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되고 싶어! 1편> 애니메이션 성지순례 스팟 TOP 6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HSAD 공식 블로그 HSADzine

 

지금까지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통해 일본의 서브컬처 문화를 소개해 왔는데요, 2024년을 맞아 특별 기획 시리즈를 진행합니다. 진정한 오타쿠라면 캐릭터를 보는 것만으로는 참을 수 없겠죠.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되어보는 경험, 그 첫 번째 ‘성지순례’ 문화에 대해 다루어 보겠습니다.

 

‘애니메이션 성지순례’란 애니메이션의 무대가 되었던 장소를 직접 방문해 보는 것을 말합니다. 애니메이션은 가상의 그림인데 영화/드라마처럼 성지순례를 한다는 점이 의아할 수 있으실 텐데요. 애니메이션의 배경을 그릴 때, 실존하는 장소를 그대로 따라 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일본의 지역 도시는 지역관광 부흥을 위해 애니메이션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활발하게 진행합니다. 해당 지역에 가면 기차역부터 캐릭터들이 반겨주고, 전차 래핑, 동상, 캐릭터 간식/굿즈 등 다양한 콜라보로 오타쿠들을 즐겁게 합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있었다’라는 사실만 제외하면 대부분의 성지는 우리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장소들입니다. 애니메이션 팬이 아니시라면, 성지 때문에 굳이 특정 지역을 찾아가실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방문한 성지들을 소개해 드릴 텐데요,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아도 충분히 들를 가치가 있는 곳들로 골라보았습니다. 유튜브에 난립하는 ‘000 필수코스’에 지쳐 있으시다면, 해당 지역 여행하실 때 잠깐 들러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재일조선인 학생과의 사랑/갈등을 다룬 영화<박치기!>의 배경, 교또조선중고급학교 방문 당시의 모습. 여행/영화/애니메이션을 모두 좋아하기 때문에, 일단 항공권을 사면 그 지역을 다룬 콘텐츠를 찾아서 보고 가는 것이 루틴이 되었다. 운동장에서 학생들과 축구 좀 하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오셔서 ‘뭐하는 사람이냐’며 학교로 끌려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은 친절하게 교무실에서 재일조선인학교 교과서도 보여주시고, <박치기!>의 여주인공이 있었던 취주악부도 구경시켜 주셨다. 그런데… 오른쪽 사진은 대체 누가 찍어준 거지?

 

6위. <스즈메의 문단속> 첫 번째 문단속의 장소

 

한국에서도 550만명 이상의 관객수를 기록, 역대 일본 영화 흥행 1위에 오른 화제작 <스즈메의 문단속> 그 첫 번째 문단속 장소의 모티브가 된 곳이 바로, 오이타 현에 위치한 ‘분고모리 기관고’입니다. 군사물자를 수송할 수 있는 기관차를 보관하는 장소였기에 2차 세계대전에서 미 공군의 기관총 세례를 받아 폐허가 되었고, 그 기억을 보존하기 위해 그대로 남겨진 기관고입니다. 폐허 그 자체로도 분위기가 있는 장소이지만, <스즈메의 문단속> 팬들을 위해 ‘문’을 설치해 놓으면서, 더욱 좋은 포토스팟이 되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작년 12월 여기를 방문하였고, 예상외로 가족의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뻥 뚫린 하늘 아래 거대한 폐허가 주는 생경함은 물론, 우리보다 먼저 이곳에 온 팬들의 배려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의자가 된 ‘소타 군’ 모형을 만들어 온 팬은 다른 팬들을 위해 ‘소타 군’을 문 옆에 두고 갔습니다. 그가 남겨놓은 안내문을 통해 다른 팬들이 좋은 추억을 만들기를 바라는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좋은 경험이었지만 6위로 선정한 이유는, 접근성이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후쿠오카로 입국하셔서 유후인이나 벳부 온천을 렌터카로 이동하시는 분들이 잠깐 들르시면 좋을 장소입니다.

