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 메라에 쓰는 조리개를 빌딩 벽면에 촘촘하게 달아 저절로 햇빛이 조절되게 만든 장누벨, 인간을 위한 집, 환경을 위한 집을 위해 곡선으로 집을 짓고, 지붕에 흙을 덮어 나무를 심은 훈데르트바서. 그들의 ‘딴 생각’이 세상엔 좋은 생각이 되어 사람들을 감동하게 합니다. 이런 생각들, 광고에서도 좋은 출발점입니다.
쏟아지는 햇빛을 조절하려면 그때그때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치는 거 외에는 방법이 없을까요? 나무는 꼭 집 앞 마당에 심어야 하는 걸까요?
아무도 묻지 않는 질문들. 세상엔 그 질문에 답을 찾아 ‘딴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카메라에 쓰는 조리개를 빌딩 벽면에 촘촘하게 달아 저절로 햇빛이 조절되게 만든 장누벨(Jean Nouvel). 인간을 위한 집, 환경을 위한 집을 위해 곡선으로 집을 짓고, 지붕에 흙을 덮어 나무를 심은 훈데르트바서(Friedensreich Hundertwasser). 그들의 ‘딴 생각’이 세상엔 좋은 생각이 되어 사람들을 감동하게 합니다. 널리 회자되게 합니다. 이런 생각들, 광고에서도 좋은 출발점입니다.
알랭 드 보통, 그는 왜 공항에 살고 있을까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베스트셀러 작가,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그는 일주일간 런던 히드로 공항에 살았다고 합니다. 8월 17일부터 일주일간, 터미널5에 책상을 마련했습니다. 어디든 드나들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채 히드로 공항을 누빈 거죠.
히드로 공항은 특이한 방법을 썼습니다. 좀 더 특별한 공항이 되기 위해 알랭 드 보통의 힘을 빌렸습니다. 그 일주일간 히드로에서의 체험을 <히드로에서의 일주일; 히드로 다이어리>로 발간하는 거지요. 물론, 히드로 공항 관계자 그 누구도 책을 미리 볼 수 없다고 합니다. 알랭 드 보통에게 모든 걸 맡긴 거지요. 마케터로서는 대단한 모험입니다. 그가 히드로 공항에 유리하게 써줄지 아닐지는 알 수 없는 거니까. 하지만 관계자는 말합니다. ‘그 책이 어떤 내용을 다루든 사람들은 히드로에 대해서 말할 거고, 기억하게 되고, 단순히 지나치는 곳이 아닌 좀 더 특별한 곳으로 주목하게 될 거라고. 히드로 공항이야말로 이야기가 풍부한 곳이라고.’
알랭 드 보통의 힘은 매우 클 거라고 생각합니다. 9월말 그의 책이 출간되면 10,000부는 히드로 공항 고객들에게 선물로 나눠주고, 나머지는 서점에서 판매될 거라고 합니다. 알랭 드 보통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그의 글을 또 기다리겠지요. 히드로 공항을 지날 때마다 그의 글 한 구절을 떠올릴 수도 있을 테고요. 저마다 히드로 공항에 대한 이야기를 갖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그의 글이 기다려집니다. 벌써 히드로 공항의 전략이 빛을 보고 있는 걸까요?
Pick Pockets을 Put Pockets으로!
런던에 가면 제일 먼저 듣는 말이 ‘Pickpocket’을 조심하라는 겁니다. 여행자들은 특히 소매치기한테 표적이 되기 쉬우니 미리 예방하라는 거죠. 그런데 휴대폰을 판매하고 통신망을 제공하는 TalkTalk이란 회사는 오히려 소매치기를 소재로 ‘딴 생각’을 합니다.
회사는 전직 소매치기를 포함해 몰래 누군가의 주머니에 손댈 수 있는 기술자(?)를 모집했습니다. 이번엔 남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는 대신 몰래 돈을 넣어주는 Put-Pocketing을 위해…. 5파운드에서 20파운드까지 그 액수는 소소하지만, 발견한 사람은 색다른 기쁨을 느낄 테니까요. 물론 돈과 함께 TalkTalk의 메시지도 함께 넣어줍니다.
언젠가부터 ‘기업은 내 돈을 빼앗아가는 존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불경기가 계속되면서 그 생각은 더 강해졌죠. TalkTalk은 그 생각을 바꾸고 싶었답니다. 작은 기쁨을 주고 싶었답니다. 그래서 부유한 지역보다는 다양한 사람이 모이는 지역에서, 그 작은 돈이 꼭 필요해 보이는 사람에게 돈을 넣어줬고요. 물론 소매치기로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에 뽑힌 기술자(?)들은 자격증 같은 걸 지녔습니다. ‘Put-Pocketing이 진행되고 있다’는 안내판도 달았고요. 런던에서 시작해 영국 전역으로 Put-Pockets 캠페인은 계속됐습니다. 오늘 꼭 20파운드가 필요한데, 그 돈을 우연히 내 주머니에서 발견했을 때의 기쁨. 쉽게 잊을 수 없겠죠. TalkTalk은 소매치기라는 기술을 역으로 이용해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들의 ‘딴 생각’이 사람들에게 좋은 생각이 되고 있습니다.
