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웹 2.0 이라는 용어가 봇물 터지듯 넘쳐나고 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웹 2.0’이라는 용어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웹 2.0이라는 용어는 2004년에 미국 실리콘밸리의 인터넷 전문가인 오라일리(O'reilly)가 닷컴 버블 붕괴 이후에도 살아남은 인터넷 기업들의 특징을 설명하며 처음 언급했는데, 여기서 2.0은 ‘새로운 버전’을 의미한다. 웹이 초기단계에서 벗어나 다음 단계로 접어든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것이다.
그런데 근래에는 2.0이라는 단어가 새로운 버전이라는 의미를 넘어 웹 2.0의 특성인 ‘개방·참여·공유’를 뜻하는 것으로 확대되어 쓰인다. 사용자 참여가 확대되는 모든 영역에서 2.0이라는 단어가 포괄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마케팅 2.0 시대의 도래
마케팅 역시 예외가 아니다. 기존의 마케팅이 방송·신문 등 매스미디어 중심으로 이루어져왔다면, 지금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확대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블로그를 통해 제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교환되고, 사용후기 등이 구매결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렇게 새로운 접점으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비중이 커지고 소비자들의 참여가 확대되는 현상을 ‘마케팅 2.0’이라 일컫는다<표>.
기존의 마케팅 활동은 다수의 소비자들에게 기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방송(Broadcast)하는 데 주력했다. 기업은 가능한 많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광고를 하며 그 무리들 중에 자사의 제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운 좋게 메시지가 전달되기를 희망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브랜드 인지도와 매스 커뮤니케이션의 역할, 그리고 적정 임계치를 넘는 광고물량 등을 강조하게 되었다.
그러나 블로그와 온라인 네트워크가 확산된 웹 2.0 시대에는 일방적인 전달이 아닌 쌍방향의 대화(Conver-sation)가 중요해졌다. 특히 ‘기업과 소비자와의 대화’보다도 ‘다수의 소비자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다. 기업이 아무리 세심하게 기획하고 다듬은 메시지라 하더라도 소비자들에게 의도한 대로 전달되지 못한 채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군중들의 대화를 거치며 수정되어 버린다. 그 와중에 수많은 소비자들이 그들의 의견을 불특정 다수에게 적극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이다.
현재의 주요 글로벌 브랜드들은 초기에 TV와 같은 대중매체를 통해 그 인지도를 쉽게 구축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TV에서 흘러나오는 광고를 그대로 시청하는 수동적 소비자들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쉴 새 없이 채널을 돌려가며 광고를 피하거나, 비디오 녹화기가 설치된 TV를 통해 버튼 하나로 광고시간을 건너뛰어 버린다. 이로 인해 방송광고가 시청자들에게 도달되지 못하고 지금까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매스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
‘보여주는 광고’에서 ‘소통하는 광고’로
이처럼 전통 매체의 영향력이 감소하는 데 반해 온라인 매체의 영향력은 급격히 증대되고 있다. AOL이 영국의 인터넷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제품 구매를 고려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정보원은 인터넷 검색 사이트로, 응답자의 71%가 이를 선택하였다. 그 다음의 정보원 역시 인터넷상의 가격비교 사이트로, 56%를 차지했다. 그러나 TV와 신문은 각각 34%에 머물렀으며, 매장 영업 사원에 대한 의존도는 24%에 지나지 않았다. 제품 정보를 찾고 구매의사 결정을 내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인터넷에서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은 정보의 양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앞서 조사결과, 구매시점에 정보원으로 가장 신뢰하는 것으로 ‘주위 사람의 추천’을 꼽은 응답자가 무려 90%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은 것도 역시 일련의 웹 사이트들로, 가격비교 사이트가 73%, 검색 사이트가 67%로 나타났다. 신문과 방송, 매장 영업사원에 대한 신뢰도는 각각 44%와 35%, 31%에 그쳤다.