 

출처: <스즈메의 문단속> 공식 홈페이지(우)

 

5위. <진격의 거인> 거인이 얼굴을 내민 최초의 방벽

 

최근 10년 간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 <진격의 거인>의 작가, 이사야마 하지메의 고향 히타 시는 <진격의 거인>을 활용해 다양한 관광상품을 개발하였습니다. 히타 기차역에 들어서는 순간, 앨빈 단장의 등신대가 우리를 맞이해 주고, 히타 역 앞 광장에는 최고 인기 캐릭터 리바이 병장의 동상이 서 있습니다. 거기에 <진격의 거인> 박물관, 카페, 술, 과자, 라면, 우메보시, 기름종이, 나막신… 심지어 샴푸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 있어 공식 상품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진격의 거인> 1화에서 큰 방벽 너머로 거인이 출몰하는 모습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 봤을 만한 명장면입니다. 오늘 소개할 성지는 <진격의 거인>에 나오는 바로 그 방벽입니다. <진격의 거인>의 실제 배경은 히타 시가 아닌 가상의 섬 ‘파라디’인데 50미터가 넘는 방벽이 여기에 있다고? ‘물의 도시’ 히타 시는 관할 내에 있는 오야마 댐을 그 방벽 성지로 만들었습니다. ‘작가가 어렸을 때 거대한 오야마 댐을 보고 큰 장벽을 구상하지 않았을까?’라는 발상을 토대로, 오야마 댐을 바라보는 주요 인물들의 동상을 설치하고, 거인과 함께 촬영할 수 있는 AR 촬영 앱을 만들었습니다.

 

누가 봐도 억지스러운 기획인지라 기대는 크지 않았지만, 실제로 방문해 보니 꽤 쏠쏠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산속의 공원이라 매우 상쾌하고, 댐이 주는 위압감도 기대 이상입니다.

 

히타 시는 <진격의 거인> 외에도 조용하고 고즈넉한 마메다마치 거리나 특유의 장어 덮밥 ‘히타마부시’로도 유명합니다. 한국인 관광객이 들끓는 후쿠오카에서 잠시 벗어나, 히타로 하루 일정을 잡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출처: <진격의 거인 시즌1> 공식 포스터(우)

 

4위. <슬램덩크>, <바닷마을 다이어리> 바닷가 바로 앞 건널목

 

<슬램덩크>의 배경으로 유명한 도쿄 인근 소도시 가마쿠라. 오프닝 장면에서 학교 앞 건널목 너머로 바다가 펼쳐지는 장면은 참 아름답습니다. 사실 저는 ‘가마쿠라’하면 <슬램덩크>보다는 제 인생 만화책 중 하나인 <바닷마을 다이어리>가 먼저 생각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버전도 유명하지만, 만화책이 ‘가마쿠라’의 분위기와 주요 스팟들을 더 매력적으로 묘사하는 것 같습니다. 가마쿠라는 연인들의 성지 ‘에노시마’와 바닷가를 따라 달리는 전차 ‘에노덴’으로 유명합니다.

 

<슬램덩크> 오프닝에 나오는 건널목을 지나는 녹색 전차가 바로 에노덴이고, 건널목 바로 다음 정거장이 바로 ‘가마쿠라 고등학교 앞(북산고등학교 앞)’입니다.

