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이야기] AI 시대, 내 일은 줄지 않았다: 자동화, 실리콘밸리의 채용, 그리고 마케터의 역할 재편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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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테이프 편집에서 디지털 편집으로 넘어가면 일이 줄어들 줄 알았는데, 오히려 편해진 만큼 작은 부분까지 디테일하게 신경 쓰게 되어 작업 시간과 일의 양은 전혀 줄지 않았다 [1]"

 

1 2일을 비롯해 신서유기, 윤식당 등 개인이 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PD로서 엄청난 커리어를 쌓아온 나영석 PD님이 한 말입니다. 오늘은 지난 글에서 말씀드렸던 FDME 내용에 이어서, FDME로서 현재 AI 시대의 기업 고용 흐름과 저의 생각을 함께 풀어 보려고 합니다.

 

도입과 성과 사이, 길 위에 선 기업들

 

맥킨지에서 발표한 자료로, AI를 도입한 기업은 88%에 달하지만, 전사적으로 확장을 성공한 기업은 3분의 1 수준 [2]

 

나영석 PD님이 한 말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 같습니다. AI시대에는 뭔가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편해진 만큼 더 작은 부분까지 보게 됐고, 전에는 넘어가던 디테일까지 다시 손보게 됐습니다. 콘텐츠 태깅, 리포트 취합, 초안 작성, 간단한 분석처럼 반복적인 일은 분명히 빨라졌습니다. 실제로 기업들은 이 효율을 체감하고 있고, 그래서 AI 도입은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다만 도입의 속도와 성과의 속도는 같지 않았습니다. 2026년 기준 한 분석은 글로벌 기업의 88% AI를 도입했지만, 실제 재무 성과를 확인한 곳은 약 39% 수준이라고 정리합니다. 많은 기업이 AI를 쓰고는 있지만 여전히 POC와 파일럿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뜻입니다 [3].

 

MIT 2025년에 발표한 보고서를 다룬 보도도 비슷한 장면을 보여줍니다. 기업이 시도한 생성형 AI 파일럿의 약 95%가 측정 가능한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고, 문제는 모델 자체보다 조직이 그 모델을 워크플로우에 녹여내지 못한 데 있었다는 분석입니다 [4]. 결국 자동화는 일을 없애는 기술이라기보다, 일을 재배치하는 기술에 가깝습니다. 반복 업무는 줄어들지만, 그만큼 검수와 예외 처리, 품질 관리와 실험 설계 같은 일이 새로 생깁니다.

 

해고보다 더 무서운 변화, ‘채용 축소’

 

이 변화는 실리콘밸리에서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실리콘밸리는 해고도 빠르지만, 적응도 빠릅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먼데이닷컴은 불과 반년 전까지만 해도 인력 20% 증원을 검토했지만, AI 생산성 향상을 이유로 내년까지 인력을 늘리지 않겠다는제로 채용기조로 돌아섰습니다 [5]. 쇼피파이, 스포티파이, 우버 같은 기업들도 비슷하게 대규모 신규 채용 대신 선별 채용과 자동화 확대로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건 해고 숫자보다, 더 이상 열리지 않는 채용 공고입니다. AI는 기존 인력을 한 번에 몰아내기보다, 새로 들어올 자리를 조용히 줄이는 방식으로 조직 구조를 바꾸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채용문이 닫히는 것은 아닙니다. 필요한 영역에서는 오히려 채용이 즉시 다시 열립니다. 이전 글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개발자를 위주로 여러 직무에서도 해고가 많았다고 말씀드렸는데, 알고 보니 실리콘밸리에서는 감원율이 생각보다 높지 않았습니다 [6]. 애플, 메타, 구글, 엔비디아 등은 감원 이후에 오히려 총직원 수가 증가했습니다. 역시 실리콘밸리는 변화가 굉장히 빠릅니다이런 상황들을 보고 어떤 사람들은 AI발 해고라는 표현은 AI를 더 잘 활용하는 사람으로 바꾸려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위한 핑계일 뿐이라고도 합니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건, AI를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의 업무 범위가 오히려 넓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예전에는 한 사람이 하나의 직무 안에서 정해진 산출물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면, 지금은 한 사람이 문제를 정의하고, AI에게 일을 나누고, 나온 결과를 평가하고, 그것을 다시 비즈니스 의사결정으로 연결해야 합니다. AI 이후의 핵심 역량은 생산 그 자체보다 조율과 판단에 가까워집니다. 일을 덜 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범위의 일을 책임지게 되는 셈입니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업무 성과를 내는 데 생명과도 같습니다.

