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는 민주·인권·평화의 도시, 수출 100억 달러의 첨단산업생산도시,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해 가고 있지만, 아직 국제사회에 잘 알려진 도시는 아니다. 따라서 광주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고 브랜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초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필요했다.
유니버시아드대회는 전 세계 대학생들의 스포츠 제전으로, 2년에 한 번씩 홀수년도에 동계와 하계로 나눠 개최된다. 지난 1959년 이탈리아 토리노 대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24회 대회를 이어왔다. 올 여름 세르비아 벨 그레이드에서 25회 대회가 열릴 예정이며, 2011년 중국 선전, 2013년 러시아 카잔이 각각 차기 개최지로 확정된 상태다.
광주가 유치한 2015년 제28회 하계 유니버시아드는 8월 초부터 11일간 열린다.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이 주최하고,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KUSB)와 대회조직위원회가 주관해 광주와 인근 시·군 지역에서 17개 종목의 경기를 펼친다.
땀과 열정의 값진 도전
국제사회에 알려지지 않은 광주로서는 참으로 ‘대단한’ 도전이었다. 지금 이 시기 광주에 왜 스포츠 이벤트가 필요한지, 왜 유니버시아드여야 하는지 그 당위성과 절박함이 없었다면 국제대회 개최지 선정의 까다롭고 복잡한 과정을 통과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광주가 이처럼 성공이 보장되지 않은, 불확실한 미래였던 스포츠 이벤트 유치를 추진한 것은 세계적 변화에 대응하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 과제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구적 경제체제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세기 산업화시대를 걸쳐 21세 정보화 세계화 시대로 변화하면서 자본 역시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형성, 국가적 경계를 넘나들고 시장도 이해관계에 따라 블록화가 이뤄졌다.
이른바 국가 경쟁에서 도시간의 경쟁, 국가 브랜드에서 도시 브랜드 시대로 전환된 것이다.
광주가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선택한 것은 도시 브랜드 가치를 새롭게 창출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광주는 민주·인권·평화의 도시, 수출 100억 달러의 첨단산업생산도시,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해 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제사회에 잘 알려진 도시는 아니다. 따라서 광주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고 브랜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초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필요했던 것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은 한국의 인지도를 3% 상승시켰고, 한일 월드컵을 통해 국내 기업들은 이미지 제고 효과를 100조 원 이상 거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업이 브랜드 인지도를 1% 상승시키는 데 100억 달러가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국제 스포츠 이벤트가 얼마나 효과가 큰 홍보수단인지 짐작할 수 있다.
유치 과정과 성공요인
첫 번째 도전이었던 2013년 대회 유치전은 러시아 카잔, 스페인 비고와의 경쟁이었다. 특히 러시아의 정치적 영향력과 국제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우리는 2015년 대회 재도전을 결정한 순간부터 첫 도전의 패인을 철저하게 분석했다. 유치신청서 작성, 대회 개최계획 등 기술적인 면을 비롯해 대륙별 집행위원 공략법까지 유치활동의 모든 것을 백지에서 다시 짜며, ‘두 번 실패는 없다’는 절박한 각오로 유치전에 임했다.
지난해 12월 가장 먼저 경쟁도시였던 러시아 카잔을 조사, 유치전략을 벤치마킹한 데 이어 각국 집행위원들과의 사전접촉을 통해 대회 개최지가 갖춰야 할 주요 조건을 종합하고 이를 대회 개최계획에 반영했다. 또한 유럽 집행위원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 경기종목을 13개에서 17개로 늘리고, 조정 등 유럽권 인기종목을 포함시켰다.
그리고 올해 대회를 개최하는 세르비아가 신규 시설 계획에 차질을 빚으면서 FISU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광주 인근 시·군까지로 이용시설의 범위를 확대, 기존 경기장을 폭넓게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집행위원들의 불안감을 잠재웠다.
또한 2013년 대회 유치활동 당시의 맨투맨식 접근에서 한발 나아가 그룹별 친화도를 분석하고 영향력 있는 집행위원을 중심으로 전략적인 접근을 한 것도 적중했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의 강력한 지원을 바탕으로 외교통상부와 해외 주재공관, 국정원까지 정보라인을 풀가동, 경쟁도시의 동향과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유치위원회에 전폭적인 힘을 실어준 것도 큰 힘이 됐다.
‘문화 유니버시아드’로의 차별화 전략
2015년 하계 유니버시아드 실사단이 광주를 방문하자 광주시민은 뜨거운 환영과 더불어 유니버시아드 개최열기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특히 2015년 하계 유니버시아드가 광주에서 열리면 아시아 문화중심도시와 연계돼 역대 어느 대회보다 수준 높은 대회가 될 것임을 부각시켰다.
광주시는 ‘문화’와 ‘인권’이라는 도시 이미지를 통해 개최권을 따내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성공적 개최를 통해 광주를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도시로 변모시키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이에 광주시가 지난번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와신상담 준비해 온 프레젠테이션에서는 숙박시설 및 식사·교통·의료 서비스·도핑 컨트롤·안전·미디어 홍보 등 9개 부문 20여 개 항목에 대한 보고가 이뤄졌다. 그러면서 2013년 대회 유치과정에서 지적됐던 부분을 보완하고, ‘준비된 도시 광주’의 역량을 보여주는 데 온 힘을 쏟았다.
프레젠테이션에서는 특히 우리나라의 장점인 컴퓨터그래픽 등 첨단 IT기술을 활용해 최고의 조건을 갖춘 최적의 도시를 그려내 실사단의 호평을 끌어냈다.
아울러 ‘세계를 향한 아시아 문화의 창’이라는 비전으로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광주를 조성하고, 세계 3대 비엔날레 중 하나인 광주비엔날레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 등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을 통해 세계의 문화도시로 도약해 갈 준비를 하면서 국제도시로 성장할 광주의 국제 스포츠 이벤트 개최능력을 과시했다.
그 결과 실사단이 3박 4일 일정을 마치고 광주를 떠나면서 남긴 말은 한마디로 “엑설런트(Excellent)”였다.
실사단장은 “‘문화 유니버시아드’ 등 광주만의 비전과 차별화된 프로그램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면서, “광주의 계획이 실현되면 역대 최고의 대회가 될 것”이라며 높은 점수를 줬다. 그는 또 “FISU가 추구하는 이상에 가까운 프로그램을 짠 것 같다”는 만족감을 표시했다.
우리 모두가 그토록 열망했던 2015 하계 유니버시아드의 개최지로 광주가 선정된 그날 밤의 감격은 아마도 평생 잊히지 않을 것이다. 그것도 국제도시인 캐나다 에드먼튼, 인구 1,000만 명의 대만 수도 타이페이와의 경쟁에서 거둔 승리였으니….
그 순간의 감동이 본 대회의 성공과 광주시의 큰 발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