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06 : 기업의 사회공헌활동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③ Case Study - 사회적 수요와 기업 성격 조화된 전략적 자선 추구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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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ual Campaign _ 기업의 사회공헌활동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정연우 |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58cyw@hanmail.net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언론학 박사. 1996년부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언론정보학회 이사, 광고소비자시민연대 공동대표,
방송위원회 심의위원을 지내고, 2008년부터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3.Case Study

사회적 수요와 기업 성격 조화된
전략적 자선 추구

 

 일반적으로 기업은 민감한 사회적 쟁점이나 정치적 문제에 관여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바디샵은 오히려 이러한 정치적 쟁점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문제 해결을 주도함으로써 인권과 환경이라는 우리시대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명성을 얻게 되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도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해외 기업들과의 상대적 비교에서도 우리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활동에 대한 지출은 결코 그리 인색하지 않아 매출액 대비 기부율은 일본 등에 비해 높게 나타나고 있다. 기부문화가 잘 발달한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기부는 기업이 아닌 개인에 의해 이루어진다.
 반면 우리나라의 사회공헌활동은 기업중심인데, 이러한 국내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활동 노력은 크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기업이 각종 비리나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었을 때마다 위기 모면용으로 활용되는 것과 같은 부정적 선례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비자발적이고 위기관리용이라는 곱지 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들었던 것이다.
 사회적 책임활동의 전략적 접근이 부족했던 것도 한 요인이다. 많은 기업들이 전략적 개념 없이 백화점식으로 사회공헌활동을 펼쳐온 것이다. 불우이웃돕기, 결식아동돕기, 장학사업, 장애인 지원, 독거노인돕기 등 엇비슷한 방식의 자선적 지원이 중심을 이루고 있으며, 그 기업의 독특한 철학과 기업이념을 반영한 차별화한 공헌활동이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사회공헌활동 이슈로 기업을 포지셔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성공적인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평가기준은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우선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기업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지지를 얼마나 이끌어냈는가’를 하나의 기준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마케팅 전략으로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보는 관점이다. 다른 한편 사회적 문제해결에 어느 정도 기여했느냐가 또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는데, 이는 사회구성원으로서 기업시민론의 관점이라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고 볼 수 있는 사례를 살펴보자.