 

보통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배경지를 가면, 아무래도 조명이나 색보정이 없으니 심심하게 느껴지는 것이 보통인데, 제가 느낀 가마쿠라는 영화나 만화 그 이상이었습니다. 에노덴 창문으로 보는 바다는 비현실적으로 아름답고, 에노시마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태평양과 후지산은 절경입니다. 하세데라도 제가 가본 어떤 일본 신사보다 아름다웠고, 만화에서 자주 먹던 잔멸치 덮밥도 그야말로 별미입니다. 거기에 더해, 제 인생 최고의 게스트하우스도 있습니다. 도쿄 여행에서 딱 하루만 빼서, 날씨 좋은 날 방문해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북산고 앞을 달리는 에노덴 열차(좌), 에노덴 내부의 환상적인 풍경(중), 가마쿠라 게스트하우스의 저녁(우)

 

3위. <유루캠프> 캠프인의 성지, 후못토파라 캠핑장

 

<유루캠프>는 캠핑에 진심인 여고생들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그려, 예상외의 흥행을 기록한 애니메이션입니다. 후지산 근처의 야마나시 현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PPL 담당자가 보기에는 좀 불편한 수준까지 야마나시 현의 관광명소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관광명소와 명물을 다루는 스핀오프 애니메이션까지 제작할 정도로 적극적입니다.

 

그중 일본 캠프인들의 성지라고 알려진 ‘후못토파라 캠핑장’을 다녀왔습니다. 저와 제 친구들이 가 본 캠프장 중 최고였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넓게 펼쳐진 초원 뒤로 후지산이 보이고, 알록달록한 침엽수들로 둘러싸인 경치부터 사기적인 수준입니다. 초원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주변 캠프인들과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점도 좋습니다.

 

멋지게 지어진 공용 식당 안으로 들어가면 <유루캠프>의 캐릭터들이 반갑게 반겨줍니다. 후지산을 보러 가신다면, 어디 전망대에 돈 주고 올라가는 것보다 후지산을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역시 <유루캠프>에 나온 ‘베니후지노유 야마나카코 온천’도 추천드립니다. 인당 만 원도 되지 않는 입장료로, 조용한 노천온천에서 후지산의 절경을 즐길 수 있습니다. <유루캠프>는 그 자체로 힐링 애니메이션이지만, 성지순례 또한 비일상적이면서도 편안한 힐링을 선사하였습니다.

 

<유루캠프>의 한 장면(좌), 장비가 없어 캠프까지 하진 못했지만 <유루캠프>의 주인공 시마 린처럼 카레맛 컵라면을 먹어보았다(우)

 

2위. <쓰르라미 울 적에> 완벽하게 고립된 비극의 장소

 

<쓰르라미 울 적에>는 아마추어 게임 원작의 호러 애니메이션으로 게임과 애니메이션 모두 역사에 남을 성공을 기록하였습니다. 공무원이 취미로 가족과 함께 처음 게임을 만든 것이 2002년인데, 21년이 지난 지금까지 후속 게임과 애니메이션이 계속 출시되고 있습니다. 그럴 만합니다. 저도 이 작품을 보고 2번이나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심리적으로, 비주얼적으로 너무 잔인해서 1번, 파격적인 플롯 구성에 2번… 잔인한 것을 못 보는 제 와이프가 한번 보기 시작하더니 도저히 끊을 수가 없어 밤새 보았던 기억도 있습니다. 동글동글한 손을 가진 귀여운 캐릭터들은 눈 뜨고 볼 수 없는 잔혹한 결말을, 여러 번 반복해서 맞이합니다.

 

<쓰르라미 울 적에>의 배경은 외부와 고립되어 있는 마을, ‘히나미자와’입니다. 이 마을의 특성이 모든 비극을 만들어내는 원인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히나미자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일본의 작은 마을, ‘시라카와고’를 모티브로 합니다. 시라카와고는 일본 전통 가옥 양식인 ‘갓쇼즈쿠리’를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을입니다. ‘갓쇼즈쿠리’란 눈이 높게 쌓이지 않도록 급경사로 만든 지붕 형식을 말하는데, 이 지붕 형태로 인해 가옥 내부도 특이한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이 가옥을 활용한 민박에서 숙박도 가능합니다.

 

제가 시라카와고에 방문한 것은 2010년입니다. 산속에 있는 마을이고, 교통도 불편해서 방문하기 어려운 곳이었는데, 이제는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으로 넘쳐난다고 합니다. 애니메이션에서의 한적한 시골 마을 풍경은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아 더 귀하게 느껴집니다.

