이것은 이미지로 표현하고 이미지로 통하며 이미지로 사고하는 정보화사회 속의 인간형이 뚜렷하게 등장함으로써 더욱 촉진될 것이다.
현실 넘어선 새로운 자아를 재창조
이 과정에서 우리는 구체적인 실체로 존재한다고 믿었던 인간 마인드를 사이버 공간과 같은 가상의 환경 속에서 존재하는 이미지를 통해서도 찾으려고 한다. 이런 것은 인간이 스스로의 존재를 이성적 측면뿐 아니라 감성적 차원을 통해 새롭게 해석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이버 공간을 통해 인간은 현실과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인식하며 또 이미지를 통한 새로운 인간 관계를 맺는다. 채팅이나 대화방 등의 활동은 바로 이미지로 이루어진 가상적 교류가 구체적인 경험이 되는 현상이다.
N세대 청소년들에게 급격하게 확산되는 이미지에 의한 존재 양식은 단순히 겉멋에 좌우되는 철없는 아이들의 행동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이미지가 현실이 되는 이들의 새로운 세계관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이미지를 조작하거나 타인의 이미지를 직접 경험할 수 있음에 따라, 인간은 현실의 한계에 제한된 자아가 아닌 새로운 자기 모습을 인식하고 재창조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아바타(avatar)*로
불리는 캐릭터를 통해 가상적인 자기를 만들 수 있음으로써, 현실보다 더 생생한 심리 경험을 사이버 공간 속에서 시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실과 사이버 공간의 경계가 점점 사라지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간이 어떤 감성적 특성을 활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나갈 것인가는 분명 우리의 새로운 도전이다. 이 과정에서 현실과 가상 공간의 구분 없이 인간이 잘 적응하며 생활할 수 있는 사고와 행동의 틀이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것은 중요한 산업활동이 될 것이다. 물론 이것은 인간의 사고와 행동 특성, 특히 이미지에 기초한 인간 감성이 어떻게 의사소통이나 여타 교류 경험으로 이용될 것인가의 문제로 귀착된다.
이 도전의 핵심은 사이버 공간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고, 사이버 공간의 경험을 현실 공간에서 체험할 수 있는 연결점을 찾는 일이다. 그리고 이것은 바로 이성을 토대로 하고 감성의 축을 가진 마인드를 찾는 21세기 정보화사회의 정체(identity)를 재규정하는 작업이기도 한 것이다.
HOT의 아바타 (www.abata.com)
우리 말의 화신(化身)에 가까운 힌두어로, 원래 힌두신화에서 비슈누 (Vishnu)같은
신이 인간 이나 동물의 몸을 빌어 땅에 내려옴을 일컫는 말이다. 요즘에는 PC통신,
인터넷 채팅, 쇼핑몰 등의 네트워크 환경에서 현실의 사용자(user) 역할을 대신 하는
가상의 인물(통상 컴 퓨터그래픽 캐릭터로 표현 됨. 사람은 물론 새, 강아지, 식물 등
표현할 수 있는 모든 형태로 변형 가능)을 아바타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사이버 공간 에서 존재하고 활동하는 이른바 사용자의 분신 (分身) 으로, PC통신의 ID 처럼 가상 공간에서 신분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과거의 ID가 익명성으로 자아를 감추려 했다면 아바타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글자 형태의 ID와는 달리 애니메이션 캐릭터, 아이콘 처럼 사용자의 모습
이나 특징을 그림으로 나타내므로 종래 ID로는 생각할 수 없는 생동감을 준다.
최근 아바타는 가상현실(VR )이나 자바, 3차원 캐릭터 기술이 발전 하면서 '데스크탑
비서’나 ‘인터넷 채팅’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응용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아바타 활용 분야는 데스크탑 비서, 인터넷 접속과
전자우편 관리, 화면보호 기능 등 네티즌이 데스크탑 PC를 사용할 때 필요한 기능을
아바타가 대신하도록 한 것이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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