전방위적 사회공헌활동의 대명사 - Body Shop

 영국의 바디샵(The Body Shop)은 환경적 이슈를 그 핵심으로 삼아온 브랜드다. 바디샵의 창립자인 아니타 로딕(Anita Roddick)은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동물실험에 대한 맹렬한 반대 활동, 그리고 인권옹호 활동으로 인해 바디샵을 미용용품과 목욕용품 영역을 넘어서는 사회적 기업으로 자리 잡게 이끌었다. 따라서 이러한 바디샵의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단지 좋은 품질의 샴푸나 화장품으로 자신들이 바라는 패션과 이미지 상의 가치들을 획득한다고 여기지 않고, 어떤 윤리적 가치를 실현하는 행위로 받아들인다.
  바디샵의 인권보호, 동물실험 반대, 환경보호 캠페인, 그리고 화장품 업계에 만연해온 아름다움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타파하려는 도전은 한 세대에 걸쳐 여러 소비자들의 지지와 공감을 이끌어 냈다. 1985년, 바디샵은 그린피스(Greenpeace)의 포스터 제작을 협찬하고, 회사 내에 자체 환경 프로젝트 부서(Environmental Projects Department)를 신설했다.
 이어 1986년, 첫 주요 캠페인인 ‘Save the Whales(고래 살리기)’를 그린피스와 연합하여 전개했다. 1989년에는 ‘Stop the Burning(소각 반대)’ 캠페인을 펼쳤는데, 브라질 정부에 열대우림 대량 소각 중단을 요청하는 탄원서에 100만 명 이상의 바디샵 고객이 서명, 경영자인 아니타 로딕이 이를 브라질 대사관에 제출하기도 했다.
 또한 2001년에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던 엑슨 모빌에 대항하고 전 세계 20만 명의 극빈층을 위한 재생 에너지 개발을 위한 그린피스 캠페인을 전개하는 등 환경보호를 위한 다양하고 적극적인 활동으로 주목 받았다.
  1990년에는 인권과 환경보호단체를 후원하는 ‘The Body Shop Foundation(바디샵 재단)’을 설립하고 인권 문제에도 나섰다. 대표적인 예로, 1993년에 나이지리아의 오고니(Ogoni)족을 돕기 위한 국제적인 캠페인을 전개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오고니족은 당시 석유탐사 및 탐사시설로 인해 자신들의 땅을 파괴하고 있는 세계적인 다국적 석유회사 쉘(Shell)에 대항하여 정의와 보상금을 요구하면서, 다국적 회사와 유착한 부패한 나이지리아 군사정부의 탄압에 대항하고 있었다. 이에 바디샵은 다른 NGO들과 함께 오고니족의 어려움을 알리는 캠페인을 세계적인 이슈로 만들어서 나이지리아 독재정권과 쉘을 곤경에 빠지게 했다. 이에 마침내 4년만인 1997년, 쉘은 더 이상 인권 및 환경파괴가 있는 개발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1년 후에 ‘기업 이윤과 공익’이라는 광고 캠페인을 새롭게 시작하기도 했다.
  한편 바디샵은 인권옹호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1991년 인권수호를 위한 국제단체인 UNPO(Unrepre-sented Nations and Peoples Organization)을 설립하고, 1994에는 UN 인권선언 50주년을 기념해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와 제휴, 달라이 라마와 함께 ‘메이크 유어 마크(Make Your Mark)’ 캠페인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34개국에서 300만 명 이상의 지문을 날인 받아 17명의 양심수를 석방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그리고 2000년에는 ‘바디샵 인권상(The Body Shop Human Rights Award)’을 제정, 전 세계적으로 인권을 위해 투쟁하는 단체를 선별해 2년마다 30만 달러의 상금을 수여하고 있다.
  이렇듯 환경 문제에서부터 인권, 동물학대 예방 등 전 방위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바디샵의 경영 강령은 ‘우리의 비즈니스는 사회적, 환경적 변화에 공헌한다’라는 핵심 공약과 함께 시작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업 정신을 평가받아 1999년 바디샵은 영국 소비자 연합(Consumers Association)으로부터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 2위로 선정되었다. 또한 이미 1997년에는 인터브랜드 서베이(Interbrand Survey)의 평가에 의해 전 세계 브랜드 중 28위, 전 세계 소매 브랜드 중 2위에 올랐고, 1998년 파이낸셜 타임즈가 전 세계 기업 대표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세계에서 27번째로 존경받는 기업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바디샵의 경영활동의 근간에는 무엇보다 기업주인 아니타 로딕의 중요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그녀는 실제로 자신들이 생산하는 목욕용품의 기능성을 알리기보다는, 인권이나 환경적 관심을 더 널리 표명하고 싶어 했다. 기업의 주된 역할을 고가의 상품과 서비스를 더 많이 생산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세계가 공동체로 발전하기 위한 인간정신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는 비전을 명확하게 제시해 왔다.


이슈의 선점과 실천 - 유한킴벌리

 유한킴벌리는 숲과 환경보호활동에 집중함으로써 기업을 환경운동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으로 인식하게 하였다. 84년부터 시작한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은 지속적이고 일관된 활동에 집중함으로써 사회 책임 활동을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숲 가꾸기 기금을 마련하고, 그린 캠프 등을 통해 환경체험을 하도록 했으며, 나무 심기 운동을 주도했다. 98년 이후에는 생명의 숲, 평화의 숲, 동북아 산림 포럼, 생태 산촌 만들기 모임 등 환경보호단체들과의 협력활동을 통해 국내뿐만 아니라 북한, 동북아 지역의 산림황폐화와 사막화를 막기 위한 활동으로 확대해 나갔다. 또 2000년부터는 환경가치를 지키려는 시민환경운동인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과 생태 산촌 단체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나무심기와 숲길 만들기 등에 사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사회공헌활동을 기업 모두가 관심을 갖고 열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나갔다. 평생학습교육이나 투명한 회사운영 등이 뒷받침된 것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사회공헌활동이 유한킴벌리를 사회적으로 평판이 좋은 기업으로 인식시키게 된 주요한 요인이 되었다.
  유한킴벌리의 사회공헌활동이 성공하게 된 요인은 몇 가지로 나누어 분석할 수 있다. 아직 사회공헌활동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을 때 먼저 이를 실천했다는 점, 환경에 대한
관심이 그다지 높지 않을 때 환경 이슈를 선점하고 숲과 생명, 환경보호 활동에 집중해 장기적인 캠페인으로 일관되게 추진해온 점 등이 바로 그것이다.

