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12 : Special Edition - '광고,광고를 말하다!' 4- 광고 아이디어 - ③ '광고'를 생각하다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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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Edition- ③ ‘광고’를 생각하다
 
  광고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박 은 아 | 대구대 심리학과 교수
eunapark@hotmail.com
 

미국의 광고학자 W. Arens(2003)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하루 평균 1,000개 정도의 광고에 노출되고, 대중의 80% 이상이 광고가 너무 많다고 느낀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우리나라 소비자를 대상으로 전체 광고량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알아본 결과, 2000명 중 약 84%가 ‘광고량이 많다’고 응답해 광고량 인식에서 미국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가히 광고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광고의 절대량이 많은 것 그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광고를 접하는 소비자들이 광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예컨대 광고의 정보가 소비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느끼는지, 광고 내용을 신뢰하는지 여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된다.
광고는 상품정보를 전달해 소비자의 구매를 촉진하는 마케팅 활동이다. 그러나 알다시피 현대사회의 광고는 단순히 마케팅 도구로서의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성원들의 의식과 가치·이념을 반영하고 창출하는 문화제도(Institutions)로서 기능하고 있다. 사람들은 광고를 보면서 가치관과 생활양식, 성 역할 등 삶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 학습하고, 나아가 광고가 제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준거로 자신과 자신의 삶을 평가하기도 한다.

현대사회의 광고에 대한 몇 가지 비판들

이처럼 광고의 역할이 증대되면서 오늘날 광고의 부정적 영향에 대해 많은 학자들이 비판적 논의를 전개해왔다. 이것은 광고의 정보성과 같은 본질적 역할에서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광고의 사회문화적 기능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된다.
광고의 부정적 기능에 관한 주장은 크게 세 가지 측면이다. 첫째는 광고의 본질과 내용에 관한 것이고, 둘째는 광고가 소비자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것이며, 셋째는 광고가 언론의 자유를 훼손할 가능성과 같은 사회적 문제들(Social Issues)이다.
광고에 대한 보편적 비평 가운데 하나는 광고가 지나치게 설득적이고 조작적이라는 것이다. 광고 비평가들은 광고가 소비자를 강요해서 광고주가 원하는 물건을 구매하게 하고, 광고의 설득적 강요는 감성적 필요 소구에 감추어져 있다고 말한다. 일찍이 Toynbee(1966)는 소비자의 욕망과 필요를 ‘생활에 꼭 필요한 최소한의 필요’, ‘자의적이고 진정한 욕망’, ‘원하지 않는 수요(Unwant-ed Demand)’로 구분하고, 광고에 의해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 수요를 원하게 하는 데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욕망(Wants)이나 필요(Needs)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한다. 제품에 의해서 욕망이 생겨날 수도 있고 욕망에 맞추어 제품을 만들 수도 있다. 또한 소비자를 설득해서 욕망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고, 어떤 욕망은 버리고 어떤 욕망을 취하라고 설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광고가 개인적인 필요를 만족시켜 주고 제품의 다양성을 유도한다는 면에서 광고가 원하지 않거나 필요하지도 않는 물건을 사도록 소비자들을 설득, 조정한다는 비평은 과장된 주장이다. Krugman(1965)의 지적처럼 개개인이 광고의 정보나 내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바로 그 사람의 흥미와 관여(Involvement)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광고의 부정적 기능으로 또 다른 측면은 광고의 물질만능주의적 가치관 형성과 관련된다. 광고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인생에서 겪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이 바로 물질적인 것’이라는 사고를 심어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광고는 다른 어떤 요인보다도 어제의 사치품을 오늘의 필수품으로 바꾸어 놓는 것이다. 게다가 수많은 광고들이 우리의 사회문화적 수준을 저하시킨다고 비판받고, 광고가 종교나 인종·성·소득·연령이 다른 계층들 간에 위화감을 조성시키며, 특히 광고의 표현으로 인해 특정 집단이나 계층에 대한 인식이 고정화된 이미지로 고착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가장 핵심적인 광고 비판은 광고의 과장 혹은 허위성에 집중된다. 이는 광고의 본질적 기능에 관련되므로 매우 중요하다. 광고의 과장성 혹은 과대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소비자가 제품에 관해 사실과 다른 정보를 얻도록 만든다면 그것은 과장 혹은 허위 광고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는 광고란 원래 과장된 것이어서 그것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인식이 광고를 회피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광고는 그 태생적 목적에 비추어볼 때 이와 같은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운명을 가진 것일까?