Dave는 스웨덴을 싫어합니다만…
여행지 광고는 대부분 천편일률적입니다. 그 곳의 랜드마크를 보여주든가, 대표적인 인물을 소개하든가, 아름다운 경관을 보여주죠. 그래서 Visit Sweden은 ‘딴 생각’을 했습니다.
주인공은 영국의 전형적인 휴일 행락객(Holidaymaker)의 모습인 데이브입니다. 어글리 코리안 같은 존재인 거죠. 그는 팬티만 입은 채 스웨덴의 남서부 스코네(Skane)를 방문합니다. 거기서 영국의 자갈해변과는 달리, 고운 모래가 있는 해변을 찾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고운 모래가 있어 발에도 끼고 가방에도 들어가겠다며 비아냥거립니다. 시종일관 스코네에 대해 냉소적이죠. 경박한 말투를 지닌 그는, 혼자 그렇게 떠들다 나를 무시하는 거냐며 모래를 발로 차고 사라집니다. 그때 광고는 말합니다.
“데이브의 말을 듣지 마세요. 직접 그 아름다운 해변을 경험하세요.” ‘Dave goes to Skane’ 시리즈 네 편 중 첫 번째, ‘The Beach’ 편입니다. 강한 영국식 억양과 유머를 구사하는 데이브는 훌리건의 모습을 패러디한 거라고 하는군요.
두 번째, ‘The Countryside’ 편입니다. 데이브는 고대 고인돌이 있는 스코네를 찾습니다. 아름답고 훌륭한 곳이라고 떠들어대죠. 고인돌 위에서 혼자 설레발을 치다 결국 떨어지고 맙니다. 그러자 이내 스코네가 정말 지겹다며 돌변합니다. 칭찬하는 듯하나 결국 또 스코네를 비판하는 데이브. 지독한 유머광고입니다. 부정적 캐릭터에서 오히려 웃음을 찾고 스코네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됩니다. 역시 광고는 데이브의 말은 믿지 말고 직접 와보라고 권하고 있고요.
‘Art’ 편에서는 작품을 평가합니다. 아트와 건축이 잘 조화된 좋은 작품이라고 떠들어댑니다. 그러다 스웨덴 패스트리를 파는 커피숍 없느냐며 다른 소리를 하다, 영감이 떠올랐다고 하죠. 이곳을 ‘The Land of Midday Moon’이라고 부르겠다고 하다 발을 헛디뎌 화면에서 사라집니다. 진중한 면이 없는 데이브는 스코네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데이브의 말을 듣지 말고 직접 경험하라고 끝을 맺습니다.
‘Malmo’ 편은 이렇습니다. 스코네의 대표 도시인 말뫼(Malmo)에 간 데이브는 역시 별 흥미를 못 느낍니다. 시장에도 가보고 항구에도 가보지만, 스코네는 빤한 곳이라는 듯 떠나고 싶어 하죠. 결국은 헤엄쳐 어딘가로 사라집니다.
이 광고, 관광지 광고로서는 모험입니다. 스코네를 좋다고 말해도 시원찮은데 시종일관 주인공은 그 곳을 싫다고 하니까요. 하지만 그의 경박한 말투와 어글리한 모습은 그 말의 신빙성을 떨어뜨리죠. 광고는 ‘Tourist’보다는 ‘Traveller’를 타깃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데이브는 스코네를 비판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 곳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되죠.
요즘 많은 광고가 그렇듯, 바이럴로 만들어져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냥 아름답다고 말했으면 묻혀버렸을 이야기들. 데이브의 눈을 통해 유머러스하게 전달한 것이 오히려 스코네를 눈에 띄게 했습니다.
모두가 함께 딴 생각을 하면 좋은 광고가 됩니다
“한 사람이 꿈을 꾸면 한낱 꿈이지만, 모두가 함께 꾸면 그것은 현실이 된다.” 건축에 미술에 상상과 유머와 따뜻함, 기발함을 더했던 훈데르트바서는 말했습니다. 광고는 더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모두가 같이 모여 만드는 것이 광고니까요. 혼자 딴 생각을 하면 단순한 섬네일로 그치고 말지만, 같이 딴 생각을 하면 더 좋은 광고, 더 훌륭한 광고가 만들어질 테니까요.
그러니 오늘 하고 있는 그 생각, 그 생각을 반대로 해보세요. 그럼 더 좋은 광고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발한 생각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모두, 딴 생각을 할 시간입니다.
* Visit Sweden의 은 youtube.com에서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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