 

마을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쓰르라미 울 적에>의 대표 이미지(좌), 시라카와고 방문 당시 3세였던 아들(우). 아들은 이제 16세가 되었지만, 아직도 보여줄 수 없는 애니메이션이다.

 

1위. <울려라! 유포니엄> 애니메이션보다 더 극적인 간사이 취주악 콩쿨

 

‘오사카의 8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수많은 야구만화에서 등장한 ‘고시엔(일본 고교야구 전국대회)’입니다. 지인 방문차 8월에 오사카를 가게 되어, 고시엔 결승전 예매를 열심히 연습했지만 단 하루의 일정 차이로 고시엔을 놓쳤습니다. ‘이번에는 뭔가 새로운 게 없을까?’ 하면서 찾아보다가 오사카에서 8월에 열리는 ‘간사이 취주학 콩쿨(고교부문)’을 발견했습니다. 애니메이션 <울려라! 유포니엄>에서 수많은 등장인물을 울리는 결전의 무대입니다.

 

<울려라! 유포니엄>은 <쓰르라미 울적에>와 달리 자녀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주인공 쿠미코는 평범한 자신만큼 주목받지 못하는 악기 ‘유포니엄’을 연주합니다. 중학교 마지막 간사이 취주학 콩쿨에서 전국대회 진출에 실패하자, 쿠미코는 ‘이 정도면 좋은 추억이지’라고 마음을 추스릅니다. 반면, 동년배 트럼펫 담당 레이나는 ‘난 정말 너무너무 분해!’라며 울음을 터뜨립니다.

 

이 작품은 간사이 취주학 콩쿨을 준비하는 고등학교 취주학부를 배경으로, 다양한 성격과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모였을 때 생길 수 있는 갈등을 다룹니다. 그 모든 갈등을 극복하고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동기 부여 끝에 도달한 간사이 취주악 콩쿨에서의 연주는, 그래서 더욱 극적입니다.

 

울려라! 유포니엄 2 5화 중 - 초승달의 춤 / 출처: QBEY 유튜브

 

이 콩쿨의 티켓을 예매했을 때, 아들은 ‘왜 일본까지 가서 음악회를 가냐’고 투덜댔다. 아들에게 이 영상을 보여주며, '실제로 보면 이 정도는 아닐 거야' 라고 했는데, 완전히 틀린 말이었다. 이 영상은 실제의 감동을 50%도 재현하지 못한다.

 

긴장감 속에 등장하는 수십 명의 부원들은 단 몇 분 만에 대열을 세팅하고, 엄숙한 학교 소개와 함께 자신들이 준비한 필살기를 꺼내 듭니다. 학교별로 다양한 악기 편성과 연주 스타일, 긴장감에 떠는 학생들의 눈빛과 손끝, 중간중간 다른 악기를 연주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퍼커션 단원들. 이미 실수를 해서 울면서 연주하는 학생들, 에이스 연주자의 솔로를 조심스레 지켜보는 단원들, 마지막 단체인사를 할 때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홀가분함 또는 뿌듯함. 이 모든 것을 보고 있으니 어느샌가 마음이 울컥해졌습니다. 사춘기 아들도 눈물이 났다고 하는 걸 보면 이 감동은 저만의 주책이 아닐 것 같습니다.

 

간사이 취주학 콩쿨이 끝난 후

 

김영신의 2D 캐릭터 뽀개기 2024.01

 

 

'애드이야기 > ESS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박게임과 수박 못 먹는 사람  (2) 2024.03.18
나의 첫 주민, 부케와 바닐라에게  (0) 2024.01.16
클래식 음악, 브랜딩을 만나다  (0) 2023.12.20
광고비의 의미  (0) 2023.10.20
Posted by HSAD