소비자에 대한 몇 가지 오해

지난해 한국방송광고공사에서는 서울 및 5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13세~64세의 일반인 2,000명을 대상으로 광고에 대한 인식 및 태도 조사를 수행한 바 있다. 이미 10여 년 전에 미국에서 ‘광고의 시대는 끝났다’는 위기의식(Period of crisis in advertising)이 제기되었던 것처럼 우리나라 광고인들 사이에서도 광고만능의 시대는 지난 것 아니냐는 회의적 인식이 높아졌는데, 그렇다면 과연 소비자들은 광고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광고를 얼마나 부정적으로 느끼는지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조사결과 광고에 대한 광고인들의 우려가 일부는 정확하지만, 그렇지 않은 점도 꽤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의 광고인식에 대한 몇 가지 오해들은 다음과 같다.

1. 소비자는 광고를 싫어한다
흔히 광고는 제품에 대해 과장된 정보를 주고 필요 없는 제품을 사도록 유혹한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광고를 싫어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조사결과 전반적 광고태도는 호의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사람들은 ‘광고 때문에 물건값이 비싸진다(67.1%)’고 생각하고, ‘광고내용이 실제보다 과장되었다(81.1%)’고 인식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는 소비생활에 도움이 되고, 광고가 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준다고 생각해 광고가 사라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 소비자는 광고를 믿지 않는다
응답자의 80%가 광고의 과장성을 문제라고 인식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소비자는 ‘광고에서 본 제품을 더 신뢰(5점 척도에서 3.25점)’하며, ‘광고는 물건구매에 도움을 준다(3.30점)’고 생각하여 여전히 광고는 제품을 믿게 만드는 중요한 수단임이 입증되었다.

3. 소비자는 설득 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광고에 대한 관심도는 그리 높지 않다. 전체적으로 광고관심도는 보통 이하(2.92점)이며, 응답자의 22%만이 ‘관심이 많다’고 했다. 그런데 관여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소비자가 광고에 관심을 갖고 몰입할수록 설득 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광고란 제품정보를 과장하여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할수록 설득에 저항적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광고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광고에 의해 설득된다. 그들은 자신이 어떤 물건을 사고 싶은지 판단해야 할 시점이 되어서야 광고를 떠올리며, 그때 떠오른 광고가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런 현상은 오늘날의 소비자에게 제품구매 행위는 더 이상 심사숙고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해결(Serious Problem Solving)이 아니라, 오히려 재미와 즐거움을 경험하게 하는 ‘쇼핑놀이’이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 국민들은 광고를 좋아하면서도 광고에 대한 불만도 많다. 광고 비용을 결국 소비자가 부담한다는 인식과 광고의 진실성에 대한 불신감 때문이다. 그러면서 광고에 의존하므로 광고는 소비자에게 양가적 감정(Ambivalent)을 일으키는 애증의 대상이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광고

tvcf.co.kr라는 인터넷 사이트는 방영중인 광고에 대해 호감도를 평가하도록 하여 광고에 대한 일반인들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조사한다.
필자는 지난 1년 동안의 인기CF 상위에 랭크된 광고들을 살펴보면서 인기 광고들의 몇 가지 특징을 발견했는데, 그것을 요약하면 모델·유머·휴먼·독특성·젊음·특수효과 등으로 집약된다.

1. 모델이 좋으면 광고를 좋아한다
우선 소비자는 모델이 등장하면 그 광고를 좋아한다. 한국광고주협회에서 2006년의 광고모델로 이나영과 장동건을 선정했다고 한다. 이들은 가히 이 시대의 아이콘이다. 그런데 광고를 제시하지 않고 브랜드를 자유회상할 때 과연 이들이 등장한 그 여러 편의 광고 중 어떤 브랜드네임이 떠오르는가? 혹시 지나치게 여러 편의 광고에 중복 노출되어 하나도 명확히 떠오르는 것이 없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아야 한다. 모델이 전경(Figure)이 되고 제품이 배경(Ground)가 되는 광고는 아무리 호감을 유발해도 좋은 광고라 할 수 없다<광고 1-1, 1-2>.

