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딜런은 답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문제지의 정답란처럼 보기만 하면 확인할 수 있게, 한눈에 볼 수 있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멋지게 돌려 말했습니다. ‘답은 바람 속에 흩날리고 있다. 손에 쉽게 잡히지 않고 눈으로 뚜렷하게 볼 순 없지만 분명히 답은 바람 속에 있으니, 그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답란의 명확한 답은 오직 하나의 답만 있음을 주장합니다. 그 답 외엔 모두 틀린 것으로 간주하죠. 하지만 밥 딜런의 가사처럼 많은 뜻을 내포한 답은 다양한 해석과 다양한 의미를 포용합니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답이 될 수 있고, 다양한 위로와 힘이 될 수도 있습니다. 틀린 답은 없습니다. ‘은유’의 힘입니다.
창작을 하는 수많은 활동들은 다양한 은유를 발견해내고 만드는 작업입니다. 브랜딩을 위해 만드는 콘텐츠도 결국, 수많은 은유를 만드는 것이죠. 소비자에게 숨어 있는 답을 찾아내는 재미를 주기 위한.
말도 안 되는 대기 시간이 갖는 의미
젊은 커플이 식당에서 주문을 하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가는 식당 직원은 주문받으러 오려면 석 달은 걸릴 거라고 말하고 사라지죠. 스마트폰을 든 여성은 72시간을 대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받습니다. 우버를 기다리는 이에겐 픽업까지 31일이 남았다는 메시지가 전달되죠. 강아지는 낮부터 시작해 밤이 깊어지도록 ‘기다려’를 외치는 견주의 명령에 움직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다간 굶어서 쓰러지거나 걸어가는 게 나을 지경입니다. 말도 안 되는 비합리적인 대기 시간. 중요한 건, 누군가는 이 긴 기다림을 실제로 견디고 있다는 거죠.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Meals on wheels는 노인을 대상으로 영양을 고루 갖춘 음식을 배달하거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노인 문제에 대한 세상의 인식은 매우 낮아, 지원이 저조합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 중 3분의 1은 콘텐츠처럼 프로그램 대기자 명단에 올라 기약 없는 도움을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또한 미국 내 자선 기부금의 단 1%만이 노인 관련 지원에 사용된다고 합니다. 이에 Meals on Wheels는 말합니다.‘End the Wait.’ 기다릴 시간이 별로 없는 노인들을 돕는 데 동참하자고.
노인 지원은 어떤 나라든 필요합니다. 알고 있지만 모두들 잊고 살아가죠. 단체는 그래서 더 효과적인 메시지를 생각한 겁니다. 누구도 받아들일 수 없는 ‘지나치게 긴 기다림의 시간’들. Meals on Wheels와 퍼블리시스는 노인들의 처한 어려운 상황을 시간이라는 개념에 빗대어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외계인을 유혹하는 버거
고기를 좋아하는 존재는 사람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미국과 중남미에서는 소나 말, 양들이 특이한 방식으로 사라지거나 도축된 사례가 있습니다. 귀와 눈, 항문 등이 정밀하게 절단된 채 발견된다는지, 혈액이 전혀 없는 상태로 발견된다든지. 현대 과학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 종종 일어났죠. 일부는 이 설명할 수 없는 기현상을 외계인의 소행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칠레의 푸드테크 기업인 NotCo는 이 외계인 이야기를 토대로 새로운 실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AI를 활용해 동물성 식품의 맛과 질감을 그대로 구현해 내는, 식물성 대체 식품을 개발하는 기업인 NotCo. 식물성 마요네즈 NotMayo, 식물성 우유인 NotMilk, 식물성 아이스크림인 NotIcecream에 이어 식물성 버거인 NotBurger가 주요 제품이죠. 그중에서도 NotBurger의 맛과 질감이 쇠고기에 견줘 뒤지지 않음을 다시 한번 강조하기 위해 외계인 이야기를 꺼내든 겁니다.
그들은 먼저 미스터리 현상이 일어난 멕시코의 히달고 지역을 찾았습니다. 그 곳에 소 모양의 냉장고를 미끼로 설치합니다. 그 안엔 쇠고기 패티와 똑같은 맛을 내는 냉동식품인 NotBurger가 들어있습니다. 그대로 하루 동안 냉장고를 방치합니다. 그리고 다음 날 냉장고를 찾았습니다. 마침내 누군가 냉장고 안에 들어있던 NotBurger를 꺼내 먹은 것을 확인하죠. 그들은 외계인을 기분 좋게 속였다고 결론짓습니다. 속인 것에 신나서 한껏 흥이 오른 순간, 얘기합니다. ‘못 믿겠으면 먹어보세요.’
