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며
우리나라는 2000년을 기점으로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를 상회하며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고, 2018년 고령사회, 2026년 초고령 사회가 될 전망이다. 이러한 노년층의 양적인 증가와 함께 질적인 변화가 가속되어 새롭게 그들을 주목하게 하였다. ‘우피족(Woopies; Well-Off Older People,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나이든 세대)’, ‘통크족(Tonk; Two only no kids, 자녀에게 부양 받기를 거부하고 자신들만의 인생을 추구하는 노년층)’이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생겨나는 등 이전 노인세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그들의 소비자로서의 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하듯 2005년 이후 그들을 대상으로 한 매체가 발간되고, 각종 실버박람회나 문화활동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주체적인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그들의 소비력과 능동적 생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향후 우리나라의 주요 소비활동에 있어서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이는 55~65세 기혼남녀에 대한 심층분석을 통해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수립 및 실행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고자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시행되었다.
Ⅱ. 뉴실버 세대의 정의
‘뉴실버 세대’란 원래 서구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1946~64년생)가 고령화하면서 전통적인 노인상(像)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인 것을 가리키는 용어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연령적 요인과 아울러 퇴직 등으로 인한 ‘소득 및 사회적 유대의 상실’이 뉴실버 세대를 정의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판단되어 55~65세 기혼남녀 중 본인 및 배우자가 연금수혜나 퇴직을 경험한 경우에 한정해 조사를 실시했다. 또한 현재 이들은 기존의 노년세대와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1955~61년생: 45~51세) 사이의 세대로서, 앞으로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층이 되었을 때 예상되는 모습을 미리 보여주고 있다는 데에 연구의 또 다른 의미가 있다. 특히 1945년 종전을 전후해 태어난 일본의 단카이 세대(정확하게는 1947년~49년생)나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 (1946년~64년생)도 사회의 변화를 야기하는 주요한 세대로서 주목받는 상황을 볼 때 현재의 뉴실버 세대 연구는 앞으로의 우리 사회를 예측할 수 있는 유용한 관점을 제시할 것이라 할 수 있다.
Ⅲ. 뉴실버 세대의 성장배경
풍족하지 못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잘살아 보세’를 외쳤던 이들에게 ‘근면’과 ‘성실’은 최고의 덕목인 듯하다. 즉 이들은 ‘경제개발 세대’로, 부지런한 생활태도,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태도를 기본적인 소양으로 갖춰 한국 경제가 1960~70년대를 거치며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정치적으로는 ‘독재와 규제의 세대’로, 1961년 5·16 쿠테타를 시작으로 1971년 박정희 대통령의 당선, 1972년 10월 유신 등을 지내면서 군사독재정치시대를 경험했다. 이러한 정치적 상황 아래 표출된 ‘저항’의 코드였던 장발과 미니스커트는 1970년대를 상징하는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들은 부모님에 대해서는 대부분 ‘엄하고 보수적’이라고 이야기한다. 가부장적 가정 분위기에서 부모님 말씀에는 무조건 복종하고, 여자들은 항상 해가 지기 전에 들어와 집에 있어야 했으며, 통행금지가 있어 늦은 밤에는 돌아다니지도 못했다. 이러한 ‘보수와 권위의 세대’의 가치관은 이들이 자아를 찾고자 애쓰기보다는 단지 가정에서 남편과 아내로서, 아버지와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도록 만든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그러한 짐을 벗어버린 오늘의 자유와 독립적인 나의 삶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다.
Ⅳ. 뉴실버 세대의 특징
1) 연대기(Life-Stage)적 특성
사회적 실현에서 자아실현으로
퇴직을 통해 사회적 이탈을 경험한 뉴실버 세대들은 삶의 과정에서 볼 때 이전과는 다른 가치관의 변화를 겪게 된다. 이전까지의 삶이 사회적인 부와 명예의 달성, 그리고 자식을 잘 교육시키며 키우는 것 등 사회적인 의무와 사회적 욕구 실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면, 이후에는 사회적인 역할과 실현보다는 오히려 본인 자신에 더 집중하게 되는 경향을 보인다. 즉 독립성도 증가하고 자기성찰을 중시하며, 오히려 본인의 개성을 찾는 데 주력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진실성’이 중요한 가치관이 된다. 그러므로 전체 삶의 과정에서 이 시기는 ‘잊고 있던 자아를 찾아가는 시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 가장 행복한 시기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가 언제였느냐’는 질문에 대해 대부분의 조사 대상자들은 ‘현재’라고 대답했다. 그 이유로는 ‘본인에게만 신경을 쓰고,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며, 본인 생활이 따로 있으니 즐겁다’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는 이전까지는 자식 키우기와 일하는 남편 뒷바라지에 허덕이다가 드디어 자신을 돌아보고 투자할 시간적, 금전적 여유를 갖게 된 것이다. 남성의 경우는 일에 매진하느라 삶의 낙을 잘 몰랐는데, 퇴직하고 친구들과 여행도 다니고, 즐길 수 있는 생활이 있어서 현재의 시기를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누가 뭐라 하며 간섭하는 사람도 없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여기는 지금이 바로 ‘인생의 전성기’라고 뉴실버 세대는 생각한다.