2. 유머광고를 선호한다
유머는 이 시대에 가장 사랑받는 수사(Rhetoric)코드다. 최근의 각종 광고 관련 조사결과를 보면 유머소구는 선호하는 광고유형 1위인데, 흥미로운 점은 50대 이상의 장년층도 유머소구를 가장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웃고 싶어한다. 특히 광고를 볼 때에는 웃음과 함께 ‘아하’하는 발견(유레카)의 느낌이 수반될 때 그 광고를 좋아하게 된다<광고 2>.

3. 휴먼드라마 광고를 좋아한다
인기광고의 세 번째 특징은 휴먼드라마라는 점이다. 한국 사람들은 감동을 좋아한다. 광고를 보면서도 가슴이 뭉클하거나 훈훈한 느낌을 가질 때 그것이 긍정적 정서를 유발한다. 그런데 휴먼드라마는 자칫 제품이 끼어 들 여지를 남겨주지 않는 것 같다. 드라마의 내러티브가 너무 강해서, 혹은 제품이나 기업과의 연관성이 부족한 채 감동만 전달해 제품에 대한 인지적 처리자원이 부족하다면 아무리 감동을 전달해도 그 감동은 브랜드와 상관이 없을 수 있다. 휴먼드라마의 감동은 제품에 관한 치열하고도 필연적인 연관성을 가져야 한다<광고 3>.

4. 독특한 광고를 좋아한다
광고를 그리 주목하지 않는 현대 소비자들은 눈에 띄는 독특한 장면이나 새로운 표현기법에 대해서 약간의 호기심을 보여준다. 그래서 광고에서 각종 특수효과는 소비자의 시선을 포착하기 위한 특효약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오늘의 독특함은 내일 더 이상 독특하지 않다. 특수효과 같은 눈이 즐거운 광고는 그 유통기한이 매우 짧다는 단점을 갖는다. 어떤 새로운 기법으로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인가에 골머리를 앓아야 하는 광고인들은 더 많이 지친다. 호흡이 짧은 광고는 만드는 사람 뿐 아니라 보는 사람의 호기심도 쉽게 지치게 한다<광고 4>.

5. 젊음의 상징, 섹시함을 좋아한다
광고는 그 시대의 트렌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회적 상징물이다. 그래서 젊음을 지향한다<광고 5>. 젊은이들과 호흡하지 못하는 트렌드는 이미 지나간 트렌드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젊은 타깃들이 좋아하는 표현에 집중하다보니 오늘날 대중매체의 광고에는 소외계층이 너무 많다. 소비자는 광고를 보면서 이상적(Ideal) 자기이미지를 추구하고 자기에 대한 달콤한 환상에 빠지고 싶어하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광고 메시지로부터 소외되어 공감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들이 과연 광고에 대해 반응하기를 어떻게 기대할 수 있을까?

이 모든 특성들은 소비자에게 광고를 어떻게 말할 것이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말할 것이냐’가 아니라 ‘무엇을 말할 것이냐’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다. 소비자는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다. 자신에게 필요한 광고인지 아닌지를 1초 이내에 판단해 버린다. 냉정하다. 미국의 학자 Rosbergen 등(1993)이 잡지를 보는 소비자의 시선을 아이카메라(Eye Camera)를 이용해 관찰한 결과, 지면을 넘기면서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광고를 볼 것인지 말 것인지 0.5초 사이에 이내에 결정해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이 무엇을 ‘이해한다’는 것은 가장 비슷한 과거의 경험을 회상해 그것으로부터 추측하는 것이라고 인지과학자들은 말한다. 결국 기억(Memory)의 본질은 특정 사물이나 지식, 어떤 에피소드를 의식 아래의 세계로부터 의식의 세계로 불러들이는(Recall) 것이다. 따라서 광고를 만들 때 어떻게 하면 소비자에게 여러 과거의 일을 상기시켜 자신의 경험으로 이해하도록 할 수 있는가를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그것은 광고의 핵심 메시지를 소비자의 기억 속에 무엇과 연상작용을 일으키도록 말하는가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광고가 소비자의 과거 기억을 불러들이는 역할을 제대로 해 줄 때 그 광고를, 그 브랜드를 이해하고 기억하며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는 비주얼과 카피를 통해 소비자에게 말을 거는 작업이다. 낯선 이에게 말 걸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떠올려 보면 광고라는 머티리얼(Material)로 소비자의 마음을 두드리는 일은 예술적, 과학적 작업 그 이상이어야 한다는 점이 보다 분명해진다.


Posted by HS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