국내 소비자들도 이와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2006년에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80%가 상품 및 서비스 구매 시에 인터넷상에서 다른 사용자의 상품평과 이용후기, 댓글 등을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상의 이러한 상품평과 이용후기 등은 구매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여성(95.6%)과 20대(96.2%)에서 그 영향 정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소비자들은 제품 구매를 할 때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또한 이를 신뢰하며 실제 구매에도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2006년 10월 <시사저널>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는 매체 영향력 순위에서 기존의 TV와 신문 이외에 네이버와 오마이뉴스, 다음 등 인터넷 매체의 영향력이 높게 나타났는데, 네이버의 경우 몇몇 주요 신문이나 방송보다 영향력이 높은 것으로 파악되기도 했다. 즉 인터넷 포털이 제2의 언론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광고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에 현재 4대 매체의 광고 비중이 전체 시장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데 반해, 2010년에는 60% 수준으로 떨어지고, 온라인 광고와 인터랙티브 커뮤니케이션의 비중이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웹 2.0 시대에서 광고는 더 이상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과 소통하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야 한다는 지적은 설득력이 높다.
이러한 온라인 채널의 중요성을 인식한 기업들은 이를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포드(Ford)는 몇 년 전만 해도 대중매체에 광고예산의 80%를 배정했지만, 최근에는 이 비중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있다고 한다. 펩시는 현재 전체 광고예산의 1%에 머무는 온라인 광고를 향후 5~10% 비중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온라인 매체의 영향력 증대와 소비자의 소비행태 변화에 걸맞게 기업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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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nsumer’ 겨냥한 소비자 참여 네트워크 활성화
웹 2.0 시대의 소비자들은 기업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정보를 불신하며, 이른바 ‘사회적 매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신뢰하며 구매 결정을 내릴 때에도 그들의 조언을 구하는데, 이들을 가리켜 ‘트윈슈머(Twinsumer)’라 일컫는다. 이는 쌍둥이라는 뜻의 트윈(Twin)과 소비자를 의미하는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로, 생각과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의 사용후기를 참조해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을 말한다.
더 나아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소비자들이 온라인 상에서 상호 연결되어 전세계적인 규모로 영향을 주는 크라우드 클라우트(Crowd Clout)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이전에는 한 자리에 모일 수 없었던 개인들이 온라인 매체를 통해 집단화하면서 제품구매에서 정치적인 이슈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과 더불어 기업의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활용해 제품 개발에 반영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른바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이 바로 그것. 크라우드 소싱은 ‘군중(Crowd)’과 ‘아웃소싱(Outsourcing)’의 합성어로, 신제품 아이디어 발굴과 새로운 사업기회 창출에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다. 기업이 연구 과제를 인터넷에 올리면 각 분야 전문가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출하고, 기업은 다양한 해결책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하고 비용을 지불하면 되는 형태다. 지금까지는 소수의 개발자가 폐쇄적인 환경에서 제품을 개발한 데 반해, 웹 2.0 시대에는 대중적으로 아이디어를 수렴하고 R&D와 마케팅·홍보 등에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블로그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소비자 참여 및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는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소비자들이 직접 티셔츠를 디자인하고 제작, 주문할 수 있는 온라인 상점인 쓰레드레스(www. threadless.com)는 생산 전과정에 걸쳐 소비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쓰레드레스 사이트는 커뮤니티 멤버들이 직접 디자인한 9만 4,000여 개의 갤러리를 제공하며, 매주 약 800개 정도의 디자인이 새롭게 추가된다. 이 중에서 매주 4개의 디자인을 선발하여 당선자에게는 1,000달러를 지급하고 제품 라벨에 당선자의 이름을 기록하는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한 일렉트로룩스(www.electrolux.com)의 디자인 랩은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사용자 참여를 유도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5년에는 무려 80여 개국 3,000여 명 이상의 디자인 전공 학생들의 참여로 미래 가전의 다양한 형태를 제시했으며, 2006년에는 ‘2016년 건강한 식습관을 위한 가전’ 아이디어를 공모하기도 했다. 자동차 회사인 푸조도 정기적으로 고객 대상의 디자인 공모전을 실시하는데, 컨셉트 카 중심의 디자인을 공모해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제공받고, 또한 자사의 디자인을 공개함으로써 홍보 효과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
‘Second Life’ ‘낸시 랭 실종사건’ 의 교훈
웹 2.0의 확산과 함께 전통적인 매체 이외에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도 활성화되어, 기업들은 이러한 채널을 통해 소비자들이 모이는 길목을 파악하고 그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입소문 꺼리를 제공해 활발한 참여와 재생산을 유도하고 있다.