2) 세대적 특성
자식으로부터의 독립
이들은 자신의 세대를 ‘효도하는 마지막 세대, 버림받는 첫 번째 세대’라고 이야기한다. X세대라고도 불리는 뉴실버 세대의 자식들은 이들이 부모님을 대하는 태도와는 많이 다르다. 부모의 의견보다는 자신의 의견이 더 중요하고, 부모와 분리하여 자신을 생각한다. 뉴실버 세대는 이처럼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자식들과의 독립적인 생활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세대다. 그리하여 자신이 더 독립적이고 적극적으로 변해야겠다고 느끼고, 또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다. 자식들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의식이 매우 강해 스스로 자신의 생활을 영위해 나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전 실버세대들이 모든 것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훗날 자식과 동거하며 의존적인 삶을 살았다면, 뉴실버 세대는 자식에게 올인하지 않는다. 자신의 노후와 생활을 위해 죽을 때까지 자식에게 재산을 상속하지 않고, 손자 손녀들도 자신이 허락하는 시간의 범위 내에서 돌볼 것을 주장한다.
직선형 인생에서 순환형 인생으로
이전의 실버세대들은 대부분 입학→취직→결혼→육아→퇴직 등을 경험하면서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건강하고 특별한 일 없이 조용히 지내며 생을 마감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뉴실버 세대는 그들과 다르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퇴직 이후에 살아갈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이상 조용히 안주하며 지내는 것이 아니라 좀더 적극적으로 새로운 인생의 즐거움과 경험을 개척하기 시작한다. 평생학습의 개념이 강조되고, 무엇인가를 배우려는 의욕이 있으며, 리마인드 웨딩(Remind Wedding)이 유행하고, 황혼 이혼, 황혼 재혼이 증가하는 현상은 그러한 경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는 늦게나마 삶의 질과 의미 있는 인생을 찾으려는 시도라 풀이된다.
3) 뉴실버 세대의 Keyword
위에서 살펴본 연대기적 특징과 세대의 특징을 통해 뉴실버 세대를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시기적으로는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자아를 다시 찾고, 미뤄왔던 자유로운 나의 생활을 찾아가는 시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세대적 특성을 보면 개인화·합리화되는 사회적 변화 및 자녀 세대의 변화로 인해 기존 실버세대와는 달리 ‘자신(Ego)’이 더 중요하고 강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뉴실버 세대를 ‘에고(EGO)族’이라고 정의하고자 한다.
여기서 EGO는 ‘Elder but Golden Opportunity’의 약자로, 나이가 들었지만 인생에서 새로운 기회와 경험을 만들어 가는,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생활을 꾸려나가는 세대를 의미한다. 남성의 경우는 바쁘게 사회생활을 하며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오다 이제야 여유를 찾는 기회, 여성의 경우는 가족들 뒷바라지에 힘쓰다 자식들을 결혼시키기 시작하면서 이제 비로소 나를 위한 인생을 계획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난 것이다. 근면과 성실성으로 이룬 경제력은 이러한 것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관점 하에서 현재의 뉴실버 세대의 생활 속 모습을 그들의 관심사항인 다섯 가지 화두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Ⅴ. ‘다섯 가지 화두’로 살펴본 뉴실버 세대의 생활과 문화
1) 삶의 의미: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이들에게 ‘노후 대비’는 없었다. 대부분이 퇴직에 임박해서야 노후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여러 가지 측면에서 대비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를 하고 있었다. 경제적인 것뿐만 아니라 일이나 취미 등 시간을 알차게 보낼 계획을 미리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노(老)테크의 3대 필수조건’으로 돈·건강·친구를 꼽고, 이 세 가지 중 어느 하나만 없어도 바람직한 노후를 보내기가 어렵다고들 했다. 돈과 건강이 물리적 필수조건이라면, 친구는 정신적인 필수조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남편이 퇴직하고 나면 ‘하와이’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여기서 하와이는 ‘하루 종일 와이프하고 이야기하며 놀자’는, 퇴직한 남편들의 소망을 담은 말이다. 그러나 정작 이 시기가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퇴직한 남편의 경우는 막상 시간이 많아지면 처음에는 어찌할 줄을 모르며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일들을 찾기 위해 급급한 반면, 여성은 오히려 종교활동이나 동창회, 그간 지역사회에서 구축해 놓은 여러 가지 모임 등을 통해 더욱 활발한 사회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한편 뉴실버 세대는 아직까지 젊다는 생각으로 환갑잔치는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칠순 잔치도 예전같이 과시적이고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함께 하는 여행을 통해 서로 대화도 하고 추억거리도 만들고 싶어했다. 설령 잔치를 한다고 해도 ‘내가 대접을 받는 게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은 자리’로, 이들은 칠순 잔치의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2) 여가의 즐거움: 시간을 어떻게 알차게 보낼 것인가?
