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CYCLOPEDIA
茶禪一如 廣禪一如 - 보이차 이야기 -
보이차를 우려마시는 것은 차를 먹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소통하는 것이며, 동일한 자사호 안의 찻물이 수차례 반복되면서 그때마다 다른 맛과 향을 상호간에 전달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어 한 순간에 마시고 마는 기존 차류와 달리 느림과 기다림, 그리고 소통의 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자사호 / 작가:주우걸(周宇杰) / 니뇨:본산자니, 전수공 자사호 / 작가:원소강(袁小强) / 니뇨:자니, 전수공 / 작품명: 보릉
용량: 200cc 용량: 350cc
일상에서 만나게 된 보이차
중국의 개방 개혁 정책으로 인한 한국과의 교역량 증가, 중국여행객 급증, 그리고 TV에서 방송한 <차마고도(茶馬古道)>라는 프로그램의 인기에 힘입어 보이차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또한 중국 방문 시 많은 소비자들이 여행사 가이드의 권유 등으로 보이차를 구매하고 있거나, 지인들로부터 보이차를 선물로 받은 경우가 잦아 많은 가정에서 보이차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보이차에 대해 제품이 안전한지, 어떤 방법으로 먹는지 등 궁금한 것이 많으나 정보부족으로 보이차를 그저 장식품으로 보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이차()’라는 이름의 유래는 청 옹정 7년(1729) 보이부라는 지명에서 유래하는데, 보이부는 보이차의 주산지이며 집산지였다. ‘보이’는 ‘복인()’을 의미하는데, 보이차는 ‘복민족이 심은 차’ 혹은 ‘복민족이 만든 차’라는 뜻이 가장 정설에 가깝다.
현대적 보이차에 대한 정의는, 2008년 지리표지보호법에 따르면 ‘①운남(雲南)에서 생산되는 ②대엽종으로 ③햇볕에 쬐어 말린 원료(쇄청모차`:)로 독특한 가공공예를 통해 만든 차’를 의미한다. 이러한 3가지 조건에 부합되어야 ‘보이차’라고 할 수 있다.
당나라 시절의 다성(茶聖) 육유(陸羽)가 세계 최초의 차 전문서적 <다경(茶經)>을 출판하면서 중국차의 현대적 제차법·음다법이 완성되었다. 그의 저서에 따르면 기원전 2737년부터 차를 마셨다는 기록이 남아있으며, 풀에 의한 중독을 치료해주는 해독용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차나무의 원산지는 중국의 운남·귀주·사천 일대의 분지로, 온난다습한 환경에 자라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중국 운남성 애뢰산 천가채에는 수령 2700년 된 차왕수가 현재 존재하고 있다.
좋은 원료는…
중국차는 녹차·백차·청차·황차·홍차·흑차로 구분하는데, 보이차는 흑차에 속한다. 발효의 정도로 보면 약발효차인 녹차, 중발효차로는 청차류인 우룡차(철관음·대홍포)와 후발효차인 보이차로 구분한다.
보이차 나무의 종류는 크게 교목과 관목으로 구분된다. 차(茶)라는 한자의 모양을 보면 나무 목(木)자 위에 사람 인(人)자가 있고 그 위에 풀초(草)가 있어 이를 풀이하면 ‘사람이 나무 위에 올라가 잎을 따는 것’을 차라고 할 수 있다.
교목은 야생형과 재배형으로 나누는데, 야생형 교목은 키가 5미터 이상이며, 해발 1500미터 이상의 고산지의 일부군락을 이루고 있다. 차 잎이 두껍고 색상은 검은 녹색이며, 차성은 부드럽고 향이 깊고 쓴맛이 강하다. 관목은 재배형 다원에서 대량생산되는 것으로 차나무의 높이가 1〜2미터 정도이다. 이러한 차는 사실 농약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보이차는 형태에 따라 둥근 형태의 병차, 벽돌모양의 전차, 사발모양의 타차, 신장모양의 긴차, 정사방형의 방차, 잎차 형태의 산차로 구분된다.
제조방법에 따라서는 운남대엽종 차잎으로 쇄청모차를 통해 만든 긴압차인 생차(靑餠)와, 쇄청모차후 악퇴(渥堆: 눌러 쌓아둠) 과정으로 쾌속 발효시킨 후 증기를 통해 압제한 숙차(熟餠)로 구분된다. 숙차는 1973년 운남차엽공사의 곤명차창에서 추병량 선생 등이 참여해 시험제조에 성공했는데, 그 후 맹해차창·하관차창으로 확대되었다.