 

마케팅에서는 이 변화가 특히 선명합니다. 성과가 나는 지점은 대개 사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입니다. 타겟팅, 세그멘테이션, 입찰, CRM 자동화, A/B 테스트, 고객 여정 최적화처럼 계산과 반복, 조정이 많은 영역에서 AI는 이미 강한 효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면 소비자가 직접 마주하는 광고 크리에이티브에서는 이야기가 복잡해집니다. “이 광고는 AI가 만들었다는 정보만 붙어도 같은 광고의 자연스러움, 호감도, 구매 의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7]. IAB 2026년 조사에서도 광고 업계는 젊은 세대가 AI 광고에 더 긍정적일 것이라고 보지만, 실제 소비자 긍정 반응은 그 기대보다 낮았고 인식 격차가 확인됐습니다 [8].

 

사진 같은 그림, 그림 같은 사진!

 

사진 같은 그림(왼쪽; https://brunch.co.kr/@bong/444), 그림 같은 사진(오른쪽; https://brunch.co.kr/@readingculture/2)

 

심리학적으로 보면 이런 반응은 사실 당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은 기계가 잘하는 기능에는 감탄하지만, 인간을 대신하는 표현에는 더 높은 기준을 들이댑니다. 로봇이 완벽하게 춤을 춰도 어딘가 멋이 덜하다고 느끼는 이유, 사진 같은 그림과 그림 같은 사진을 보며 묘한 어색함을 느끼거나 때로는 감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서비스 로봇 연구들도 인간을 닮을수록 기대가 올라가고, 따뜻함과 맥락 이해가 부족할 때 실망이 커진다고 설명합니다 [9]. 광고도 비슷합니다. 능력이나 성과처럼 이성적인 영역에 대한 AI 광고는 사람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반면, 감성적인 영역의 광고를 다룰 때에는 AI를 사용하면 오히려 신뢰나 호감도가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러니 적어도 마케팅에서 범용적으로 AI를 쓰고자 한다면 사람들의 기대에 맞추어 그 문장이나 콘텐츠의 뒤에 정말 사람이 있는지(창의성과 감성이 담긴 크리에이티브 혹은 메시지)를 더욱 치밀하게 디자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AI를 많이 쓸수록 일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일이 바뀝니다. 반복 업무는 줄고, 대신 더 본질적인 질문이 남습니다. 무엇을 자동화할 것인가. 무엇은 끝까지 사람이 맡아야 하는가. 그리고 어디까지를 기계의 효율에 맡기고, 어디서부터는 인간의 감각과 책임으로 남겨둘 것인가. 마케팅 분야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백엔드에는 AI를 깊게 넣되, 브랜드가 사람과 만나는 마지막 접점만큼은 여전히 사람의 언어와 감각으로 지켜야 합니다.

 

이 글의 리서치와 초안 정리에 LLM 기반 리서치 도구 Perplexity의 도움을 받았으며, 사례 선정과 해석, 최종 문장은 모두 필자의 판단과 수정을 거쳤습니다.

 

참고문헌

[1] Hong. 먼저 온 기술 재해. https://bloomberry.com/blog/i-analyzed-1000-forward-deployed-engineer-jobs-what-i-learned/

[2] 김민석. 2025. [AI 포커스] AI 도입한 기업 88%. 그런데 왜 6%만 수익 냈을까?. 아웃소싱타임즈. https://www.outsourcing.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1215

[3] Cliwant. (2026). 글로벌 기업 88%가 AI를 쓰지만 왜 유의미한 성과는 1/3만 낼까?. https://blog.cliwant.com/global_ax-impact/

[4] Estrada. (2025). MIT report: 95% of generative AI pilots at companies are failing. Fortune. https://fortune.com/2025/08/18/mit-report-95-percent-generative-ai-pilots-at-companies-failing-cfo/

[5] 김주원. (2026). 채용 문 닫는 실리콘밸리… ‘AI 생산성’이 내 일자리 공식 바꾼다. 글로벌이코노믹. https://www.g-enews.com/article/Global-Biz/2026/05/202605121811207689fbbec65dfb_1

[6] 문상덕. (2025). 메타도 직원 20% 줄인 뒤 24% 신규 채용…AI발 ‘노동의 종말’은 과장됐다. 포츈코리아. https://www.fortune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49785

[7] Buder. (2024). Transparency Without Trust. Nuremberg Institute for Market Decisions. https://www.nim.org/en/publications/detail/transparency-without-trust

[8] Williamson et al. (2026). The AI Ad Gap Widens. Interactive Advertising Bureau. https://www.iab.com/insights/the-ai-gap-widens/

[9] Grazzini et al. (2023). Dashed expectations in service experiences. Effects of robots human-likeness on customers’ responses. European Journal of Marketing, 57(4), 957-986.

 

이충헌 박사의 AI 트렌드와 인사이트 2026.05

 

Posted by HSAD공식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