콘텐츠는 페이크 다큐 형식입니다. 리얼한 듯 리얼하지 않지만, NotBurger의 존재감은 확실히 알리고 있죠. 100% 순 식물성이지만 쇠고기 맛을 낸다는 팩트 대신, 고기를 좋아하는 외계인을 유혹하기 위해 미끼로 사용한다는 설정. 그들이 만드는 맛만큼 신선하고 새로운 접근입니다.
맥도날드의 아이스크림 기계가 고장 났다는 건
맥도날드 관련 사이트엔 McBroken.com 이 있습니다. 이 사이트는 맥도날드가 만든 게 아닙니다. 맥도날드엔 아이스크림 기계가 고장이 잦아 허탕을 친 고객이 많았습니다. 결국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라시크 자히드(Rashiq Zahid)는 매장의 기계 작동 여부를 실시간으로 보여주기 위해 웹사이트를 만들게 되죠. 데이터 수집을 통해 작동하는 이 사이트는 앱을 활용해 아이스크림 주문 상태를 반영하는 겁니다. 그렇게 탄생한 사이트가 McBroken.com입니다.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질 정도로 고장이 잦은데 맥도날드는 왜 이 점을 개선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 사실에 발 빠르게 움직인 브랜드가 있습니다.
경쟁사인 웬디스입니다. 그들은 위 사이트와 영리하게 협업했습니다. 고장난 매장이 발생하면 아이스크림을 실은 트럭이 그 매장 앞으로 가는 겁니다. 그곳엔 맥플러리를 주문하지 못해 짜증이 난 사람들이 있겠죠. 그들에게 공짜로 웬디스 아이스크림을 나눠주는 겁니다. 나아가 McBroken.com에 배너 광고도 게재했죠. 일명 ‘Frosty Fix'프로그램. 아이스크림으로 다친 마음을 고쳐주는 거죠. 이 캠페인은 아이스크림처럼 신선한 방법으로 고객을 기쁘게 합니다. 언제 어디서든 웬디스는 믿을 수 있는 존재라는 걸 확인시켜주죠.
고객이 가장 필요로 할 때, 필요한 맛이 되어주는 웬디스. 맥도날드의 부족함을 적극 활용해 위트와 위안으로 응대하는 웬디스의 전략이 돋보입니다.
하나의 정답이 아닌 다양한 이야기들
말을 더듬는 사람들을 위한 기관인 ‘캐나다 언어 유창성 장애 협회(CSA)’는 그들의 고유한 발음을 인식하고 목소리를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혁신적인 캠페인을 선보였죠. 말을 더듬는 사람들의 수만큼 그들의 언어 특징을 따른 URL을 만든 것입니다. 무려 410,000개의 URL. 발음할 때의 특성을 각각 반영한 주소는 모두 협회의 공식 웹사이트로 연결됩니다.
이 프로젝트는 듣기에도 쉬운 작업은 아닐 듯합니다. 일일이 URL을 다르게 만들고 관리해야 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죠. 하지만 그들은 말을 더듬는 사람들이 디지털 세계에서도 존중받길 바랐습니다. 기본적으로 stutter.ca인 URL이 s-s-stutter.ca로 변형되기도 하고, st-sssss.stutter.ca로 변형되기도 했습니다. 모두 실제 발음하는 소리를 기록하여 변환한 것입니다. 이렇게 변환한 주소만 410,000개에 이르는 겁니다. 기술과 데이터를 접목한 가장 혁신적인 존중 방식입니다.
좋은 답은 하나가 아님을 stutter.ca는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각 브랜드가 콘텐츠에 담는 은유도 다양하지만, 소비자가 해석하는 의미 또한 다양해집니다. 그래서 ‘뭘 좋아할지 몰라’ 브랜드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죠. 어쨌든 수많은 답이 ‘바람 속에 흩날리고 있으니’ 그 답을 찾아내야 합니다.
좋은 답은 늘 세상 속에 섞여 흩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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