시민단체와 전략적 파트너십 - 씨티그룹

 기업은 직접적으로 사회공헌활동을 할 수도 있지만 시민사회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사회적 공헌을 할 수도 있다. 씨티그룹은 이러한 비영리 조직을 통한 사회 책임활동을 전개해왔다. 지역사회에 대한 보다 거시적이고 장기적이며 전략적인 프로그램은 대부분 씨티그룹재단을 통해서 진행되고 있다. 2004년 한 해 동안 씨티그룹이 지원한 NGO 수는 세계적으로 3,030여 개에 이른다.
 즉 자신들의 경영방침과 걸맞은 시민단체를 찾아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 씨티그룹의 사회공헌활동 전략인 셈이다.
  씨티그룹은 정치·군사·외교적인 문제보다는 사회복지, 청소년 문제, 공동체 교육 등 주로 소외되고 가난한 자들을 위해 서비스 중심의 사업을 해오던 단체들과 협력한다. 달리 말하면 시민단체 가운데 정치 조직체나 특정 정치, 사회적 이슈를 지원하는 후원단체, 영리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조직, 종교단체, 테러나 테러활동과 관련이 있거나 이를 지원하는 단체 등과는 파트너십을 맺지 않는 것이다.
  한국에서 시민사회와의 파트너십을 통한 씨티그룹의 사회공헌활동은 사회적 이슈의 선점 및 관리 측면에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외환위기 무렵 ‘한국해비타트(Habitat for Humanity Korea)’라는 NGO를 통해 처음으로 의미 있는 기업 후원자로 나서게 되었다. 이후 이 단체에 대한 지속적인 재정 지원 및 건설현장 자원봉사자 참여를 실현해 왔다. 2002년에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사랑의 집짓기운동연합회 초청으로 방한하는 등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국내외의 참여 기업들이 늘어나고, 집 없는 서민을 위한 이 활동도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씨티그룹은 사랑의 집짓기운동의 주요 파트너로서 주택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소개되었다. 다른 기업보다 한발 앞서서 사회적 문제해결에 필요한 중요한 이슈가 무엇인지를 찾아내고 그를 실천함으로써 기업 이미지를 제고시킨 것이다.
  빈곤 문제 퇴치를 위해 ‘부스러기사랑나눔회’라는 NGO를 통해 한국에 소개한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사회적 이슈를 선점한 또 다른 예라 할 수 있다. 마이크로크레디트는 담보나 신용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무담보 소액대출을 말한다.
  씨티그룹은 2000년 국제통화기금의 금융 지원을 받은 필리핀·말레이시아·태국·한국 등에 이 프로그램을 소개하면서 빈곤문제 해결에 기여하고자 나섰다. 한국에서는 부스러기 사랑나눔회와 파트너십을 맺고 ‘신나는 조합’을 창설한 것이 마이크로크레디트 활동의 시초가 되었다. 그로부터 2004년까지 5년 동안 씨티그룹은 신나는 조합에 약 15만 5,000달러의 재정지원은 물론, 신나는 조합 관계자를 마이크로크레디트 아시아태평양 포럼에 초청하는 등 교육훈련 지원을 꾸준히 전개해왔다.
 이 과정에서 마이크로크레디트는 한국 사회에서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논의되었고, ‘사회연대은행’이라는 또 다른 마이크로크레디트 NGO도 출현해 그 활동 폭이 넓어지면서 정부도 정책적 차원에서 이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이처럼 씨티그룹은 안정적 주거권 확보와 빈곤 퇴치라는 사회적 이슈를 선점, 관리함으로써 한국에서 기업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사회공헌활동이 단지 자선적 차원에서 머물러서는 자신 만의 독특한 철학과 비전을 보여주기 어렵다. 차별화된 가치를 제시하고 그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 집중할 때 기업이 고유한 정체성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업이 직접적으로 자신이 가진 기금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사회적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리며 사람들이 공감대를 넓혀가는 것이 바람직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때로는 예민한 사회적 쟁점 등을 꺼리거나 피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업철학을 보여 줄 수 있는 기회로 삼는 것이 좀 더 능동적 접근법이라 할 수 있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