생차는 정상적 후발효차이며, 숙차는 오래된 차의 맛을 내기 위해 단기간에 강제 발효시킨 보이차라고 할 수 있다. 생차는 차의 기운이 있어 강한 느낌을 주지만, 숙차는 악퇴 발효 과정에서 발생된 숙미만 제거되면 부드럽고 단맛을 낸다.
보이차 병차, 맹해차창 노반장(02), 357g 보이차 병차, 창태차창, 이창호 정품(03), 357g 차도구가 갖추어진 아파트의 개인 다실
맛있게 우려내려면
보이차를 맛있게 우려내기 위해서는 찻물·차 도구·보이차가 있어야 한다. 우선 찻물은 맑고 살아 있고 가볍고 차고 달아야 한다(淸·活·經·涅·甘). 차 도구로는 차판·자사호(보이차용 작은 주전자)·거름망·숙우·퇴수기·차칙·차건 등 다양하게 준비되어야 한다. 보이차 양은 개인 취향에 따라 매우 다양하나 2〜3인 기준 3〜5그램 정도가 적절하다. 숙차인 경우에는 양이 조금 증가될 수 있다.
이러한 준비가 끝나면 다음 과정을 거치면 된다.
① 뜨거운 물로 자사호를 씻고 잔을 따뜻하게 데운다
② 보이차를 자사호에 넣고 100도 정도의 뜨거운 물을 붓는다
③ 자사호의 찻물을 거름망에 걸러 숙우에 담고 그 찻물로 자사호의 윗부분에 가볍게 부어주고 잔도 헹구어낸다
④ 다시 뜨거운 물을 자사호 안의 보이차에 붓고 10〜15초 정도 있다가 찻물을 거름망을 통해 숙우에 부운 후 보이차를 잔에 균등하게 따른다.
이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첫 번째 보이차를 우린 물은 자사호와 찻잔을 헹구고 버리는 것이다. 이는 보이차 제조과정에서 혹시나 생길 수 있는 불순물을 제거할 뿐 아니라, 딱딱하게 엉키어져 있는 차를 풀어주면서 기운을 불어넣어주기 위한 예비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주전자·커피 메이트·머그잔·표일배 등을 이용해 간단하게 우려먹는 방법도 있다.
느림과 기다림, 소통의 미학
좋은 보이차를 고르는 방법은 보이차의 표면만을 보아서 판별하기는 어렵고, 탕색·엽저·향·맛 등을 종합해서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우선 제일 중요한 것은 차에 곰팡이가 핀 것은 피해야 한다. 또한 차의 맛이 썩은 지푸라기 냄새가 나는 것과 목에 걸리는 것과 같은 느낌이 나는 것은 좋은 보이차가 아니다. 차의 표면과 찻물의 색상이 깨끗하고 목 넘김이 부드러우며, 좋은 향과 약간의 단맛이 여운으로 남는 보이차가 좋은 것이다.
중국 당나라 허베이성 백림선사의 조주(趙州) 스님은 “차를 마시는 것은 선을 하는 것과 동일하다”고 하면서 ‘다선일여(茶禪一如)’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즉 보이차를 우려마시는 것은 차를 먹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소통하는 것이며, 동일한 자사호 안의 찻물이 수차례 반복되면서 그때마다 다른 맛과 향을 상호간에 전달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어 한 순간에 마시고 마는 기존 차류와 달리 느림과 기다림, 그리고 소통의 미학이라고 할 수 있다.
광고 크리에이티브 전략도 사람과의 소통이다. 또 제품과 제작자가 가지고 있는 경험이라는 공유 부분인 ‘컨셉트’를 찾기 위해 고난의 길을 가는 광고인을 보면, 광고를 하는 것도 선을 하는 것과 동일하다고 판단되니 ‘광선일여(廣禪一如)’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서범석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中國 茶藝師, 品評員 | suh909@chollian.net
중국 국가 다예사, 품평사 자격증 취득, 중국차 강의 및 보이차 큐레이터로 활동중. 중앙대 광고홍보학과를 졸업, 광고학박사, (사)한국광고학회 회장 역임, 중국 북경대 초빙교수를 역임했으며, 광고학계 및 산업에 공헌도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근정포장 수상.
'Archive > Webzine 2010'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0/07-08 : 세상 낯설게 보기 -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 건가요? (0) | 2010.08.26 |
---|---|
2010/07-08 : SUDDENBIRTH - I'm Open - air Style (0) | 2010.08.25 |
2010/07-08 : 상상력 발전소 - 고정관념은 새로운 아이디어 최대의 적 (0) | 2010.08.25 |
2010/07-08 : 역사속의 커뮤니케이션 - 새로운 것처럼 보일 뿐, 알고 보면 예견된 것 (0) | 2010.08.25 |
2010/07-08 : 문화적 영감 - 인간의 신체를 확장하는 미디어아트 (0) | 2010.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