최근 들어 관심이 증대되는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가 대표적 사례. 2003년 미국의 IT 기업인 린든랩에서 구현한 3차원의 이 가상세계는 사람과 건물, 기타 아이템들을 통해 실생활과 유사한 환경을 제공한다. 이곳에서는 실제 입주 기업들의 다양한 상거래가 이루어지고, 사이버 머니인 린든달러를 미 달러로 환전 가능케 하여 참여자들이 실제 수익을 거둘 수도 있다. 또한 사이버 상에 건물과 인프라를 개발해 되파는 방식으로 연 평균 250만 달러의 소득을 올리는 사업자도 등장하고 있다. 바야흐로 ‘가상현실’이 ‘현실’을 대체하는 것이다.
각국의 주요 기업들 또한 이 가상공간을 활용한 마케팅 활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도요타는 오프라인과 동시에 세컨드 라이프에 자동차 신모델을 출시해 단 1달러에 판매하는가 하면, 디지털 아이템도 판매하면서 고객의견을 수렴하는 창구로도 활용한다. 델(Dell)과 IBM은 온라인 상점을 개설하고 있으며, 썬 마이크로시스템은 이 가상공간에서 게임산업 관련 기자회견을 수시로 개최하기도 한다.
한편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한 이벤트로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참여를 유도하는 마케팅 활동도 주목을 끈다. LG전자가 와이드 모니터 판매를 위해 팝아티스트 낸시 랭과 함께 가상의 이벤트를 진행한 것이 그 사례. 낸시 랭이 납치되었다는 설정 아래 단서를 인터넷이나 LG 매장에 숨겨 놓으면 참가자들이 그 단서를 찾아내 범인을 찾아가는 게임 형식이었다. 이 ‘실종 퍼포먼스’는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인터넷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화제를 모으면서 모니터 판매량도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웹 2.0 시대가 열어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회들이 한편으로는 위험요인으로 다가올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웹 2.0 시대에는 기업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대부분의 정보가 투명하게 소비자들에게 공개되고 순식간에 확산된다. 이를 두고 ‘기업이 발가벗겨졌다’는 표현을 할 정도인데, 이렇듯 웹 2.0 시대의 장점으로 일컬어지는 ‘집단 지성(知性)’이 어느새 ‘집단 감성(感性)’으로 돌변해 소문의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기업에 몰매를 때릴 수 있는 것이다. 유튜브에 일반인을 가장해 TV 드라마 광고를 올렸다가 네티즌들의 호된 비판을 받은 경우나, 국내에서 홍보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작성한 UCC 동영상의 제작의도가 뒤늦게 알려져 역효과를 초래한 사례는 웹 2.0 마케팅 활동의 한 방향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웹 2.0은 향후 웹 3.0과 모바일 웹 2.0 등으로 진화해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웹 3.0은 웹 2.0의 취약점인 정보의 폭주와 언어 장벽, 보안 문제 등을 극복한 형태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인지과학의 발달로 웹의 지능화가 가속되고, 스마트한 정보탐색 기능이 강화되어 사용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웹이라는 데이터베이스에서 신속하게 찾아줄 것이다. 또한 모바일 웹 2.0은 웹 2.0 서비스가 모바일 단말기 상에서 구현되는 것으로, 위치 기반의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가 구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웹의 진화는 현재의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이어지며 사회 전반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에 웹이 가져올 경영환경과 소비행태 변화에 주의 깊게 관심을 기울이는 기업만이 향후에도 끊임없이 성장을 구가할 수 있을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