등산은 뉴실버 세대에게 있어서 생활의 일부다. 부부가 함께 즐기는 몇 안 되는 활동 중의 하나가 등산이다. 40대에는 남들이 다 치니까 골프를 같이 쳤지만, 한번 나가려면 좋은 골프복도 입어야 하고 왠지 내가 가지고 가는 차의 등급이 좀 떨어지면 위축되는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남을 의식해야 하는 것이 많은, ‘너무 과시적이며 보여주기 위한 운동’이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등산은 나 자신의 건강을 위해 정말 도움이 되고, 친구와 함께 가면서 이야기도 많이 할 수 있어서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모두 좋다고 했다.
이들은 대부분 정기적으로 배우고 있는 취미활동이 한두 가지 있었다. 정적인 것으로는 미술이나 서예를 주로 즐기고, 동적인 것으로는 스포츠댄스를 즐기는 이들이 많았다. 그리고 이러한 것은 배우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같이 배우는 또래 집단끼리의 모임을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조사 대상자 대부분이 조금 더 나이가 들 경우를 대비해 실버타운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방문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도 상당수였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실버타운이 만족할 수준으로 갖추어져 있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자식과의 독립을 원하지만 그래도 왠지 실버타운에 들어가는 일은 꺼려지는 마음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2002년 서울대 논문 결과에 다르면 실버타운 거주 노인들의 평균 연령이 78.1세임을 감안할 때 이들에게 아직까지 실버타운은 조금은 멀게 느껴지는 듯보인다.
3) 관계와 소통: 어떻게 소중한 인연들을 유지할 수 있을까?
뉴실버 세대의 주 대화 상대에는 남녀 차이가 있었다. 남성의 경우 친구들과 가장 많은 대화를 하고 있었으며, 여성의 경우는 자녀들과의 대화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내에서 자식과의 대화를 담당하는 것은 여성의 몫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남편과 아내, 즉 부부라고 이야기하면서 정작 서로의 대화는 적은 것이다.
이성친구는 누구에게나 삶의 활력소이고 즐거운 존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에 대한 태도는 남성과 여성에 있어서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이성친구가 남성에게는 과시와 자랑의 대상이지만, 여성은 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성을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는 ‘콜라텍.’ 90년대 말 10대들을 위해 생겨난 콜라텍이 이제는 뉴실버 세대가 시간을 보내는 곳으로 바뀌어 있었다. 1,000~2,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마음껏 놀 수 있으니 경제적인 부담도 없고, 건강에도 좋은 그들만의 놀이터가 되었다.
55세 이상 인구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매체는 TV이며, 인터넷 사용자는 16.2%였다. 인터넷을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는데, ‘앞으로 배우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하는 질문에 대부분이 인터넷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이들이 시대 변화에 적응하고 다양한 정보와 소통하고 싶은 욕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4) 건강과 외모: 앞으로 얼마나 살 수 있을까?
웰빙이 대중화되면서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것은 모든 세대의 화두가 되었다. 특히 나이가 들어가면서 신체적 변화를 많이 느끼는 이들의 경우는 건강이라는 것에 항상 신경을 쓰고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웰빙’이라는 것에 매우 긍정적이었다.
그들은 물리적인 건강과 함께 걱정없이 편안하게 사는 심리적 건강까지를 포함하여 웰빙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심리적 웰빙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뉴실버 세대들은 본인들이 더 젊어 보이기 원하고, 아직은 노인이라 불리기를 거부했다. 즉 자신이 늙어 보이는 것을 다들 싫어하는데, 성형도 코를 높이고 턱을 깎는 등의 수술에는 부정적인 반면, 젊어 보이기 위해 검버섯을 제거하고 주름 개선을 위해 보톡스를 주사하는 등 일명 ‘회춘성형’에는 긍정적이다.
아직 본인들이 나이가 든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에게서 장례문화를 깊게 고민한 흔적은 없었다. 그러나 만약 장례를 치른다면 기존의 매장 방식이 아닌 화장을 하여 납골당이나 수목장 같은 것으로 대신하고 싶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이는 변화하는 자녀세대의 의식과도 관계 있는 듯싶다. 즉 ‘1년에 한 번 찾아볼까 말까 한 묘를 굳이 써서 무엇하나’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그 묘를 누가 관리할 것인가도 문제라고 여겼다. 제사도 마찬가지여서, 자식이 과연 제사를 지내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이렇듯 뉴실버 세대들은 죽어서도 자식에 의지하지 않고, 깨끗하고 의미 있게 삶을 마무리 하겠다는 생각이 강한 듯했다.
5) 소비: 나에게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뉴실버 세대들은 이미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대부분 구비하고 있다. 필요한 것은 이미 다 있고, 그리하여 특별히 계획하여 사고 싶은 것이나 이걸 꼭 사야겠다 하는 것은 없으며, 사고 싶으면 바로 그냥 산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많은 구매경험이 있는 숙련된 소비자이기 때문에 물건을 보는 안목과 기준은 까다롭다. 그러므로 가격보다는 ‘가치가 있는가’를 생각하고, 그 기준에 맞으면 서슴지 않고 구매하는 경향도 있다. 또한 자신의 여가를 위한 소비, 예를 들어 등산복·운동복 등의 구입에도 지출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에 있어서도 주변 사람의 의견이나 대중적인 브랜드들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입 소문의 영향력은 오히려 더 크다.
그러나 이들의 불만은 그들을 위한 물건 중 예쁘고 세련된 것들이 없다는 점이다. 디자인이 투박하거나 촌스러워서 마음에 드는 물건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욕구를 잘 파악해, 간편하지만 세련된 디자인이나 색상으로 뉴실버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 보인다. 예를 들어 일본의 2006년 상반기 히트 상품인 닌텐도 DS 트레이닝 게임기나 GS 홈쇼핑의 중년 이상 여성을 타깃으로 한 보정속옷 ‘수안애(秀安愛)’의 런칭 성공은, 뉴실버 세대의 욕구들을 잘 이해한 상품을 개발한다면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예상보다 이들은 외식을 하는 횟수가 많았다. 매일 매일 모임과 취미활동이 있기 때문에 하루에 한 끼는 거의 외식을 했고, 자식들이나 손녀들과도 주말마다 자주 외식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 30년 이상 해온 가사노동에서 이제는 좀 해방되고 싶고, 시간이 아까우며 그 시간을 차라리 다른 곳에 쓰고 싶다고도 이야기했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몸에 좋은 음식이나 맛 집을 찾아다니는 것도 이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시어머니를 위한 결혼예단이나 생일선물로 예전의 김치냉장고에서 이제는 가사시간을 줄여주는 ‘식기세척기’를 선호한다고 한다.
뉴실버 세대는 즐기고 싶은 문화공연이나 영화들이 있으면 좋겠지만 볼만한 것이 별로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비현실적인 영화보다는 공감할 수 있는 영화, 예를 들면 <실미도> <공공의 적> <왕의 남자> 같은 사실적인 영화들을 선호하였다. 뮤지컬 산업의 발달과 함께 50대 이상의 관람객도 늘어가는데, 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맘마미아> <메노포즈> 등의 예로 볼 때 자신들의 욕구에 맞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작품이라면 기꺼이 돈과 시간을 지불할 자세가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Ⅵ. 나오며
뉴실버 세대는 연령대적 특성과 세대적 특성으로 인해 이전 실버세대와는 달리 독립적이고, 능동적인 역할을 부여받은 세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의 노년도 이전 세대와 달리 좀더 역동적이고 순환적인 인생에 대한 기대가 있는 생활로 보였다. 실제로 독립적인 자기생활의 모습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노후의 3대 조건인 돈·건강·친구를 나름대로 갖추고 있었으며,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생각과 자신의 일상에 대한 계획이 분명했고, 새로 찾은 나의 생활에 대한 여유와 즐거움을 누리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좀더 적극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이전 세대보다 독립적이고 자신을 찾고자 하는 이들의 노력이 사회적으로는 어떤 모습으로 표출될지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향후 뉴실버 세대의 이후 세대라고 할 수 있는 한국의 베이비 붐 세대와의 비교 연구를 통해서도 이러한 현상들을 의미 있게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 자세한 내용은 LG애드 CCR(Consumer Culture Research) 보고서 Vol.5 ‘뉴 앤 올드, 3세대 이야기’ 참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